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훈련이나 경기를 하다보면 견디기 힘든 고통의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있다. 순간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선수는 정신력을 발휘하여 신체적 고통이나 심리적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목표를 향해 간다. 정신력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게 만드는 선수의 심리자원이다. 훈련이나 경기에서 무엇이 선수의 정신력에 불을 붙이는 것일까?
정신력에 대한 스포츠심리학계의 관심은 심리적 강인함(Kobasa, 1979)이나 고통 인내 및 승부욕(Porter & Foster, 1986) 등 역경을 견디는 심리자원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동시에 정신력은 몸과 마음의 관계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능력(Loehr, 1982), 압박과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수행에 안정을 유지하는 능력(Cough & Earle, 2002) 등 내적인 중재기술 관점으로 접근되었다. 더불어 목표달성과 승리를 위해 자신의 수행을 지속하는 힘(Porter & Foster, 1986)이나 역경에 직면해서도 높은 동기수준을 잃지 않는 능력(Gould et al., 1987)등의 동인(drive)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한편, 태권도선수는 훈련에서 강도 높은 훈련 일정과 프로그램은 물론 체중감량의 고통에 직면하고, 경기에서 상대의 위협적인 타격과 토너먼트 경기 방식의 압박감 그리고 부상 위험 등 다양한 압박 상황에 노출된다. 이러한 종목 특성으로 인해 태권도선수는 훈련과 경기에서 한계 상황에 빈번하게 직면한다. 태권도선수의 경기력에서 심리요인의 영향이 크고(Yun et al., 2006), 심리요인 중 정신력은 핵심 경기력 자원(Jeong & Kim, 2004; Jung, 2013; Kim et al., 2016;)으로 실제 경기에서 중시(Lee et al., 2015)되고 있다.
국내에서 정신력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논의의 연장 맥락에서 운동선수를 역경 극복의 표상으로 부각시킨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로 인해 정신력의 개념에는 선수가 경기에서 승리하려는 의지의 정도(Kim et al., 1998)나 정신적인 강인함(Chung et al., 1998) 등 정신적인 강인성이 내포되어 있다. 동시에 경쟁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하는 힘(Kim et al., 2000)이나 역경에서 승리에 대한 강한 성취 욕구에 의해 투지와 끈기를 발휘하는 능력(Kim, 2002) 등 승리를 목적으로 역경을 견디는 동기적 자원의 의미를 포함한다. 이처럼 정신력은 선수가 승리를 위해 역경을 극복하면서 수행을 지속하게 하는 심리자원으로 요약된다.
정신력의 구성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특히 문화적 맥락이 정신력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정신력의 하위요소로 자신감과 각성수준 및 태도, 시각화, 주의조절 능력, 동기수준, 긍정적 에너지(Loehr, 1982)와 같이 수행을 위한 전략 관련 변수를 제시한다. 여기에 승부욕과 몰입(Bull et al., 1996) 또는 도전과 통제(Clough & Earle, 2002) 등 개인의 내적요소를 추가하여 정신력을 다루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신력의 하위요소로 자신감, 투혼, 승부욕, 최선의 노력(Chung et al., 1998) 등의 변수가 제시되다 이후 자제력, 의지력, 분발력, 집중력(Kim et al., 2000), 인내, 끈기(Kim, 2002) 등 승리를 위해 역경을 극복하는 심리적인 강인함과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신력 연구는 정신력의 내용 중심으로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요약된다. 첫째, 정신력 개념화와 측정 도구 개발(Jones et al., 2002; Kim et al., 1998; Kim, 2002; Loehr, 1982) 등 정신력의 속성을 탐색한 연구, 둘째, 정신력과 리더십(Seo et al., 2014), 수행전략(Kim, 2009), 자기관리(Lim & Kim, 2008), 실패내성(Seong & Park, 2012), 주의형태(Park, 2000) 등 다른 심리 요인과 관계를 분석한 연구, 그리고 셋째, 경기력 수준(Jo & Um, 2004; Kim & Ha, 1995; Lee & Seong, 1992)이나 선수 특성에 따른 정신력의 양상(Kim et al., 2004; Kim et al., 2009)을 논의한 연구 등이다.
이처럼 정신력의 연구는 개념화나 도구개발, 다른 변수와의 관련성 등 정신력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내용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정신력의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신력의 내용은 물론 발현 맥락에 대한 이해 또한 중요하다. 즉 훈련이나 경기에서 선수가 한계 상황에 진입하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수행을 지속하는 과정과 같은 정신력 발현 맥락에 대한 관심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스포츠심리학 연구에서 맥락 반영의 필요성 제기(Yun, 2014)와 정신력의 형성과정 탐색 연구(Kim & Kim, 2015; Park, 2014) 등은 심리요인의 발현 맥락 주목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심리요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맥락 반영 관점에서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상황 특수성이 고려되기도 한다. 동일한 심리요인도 상황에 따라 유발요인이나 극복방법이 달라지고(Ha & Kim, 1996), 선수가 훈련이나 경기 상황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인 경험에는 차이가 있다(Kim, 2003). 또한 경기 진행에 따라 선수가 경험하고 활용하는 심리기술의 빈도가 달라지기도 한다(Kim et al., 2000; Lee & Gu, 2003). 이러한 맥락 가변성은 심리변수의 이해를 위해 내용은 물론 심리변수의 작용과 발현 맥락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상에 따라 본 연구는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현 맥락에 주목하여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을 탐색하고, 상황에 따른 정신력 발화요인의 영향을 비교할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본 연구가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에 대한 이해와 정신력 발현 맥락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휘를 촉진하기 위한 심리지원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연구방법
조사도구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을 탐색하기 위하여 개방형설문지를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개방형설문지는 정신력을 주제로 한 선행연구(Kim, 2002; Kim et al., 2010)를 고찰하여 초기문항을 구성한 뒤, 훈련장과 경기장을 방문하여 대학 및 실업선수를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진행하였다. 3차례에 걸친 예비조사 결과 선수들의 문항이해도나 응답의 적절성과 다양성이 수용 가능한 수준임을 확인하고 “당신은 무엇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정신력을 발휘하였습니까?”로 최종문항을 구성하였다. 문항에 대한 응답은 훈련과 경기 상황을 구분하여 작성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연구절차
본 연구는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을 탐색하고, 상황에 따른 정신력 발화요인의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 <Fig. 1>의 순서로 진행하였다.
먼저 자료 수집을 위해 선행연구 고찰과 3차례의 예비조사 그리고 전문가 조언을 통해 개방형설문지를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연구자가 훈련장과 경기장을 방문하여 설문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연구 참여에 대한 의사를 물었으며, 이에 동의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 진행 단계에서 연구자는 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였으며, 연구참여자의 설문작성시간은 약 25분가량 소요되었다.
개방형설문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전사하여 원자료로 확보하였다. 원자료는 의미분석을 통해 일치되는 자료를 통합하고, 내용의 유사성에 따라 세부영역과 일반영역으로 분류하는 귀납적내용분석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연구진, 태권도감독, 심리학 박사 2인이 참여한 전문가회의를 개최하여 검토하고, 내용타당도를 확인하였다.
이상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의 훈련과 경기에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영역별, 요인별 응답빈도비율을 산출하였다. 연구진과 태권도전문가 1인, 그리고 질적연구 경험이 있는 스포츠심리학 전공 박사 2인이 참석한 전문가회의를 개최하여 상황에 따른 정신력 발화요인의 응답빈도비율을 토대로 일반영역과 세부영역 수준에서 비교하였다.
연구결과 종합 단계에서 연구진, 태권도 전문가 1인, 스포츠심리학 전공 박사2인이 참여한 협의회를 거쳐 내용을 확정하였다. 이후 확정된 결과에 대해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연구진의 해석을 반영하여 논의하였다.
연구결과 및 논의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 탐색을 위한 개방형설문 결과, 총 748개의 원자료가 수집되었다.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다음의 이유로 발화된다.
훈련에서 정신력 발화
훈련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 탐색을 위한 개방형설문에는 총 379개의 원자료가 수집되었다. 수집된 원자료는 20개 세부영역으로 범주화하였으며, 세부영역은 목표의식, 보상기대, 외적압박, 사회적지지, 도전정신의 5개 일반영역으로 범주화하였다. 훈련에서 수집된 정신력 발화요인의 범주화 결과는 <Table 2>와 같다.
Table 2.
mental toughness ignitor in training
태권도선수는 훈련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경기대비, 목표, 성장, 꿈 등의 목표의식으로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특히 실력향상과 관련한 목표, 경기에 대비한 체중이나 컨디션 조절 목표 등 대회 준비를 위한 목표가 훈련 중 정신력 발화에 관여한다. 목표는 스포츠에서 선수의 훈련 태도가 바람직한 모습이 되도록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Kim & Kim, 2013). 또한 목표는 선수의 수행동기 향상은 물론 노력 투입을 촉진시키기도 한다(Locke, 1986).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한 목표에 따른 성취 의지가 노력을 배가시키는 순환(Kim, 2002)은 목표와 목표로 인한 노력 투입 과정에서 정신력 발화 가 구체화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태권도선수는 훈련 중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경기에서의 좋은 결과, 휴식, 진로, 사회적 인정, 금전 등의 보상기대를 하면서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개인의 성공적 수행이나 보상에 대한 기대는 노력지속과 내적동기에 정적 영향(Jeong & Park, 2007; So, 2013)을 미치는 운동참여 동기(Seong & Kim, 1996)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보상에 대한 기대가 선수의 동기 측면을 자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외적보상과 연결된 외적동기는 내적동기 약화와 수행불안 증가(Medic et al, 2007)의 위험을 내포하기 때문에 보상기대의 방향을 내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훈련 중 책임감, 경쟁자, 위협자, 기대부응, 위기의식 등의 외적압박을 통해서도 발화된다. 압박의 기저에는 직업선수로서의 책임감이나 팀 동료 및 동일 체급의 라이벌에 대한 경쟁심, 선배와 지도자에 대한 두려움 등 환경 특성이 자리한다. 실제로 선수는 팀 훈련 분위기에서 무언의 압박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압박은 정신력 형성기에 자기강화 및 투지를 증가시키는 원인(Kim & Kim, 2015)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력의 기저에 긍정심리자본이 매개한다는 사실(Yun & Jeon, 2015)을 감안하면 외적압박이나 통제로 인한 반응은 정신력 발휘보다 규제에서 오는 실패회피동기일 개연성이 있다.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훈련 중 가족, 동료, 지도자 등의 사회적지지로 발화되기도 한다. 주요타자의 지지는 개인에게 고마움 등의 긍정정서를 유발시켜 개인의 행동(Kim & Yi, 2009)과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Coleman & Iso-Ahola, 1992). 특히 태권도는 선수와 지도자의 상호지지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Kim et al., 2000)으로 지도자의 정서적 지지는 운동 몰입(Cho & Jeon, 2015)이나 노력의 촉진제(Yun & Jeon, 2013)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지지는 선수가 훈련에서 역경에 처했을 때 정신력을 발현의 기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훈련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한계추구, 자신과의 싸움, 승리욕 등의 도전정신에 의해 발화된다. 스포츠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연습을 하는 분야이다. 한계상황을 선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도전의욕을 발휘했을 때 분투노력이 나타나는데(Kim, 2002), 정신력 발현 맥락에서 선수가 한계상황을 도전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정신력 발화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훈련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선수가 역경 상황에 직면했을 때 목표의식을 가지거나, 추후 보상에 대한 기대, 그리고 주요타자의 지지에 대한 감사 등으로 인해 발화된다.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 탐색을 위한 개방형설문에는 총 369개의 원자료가 수집되었다. 수집된 원자료는 19개 세부영역으로 범주화하였으며, 세부영역은 보상기대, 도전정신, 사회적지지, 목표의식, 외적압박 등 5개 일반영역으로 범주화하였다.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의 범주화 결과는 <Table 3>과 같다.
Table 3.
mental toughness ignitor in competition
경기에서 태권도선수는 한계에 직면했을 때 훈련량, 경기결과, 사회적 인정, 금전, 진로, 휴식 등의 보상기대로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특히, 선수는 경기에서 자신이 견뎌온 훈련과정에 대한 생각과 좋은 경기결과,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 고양, 금전 혜택, 원하는 진로 등에 대한기대로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태권도선수는 훈련과 체중조절을 병행한 자신의 노력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기대하는 인고보상수반심정논리(忍苦報償隨伴心情論理)를 보인다(Choi & Jung, 2001). 이처럼 훈련량에 대한 보상심리가 정신력 발화와 관계되기도 한다.
경기에서 태권도선수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승리욕, 한계추구, 자신과의 싸움 등 도전정신으로 정신력을 발화시키기도 한다. 승리욕은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경기에서 정신력의 하위 개념(Chung et al., 1998; Kim, 2002)인 승부욕으로 구체화된다. 승부욕은 선수 스스로 심리적 고양을 통해 투지를 높이게 하는(Kim & Kim, 2015) 반면, 과도한 승부 집착으로 신체 및 정신적 고통을 증폭(Yo & Yi, 2004)시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경기에서 태권도선수는 역경에 처했을 때 가족, 동료, 지도자의 지지 등 사회적지지를 통해서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실제로 선수의 안정적 가정환경은 성장자원(Chang, 2011)이 되고, 부모의 관심 또한 정신력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Kim & Kim, 2015). 지도자 또한 선수의 정신력 형성에 토대(Kim & Kim, 2015)가 되기도 하는데, 지도자의 언어적 강화나 행동이 승부욕을 작동(Shin et al., 2001)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주요타자자의 지지는 정신력 발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목표의식 또한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태권도선수에게 경기는 자신의 꿈이나 목표, 발전된 자아상을 구체화하고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목표설정은 선수의 긍정적 상황평가와 관련된 전략(Jung & Lee, 2013)으로, 집중력이나 자신감을 향상시키는(Chung, 2006) 동시에 정신력 형성의 핵심 맥락조건(Kim & Kim, 2015)이기도 하다. 경기의 역경에서 목표로 견인된 선수의 성취의지(Kim, 2002)가 정신력 발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경기 중 책임감, 기대부응, 위기의식, 위협자 등의 외적압박으로 인해 발화된다. 태권도선수는 경기에서 자신은 물론 소속팀의 명예나 주요타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경험한다. 실업팀선수의 경우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정신력을 발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절박감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처벌이나 두려움을 조장하는 방법으로 선수의 생각이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있겠지만(Megeau & Vallerand, 2003; Weinberg & Gould, 2005),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제전략은 선수의 정서와 동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Song et al., 2016).
이상을 종합하면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은 선수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기반으로 주요타자의 사회적 지지에 힘을 얻거나 경기결과로 인한 추가적 보상기대, 그리고 한계 상황에 대한 도전적 태도 등으로 인해 발화된다.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의 차이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의 응답빈도비율을 일반영역과 세부영역에 따른 비교 결과는 다음과 같다.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의 일반영역의 비교 결과는 <Fig. 2>와 같다. 훈련에서는 목표의식과 외적압박이 정신력을 발화요인으로 응답빈도비율이 높은 반면, 경기에서는 보상기대와 도전정신이 높다. 한편 사회적지지는 훈련과 경기 상황에서 응답빈도비율이 유사하다.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 응답빈도비율의 평균은 보상기대 31.3%, 도전정신 23.0%, 목표의식 17.3% ,사회적지지 14.8%, 외적압박 13.7% 순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태권도선수들이 운동을 하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외적인 보상 기대와 도전이나 목표의식 등 내적 동기 중심으로 고통을 이기는 대응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을 보여준다. 외적보상으로 인한 동기의 소진이 주로 논의(Song et al., 2016)되지만 선수가 역경을 이기는 현실적 자원 중의 하나가 외적보상에 대한 기대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반면 외적 압박에 의한 정신력 발화가 확인되기는 하였으나 가장 낮은 응답빈도비율을 보인다. 통제 전략으로 선수의 자율성이 제한될 경우 정신력이 약화(Song et al., 2017)될 수 있음을 감안해 정신력 발화 전략으로 활용 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 응답빈도비율의 차이의 절대치는 목표의식 18.1%, 도전정신 17.4%, 보상기대 13.9%, 외적압박 12.2%, 사회적지지 0.8% 순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목표의식, 도전정신, 보상기대, 외적압박이 상대적으로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으로 다른 양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추정하게 한다. 반면 사회적지지는 훈련과 경기에서 응답빈도비율이 유사한데, 이는 선수의 정신력 발화에서 사회적지지가 환경이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불변요인(Yun & Jeon, 2015)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 세부영역 응답빈도비율의 비교 결과는 <Fig. 3>과 같다. 훈련에서 정신력 발화 세부요인의 응답빈도비율은 경기결과, 가족, 목표, 경기대비, 책임감이 높게 나타나고, 경기에서는 승리욕, 훈련량, 가족, 경기결과, 사회적인정, 한계추구 등이 높게 나타난다. 경기결과나 가족은 훈련과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정신력 발화요인으로 높은 응답빈도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목표, 경기대비, 훈련량, 승리욕은 경기와 훈련에서 응답빈도비율의 차이를 보여 정신력 발화 세부요인의 상황 특수성을 반영한다.
훈련에서 선수가 역경에 직면했을 때 정신력 발화 세부요인의 응답빈도비율은 경기결과(16.6%), 가족(12.9%), 목표(9.5%), 경기대비(9.5%), 책임감(7.4%), 한계추구(6.6%), 라이벌(5%) 등으로 나타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훈련에서 태권도선수는 경기결과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역경을 이겨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며 선수의 정신력 발화를 위해 경기결과에 대한 기대나 도전정신 프레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경기에서 선수가 역경에 직면했을 때 정신력 발화 세부요인의 응답빈도비율은 승리욕(22.8%), 훈련량(14.4%), 가족(11.4%), 경기결과(10.3%), 사회적인적(6.5%), 한계추구(6.5%) 등으로 정신력이 발화되고 있다. 태권도선수는 경기에서 역경에 처했을 때 승리에 대한 갈망이 역경을 이기는 힘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훈련과정에서의 철저한 준비가 정신력 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훈련에서 정신력을 발휘한 결과가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의 동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세부영역의 응답빈도비율은 훈련과 경기에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가족(훈련 12.9%, 경기 11.4%)과 경기결과(훈련 16.6%, 경기 10.3%)는 훈련이나 경기 상황과는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높은 응답빈도비율을 보이고 있다. 경기결과에 대한 기대는 태권도선수가 훈련이나 경기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가족의 지지는 역경 상황에서 선수에게 극복 의지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훈련에서 태권도선수는 역경에 직면했을 때 가족을 생각하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경기결과를 기대하며, 목표를 향해 가면 정신력이 발화되어 역경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경기에서는 태권도선수가 역경에 직면하더라도 훈련량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긍정적 경기결과를 기대하고, 이기고자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이 과정에서 가족의 고마움을 생각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정신력의 발현 맥락에 주목하여 훈련과 경기에서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탐색하고, 상황에 따른 정신력 발화요인의 영향을 비교할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첫째, 태권도선수는 훈련이나 경기 상황에서 역경에 직면했을 때 목표의식, 외적압박, 보상기대, 도전정신, 사회적지지로 정신력을 발화시킨다. 훈련과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요인의 응답빈도비율을 평균하면 보상기대(31.2%), 도전정신(23%), 목표의식(17.2%), 사회적지지(14.8%), 외적보상(13.7%)의 순으로 나타난다. 보상기대가 가장 높은 빈도비율을 보이는 사실은 성과중심주의 체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의 영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훈련에서는 목표의식, 보상기대, 외적압박, 사회적지지, 도전정신 순으로 응답빈도비율이 나타난 반면, 경기에서는 보상기대, 도전정신, 사회적지지, 목표의식, 외적압박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권도선수가 훈련에서 역경에 직면했을 때 선수 스스로나 주요타자가 선수의 목표를 확인이나 성취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게 하고, 경기에서는 선수 스스로 보상을 기대하거나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 정신력이 발화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셋째,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은 상황에 따라 응답빈도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세부영역 중 경기대비와 경쟁자는 훈련에서만, 훈련량은 경기에서만 도출된 발화요인이며, 목표의식과 외적압박은 훈련에서, 보상기대와 도전정신은 경기에서 응답빈도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정신력 발화요인의 상황 특수성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결과는 훈련이나 경기에서 정신력 발화를 위한 고려 요소가 달라져야 함을 시사한다.
넷째, 태권도선수의 정신력 발화요인에 일반성이 존재한다. 경기결과와 가족은 훈련이나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높은 응답빈도비율을 차지하고, 사회적지지도 정신력 발화요인으로 유사한 응답빈도비율을 나타낸다. 이는 사회적지지가 정신력 발화와 관련하여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불변심리자원임을 암시하며, 태권도선수에게 가족이나 지도자, 동료의 사회적지지는 역경에 처했을 때 상황에 무관하게 선수의 정신력을 발화시키는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태권도계는 태권도선수를 대상으로 가족과의 관계는 물론 지도자와 팀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안정적인 사회적지지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상을 토대로 후속연구에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본 연구는 정신력의 발현맥락에 주목하여 정신력 발화요인을 탐색하였다. 또한 훈련과 경기의 상황 특수성에 따른 정신력 발화요인의 영향력을 추정하였다는 점에서 정신력이 요구되는 현장에 정신력 발화를 위한 개입방법 개발에 단초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훈련에서는 목표의식이나 외적압박을 반영한 프로그램, 경기에서는 보상기대나 도전정신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정신력의 발휘 촉진 프로그램의 효과나 상호작용 결과 확인은 정신력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것이다.
둘째, 정신력 발화요인 중 사회적지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지지는 훈련이나 경기 상황에서 유사하게 높은 응답빈도비율을 차지하는 정신력 발화요인으로 상황에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선수의 정신력 발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회적지지가 태권도선수의 훈련이나 경기 상황에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첫 단계에 작동하는 대응자원일 개연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사회적지지가 다른 정신력 발화요인의 점화제일 가능성도 추론해볼 수 있다.
셋째, 심리변수의 발현맥락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자료수집 방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개방형설문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는데 정신력의 복합성을 감안한다면 개방형설문으로 정신력의 발현맥락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 또한 개방형설문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료가 내포한 실제적인 의미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추가적인 자료수집 방법을 활용하여 발현맥락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른 정신력 발현의 과정에 대한 심층 이해를 내용으로 하는 후속연구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가 훈련이나 경기에서 선수의 정신력 발화에 대한 이해와 스포츠심리학 연구에서 심리요인 발현 맥락에 대한 관심의 계기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선수의 정신력 발화를 위한 심리적 지원방법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