서 론
실제로 운동 잘 하는 여학생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권유하면서 상담하는거죠. 너 체육시간에 하는 거 보니까 운동 센스도 좋고 성격도 좋고, 나중에 체육쪽으로 직업 한 번 가져보는 것은 어떻겠니. 그렇게 (체대입시반을) 시작한거죠. 여기 애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기도 하구요. 애들한테 이렇게 말하죠. 왜 학원가서 30-40만원씩 내니, 한 달에 5-6만원이면 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죠. 그런 면에서 체육중점학교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정말 꿈같은 일이죠. 학교 안에서 체육계열로 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잖아요.(Y 교사)
연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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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기: 좌충우돌 S 체육중점학교
1. 시작: 웰빙교사에서 구원투수로
특교(특별교부금) 돈이 내려왔는데요. 문제는 전국에서 이거(체육중점학교)를 운영해 본 사람이 없었다는 거에요. 교육부, 교육청 아무도 몰랐죠. 처음에는 예산에 대해서는 뚜렷한 규정이 없었어요, 어떻게 예산을 써야 잘 쓰는지도 (몰랐죠), 사실 교육부에서도 그렇게까지 신경을 안 썼었고, 그래서 돈 나오는 것은 여기 선생님들 방과후 강사비로 나눠 썼었어요, 2년 동안. 흔한 말로 돈 나눠먹기에요. 학생들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그러니까 끝나고 축구나 시키고,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됐죠. 아주 그런데 돈을 다 쓰는 거에요. 체육교사 분들은 행복했죠. 그런데 결국은 이거 때문에 2년 연속 미흡을 받았죠.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저도 많은 고민에 빠졌죠. 왜냐하면 저도 그 시기에 뭔가 매너리즘에 빠졌었거든요. 교사들 다 아시겠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기가 힘들잖아요. 저도 똑같아요, 안 빠진다고 하는 것은 인간으로 있을 수 없구요. 부부가 결혼할 때 마음이 10년 20년 똑같나요. 어느 정도는 정말 웰빙교사로서 (웃음) 접어들었을 때였거든요. 여기 와서 내가 이렇게 나이 마흔에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 사실 많았죠.
저는 15년 동안 S여고에 있으면서 입시를 제가 담당했었거든요. 다섯 명 또는 열 명 걔네들이 운영하다보면 어려움이 되게 많았어요. 기자재도 별로 없고 사실 학교로부터 별로 지원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아! 이런 학교였으면, 아! 이런 지원이 있다면 얘네 데리고 운영해서 대학을 조금 더 잘 보낼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어떻게 보면 S 고등학교로 전근 가는 것이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도 했죠.
대신 제가 이 학교로 내려오면서 조건을 하나 내걸었습니다. 교장선생님에게 (사업 운영에 관한) 전권을 주십시오, 제가 싹 다 바꿔놓겠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그래서 전권을 주셨죠. 달라고 한 이유는 제가 막내였거든요. 불 보듯이 뻔한거에요. 막내고 저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래서 맨땅에 헤딩해야했죠(웃음). 그래서 제가 전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2. 개혁: 힘들고 외로운 투쟁
제가 왔을 때는 2011년도와 2012년도 각각 (체육중점학급) 학생들을 선발했었고, 2013년도 학생들을 뽑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 2, 3학년이 다 있었죠.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뽑았을 때는 뭔가 제대로 체육 관련 대학으로 잘 보내기 위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텐데 그렇지가 못했던 거죠, 학무모와 학생 모두 ‘S 고등학교가 체육중점학교라고 해서 왔는데 이게 뭐냐’ 이런 불만이 상당히 많았어요. 2년 동안 된 것은 하나도 없고, 그런 시기에 새롭게 운영하는 사람이 오니까 학생과 학부모 모두 저만 쳐다보고 있는거에요. 부담 상당히 많았죠(웃음).
S여고에서 15년 동안 많이 고민했던 부분을 여기 와서 다 적용했죠. 싹 바꿨어요. 방과 후 수업도 그 전에는 교내 체육교사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운영되었었는데 그거 다 없앴어요. 그 돈으로 강사를 최대한 많이 활용해서 전문 교과 수업을 늘렸죠. 애들이 입시 관련된 실기 배우는 것도 전부 체대입시학원에서 하는 방식 그대로 가져왔어요. 이게 주효했었죠. 실제로 제가 오고 1년 만에 시스템 통째로 바꿨고 바로 자리를 잡았거든요.
우리학교 학생들이 대학 가서 또 잘 하는거에요. 저희가 트레이닝 시키고 가서 부지런히 해라(라고 시키고). 그러다 보니까 수시가 또 확대되는거에요, 대표적인 예로는 00대학교에서 계신 000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수시로 학생 뽑으면 괜찮겠냐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그런데 이제 저희 학생 뽑아놨는데 가서 정시에 뽑힌 학생들보다 뒤지지 않고 너무나 잘하더라. 이런 칭찬 들으면 너무 좋죠. 더 힘이 나죠.
우리학교가 초기에는 사실 미달이었어요, 30명 2개 학급 60명 뽑았는데 미달이 된 거에요, 그런데 2013년에 제가 와서 1년 동안 홍보하고 해서 (많이 좋아졌죠). 내년에 60명 뽑는데 이번에 134명이 왔으니까 (경쟁률이) 2점 몇 되는거죠. 교육청에서 많이 좋아하셨죠, 우리 교육청에 음악중점학교와 미술중점학교와 체육중점학교가 있어요. 저희가 제일 밑바닥이었어요, 애들도 적게 오고 경쟁률도 그렇고, (지금은) 저희가 제일 위에요 지금, 학생들이 지원을 제일 많이 해요.
이거(체육중점학교) 운영하게 됨으로써 동료 체육선생님들에게도 관계가 좀 그랬죠, (그 분들에게는) 나보다 후배인 저에게 ‘니가 뭔데’ 이런 생각이 확실히 있죠. 제가 ‘선생님 이거이거 해야합니다’라고 얘기하면 ‘어 왜 내가 그걸 해야해’(라고 하죠). 사업 운영은 해야 되고 동료 선생님들은 나 는 못 도와준다라고 하시면서 배를 째시는 거죠, 쉽지 않죠, 진짜 쉽지 않았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웃음) 그런 부분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에요(웃음), 어느 학교든 조직이든 선배들 제치고 (후배가) 무슨 일을 하려 한다? 화살 맞는거죠(웃음)
컨설팅 하시는 분들은 보통 실무는 모르고 원론적인 내용만 말씀하시죠. 그래서 답답하다는 거죠. 오히려 (학교) 와가지고 컨설팅 하시는 분들이 ‘아 그래요? 그렇게 운영되고 있나요?’ 하면서 물어보고 가니 참 이게 어이가 없죠. 그래서 그때는 사실 도움이 안됐죠, 그냥 (컨설턴트들에게) 혼나는 시간이에요, 한 시간 동안. (컨설턴트들이) ‘이거 왜 이렇게 했나요’(라고 물어요), (그러면 제가 속으로) ‘아 그럼 알려주고 하든가(웃음)’ 알려주지도 않고 뭐라고 도움 되는 얘기들은 안 해주니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죠.
강사 뽑을 때마다 공고 내야하고, 면접 또 해야 되고, 또 괜찮은 선생님이 안 올 때는 수소문해야 되죠. 또 중학생들 학부모 면담 계속 오면 좋다고 홍보해야 되죠. 학생들 대학 보내야 되죠. 대학 잘 보내기 위해서는 교수님들 만나야죠. 말 그대로 A대 B대 C대 찾아가서 우리 학교 이런 학교입니다, 학생들 정말 괜찮습니다라고 홍보하는거죠. 진짜 보따리 들고 가서 홍보해야 돼요. 솔직히 한 3년 동안은 하루에 제 시간이 30분도 없었어요. 뭐랄까 영업 세일즈맨?(웃음)
사실 이거(체육중점학교) 한다고 추가적으로 뭐 받는 것도 없거든요. 들이는 시간은 많은데 정작 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죠(웃음). 한 시간 반 동안 추가적인 수업을 하게 되면 금전적으로는 조금 도움이 되죠. 뭐 집사람 입장에서는 몇 푼 되지도 않는데(웃음). 그러면 집사람은 너가 그렇다고, 또 일을 조금만 하고 오는 것도 아닌데, 방학도 없고 맨날 출장 다니고 네가 뭔데, 이런 말만 늘 듣는거죠. 이혼위기죠(웃음), 진짜 이혼위기였습니다(웃음).
3. 위기: 체대입시학원 연합회의 반격과 예산 미배정
한 1년 정도 체육중점학교가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서 체대입시연합회라고 체대입시학원 원장들이 모인 기구가 있어요. (이 연합회가) 저희 학교 교장실을 점거했어요, 데모했죠. 한 20명 와가지고 책상을 계속 두드리면서 ‘너네 이거 뭐하는거야’ ‘우리 체대입시학원 지금 굶어죽게 생겼다, 교장 나와.’ 이렇게 데모를 한 것이죠. 그리고 그대로 교육청에 가서 한 달 동안 데모했어요.
‘S 고등학교에서 돈 쓰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는 일종의 카더라 통신 이런 것을 막 올리는거죠. ‘쟤네 저거 안 된다’, ‘돈 함부로 쓴다’, ‘애들 문제가 있다’, 연합회에서 엄청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거는거에요. 예를 들면 예산이 왜 학생들 체대입시에 쓰이냐, 어이가 없는 것이죠. 그렇게 따지면 특목고에 영어 잘 하는 애들에게는 영어하는 데 쓰면 안 되나요, 국악고등학교에서 국악 하는 데 쓰면 안 되냐, 우리는 체육중점이니까 체육 하는 데 당연히 돈을 써야 되지.(중략) 그러면 저희가 바로 반박자료 준비하죠. 저 감사원에 자료 엄청 많이 냈어요(웃음). 예산 쓴 거 교육청에 제출하고 교육청에서는 또 감사원에 또 제출하고. 이런 식으로 저희 감사 많이 받았어요. 잘 적어서 냈죠, 아무 문제없다는 결과 나왔죠.
학무모들에게 상황을 먼저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학부모들 모인 자리에서 ‘다른데 동원해서 알아보니까 이번에 체육중점학교 사업 예산이 확보가 안됐답니다’, ‘이런 상황이면 지금까지 했던 것들 축소하거나 아예 제공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부터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라고 얘기했죠.
엄마들 난리가 났죠, 우리 아들 미래가 걸렸는데 다들 난리가 난거에요. 어떤 어머니께서는 ‘선생님 저 시의원 알아요’, 또 어떤 어머니는 ‘저 국회의원 알아요’, 이러면서 엄마들이 착착착 알아서 일을 추진하는겁니다. 그렇게 갑자기 하루 이틀만에 착착착 일이 진행되는거죠. 긴급하게 어떤 어머니께서 ‘실제로 알아왔는데 진짜 예산 없다네요, 어떡하죠’라면서 저에게 연락 막 주시고. 교육부 직접 찾아가신 어머니들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며칠 타닥타닥 진행되더니, 2월 초에 추경 바로 받았죠(웃음).
4. 남아있는 어려움: 과중한 업무, 동료교사와의 갈등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죠. 그런데 정말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체육중점학교는) 옛날부터 제가 늘 그리던 그런 학교시스템이었거든요. 그래서 일종의 사명감 이런 것들이 많이 생겼죠. (중략) 그리고 이 체육중점학교 사업 자체가 너무 좋아요. 이 사업 자체가 학생 학부모가 정말 원하는 거잖아요. 이게 교육부 예산 중에서 몇 퍼센트가 되겠어요, 이거 해봤자 총 예산이 10억도 안 되는 것인데. 이 돈 없어서 사업 지속 못한다는 것은 좀 그렇죠. 교육부하고 교육청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 그리고 예체능 활성화를 위해서 (이 사업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이 돈 10억을 안 쓴다? 지금 몇 십억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 정책적으로 봤을 때 나쁠 것은 전혀 없어요. 더 장려해야죠.
그런데 이 사업을 운영하려고 해도 학교장, 그리고 담당교사, 그리고 또 학교 실무사가 삼위일체가 되지 않으면 실제로 운영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요. 진짜 어려워요. 밑(담당교사)에서 하고 싶다고 해도 위(학교장)에서 하지마라고 하면 안 되는거에요. 또 위(학교장)에서 사업을 신청하고 추진하고 싶어도 밑(담당교사)에서 ‘제가 왜 이거 해야 되나요’, 이렇게 또 얘기하면 운영 안 되는거에요, 또 행정 일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행정)실무사 없으면 추진 불가능하다고 봐야 돼요. 일이 어마어마하거든요. (행정)실무사 반드시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일반학과 국영수 선생님들, 솔직히 그 선생님들은 체육중점학급이 운영되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어요. ‘니가 뭔데’, ‘체육이 뭔데’ 이런 시기 엄청 많아요. 지금도 사실, 저 없는데서 저 많이 욕하죠. ‘그 따위로 운영하면 곤란해’, ‘체육중점학급 없어져야 돼’, ‘걔네 때문에 공부 잘하는 애들 우리 학교 안와’, ‘뭐 우리가 체육학교야?’ 이런 식의 시기, 이런 식의 험담이 꽤 많죠. 사실 초기에는 그런 것에 대한 반격할 시간도 없었고, 또 고민한다는 것이 사치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이제는 시스템이 다 자리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죠. 겸손하고 또 도와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많이 아쉽죠.
사실 저는 즐거워서 하니까 괜찮은데, 담당하는 교사들에 대한 처우는 좀 필요하다고 봐요. 말 그대로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10배는 많아요. 4시 30분에 퇴근하는 교사들도 있죠, 그런데 이건 그렇지 않아요. 보고서 써야하죠, 애들 관리해야 되죠, 어디 데려가려면 거기 섭외해야죠, 안전 지도해야죠, 갔다 와서 보고서 써야하죠. 그리고 간다고 또 교무부장 허락 받아야하고, 교감, 교장샘이 흔한 말로 가지 마라고 뭐라 그러면 또 커버해야죠. 일 하나를 하려면 대여섯 가지를 해야 하는데, 이게 1년이면 얼마나 일이 많겠어요. 그렇다고 여기서 뭐 연구점수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유공교사 표창장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전국체전 메달 따는 교사들은 여행이라도 한 번씩 가는데 이것은 그런 것도 없고. 물론 그런 것을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더 신바람 나게 일하려면 그런 것도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