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구방법
연구참여자
자료수집
자료분석
연구의 윤리성 및 엄격성 확보
연구결과
1. 실업팀 선수가 되는 첫걸음: 불합리한 선수계약
1) 선수 의견이 무시된 계약
“근로계약서가 뭐에요? 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요. 아마 제 계약서는 감독님이 가지고 계실 거에요. 다른 선수들 계약서랑 같이 모아놓았다고 들은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I)
“월급이 예상보다 적게 입금됐더라고요. 훈련 끝나고 건의를 했죠. 감독이 하는 말이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선수한테 거짓말을 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래요. 감독이 ‘실업연맹법으로 하자, 변호사 섭외하자’ 이렇게 강하게 나오더라고요. 이 감독이 저한테만 이렇게 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명의 선수들에게 다 그렇게 했어요.” (연구참여자 J)
“계약은 고등학교 때 감독 선생님이 해주셨어요. 제가 신경 썼던 부분은 거의 없어요. 고등학교에서 바로 이 팀으로 왔고, 감독 선생님들끼리 계약 내용을 이야기했어요. 저는 어디로 오라고 해서 갔고, 감독님이 계약서에 싸인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죠.” (연구참여자 P1)
“감독이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려고 장난을 좀 많이 쳐요. 선수에게 금액을 많이 준다고 솔깃하게 만들고, 12월까지 계약날짜를 계속 늦춰요. 다른 팀들이 보통 11월 중순에 계약을 다 하니까, 나중에는 갈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계약하죠.” (연구참여자 J)
“계약서를 쓰는 날이 됐는데요. 처음 이야기한 것과 조건이 달랐어요. 금액까지도요. 저는 이렇게 조건을 맞춰준다고 해서 왔는데요. 라고 말하니 감독이 화를 내면서 막 욕을 하는 거예요.” (연구참여자, B)
2) 지나친 경기성적 압박
“회사나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가 일단 성적을 내야 해요. 그래서 선수한테 성질내고 욕하고 닦달하는 거죠. 선수 육성이 아니라 선수들이 성적 냈을 때 본인에게 얼마가 돌아오고 뒤에 따라오는 게 많으니까요. 도민체육대회같은 조그만 대회라도 나가서 1등을 해야 해요. 선수들은 강제로 뛰는 거죠. 감독이나 시군청은 선수를 이용해서 이득을 보고, 실적을 올릴 생각만 하죠. 선수는 이용만 당하다가 인생이 끝나는 거죠.” (연구참여자 G)
“지면 선수탓을 하죠. 지면 저희한테 전화해서 막 욕해요. 법정휴가요?! 저는 작년까지 연차도 제대로 못 썼어요. 너무 억울한 거에요. 대표님 아닌 애들은 국내 대회만 뛰면 되지만 국제대회도 소화하면 너무 많이 쉬고 싶잖아요. 대표님 일정 없을 때는 팀으로 돌아오는데요. 연차 쓰고 싶다고 선생님한테 말씀드리면 엄청 뭐라고 하니까요. 너무 쉬고싶은데 눈치가 보여서 계속 연차를 못 썼어요.” (연구참여자 A1)
“잦은 시합에서 성적을 내려면 선수의 운동량이 많아지죠. 전 몸이 만신창이가 됐어요. 감독에게 아프다고 말하면 감독은 오히려 무시해버려요. 네가 뭘 아파 그냥 해. 부상인데도 경기를 뛰라고 해요. 팀을 위해서 선수 생활을 했는데 지금 저한테 남은 게 병밖에 없어요. 만성통증이라 돈도 많이 들어요. 아프면 내 돈으로 치료해야 하니 몸보다 돈 걱정이죠. 은퇴하고 나서가 더 문제예요. 부상 후유증으로 계속 몸이 아플텐데 어떡하나 걱정이 되죠.” (연구참여자 O)
“시합 뛰다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에이 지고 말아야지 이런 식으로 해버려요. 실업팀은 프로니까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요. 그런 것들까지 없어지는 거죠. 또 감독한테 선수들이 말이나 행동으로 대들 수 없는 분위기이니까요. 성적으로 복수하는 거죠. 성적이 안 나오면 감독 입장이 난감해지니까요.” (연구참여자 K)
3) 소속팀 위주로 바뀌는 재계약서
“재계약을 하는 해에는 걱정을 많이 하죠. 죽을힘을 다해서 시합에 모든 걸 걸어요. 재계약 기간에 한 번 못 했다고 계약기간을 줄인다거나 연봉을 많이 깎는다거나 그러니까요. 선배 형은 다른 곳과 재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잘렸어요. 전국체전 일주일 전에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했대요. 이미 다른 팀들은 티오를 다 갖췄는데, 그때 선수를 퇴출 시키는 건 선수보고 죽으라는 거죠.” (연구참여자 L1)
“기준이 팀마다 다 달라요. 재계약 평가 기준은 잘 몰라요. 그냥 합숙 생활을 하니까 선배들한테 자연스럽게 듣는 거죠. 성적이나 메달 색깔, 순위별로 해서 연봉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해요.” (연구참여자 Q1)
2. 피할 수 없는 절대권력자: 코치, 감독에게 복종
1) 지도자의 언어 및 신체적 폭력
“말로 선수한테 엄청 수치심을 줘요. 이만큼 너희한테 지원해주는데 이거 못 하면 병신이지. 어디 가서 이 연봉 받고 일했겠냐? 우리니까 너희가 이 정도 연봉 받으면서 일하는 거다. 너희가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겠냐? 애들은 정신이 쓰레기네... 선수를 그냥 쓰고 버리는 물건으로 생각해요. 데려왔는데 실적을 못 내면 자르면 그만이지. 야! 너 이리로 와, 이 새끼, 이년아, 글러빠진 새끼야.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세요. 이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연구참여자 A2)
“이야기하다가 물건을 집어 던지는 거예요. 물건을 바닥으로 막 던져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요. 제 인생동안 받지 못했던 모욕감을 느꼈어요. 자존심이 많이 상했죠.” (연구참여자 N)
“감독으로서 자질이 부족하세요. 자신감만 좋으세요. 감독님은 무조건 자기 말만 들으라고 해요. 대표팀에서 배웠던 걸 팀에서 하면 마음에 안 들어 해요. 시합에 지고 있으면, 저희를 인솔해야 하는 사람이 삐져서 숙소로 가버려요.” (연구참여자 M1)
2) 지도자 권한 남용
“감독, 코치는 선수가 고개 숙이기만 바라죠. 무조건 갑과 을이에요. 내가 말하면 들어. 이래요. 선수는 시키는 걸 하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 생각하죠. 지도자들은 선수에게 예의만 요구하는데요. 힘든 건 그 예의라고 요구하는 것들이 지도자마다 다 달라요.” (연구참여자 F)
“예전부터 저희는 항상 일정을 알 수가 없었어요. 주말에는 원래 쉬는 건데, 감독님이 이번 주말에 훈련해야 한다. 이런 식이어서요. 그래서 한 달 치를 미리 알려달라 하니까 상황이 안 돼서 알 수가 없다고 해요. 휴식해야 하는데 쉬는 동안에도 갑자기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요. 쉬면서도 불안한 경우가 많았어요.” (연구참여자 D2)
“훈련 방법도 잘 모르시면서 공부를 안 해요. 공부하는 선수가 필요하듯이 공부하는 지도자가 필요하잖아요. SNS, 유튜브, 영상매체를 보면서 선수에게 이런 훈련도 접목해 볼 수 있겠구나. 이래야 하는 것 아니에요. 기술에 대해 디테일하게 지도자로서 짚어줄 수 있어야죠. 거기다 시합을 나가고 싶은데 시합 신청을 안 해줘요.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안 와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왜 시합 신청을 미루는지 모르겠어요.” (연구참여자 J)
3) 지도자와의 불화로 인한 인간관계 고립
“감독님이 제 소문을 안 좋게 내는 거예요. 다른 시군청 감독들한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것 같아요. 팀 욕을 하고 다닌다. 감독 욕을 하고 다닌다. 본인 덕분에 제가 이만큼 잘 됐는데 배은망덕하다. 이런 식으로요. 그만큼 제가 맘에 안 든다는 거죠. 넌 운동 안 하면 먹고 살 수가 없다. 지도자의 협박성 멘트!! 이런 거 금지해야 해요. 이것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다른 일을 생각하면 선수는 앞이 막막하죠. 저한테 실업팀 콜이 한 6개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제 상의 없이 다 자르신 거예요.” (연구참여자, M3)
“감독과 코치 간 갈등이 있었어요. 감독님은 코치님과 아예 말을 안 섞었어요. 감독님이 저희한테도 코치님과 그냥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셨고요. 분위기가 그러니 눈치만 보는 이상한 분위기였죠.” (연구참여자 N)
“주변 사람들 반응이 좀 그랬죠. 팀 선배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면 내 탓이래요. 동갑내기 친구도 저에게 그만두래요. 기댈 곳이 없어요. 전 어머니 앞에서 감독한테 맞았어요. 엄마도 운동선수였거든요. 우리 어머니는 더 맞아야 한다고. 쟤는 맞아야 정신 차린다고. 그냥 그때부터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 심했죠. 선수들은 자기 탓을 많이 하죠. 내가 잘못했네. 상담을 받아보면 제 탓이 아닌 거예요. 선수들은 본인이 우울증인 걸 몰라요. 그냥 내 정신력이 약하다. 이겨내야지. 극복해야지. 이렇게 생각해요. 저도 우울증인 거 몰랐는데요. 심리상담을 하면서 제가 우울증인 걸 알았거든요. 전 소속팀에서 자살 시도를 했었어요. 최근에도 감독과의 갈등 이후 다시 자살 시도를 했었고요.” (연구참여자, B)
3. 강제 합숙소생활: 자율성 및 사생활 침해
1) 내부지침으로 자율성 통제
“숙소에 있으니 밤에 외출을 마음대로 못 하죠. 점호시간이 있고요. 저녁 10시 이후에는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요. 전에 있던 곳에서는 감독이 밖에도 잘 못 나가게 해서 교도소처럼 생활했어요. 시합 기간이 다가오면 훈련이 있으니까 주말에도 못 나가요.” (연구참여자 E)
“합숙소 생활에서 규칙을 꼭 지켜야 해요. 규칙을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하죠. 작은 잘못은 십만 원, 폭력이나 무단 이탈 그런 거는 백만 원이요. 숙소 내 음식물은 반입금지요.” (연구참여자 M3)
“숙소에 지도자와 같이 살면 방이 분리되어 있어도 선수들은 엄청 싫고, 불편하죠.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숙소에 코치님 감독님이 있으면 아예 거실조차 안 나오고 방에만 있어요. 주말 개인 시간에 밖에 나가려 해도 눈치가 보이죠. 그때 운동을 개인적으로 안 하면 뭐라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스케줄을 짜서 주말에도 운동시킬 거라고 했던 분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선수들은 힘들죠.” (연구참여자 M1)
2) 운동시간 외 사생활 침해
“미리 통보도 없이, 갑자기 감독이 오늘 회식 있다 나와라 이래요. 제가 약속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취소하고 회식에 참석하죠. 감독이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회식을 해요. 자기가 끝나야 회식이 끝나는 사람이라서 힘들죠. 회식에 가면 먹기 싫은 술을 먹어야 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가요. 밤 12시가 넘어가도 무조건 따라와라 이래요. 심지어 전지훈련을 9박 10일을 가는데 그 기간에는 회식을 더 많이 해요. 훈련하러 가는데 밤늦게까지 쉬지를 못하니까 힘들죠. 회식 다음 날 피곤한 상태로 운동해야 하니 선수들의 불만이 굉장히 높죠.” (연구참여자 P2)
“그냥 그날 시간을 비워두라고 해서 갔는데요. 유치원 운동회 행사였어요. 자기 아들 유치원 행사에서 싸인하라고... 지인들 레슨하라고... 쉬는 날이어도 무조건 나가서 해줘요.” (연구참여자 A3)
3) 위계적 선후배 문화
“전에는 화장실을 가려면 다 거쳐서 가야 할 정도로 진짜 좁은 숙소였어요. 문열 때도 소리 안 나게 조용히 열어야 했죠. 방 하나에 2층 침대 2개 놓고, 4명이 생활했어요. 제 공간은 없죠... 특히 언니들이랑 쓰는 게 진짜 불편했죠. 팀에 너무 무서운 언니들이 있거든요. 아무 때나 맘대로 방을 막 휘젓고 다니기도 해요. 갑자기 서랍장 같은 거 열어보면서 옷 정리를 안 하냐? 서랍장에 서류 같은 거 보면서 누가 뭐 했냐? 선배 노릇을 하죠. 언니들이랑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게 아직도 조금 어색해요. 초반에는 더 그랬어요. 휴식이요?! TV도 못 봤어요.” (연구참여자 P3)
“선배가 왕이니 식사는 당연히 후배 담당이죠. 거기다 설거지, 청소, 잔심부름 등 숙소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빨래요. 빨래 너는 것도 힘든데 마르면 개어서 옷장에 넣어줘야 해요. 훈련장에서도 운동이나 마크, 혼 등 운동용품을 챙겨야 해요. 숙소 창고에 있는 것을 훈련장으로 가지고 가고, 훈련은 끝나면 제자리에 돌려놓고. 이런 기구들을 잘 못 챙기면 혼나죠.” (연구참여자 M2)
4. 실업연맹의 구조적 문제: 힘을 가진 자의 횡포
1) 문제제기시 불이익 및 낙인의 2차 피해 우려
“같은 선수로서 성추행, 성폭력 그런 거 너무 안타깝죠. 그런 게 되게 수치스러울 수 있잖아요. 그 사람에게 받은 피해로 내가 온전하지 않은데, 그게 언론으로 나가고 이걸 밝혀야지만 이 사람을 더 벌 받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선수에게는 꼬리표 같은 거죠. 내부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배신자 이미지가 될 거고. 그런 두려움이 많이 있죠.” (연구참여자 F)
“내가 폭행을 당했어. 라고 신고를 하면 일이 커지고, 팀을 해체해버리잖아요. 그럼 선수도, 다른 팀원들도, 지도자도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니까요. 신고하기가 어렵죠.” (연구참여자 O)
“문제제기를 해도 달라진 게 없어요. 협회 쪽은 그쪽 편이고, 체육회도, 경찰서도 잘 모르겠어요. 문제를 터트리고 문체부 감사까지 가는데 2주나 걸렸어요. 그리고 경찰에 넘어갔는데요. 이미 훈련장에 있는 컴퓨터 증거는 다 없어졌죠. 안타깝죠. 그 사람들은 말로만 사퇴하고, 다른 데서 다 활동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만 운동하는 데 제재를 더 당했죠. 해도 안 되는구나. 허무함만 더 커지죠.” (연구참여자 C)
2) 연맹문제 공론화의 어려움
“실업연맹법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졌어요. 선수들 기록이 점점 떨어지다보니, 기록을 정해놓고 이 기록이 아니면 계약금을 줄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기록 대비 계약기간, 선수연봉, 선수계약금을 정해요. 그 기록을 내는 선수들은 우리나라에 몇 없는데, 그걸 위반하면 선수는 2년 정지를 받아야 해요. 다 강압적인 거예요. 시군청, 감독들 입장에서는 실업연맹법이 무조건 좋죠. 좋은 선수를 싸게 데리고 올 수 있으니까요. 그뿐만 아니라 계약금을 한 번 받으면 다음 팀으로 이적할 때는 계약금을 못 받아요. 연봉만 받아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선수들이 졸업해서 계약하게 되면 한 팀에서 7년 계약을 해요. 만약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선수가 그때의 기준 기록을 통과하지 못하면 연봉을 적게 받으면서 7년을 있는 거예요. 이적시장이라는 게 아예 없어진 거죠.” (연구참여자 J)
“소속을 옮기면서 하프 마라톤 기준 기록을 통과했어요. 그러면 3천만 원을 받을 수 있어요. 계약 위반은 아닌데, 연맹에서 연락이 왔어요. 너는 실업연맹법을 위반한 선수로 의심이 간다. 저를 둘러싸고 지도자들이 계약금을 얼마 받았냐? 몇 년 했냐? 말해라. 통장 내역을 다 확인할 수 있다. 꼬치꼬치 캐물었어요. 그것도 인권인데, 그런 게 아예 보호가 안 되는 거예요.” (연구참여자 I)
“정책적으로, 랭킹 1등만 지원을 많이 해주거든요. 해외 훈련이나 시합이요. 그러다 보니 나머지 선수에게 기회가 없죠. 한 명만 지원해주니 그 사람만 기량이 좋아지는 거죠. 종목홍보도 연맹에서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은퇴한 선수들이 자진해서 하고 있어요. 클럽 활동으로 아마추어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홍보하고 있어요” (연구참여자 C)
“운동선수가 군대 가면 은퇴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군대 갔다 오면 이미 선수 몸은 다 망가진 상태이고, 나이도 많아진 상태이니 힘들죠. 예전에는 경찰청팀, 상무팀 이렇게 두 군데가 있었어요. 지금은 경찰청팀은 없어져 버렸고, 상무는 비리에 걸려서 선수를 몇 명 안 뽑아요. 뽑는 인원이 적어지니 경쟁이 더 치열하죠. 전에는 상무팀에 2-3천만 원을 내고 군대에 갈 수 있었거든요. 상무처럼 운동하면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 주는 게 연맹의 일인데, 그런 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요.” (연구참여자 F)
5. 남성 중심적 운동환경 속 (성)차별 경험: 성과보다 성별
1) 여성 선수의 불안전한 운동환경
“생리 기간에 정서적으로 예민해져서 민감한데요. 어차피 감독님 성격이 워낙 불같으시니까 무서워서 선뜻 말할 수가 없어요. 다혈질이라 어차피 대화가 안 되니까요. 생리통으로 힘들면 그냥 약 먹고 운동해요.” (연구참여자 A1)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보다 몸값이 비싸요. 인원이 적다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그런 걸 문제 삼아 성과압박을 하죠. 넌 이 정도 받는 선수인데 왜 못하냐. 남자랑 여자랑 신체적으로 다르잖아요. 근데 남자 쪽에서 금방 넘어온 분들은요. 우리가 잘 안 되면 ‘여자들은 이게 안 되네’ 이러거든요. 파워나 스피드가 애초에 다른데 비교를 해요.” (연구참여자 O)
“군청 관계자들 술자리에 맨날 끌려 나가요. 시합이 일주일 남았는데, 감독님이 누구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 술자리를 만들었다. 술자리에 나와라 그래요. 7일 중 7일을 술을 마신 선수도 있었어요. 저녁에 시작된 술자리가 다음날 끝난 적도 있었어요. 감독의 지인을 소개받은 적도 있어요. 강압적으로 그냥 계속 연락하라고요. 싫다고 하면 불이익을 받으니까 어쩔 수 없죠.” (연구참여자 P1)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서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가 난 거예요. 선생님을 남자로 보냐고, 왜 와서 못 안기냐고 그랬어요. 가정교육을 잘못 받은 거라고. 심지어 아시안게임 중에 어떤 지도자는 고등학생 여자 선수를 술 마실 때 무릎 위에 앉혔어요. 남자 선배들도 심해요. 술 마실 때 불러서 옆에서 술 따르라고 하고, 먹으라고 하고, 왕게임하고 그런 경우도 많죠. 여자 선수가 치장하거나, 남자 선수와 다니면 쟤 남자 밝히네. 연애하네. 그러죠.” (연구참여자 H)
2) 결혼-임신-출산의 연속되는 어려움
“결혼을 은퇴 직전 1-2년 전에 하죠. 현역 때 결혼했다면 출산은 최대한 미루려고 하고요. 그러다 보니 모성보호 제도를 쓸 필요가 없죠. 제가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부터 명단에서 제외했어요. 아기 낳고도 나는 자신있다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감독이 ‘할 수 있어? 힘들걸?’ 이러더라구요. 애 낳고 30대 중후반 되면 다들 그만두죠.” (연구참여자 M1)
“주부로서의 고충이 크죠. 아이 보느라 잠을 못 자죠. 저는 친정엄마가 아이를 돌봐주세요. 운이 좋은 거죠. 제가 아는 선수는 친한 언니한테 아이를 맡겼어요. 선발되면 선수촌 입촌해야 하는데 아이는 어떻게 하나 걱정하더라고요.” (연구참여자 D1)
3) 여성 지도자가 뚫기 힘든 유리천장
“소규모 종목은 여자선수층이 많이 약해요. 전국에 다 해도 10명이 안 돼요. 여자실업팀이 없으니 대학까지만 가고 다 그만둬요. 여자 선수가 지도자로 가기는 힘들죠. 현재 여자 감독은 없어요. 여자들은 코치로 간다고 해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여자 지도자들은 여자팀만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팀이랑 맞지 않으면 그만두게 되는 거죠. 사실 여성 지도자들이 오히려 성과를 많이 내세요. 여성 지도자는 판단 능력이 되게 빨라요. 문제점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세심하게 가르쳐주고, 감정적인 부분을 마음써주니, 선수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요. 육상에서 날리는 선수가 하나 있어요. 중학교 선수인데 국가대표급 실력이죠. 그 애를 키운 지도자분도 여성분이세요. 어 저런 애를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키웠어? 이런 의식이 아직 있죠. 국가대표 전임지도자도 여성분 있어요.” (연구참여자 M1)
“남성들의 문화이다 보니 여성 지도자가 고위직에 끼기 어려워요. 협회 임직원, 지도자, 위원회 분들이 다음번에 네가 감독해 그러면서 남자를 밀어주고요. 협회에도 위원회 이사진에 여성 지도자를 넣어야 해요. 여자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잖아요.” (연구참여자 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