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구방법
연구참여자
조사도구 및 자료수집
자료분석 및 자료의 진실성
연구결과 및 논의
억압적 인사문화
선배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인사해요. 인사 안 하고 가면 욕 먹거든요. 밥먹으러 갈 때도 마주치면 인사하고. 모르는 선수라도 선배 같으면 일단 그냥 인사하죠. 그리고 라커든지, 식당이든지, 클럽하우스든지, 들어가서 선배들이 있으면, 한 바퀴 돌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하고 앉아서 볼일 봐요. 어릴 때부터 몸에 배였던 거 같아요. 이런문화가. (황경숙)
시합가서 시합에 집중해야 하는데, 선배들에게 먼저 인사하러 다녀야 하고, 그렇게 안 하면 욕먹고. 한번은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인 줄 알고 인사 안 했는데, 나한테 와서 “너 왜 나한테 인사 안 하니?”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아차 싶었죠. (정진숙)
시합장에서 인사 안 하면, 시합 다 끝나고 난 뒤 라커로 불러서 혼내요. 선배 친한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아까 왜 인사 안 했니?” 하면서 갈구죠. (김주현)
예전에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선배가 후배 한 명이 인사 안 한다고 혼냈는데, 그 뒤에도 계속 인사를 안 해서, 혼내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됐었나 봐요. 그러다 결국 선배가 후배를 폭행해서 코뼈가 부러지는 일이 발생한거죠. 형사고발 당하고 그랬죠. (이민영)
처음 투어 뛰는 애들은 인사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선배들 입장에서 인사 안 하면 싸가지 없거나 인상을 안 좋게 보고 집합을 시켜서, 여러 선배가 있는 상태에서 인사 안 한 신입을 혼내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만약 시합이나 연습 끝나고 후배 행동이 맘에 안 들면, 라커룸에 들어와서 혼내죠. 많이 봤어요. (정진숙)
이런 경우도 있어요. 시합장에서 인사를 안 하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선배 선수가 후배선수를 ‘알까기’로 실격시켜버리죠. 한번은 8번 홀 파쓰리에서 백스윙하려고 하는데, 선배가 걸어와서 방해했어요. 그래서 “언니, 칠 때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는데, 언니가 “쟤 뭐라니?” 하면서 화내더라고요. 그리고서 언니가 “선배한테 부탁할 때는 정중하게 해야지, 싸가지없게 명령조로 얘기를 하냐”라고 하더라고요. (이송희)
후배의 선배 눈치 보기
연습그린에서 연습할 수 있는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요. 보통 30~40명, 1부 투어 시즌 때는 20명 정도. 연습그린에서 내가 연습하고 싶은 방향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근데 좋은 자리들은 선배들 위주로 먼저 차지하니까, 그 자리에 언니들이 있으면 그냥 다른 곳에서 연습하죠. 그게 속 편해요. 만약 같은 선상에서 연습하고 있다면, 선배가 한마디 할 수도 있어요. (김주현)
선배가 연습그린에서 연습할 때, 라인을 지나가거나 하면 혼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선배가 준비 동작 들어가거나 했을 때, 혹시라도 공이 지나가면 째려봐요. 나도 그린 체크 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그린 가운데에는 선배들이 있으면 그냥 사이드에서 연습하죠. (임소희)
제가 입문했을 때 군기가 엄청 심했어요. 연습장에 가면 후배들은 구석에서 연습해야 하죠. (나수진)
퍼팅하기 전에 가끔 퍼팅 연습할 수 있잖아요. 근데, 선배가 갑자기 “너 퍼터로 스트로크했지? 나 지금 퍼팅하고 있는데, 왜 하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뒤에, 안 보이는 곳에서 했는데. 그래서 그다음 홀부터 멘탈 나가서 아무것도 못 했죠. (황경숙)
만약 시합에서 경기 지연 플레이를 하게 되면 경기위원이 “빨리 가주세요”하고 한번 경고를 줘요. 근데 그 원인이 후배라면 엄청나게 혼나죠. 그리고 빨리빨리 하라고 눈치 주고, 카트에서 조원들에게 “얘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하면서 창피를 주기도 해요. 이러한 것들이 경기하는데 지장을 주지만 참을 수밖에 없죠. (김주현)
선배에 의한 집단 따돌림
선배들에게 후배가 싸가지 없다고 인식이 되면 몇 몇 선배들은 같은 팀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저 후배 싸가지 없다고 말을 해서 싸가지 없는 선수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만들어요. 그런 식으로 소문이 퍼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는 거죠. 한 예로, 제가 A선수와 같은 팀일 때, B선배라고 있었는데, A선수가 시합에서 샷 티를 안 가져온 거예요. 그래서 B선배에게 “언니 샷 티 좀요”라고 한 거예요.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데, B선배는 안 좋게 받아들인 거예요.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 뒤로 A선수가 투어생활하는데 불편한 일들이 많았죠. (황경숙)
투어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은 서로 다 알고 지내기 때문에, 만약에 예민한 선배 한 명한테 잘못 보이면 그 선배 주변 사람들한테 뭐 어떤 상황이든 “저 후배는 원래 성격 안 좋대” 등으로 소문을 내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버리면 생활이 힘들어지죠. 특히 싸가지없다고 찍히면 선배들이 투명인간 취급을 하기도 하고, 어떤 선배들은 수군대고, 갈굼을 당하기도 하죠. (정진숙)
만약 한 후배가 선배들한테 찍히게 되면, 다른 선수들이 그 후배랑 같이 엮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죠. 왜냐하면, 그 후배와 엮였다는 이유로 금방 소문이 날 테니까요. 그래서 대부분 조금 문제 있는 선·후배는 피하는 경우가 있어요. (김주현)
외국 유입 선수와 KLPGA 투어 내 서열문화
예전에 A선배가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1부 투어에 왔는데 항상 자신감 넘치고, 소신 있게 다녔어요. 근데 요즘엔 일단 한 바퀴 돌면서 인사하고 다녀요. 주위에서 엄청 욕을 먹고 다니다가 결국 인사하게 된 거죠. (임소희)
한 친구가 외국에서 생활을 오래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투어에 참여하게 된 거죠. 선·후배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뛰었죠. 근데, 선배들이 그 친구를 불러서 계속 혼을 낸 거예요. 그 당시에는 힘들어했는데, 세월이 흐르니까 반대로 적응을 하더라고요. 자기도 이제 선배가 된 거죠. 근데 그 친구는 아직도 이런 문화를 이해 못하더라고요. (정진숙)
제 친구 중에 호주 국가대표였던 선수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한국 투어에 참여하기 싫어했는데, 부모님이 도전해 보자고 해서 온 거죠. 생김새만 한국 사람이지 호주인이거든요. 마인드가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 투어의 서열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서 선수 생활하기 싫다고 하고 결국 돌아갔죠. (김주현)
부모에 의한 수용
1부 투어에 선수들 부모님은 같이 따라다니시기 때문에 서로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인 딸이 선배들한테 혼나고 욕먹는 걸 들어도 부모님들은 그냥 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나중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황경숙)
부모님께 불편하고 힘든 상황들을 설명해도 부모님들은 어차피 시합장에 나가면 또 보게 될 테니까 참아보라고 하세요. 괜히 불만을 얘기했다가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그냥 눈치 보면서 넘어가죠. (정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