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이론적 배경 및 연구 방법
스포츠선수의 윤리적 판단에 관한 고찰
당신은 학교에 가던 중 길 위에 떨어진 10만 원을 주웠다. 학교에 도착하면 교내 분실물센터에 가져다 줄 생각으로 일단 주운 10만 원을 주머니에 넣었다. 학교로 향하던 도중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함께 어린 아이가 당신에게 구걸을 해왔다.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원비를 급히 구해야 한다며 어린 아이가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당신은 주머니 속 10만 원을 만지작거린다. 당신은 할머니의 병원비에 사용하라고 주운 10만 원을 어린 아이에게 줄 것인가?
“그것도 하나의 실력이에요.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만약 상대편이 그렇게 해도 선수들끼리는 충분히 이해해요. 이런 경우는 그냥 우리 팀에 운이 따른다고 생각하는 거죠. 심판의 오심이지, 우리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헐리우드 액션을 잘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수들도 실제로 많아요. 헐리우드 액션 했는데 걸리면 옐로카드 받거든요. 안 걸리게 심판을 속이는 것도 그 선수가 지닌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축구선수, B).
“축구는 단체경기잖아요. 단지 나의 선택으로 인해 팀워크가 무너지게 할 수는 없잖아요.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페널티킥을 차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승패가 좌우되는 중요한 순간이고, 나뿐만 아니라 동료선수들에게 이 경기는 많은 것이 걸려있는 중요한 시합이잖아요. 나 혼자 착한 척 하자고 팀 전체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츠는 원래 속고 속이는 거 아니에요? 속임수도 일종의 전략이라고 봐야죠.” (농구선수, H).
A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인 만큼 무난히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8강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A팀은 여유 있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A팀의 8강전 상대인 B팀은 이번 대회 4강 진출에 실패하면, 팀 자체가 해체된다는 소문이 퍼졌다. 따라서 B팀에게는 승리가 절실한 경기여서 선수들의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마음이 쓰이는 건 A팀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B팀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운동한 친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A팀 감독이 팀의 에이스인 C선수를 불러, “너는 팀의 에이스이니 이번 경기에 출전할지, 체력 관리 차원에서 경기에 빠질지 네가 결정해라”고 지시한다. C선수는 고민에 빠진다. 팀의 주축선수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출전하지 않게 되면 B팀이 경기에 이겨 4강에 진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당신이 C선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체력관리 한다는 핑계로 경기에 안 뛸 것 같아요. 좋은 핑계거리도 있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이 소속된 팀이 해체되는 것은 막아야 하잖아요. 경기에 뛴다고 해도 친한 친구들이 신경 쓰여 최선을 다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배구선수, C)
“우리 팀은 이미 4강이 확정된 상황이고, 상대팀은 이번 경기에서 지면 팀이 해체되는 거라면, 당연히 안 뛰는 게 맞죠. 상대 선수들은 경기에 지면 진짜 앞으로 운동할 데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어려울 때 돕는 게 그게 동료 아니에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동료를 돕는 것이 같이 운동하는 사람으로서 도리라고 생각해요” (태권도선수, F)
6명이 한 팀을 이루는 토론대회를 앞두고 P는 스피치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경력도 쌓기 위해 토론 팀에 합류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한 실력 때문에 팀이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할 것을 고려해 참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토론대회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면 참가할 수 있지만, 팀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피치 역량이 뛰어나다고 다른 팀원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신이 P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양심 없기로 이름난 사업가 P가 자신이 정부포상 행사에서 대통령 훈장을 받게 되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당신이 근무하는 자선단체에 기부금 2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한다. 다만 P가 훈장을 받기 위해서는 자선단체에 소속된 직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P가 훈장을 받으면 이것을 명분으로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사업을 더 활발히 진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단체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200억 원의 기부금을 얻는다. 당신은 P를 추천할 것인가?
“신고 안 해요. 만약에 팀 선배나 코치님이 음주운전하려는 걸 목격했는데 제가 신고하면, 저 수영계에서 완전 왕따 될 걸요. 그래도 제 지인인데... 그래서 제가 좋을 게 뭐가 있어요. 그냥 음주운전 하는 걸 말리긴 할 것 같은데 신고는 절대 안 해요.” (수영선수, A)
“신고를 하면, 누가 신고했는지 나중에 다 알게 되니까 신고 안 할 것 같아요. 제가 배신자가 되는 거잖아요. 결국 그 사람 자기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전 못 본 척 할 것 같아요. 저로 인해서 그 사람 인생이 잘못되는 건 오히려 더 죄책감 느끼게 될 것 같아요.” (육상선수, D)
“한국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보다 인맥이나 배경이 더 중요하죠. 그런데 스포츠계는 더욱 심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각 종목 중앙연맹에서 대표선수를 구성하잖아요. 그러면 대표선수를 구성할 때 경기력향상위원회, 기술위원회 등이 열리거든요. 그럼 위원들은 대표선수 선발하면 누굴 뽑겠어요. 다 자기 라인의 선수들 뽑을 거 아니에요. 제가 위원이라도 그럴 것 같아요. 다 결국 인맥이죠.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아요.” (육상선수, D)
“그래도 사회는 점점 더 개인의 노력, 실력 등으로 평가하는 것 같아요. 배경과 인맥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해도, 그 이상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과 실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스포츠계는 달라요. 무조건 인맥이나 배경이 더 중요합니다. 슬프지만 현실이에요. 제가 아무리 혼자 발버둥치고 노력해봤자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는 사람 없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철인3종 선수, E)
“솔직히 일반 대중들이나 스포츠계 내부의 사람들도 어떤 선수의 인성이 나쁜지, 좋은지 진실은 알 수가 없잖아요. 사람들이 보는 건, 결국 경기력이나 실력을 보는 거잖아요. 제가 타 종목의 정말 유명한 선수룰 아는데, 솔직히 인성은 정말 별로 거든요. 근데, 실력이 있으니 TV에도 자주 나오고 일반 대중들에게 각광받고 있어요. 스포츠계에서 성공하려면 도덕성, 인성보다는 무조건 경기력이에요. 경기력 안 좋은데 인성 좋다고 주목받는 일은 절대 없잖아요.” (육상선수, D)
“사실 운동선수는 착하면 안돼요. 착한 선수는 나중에 은퇴 후에,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나 돌아오는 게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특히 스포츠 현장에서는 착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자기 것은 욕심내서 챙길 수도 있어야 하고요, 적당히 싸가지도 없고, 융통성도 있어야 스포츠에서는 살아2021-04-23남습니다.” (농구선수, H)
“솔직히 말해서 주위에 종목불문하고, 잘하는 선수치고 착한 선수 없습니다. 결국에 실속 다 차릴 줄 알고, 본인이 다 알아서 본인 건 챙겨가고. 그리고 특히나 경기장 안에서는 착할 필요가 없어요.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내가 착하면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잘하는 선수 중에 인성 자체가 좋은 선수는 못 본 것 같아요. 물론 착한 애들도 있죠. 하지만 그 애들이 잘하는 선수는 아니에요.” (수영선수,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