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구방법
자료제공자
조사도구
연구절차
자료분석
Table 1.
Results of content analysis on the psychological experience of athletes
연구결과 및 논의
심리전의 목적
사기 저하
나는 수비수인데 경기 초반 상대 공격수에게 일부러 거칠게 태클을 걸고 심한 몸싸움을 한다. 그러면 상대 공격수가 위축돼서 내 근처로 오지 않고 다른 쪽에서 공격을 한다(축구 C선수).
소집실에서 보면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구분이 간다. 못하는 선수들은 완전히 기가 죽어있다. 심리전에서는 키가 크고 체력이 좋다고 해서 쫄지 않는다. 아무리 체격이 작아도 운동을 잘하는 사람한테 풍기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기죽게 되어있다(수영 K선수).
방심 유도
상대가 다리 경련이 와서 제대로 못 뛰고 공만 겨우 넘기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상대의 경련을 의식해 옆으로 살살 돌렸다. 상대의 힘들어하는 척에 계속 돌리다가 실수를 했고 그 다음에는 실수를 안 하려고 맞춰주다가 상대의 경련이 풀려서 시합에서 졌다. 알고 보니 상대는 오버해서 힘든 척을 한 것이었고 내가 맞춰주기를 기다린 것이다(테니스 L선수).
세계대회 선발전을 앞두고 친구와 경쟁을 하며 서로 기록을 올리고 있었다. 시합 전날 친구가 몸 상태가 정말 안 좋고 총이 이상하다면서 부정적인 말을 했다. 나는 이 친구만 이기면 될 것 같았는데 친구의 컨디션이 안 좋다는 말에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사격 S선수).
흥분과 분노 유발
상대에게 셔틀을 교체하자고 했는데 안한다던가, 안 바꾼다고 했는데 상대가 마음대로 바꾸면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 또 랠리 끝나고 볼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네트 위로 주지 않고 네트 밑으로 주면 순간 화가 날 때도 있다(배드민턴 J선수).
이전 시합에서 상대가 조르기 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조르기를 해 목에 상처가 났다. 나는 똑같이 해주려는 복수심에 흥분을 했고 중심이 높아지면서 빈틈이 생겨 상대 기술에 넘어가 지고 말았다(유도 C선수).
주의분산 및 집중 방해
경기 직전 상대가 “네가 이 기술을 할 것이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방어하겠다” 라면서 촐싹거리며 나를 도발했다. 나는 시합 내내 그 말에 신경이 쓰였고 결국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나가지 못했다(펜싱 L선수).
심리전의 성립 조건
유사한 경기력 수준
시합장에서 라이벌과는 절대 인사도 하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예선 경기를 보고 그 선수의 컨디션을 파악하곤 했다. 지금은 그 선수와 친하게 지내지만 그때는 이겼을 때는 정말 좋고 졌을 때는 엄청 기분이 다운되는 등 그 친구 하나 때문에 내 기분이 오락가락했었다(수영 C선수).
나랑 점수가 비슷한 라이벌이 있었다. 시합 때 몸을 푸는데 상대를 신경 쓰면서 몸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 보게 되고, 만약 좋아 보일 때는 나도 모르게 위축되었다. 그 선수를 의식한다는 것은 이미 내가 심리적으로 지고 들어간 것이다(육상 S선수).
경기상황의 민감성
펜싱에서는 실력이 비슷한 선수와 붙었을 때 점수차가 크지 않고 1포인트 싸움이 많다. 그 1포인트가 심리전인데, 상대가 주로 하는 동작을 생각해 그 동작을 유도하거나 내가 잘 들어가는 동작을 자신있게 해 1포인트를 딴다. 예전에 선발전 3, 4위전에서 선배언니랑 할 때 14:14로 1포인트 남은 상황에서 내가 항상 잘 찔리는 동작이 있는데 언니가 100% 그 동작을 할 것을 알고 반대로 대응해서 이겼다(펜싱 S선수).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센 선수와의 경기, 4분 경기 중 1분쯤 지났을 때 절반으로 점수를 빼앗겼다. 남은 시간 기술을 들어가도 상대가 힘으로 막아버려 넘길 수가 없었다. 10초쯤 남겨두고 상대가 업어치기를 잘못 들어와 엎드리는 상황이 왔다. 그때 일부러 나는 누르라고 누어주었다. 그러니까 상대는 그대로 있어도 이기는 것인데 한판으로 이겨보려고 나를 눌렀다. 그때 내가 되치기를 해서 역전승했다(유도 S선수).
강한 집념과 자신감
심리전에서 이기려면 누구랑 하던 우선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가야 된다. 들어가기 전부터 겁먹고 위축돼서 들어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어려운 상대라도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면 더 공격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가 당황해서 나에게 페이스를 빼앗기게 된다(유도 J선수).
어떤 시합이든지 기가 죽으면 안 된다. 예전에 상대와 실력차가 큰 것도 아닌데 나보다 센 상대라고 생각해 긴장하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시작부터 방어자세, 소극적인 자세로 했고, 결국 판정패를 당했다. 반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인데도 그것을 몰라서 그랬는지 상대에게 기죽지 않고 먼저 공격하고 몰아붙이며 적극적으로 했다. 상대가 위축해서 지도를 받아 이겼었다(유도 C선수).
지피지기(知彼知己)
상대의 특징을 알아야 심리전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는 자기가 원하는 곳에 셔틀을 주지 않으면 짜증내는 스타일이다. 또 공이 네트에 걸려 주워줄 때 공을 네트 위로 넘겨주지 않고 밑으로 주면 그것에 화가나 자기 플레이를 못하고 무너진다(배드민턴 P선수).
대부분의 상대들에게 나는 느리지만 그만큼 대처할 수 있는 길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경기할 때 그 선수가 알고 있는 나처럼 멀리서 길게 느리게 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짧게 천천히 주고, 내 칼을 건드릴 때 빠르게 받아치는 것을 유도한다. 그렇게 상대를 혼란시키고 끌고 다니면 경기를 쉽게 할 수 있다(펜싱 C선수).
시합 전 누구와 경기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몸을 풀 때 서로를 의식하며 컨디션이 어떤지,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그래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나 주특기를 보여주지 않고 가볍게 몸을 푼다(펜싱 L선수).
상호 의식과 견제
경기장 입장할 때 상대와 왼쪽, 오른쪽 나눠서 들어가는데 심판이 입장하기 전 서로 마주보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때 서로 거의 째려볼 정도로 본다. 그리고 경기 시작할 때 상대의 눈을 보고 기합을 크게 넣는데, 내가 항상 이겨온 선수들은 내 눈을 피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반면, 내가 항상 지던 선수들한테는 나도 모르게 시선처리가 안되고 기합도 파이팅있게 하지 못한다(유도 H선수).
소집실에 들어가면 선수들끼리 눈빛과 몸짓으로 서로 견제한다. 나는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라이벌 앞에서 당당한 모습만 보인다. 눈에 힘을 주고 열심히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수영 K선수).
심리 공방
도발하다: 상대 자극
내 포지션은 센터인데, 경기할 때 센터볼이 넘어오면 뒤에 있는 수비수를 따돌려서 골을 넣거나 퇴장을 유도한다. 조금 비열할지도 모르지만 헐리웃액션을 해 상대를 퇴장시키는 것도 나만의 심리적 도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전은 가끔 폭행으로 되돌아올 때도 있지만 거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내가 유리하도록 만든다(수구 J선수).
척하다: 정보 왜곡
시합 전 경쟁상대 앞에서 밝은 척, 긴장하지 않은 척, 자신있는 척을 하며 상대의 불안을 더 높인다. 이렇게 시합 때 여유를 부려 상대의 페이스를 무너뜨려 이긴 적이 있다(빙상 J선수).
대기실에서 몸을 풀 때 일부러 연습에서 베스트기록을 여러 번 냈다고 이야기하며 다른 선수에게 압박감을 줘서 이긴 적이 있다. 그리고 나의 베스트기록보다 2~3초가량 늦춰 말해 다른 선수에게 안심을 준 뒤 내 기록이 나와서 이긴 적도 있다(수구 K선수).
이처럼 선수는 자신의 상태를 상대에게 거짓 또는 과장하여 전달(Won & Yoo, 2012)함으로써 상대의 심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이후 또 다른 전략을 사용해 무력화시킨다. 선수의 정보 왜곡 방식은 훈련이나 경기 준비의 철저함/허술함으로, 최근 경기력의 상승세/하락세로, 컨디션의 최상/최악 등으로 나타나며 상황에 따라 공격 또는 방어의 전략으로 사용된다.
허를 찌르다: 돌발 행동
펜싱할 때 시작하자마자 1초 만에 상대를 찌르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상대는 내가 1초 만에 찌를 것이라는 생각을 아예 못했다. 근데 내가 시작하자마자 찔렀더니 상대가 너무 허무하고 황당해했다(근대 5종 S선수).
사이클은 앞에서 끌어주면 바람저항을 막아주기 때문에 30~70% 정도 힘을 더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남들보다 앞에 가려면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쓰게 되고 체력 부담도 커진다. 고등학교 때 형들과 시합을 뛰는데 형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앞으로 안 나가려고 할 때 내가 뒤에서 기습 선행을 해 이겼었다(사이클 Y선수).
수(수手)를 읽다: 예측 및 대처
펜싱할 때 나는 항상 상대를 몰아넣으면서 기회를 보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몰아넣으면 상대가 날아 들어오는 것만 생각하고 내가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일부러 빈틈을 보이고 상대가 날아오면 한 걸음 뒤로 빠져서 유인한다(근대 5종 K선수).
나는 상대에게 심리전을 걸 때 일부러 한쪽 기술만 건다. 같은 기술이나 한쪽 기술만 걸어 상대의 몸이나 눈에 각인시킨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을 방어하려는 기술을 하게 되는데, 그때 나는 같은 기술을 들어가는 모션을 취하고 반대쪽 기술로 상대를 메친다(유도 P선수).
감추다: 포커페이스
심리전을 잘하는 선수는 경기 중 자신의 기분을 잘 표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경기 중 불안해도 내색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좋아도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반면, 심리전을 못하는 선수는 경기 중 자신의 기분이나 상황이 겉으로 다 표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는 사기가 더 올라가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배드민턴 K선수).
나만 보다: 상대차단과 자기초점
점수를 딸 때마다 쳐다보며 웃고 뒤돌아서 셔틀콕을 꺾는 행동은 상대가 나를 열받게 하려는 의도이다. 근데 나는 원래 그런 행동을 신경쓰지 않는다. 상대가 셔틀을 꺾었을 때 ‘쟤 또 안 되니까 쨉쓰네~’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때 상대의 행동에 반응하고 흥분해서 따졌다면 상대 페이스에 말려 경기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배드민턴 J선수).
비슷한 기록의 두 선수가 있다면 조금 더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선수가 심리전을 잘하는 선수인 것 같다. 경기장에서 눈치를 보거나 상대를 의식하고 자신보다 기록이 좋은 선수가 있다고 기죽어 있으면 그 경기의 심리전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육상 H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