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연구방법
연구 참여자
Table 1.
Characteristic of participants
자료 수집
Table 2.
Categorization of in-depth interview Questions
자료 분석
Table 3.
Conceptualization of research data
연구의 진실성
프로야구 지도자의 고뇌와 보람
프로야구 코치의 위치
지도자로서의 위치
코치직을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코치는 원래 선망의 대상이다. 선수 생활을 끝낸 많은 사람들이 하려고 하는 걸 보면 ‘꽃 보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듯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면 누가 하려고 하겠나(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선수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최저 연봉도 올라갔고, FA로 100억 넘게 버는 선수도 나왔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는 추세다. 이에 비해 코치 쪽은 아직 크게 틀을 못 깨고 있는 것 같다. 다년 계약이나 금액 부분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몇몇 구단들은 여전히 “너희 아니라도 코치 할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능력에 따라 확실히 대우해 주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어떤 코치가 되어야 하나
코치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위상과는 별개로 코치들도 살아남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는 선수들에 대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전수하면 됐다. 요즘에는 그런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인정을 못 받는다. 내가 운동할 때만 해도 지도자들이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라고 하면 무조건 “예” 하는 분위기였다. 요즘 선수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요즘 코치들은 내가 공부를 안 하면 뒤처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선수에 대한 깊은 이해
다가서기
예전에는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게 좋은 코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선수를 망가뜨리지 않는 게 좋은 코치다. 코치 잘못 만나, 또는 코치와 잘 맞지 않아 제대로 야구 인생을 꽃피우지 못하고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다. 좋은 코치가 되려면 우선 선수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내가 거짓말을 해도 선수들 나를 믿을 정도의 신뢰감을 주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처음 봤을 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다. 분명히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었지만 실력을 표출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처음엔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봤다. 군소리 없이 묵묵히 잘 따라왔다. 하지만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변에 어필을 잘 못했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마음을 열기 위해서 먼저 대화가 필요했다. 한번 두 번 조금씩 다가갔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혼자 어렵게 야구했던 얘기, 가족 간의 문제 등을 털어놨다.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애착이 더 갔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선수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선 아이들과 식사를 많이 해야 한다. 식사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한 식구이기 때문이다. 식구는 밥을 같이 먹는데 이 행위는 너와 나는 특별한 관계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라는 책에 보면 사람을 설득할 때 교감을 얻으려면 식사를 해야 한다는 글이 나와 있다.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건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문제와 해법 찾기
2004년 처음 코치가 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워다. 첫 번째는 가장 먼저 출근하기다. 오후 6시 반 경기가 있으면 오전 9시 반에 출근했다. 두 번째는 1년에 책을 100권 읽는 것이다. 그때부터 해왔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 독서를 하며 1년에 100권을 충분해 볼 수 있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선수에게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오래 유심히 보다보면 사소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얼굴 표정이 안 좋거나, 행동이 좀 이상하면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거다. “집에 무슨 일 있니?” 이렇게 물으면 처음엔 아니요 라고 해도 조금씩 더 다가가면 언젠가를 이야기를 한다.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공부, 그리고 연구
교육자로 거듭나기
A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아예 말을 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스스로 이겨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니까. 오히려 잘하고 있을 때 부담을 주는 편이다. 그 기량을 유지할 수 있게 푸시를 하는 거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태도나 행동거지에 대한 간섭이다. 너무 잘하게 되면 선수들은 갑자기 기분이 붕 떠 있곤 한다. 잘난 척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불러다가 따끔하게 혼을 낸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코치생활을 하면서 갖고 있는 철칙이 하나 있다. 선수가 인사하면 무조건 나도 같이 인사하는 것이다. 선수 때 나도 숫기가 없는 편이었다. 운동장에서 코치님들한테 인사를 해도 무시를 당하거나 그분들이 모른 척하면 상당히 상처가 됐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이 부분만큼은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이게 정말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한 3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인사만 하는 걸 봐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파악이 되더라. (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2012년부터 3년간 전담을 했다. 입단 때부터 신체조건 등 하드웨어가 너무 뛰어났다. 시간이 걸려도 좋은 선수가 될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1대 1로 전담마크 하기 전까지 B를 유심히 지켜볼 시간이 있었다. 덕분에 뭐가 부족하고, 뭐를 가다듬으면 된다는 나만의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코치가 선수들 잘 알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B를 처음 맡을 때부터 2년째, 3년째를 어떻게 지도해야겠다는 장기 계획이 있었다. 이제 겨우 잘 되겠구나 싶었는데 내 보직이 갑자기 바뀌면서 손을 놓게 됐다. 이 때문에 B의 성장이 다소 정체된 부분이 있다. 천재 선수가 아닌 한 선수 지도에는 연속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연속성이 없어지면 기량이 올라오다가 멈추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도 있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선수의 신뢰 얻기
많은 선수들을 지도하다 보니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첫 번째는 충분한 연습량이고 두 번째는 눈앞에 보이는 성과다. 그런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절대로 많은 연습량을 가져갈 수가 없다. 힘은 들어도 성과가 나와야 덜 힘들 수 있는 거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좋은 성과로 연결되면 힘든 것도 잊을 수 있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성과는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C 같은 경우엔 한 번 궤도에 오르니까 더 이상 내가 할 게 없어졌다.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게 됐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내가 1군 코치로 왔을 때 C는 야구를 포기할 정도로 다운되어 있었다. 일단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최고 구속은 150km를 넘는데 한 번 던지면 그 다음날은 어깨가 아파서 아예 공을 못 던졌다. C를 붙잡고 설득을 했다. ‘너는 야구를 잘하는 게 목표나? 아니면 공이 빠른 게 목표냐’고 물었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럼 내가 야구 잘하게 해줄게 라고 말했다. 그리고 함께 폼을 바꾸기로 했다. C는 원래 사이드암 투수인데 좀 팔이 높은 하이 사이드암이었다. 그걸 팔을 좀 낮춘 로우 사이드암으로 바꿨다. 이전까지의 C는 구속에 집착했다. 체격이 그리 크지 않은데 온 힘을 다해 던지려다 보니 팔의 높이도 높아졌던 것이다. 그렇게 던지니 아파서 다음날 못 던졌던 거다. (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요즘 애들이 그렇다. 애들이 물어봤을 때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애들의 질문에 답을 구해 와야 한다. 현대 야구는 옛날 야구와 다르다. 우리 팀 투수코치가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는 변화구를 던질 때 “그립을 이렇게 잡으면 된다”고 가르쳤다.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가르치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의 그립이고, 저런 방식은 커트 실링(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스타 투수)의 방식이다. 너는 어떤 식으로 던질래”하는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성공과 실패에 관한 고찰
동고동락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가 나래를 펼 수 있는 분위기다. E의 경우 전 소속팀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가 팀을 옮긴 뒤 정신적인 틀을 깰 수 있었다. 새 팀에 가서는 난생 처음 3할도 치고 20홈런도 기록했다.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 어떤 팀에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게 바뀔 수 있다. 아마 스스로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이 나중에 E가 지도자가 됐을 때 좋은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확 한 단계를 올라오는 계기라는 게 있다. A가 그랬다. 원래 그해에는 다른 선수들이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되어 있었다. 당시 소속팀 감독님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 고생한 A에게 1군 맛이나 보여주고 2군에 보내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막전인가에 선발로 출전을 시켰다. 목동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 경기에서 A가 홈런을 쳤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이튿날 다시 선발로 내보냈는데 그 경기에서도 또 방망이를 잘 쳤다. 갑자기 위상이 확 바뀌었다. 수비는 어떻게든 만들어내면 되니까 공격력으로 가 보자고 하셨고 A가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게 됐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처음 F를 봤을 때 공이 참 좋았다. 그런데 그 좋은 공을 갖고 경기만 나가면 얻어맞더라. 혼자서 왜 그럴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투구판 위치가 번개처럼 떠올랐다. F는 사이드암 투수인데 원래 3루 쪽을 밟고 공을 던졌다. 그러다보니 좋은 공은 볼 판정을 받고,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은 통타를 당했다. 그래서 1루 쪽을 밟고 던지도록 설득했다. 이게 바로 수십 억 원짜리(FA 자격을 얻은 F가 팀을 옮기면서 받은 금액)가 된 거다. 요즘도 대구에서 만나면 F가 저녁을 산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반성과 도전
지금도 G 선수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G를 처음 본 건 2006년쯤이었다. 굉장히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초킹이 왔다. 초킹은 골프의 입스와 비슷한 거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처럼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그걸 잡아보려고 별 걸 다 해봤던 거 같다.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G는 나중에 팔의 위치를 내린 뒤 안정감을 찾았는데 당시는 나도 팔의 위치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런 통찰력이 없었던 거 같다. 그냥 열심히 이것저것 다 해봤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G 덕분에 내가 코치로서 눈을 뜬 거 같다.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만 보이는 게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H라는 선수가 있었다. 걔가 올해 방출됐다. 참 재능이 있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입스가 왔다. 투수한테 공을 잘 못 던졌다. 그걸 못 고쳐준 게 마음이 아프다. 사실 입스는 심리적인 부분이다. 주변에서 편하게 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별 걸 다해본 거 같다. 관심이 부담스러울 거 같아 그냥 놔둬 보기도 하고, 또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켜보기도 하고. 사실 나도 선수 시절 입스가 온 적이 있다. 정말 방법이 없다. 모든 걸 잊고 혼자 미친놈처럼 해야 벗어날 수 있다. 내가 겪은 과정도 다 이야기해주고 했는데 결국 못 이겨내더라. 안타깝고 미안하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솔직히 나도 어떤 코치가 되어야 할지 정립을 못한 채 코치가 됐다. 선수 때의 생각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좋은 코치가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게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선수 때는 늘 받기만 했다. 내가 필요한 걸 팀에서 다 해줬다.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코치가 돼서 뭘 주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처음 2년은 그냥 흘려보낸 것 같다. 한국에서 코치를 그만두고 자비로 2년간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연수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코치는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먼저 일어나고 많이 공부하면 선수들이 먼저 느낀다. 코치는 감독을 속일 수 있다.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면 된다. 하지만 선수는 속일 수 없다. 선수들은 그 코치가 능력이 있는지, 마음으로 나를 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첫 번째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인문학은 사람 공부다. 선수들은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니까 인문학을 해야 한다. 제일 먼저 사람 공부부터 해야 한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코치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은 감정 표현을 자제할 수 있는 자기 컨트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선수들이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지도자가 감정 조절을 못해서 툭 던진 얘기가 어떤 선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막상 승부의 세계에 있다보면 그 부분이 정말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 그런 부분을 잘 해야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느낀다(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