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철학의 연구동향: 『한국체육철학회지』를 중심으로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review was to examine research trends of sport-philosophical articles published in <Journal of Korean Philosophic Society for Sport and Dance>. All articles from the years 2005 through 2014 published in <Journal of Korean Philosophic Society for Sport and Dance> were analyzed by research method and by research domain of the philosophy of sport. Results show that the number of literature analysis concerning the research methodology for the philosophy of sport was larger than that of survey research and observational research. This means that the main research methodology of the philosophy of sport is a literature analysis. In terms of the domain of philosophy of sport, the rates of metaphysical research was larger than that of the other domains. This means that the main domain of philosophy of sport is metaphysics. On the other hand, the rates of epistemological research was smallest. This means the lack of self-reflection in philosophy of sport.

국문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움직임의 철학: 한국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체육철학 분야 연구 논문들을 분석하여 최근 10년간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향후 체육철학 연구에 의미 있는 기초자료를 제시하는데 있다. 이를 위하여 우선 해당기간 동안 게재된 총 510편의 연구물을 선정하였으며, 이것들을 연구방법과 연구영역 두 측면으로 나누어 그 동향을 분석하였다. 연구영역은 체육철학의 분류기준에 따라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 세 영역으로 분류하여 각 영역별 연구동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연구방법 측면에서 이론연구의 비율이 높았고(448편, 88%), 경험연구의 비율은 낮았다(62편, 12%). 경험연구는 대부분 질적 방법(59편. 95%)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양적 방법에 의존한 연구는 소수(3편, 5%)였다. 연구영역 측면에서 형이상학적 연구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274편, 54%), 다음으로 가치론적 연구(215편, 42%), 그리고 인식론적 연구(21편, 4%)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연구결과는 체육철학이 강한 현실참여의욕과 연구의욕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욕은 약하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성찰성의 결여는 자칫 학문적 질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체육철학의 향후 과제로서 부단한 자기지시적 작동과 자기성찰을 제시하였다.

서론

체육철학의 연구 성과를 정리함으로써 이 학문분야의 좌표를 확인하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 체육철학 연구의 현황과 실태가 어떠한지, 어떤 영역의 연구가 미진하거나 어떤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지, 어떤 부분들에 더 치밀한 논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철학은 성격상 자기 반성적이고 성찰적인 학문이기에 체육학의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학문의 연구동향, 과제, 정체성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 온 편이다. 체육철학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체육철학의 동향과 과제, 정체성을 검토하는 일을 해왔다. 최초의 시도는 정응근(1996)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탄생 50주년 기념 논문집인 『체육학의 성과와 과제』에 「체육철학의 성과와 과제」라는 글을 실었다. 정응근은 이 글에서 개론적으로 체육철학의 시작과 현재 상황을 대략적으로 소개하였다.
송형석과 양진방(1996)은 「체육ㆍ스포츠에 관한 철학적 연구 경향」에서 『국제스포츠철학회지』(1974-1990)를 대상으로 체육ㆍ스포츠에 관한 철학의 연구동향을 시대별, 영역별로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은 체육철학의 연구영역을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으로 삼분한 후 각 영역별 내용 분석을 시도했으며, 체육철학 연구가 자기성찰에 소홀했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에 머물러왔으며, 체육학의 개별과학적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개념의 명료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이학준(2000; 2002)은 「한국 체육ㆍ스포츠철학의 오늘과 내일(1)」에서 체육철학의 연구영역을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으로 나누어 분석한 후, 체육철학의 과제를 다음 일곱 가지로 요약, 제시하였다. 즉 체육철학은 첫째, 번역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고, 둘째, 학회들의 통합적 활동과 각 연구회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하며, 셋째, 정보공개를 위해 노력해야하고, 넷째, 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논문심사를 강화해야하며, 다섯째, 논문을 작성함에 있어서 철학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체육연구에 적용해야하고, 여섯째, 학술적 연구의 원칙을 준수해야하며, 일곱째,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김홍식(2009)도 「한국 체육철학 연구의 성과와 과제」에서 체육철학 연구영역을 존재론, 인식론, 가치론으로 분류, 분석하였으며, 체육철학연구에서 설(設)은 풍요하지만 논(論)은 빈곤하다고 비판하고, 주제 측면에서 교육철학과 과학철학에 관한 연구가 확대되어야 하며, 형식 측면에서 논증과 선험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 논문은 이와 같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지난 10년 동안 체육철학의 연구동향을 알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체육철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인 『움직임의 철학: 한국체육철학회지』(이하 『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을 중심으로 체육철학의 연구동향을 살펴볼 것이다.

연구방법

체육철학의 연구 동향을 분석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분석대상과 분석내용의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체육철학의 분석 범주를 정하는 일, 분석 저술의 범위를 정하는 일, 분석의 세부 내용을 정하는 일 등이 포함된다.
먼저, 분석대상과 관련하여 체육철학의 범주를 정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체육철학의 동향을 분석할 때, 가장 먼저 당면하는 문제는 ‘체육철학’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학자마다 체육철학을 보는 관점이 상이하며, 실지로 학자에 따라 체육철학은 체육사상사 혹은 체육사상가를 연구하는 것, 체육에서 추구해야 할 목적이나 가치를 추구하는 것, 체육이나 스포츠 개념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명료히 하는 것, 체육과 관련된 문제를 철학적으로 논의하는 것 등으로 다양하게 규정된다. 그러므로 체육철학의 범주는 이러한 체육철학의 성격을 포괄할 필요가 있다.
체육철학의 범주를 정했다고 하더라도, 체육철학의 범주에 속하는 저술은 학위논문, 학술논문, 저서, 번역서 등 광범위하다. 이와 같은 모든 저술이 체육철학의 성과이기는 하지만 이 모두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시간제약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논문에서는 분석 저술의 범위를 『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체육철학 관련 연구물’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 이것은 국내 유일의 체육철학관련 전문 학술지로서 체육철학연구자들의 전체 관심사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고, 그런 이유에서 한국 체육철학의 연구동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체육학회지』, 『한국사회체육학회지』, 『한국무도학회지』 같은 학술지에도 적지 않은 체육철학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지만 시간상의 제약으로 이 모두를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체육철학회지』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반부에는 체육철학 관련 연구물이, 후반부에는 무용 관련 연구물이 실려 있다. 무용관련 연구물은 체육이 아닌 무용에 관한 연구물이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상의 근거와 이유에서 이 논문에서 최종 분석 대상이 된 체육철학 연구물은 지난 10년(2005.6~2014.12) 동안 『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510편이다.1)
다음으로 체육철학 연구동향을 분석할 때 분석의 내용, 즉 어떤 측면에서 분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연구방법과 연구영역 두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은 이론적 연구와 경험적 연구로 나누어 질 수 있고, 경험적 연구는 다시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로 양분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연구방법의 동향을 이론적 연구, 질적 연구, 양적 연구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것이다. 연구영역은 철학의 가장 일반화된 분류 기준인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의 구별에 따라 아래 <표 1>과 같이 분류할 것이다.
표 1.

체육철학 영역에 따른 연구동향 분석 범주

영역 주제
Ⅰ-1 언어 연구 개념, 정의, 용어, 명칭
Ⅰ-2 규범 연구 본질, 의미, 의의, 가치, 방향, 정책
Ⅰ-3 사상 연구 사상, 사상가, 철학자, 고전
Ⅰ-4 기타 연구 철학적 탐구, 역사, 명분, 정신, 정서, 기질, 위기, 이미지, 구조
Ⅱ-1 체육학 체육학, 무도철학, 스포츠인류학
Ⅱ-2 체육철학 체육철학
Ⅲ-1 윤리학 도덕, 윤리, 페어플레이, 스포츠맨십
Ⅲ-2 미학 미적 체험
Ⅲ-3 사회철학 비판이론, 문화이론, 이데올로기분석, 담론분석, 페미니즘, 포스트모던의 관점에서 고령화, 헤게모니(권력), 팬, 미디어, 저널리즘, 테크놀로지, 차별과 불평등, 일탈,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자본주의, 의사소통, 입시, 위기, 신자유주의, 후기산업사회, 정보화시대, 사회복지, 세계화
위 <표 1>에 나타난 제Ⅰ범주는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물들이고, 제Ⅱ범주는 인식론에 관한 연구물들이며, 제Ⅲ범주는 가치론에 관한 연구물들이다. 이 세 가지 범주 구분은 철학의 일반적인 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다. 철학의 연구영역은 학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철학, 실천철학, 시학으로 나누었으며, 칸트는 논리학, 윤리학, 미학으로 분류했고, 헤겔은 논리학, 자연철학, 미학으로 범주화했다. 그러나 철학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분류는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의 삼분 방식이다. 형이상학은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는 모든 존재 또는 존재자를 탐구하며, 인식론은 이와 같은 대상이 어떤 인식과정을 거쳐 앎으로 이어지는지 탐구하고, 가치론은 인식작용의 결과인 앎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한다. 체육과 스포츠에 관한 철학적 연구 역시 이 분류방식을 가장 많이 따르고 있다(Osterhoudt, 1976; Morgan & Meier, 1988; 송형석과 양진방, 1996; 이학준, 2002; 김홍식, 2009).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물들이 속해있는 제Ⅰ범주는 체육과 스포츠 관련 언어를 규정하는 논문, 체육과 스포츠의 본질이나 추구해야할 방향과 정책 등을 탐구하는 논문, 철학자나 사상가의 사상에 관한 논문, 기타 논문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인식론에 관한 연구물이 속해있는 제Ⅱ범주는 체육학의 자기성찰 관련 논문과 체육철학의 자기성찰 관련 논문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치론적 연구물이 속해있는 제Ⅲ범주는 윤리학적 연구물, 미학적 연구물, 사회철학적 연구물을 포함하고 있다.
이 구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형이상학적 연구에 포함시킨 규범 연구와 가치론적 연구의 내용적 중복성이다. 철학의 연구영역을 구별하는 일이 칼로 물건을 자르듯이 그렇게 깔끔하게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중복은 피할 수 없다. 요즘은 형이상학적 연구와 가치론적 연구의 중복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연구와 인식론적 연구의 중복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철학계에서 구성주의적 관점이 자리를 굳혔고, 이와 함께 연장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나타나는 순간 사라지는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적 연구와 가치론적 연구의 내용적 중첩이 불가피함을 이해하기 위하여 형이상학적 연구의 속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이상학(meta-physics; 形而上學)은 말 그대로 형(physic; 形)의 너머(meta; 而上)에서 형이 그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도록 하게 해주는 근거를 탐구하는 철학 분과이다. 여기서 형이란 가시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 따라서 일정 시간 동안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물질적인 어떤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탐구하는 학문을 물리학(physics)으로 부른다. 한편 이와 달리 형이상학은 형의 배후에서 그것을 그렇게 나타나도록 하게 해주는 어떤 것을 탐구한다고 해서 형-이상-학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철학자들은 이와 같은 현상의 배후 근거를 실체, 본질, 법칙, 구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러왔는데, 20세기 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 이후 개념이나 정의 같은 말로 대체되기도 했다. 또한 형이상학은 상이한 존재자들의 동일성 또는 본질을 탐구한다는 의미에서 종종 ‘존재론’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표현은 형이상학의 모든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다소 좁다는 느낌을 준다. 형이상학적 연구는 필연적으로 가치론적 연구를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한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플라톤(1997)은 이데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침대의 예를 든다. 우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모양을 갖추고 있는 침대들이 있다. 이 침대들을 만든 장인은 무엇을 보고 이것을 만들었을까? 그가 모델로 삼은 것은 아마도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상적인 침대의 이미지일 것이다. 플라톤은 이와 같이 인간의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침대의 이미지를 침대의 이데아라고 불렀다. 우리는 그것에 준거하여 우리가 눈으로 보는 어떤 것이 침대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며, 이것에 준해서 가구로서 사용하게 될 침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침대는 모두 침대의 이데아를 모방한 것이다. 그리고 화가가 멋지게 그린 침대 그림은 침대의 이데아를 모방한 실재 침대를 한 번 더 모방한 것이다. 이상의 설명은 침대가 이데아, 실재 가구, 예술작품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존재 방식은 또한 가치의 서열이기도 하다. 침대의 가치를 100%로 친다면 침대의 이데아는 100%의 가치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실재 침대는 약 70%쯤의 가치를 갖추고 있고, 예술작품에 나타난 침대 그림은 약 30%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플라톤은 이데아를 추구하는 철학자들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고, 다음은 장인이며, 예술가의 가치적 서열은 가장 아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형이상학적 규정은 슬그머니 가치론적 규정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리고 이데아는 현실이 지향해야할 규범적 방향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형이상학적 연구는 규범 연구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아교육철학의 연구동향을 분석했던 임상도(2013)도 형이상학적 연구의 범주에 유아교육의 방향, 유아인성교육, 홀리스틱 같은 내용의 규범 연구들을 포함시켰다.
그렇다면 이 논문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형이상학의 규범연구와 가치론의 규범연구를 구별했을까? 연구자는 개인적 선을 추구하는 윤리학적 연구와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사회철학적 연구를 가치론의 영역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윤리학적 연구는 체육과 스포츠 상황에 발생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체의 갈등문제와 관련된 연구로 제한하였으며, 사회철학적 연구는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비판이론, 문화이론 같은 사회철학이론을 이론적 자원으로 삼아 접근된 연구로 제한하였다. 반면에 형이상학의 규범연구는 체육 및 스포츠와 관련하여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규범적 방향성을 탐색하는 연구로 제한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구별에는 저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결과 및 논의

체육철학 연구방법의 동향

학술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은 가설을 제기하고 제기된 가설을 이론적 방법이나 경험적 방법에 의존하여 증명하거나 반증한다는 말과 같다. 여기서 이론적 방법은 주로 논리적이고 정합적인 서술과 문헌고찰에 의존하는 연구방법을 의미하고, 경험적 방법은 양적 처치나 질적 처치에 의존하는 연구방법을 뜻한다. 양적 처치는 대개 실험이나 조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연구를 말하며, 여기에는 종종 통계기법이 동원된다. 반면에 질적 처치는 대개 인터뷰와 참여관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연구를 말하며, 여기에는 까다로운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면접과 현장관찰 방식이 동원된다. 지난 10년간 『체육철학회지』에 기고된 논문들을 연구방법에 따라 분석해본 결과 아래 <표 2>와 같이 나타났다.
표 2.

체육철학 연구방법의 동향

연도 이론연구 질적연구 양적연구
2005 33 9 1
2006 51 5 1
2007 46 2 0
2008 50 8 0
2009 52 10 0
2010 43 7 1
2011 43 3 0
2012 42 8 0
2013 52 2 0
2014 36 5 0
합계(%) 448(87.8) 59(11.6) 3(0.6)
위 <표 2>에 나타난 체육철학논문의 연구방법 동향을 보면 이론적 방법에 의지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510편 가운데 약 88%에 해당하는 448편의 논문이 이론적 방법에 의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육철학의 주류 연구 방법이 경험적인 것이 아니라 선험적 또는 이론적인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철학회지에서 경험적 연구의 명맥은 질적 연구의 형식으로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설문지를 만들어 조사한 후 조사결과를 통계 처리하여 그 데이터를 근거로 가설을 증명하거나 기각하는 양적 연구논문은 3편에 불과하며, 그것도 2010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게재되고 있지 않다. 이는 2010년 이후 『체육철학회지』가 경험적 연구, 특히 양적 방법에 의존하는 조사연구논문의 게재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이론연구에 전문화된 학술지임을 내세우기 위한 조처의 결과로 사료된다. 그렇다면 약 12%에 달하는 질적 연구 논문의 게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체육철학계에서 질적 연구는 비록 경험적 연구일지라도 대체로 허용되는 분위기이다. 체육철학이 한국에서 체육학의 하위분과로 막 자리 잡기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 일단의 체육철학자들은 질적 연구와 매우 유사한 소위 “현상학적 기술” 방법을 체육철학의 연구에서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주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유학하여 클라인만(Kleinmann) 교수에게 사사 받은 체육철학자들이 이와 같은 연구를 수행했다. “현상학적 기술”은 연구대상이 되는 특정인이 자신의 스포츠경험을 느낀 그대로 생생하게 구술한 것을 연구자가 기술하는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층면담기법을 활용하여 수행하는 질적 연구와 유사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체육철학계는 이와 같은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질적 연구에 비교적 관대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위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질적 연구논문의 편수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질적 연구논문이 34편(58%)인데 비해 이후 5년간 게재된 논문은 25편(42%)에 불과하다. 이는 질적 연구방법도 경험적 연구방법에 속하기 때문에 선험적, 이론적 연구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체육철학연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체육철학연구자들이 점차 늘어난 결과로 사료된다.
체육철학자들은 질적 연구논문의 『체육철학회지』 게재에 대해 ‘허용하자’와 ‘허용하지 말자’는 두 가지 입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지금까지 ‘허용하자’는 입장이 우세하였다. 그래서 매년 5편 전후의 질적 연구논문이 이 학회지에 게재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체육과 스포츠의 겉과 안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이에 관해 다종다양한 지식을 생산하는 일은 체육과 스포츠를 더 잘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질적 연구논문의 게재를 허용하자는 입장은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항을 조심스럽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연구능력을 함양하고, 준비하고, 훈련하는 전문화과정이 필요하다. 질적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체육철학 연구자들은 질적 연구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경험이 없이 아주 단순하게 이런 종류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한국체육철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사자들의 다수가 질적 연구에 전문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회지에 투고된 질적 연구논문이 제대로 심사될 리는 만무하며, 이는 고스란히 게재 논문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모든 학회지는 전문화와 특화를 지향한다. 만일 『체육철학회지』가 계속해서 질적 연구논문의 투고와 게재를 허용할 경우에 이 논문들은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나 『한국스포츠교육학회지』에 게재된 논문들과 차별화되기 어렵다. 질적 논문의 게재는 어떤 의미에서 이 학회지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체육철학회는 질적 논문의 게재 여부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체육철학 영역별 연구동향

지난 10년 동안 『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은 모두 510편이다. 매년 평균 51편씩이 게재되고 있으며, 이 학술지가 매년 4회 발간되고 있으니 매 회당 평균 13편 정도가 게재되고 있는 셈이다. 양적인 면에서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분야별로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물이 274편(약 54%)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가치론에 관한 연구물이 215편(약 42%), 그리고 인식론에 관한 연구물이 21편(4%)이었다.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물의 수는 대체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가치론에 관한 연구물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0년 이후 승부조작과 도핑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윤리학과 사회철학에 관한 연구물이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 10년 동안 영역별 체육철학의 연구동향은 아래 <표 3>과 같다.
표 3.

체육철학 영역별 연구동향

연도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
2005 25 0 18
2006 32 4 21
2007 28 2 18
2008 41 0 17
2009 33 4 25
2010 35 1 15
2011 22 2 22
2012 20 3 27
2013 24 4 26
2014 24 1 26
합계(%) 274(42.0) 21(4.0) 215(54.0)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의 동향

이 논문에서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는 크게 네 가지 범주의 논문들을 포함한다. 첫째는 체육현상의 동일성을 언어적으로 규정하는 연구들이고, 둘째는 체육현상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규범적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들이며, 셋째는 특정 사상가의 저술이나 고전으로부터 체육관련 사상을 규명하는 연구들이고, 넷째는 이 세 종류에 포함시키기 어렵지만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첫째 범주에는 체육현상의 개념, 정의, 용어, 명칭에 관한 연구물들이 포함되며, 둘째 범주에는 본질, 의미, 의의, 가치, 방향, 정책 등에 관한 연구물들이 포함되고, 셋째 범주에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나 이황 선생의 활인심방 같은 저술에 관한 연구물들이 포함되며, 넷째 범주에는 철학적 탐구, 역사적 연구, 명분, 정신, 정서, 기질, 위기, 이미지, 구조 등에 관한 연구논문들이 포함된다. 지난 10년 동안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의 동향은 아래 <표 4>와 같다.
표 4.

형이상학의 연구동향

연도 언어연구 규범연구 사상연구 기타연구
2005 2 8 7 8
2006 3 13 9 7
2007 1 14 5 8
2008 1 20 9 11
2009 3 13 8 9
2010 5 16 6 8
2011 9 8 1 4
2012 2 6 6 6
2013 3 9 4 4
2014 0 8 3 3
합계(%) 29(10.6) 115(42) 58(21.2) 72(26.2)
위 <표 4>에서 볼 수 있듯이 형이상학에 관한 연구물은 모두 274편으로서 전체 연구물의 5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체육과 스포츠 현상의 언어적 규정과 관련된 논문이 34편이고, 규범 연구 논문이 115편이며, 사상에 관한 연구 논문이 58편이고, 기타 논문이 79편이다.
이러한 연구동향은 체육철학의 중심 영역이 체육현상이나 스포츠의 존재 규명과 당위 규정을 목적으로 하는 형이상학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형이상학적 연구는 대개 ‘무엇-질문’에서 출발한다. 즉 ‘스포츠란 무엇인가?’, ‘스포츠는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가?’ 같은 물음이 그 출발점이다. 사실 이와 같은 물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소위 세계적인 석학들은 이에 대해 이미 충분한 답변을 제시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육철학자들이 여전히 이와 같은 형이상학적 물음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기존의 답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점이 만족스럽지 못할까? 기존의 스포츠 규정이 우리가 경험하는 스포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일 것이다. 전통적으로 스포츠는 놀이성, 규칙성, 경쟁성, 신체활동성을 지닌 인간의 활동으로 이해되어 왔다(앨런 거트만, 2008). 그러나 이 스포츠 규정은 더 이상 스포츠 현실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프로스포츠가 일상화되고 IOC가 아마추어규정을 삭제하면서 스포츠의 구성적 속성으로서 놀이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긴장과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신체활동들이 스포츠로 지칭되면서 규칙성과 경쟁성도 의문시되고 있고, 바둑, 체스, e-스포츠가 스포츠영역에 포함되면서 신체활동성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송형석ㆍ박영호, 2012). 이러한 상황에서 체육철학자들은 체육과 스포츠를 새롭게 정의해야할 부담을 안게 되었으며, 이것이 형이상학적 연구에 대한 강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의 이론과 현실의 불일치는 근원적으로 현대사회의 분화경향에 기인한다. 현대사회는 정치, 경제, 의료, 교육, 예술, 대중매체, 종교, 건강, 법 같은 기능체계들의 분화를 통해 형성되었다. 분화된 기능체계들은 각기 고유한 코드에 근거하여 작동하며 자신을 생산 및 재생산해나가는 체계들이다. 이것들은 이 과정에서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을 자원으로 활용하게 되며, 신체에 기반하고 있는 체계로서 스포츠는 여러 기능체계들의 자기생산에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소수 유한계층의 여가활동이자 학교체육의 일환이었던 스포츠는 다른 기능체계들과의 구조적 접속을 통해 스스로 분화의 길을 걷게 된다. 스포츠가 분화되었다는 말은 한 마디로 스포츠의 이데아가 많아졌다는 이야기와 같다. 과거에 스포츠는 비교적 일관적인 현상이었다. 그것은 규칙에 의해 통제되는 놀이로서 경쟁성을 지니며, 승패를 가르는데 신체적인 기량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간의 활동영역을 지칭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대중매체와의 접속을 통해 미디어스포츠가 등장했고, 경제체계와의 접속을 통해 프로스포츠가 형성되었으며, 의료체계와의 접속을 통해 건강스포츠가 나타났다. 이와 같은 스포츠의 변이들은 원래 스포츠가 지녔던 특성 보다 자신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능체계의 목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자기동일성을 상실한 스포츠는 다른 원리들에 종속되어 다종다양한 외양과 원리를 갖추게 된다. 사회학자들은 이미 20세기 말부터 스포츠의 동일성상실을 현실로 수용하고, 그것의 분화된 형식들을 규명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프로스포츠, 건강스포츠, 미디어스포츠, 체험스포츠, e-스포츠 등은 그 몇 가지 예이다. 이것들은 모두 스포츠이지만 하나의 원리로 묶여질 수 없다(Digel, 1995; Heinemann, 1990).
체육철학자들의 형이상학적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복잡하게 분화되어 다종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갖춘 스포츠의 현실은 분명 체육철학자들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이를 하나로 묶어 내거나 이들이 지향해야할 목표를 설정하는 일에 모든 학문적 관심을 기울여야만 했다. 철학의 본분은 바로 여럿을 하나로 묶어내고, 이들이 지향해야할 이정표를 제시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체육철학계에도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분화된 스포츠를 하나의 틀로 묶어내려는 시도는 무지개를 따라잡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스포츠가 지향해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규범적 연구 역시 실효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인식론에 관한 연구의 동향

인식론은 참된 지식의 기원과 조건, 원리와 방법, 그리고 목적과 한계를 탐구하는 학문분야로서,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 이후 철학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체육철학분야에서 인식론적 연구는 매우 드물다. <표 5>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10년 동안 모두 21편의 인식론관련 논문이 『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되었을 뿐이다. 전체 게재 논문의 4.1%에 불과하다.
표 5.

인식론의 연구동향

연도 체육학 체육철학
2005 0 0
2006 4 0
2007 1 1
2008 0 0
2009 3 1
2010 1 0
2011 2 0
2012 3 0
2013 3 1
2014 1 0
합계(%) 18(85.7) 3(14.3)
체육철학 분야에서 인식론적 연구의 희소성은 국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철학 저서인 『스포츠의 철학적 탐구(Philosophic Inquiry in Sport)』(1995)에는 모두 54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가운데 인식론관련 글은 한편도 없다. 존재론 관련 글이 17편이고, 가치론 관련 글이 37편이다. 편저자들은 그 이유를 이 저서의 이전 버전(1988)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식론이 철학의 중요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스포츠관련 문헌들이 특별히 이 영역에서 강세를 띠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세를 띤다는 말은 질적인 의미가 아니라 양적인 의미이다”(Morgan & Meier, 1988). 결국 내용이 좋든 나쁘든 실을 논문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체육철학회지』에 실린 21편의 인식론관련 논문 가운데 18편은 체육학 또는 분과학문의 학문적 성격을 논하는 글이고, 나머지 3편은 체육철학의 학문적 성격을 주제로 삼고 있는 글이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글들은 체육철학과 체육학 내 다른 분과학문들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체육학의 분과학문들은 모두 시선을 대상으로 향한다. 이들은 자신의 바깥에 있는 체육 및 스포츠와 관련된 특정 현상들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그러나 체육철학의 인식론적 연구들은 체육학이 시선을 거꾸로 돌려 자기 자신을 향하도록 촉구한다. 체육학이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려 스스로를 성찰하고 그 결과를 논문 형식으로 제출한 것, 이것이 체육학의 학문성에 관한 연구물이다.
체육학의 학문성에 관한 연구물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체육학은 방법론적으로 너무 모(母)학문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론적 의존은 독립학문으로서 체육학의 위상을 저하시킬 수 있다. 체육학이 학문공동체 내에서 독립학문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학문의 방법론과 차별화될 수 있는 고유한 연구방법을 개발해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1980년대 말 김정명(1989)에 의해 최초로 제기되었다. 그는 기존 체육학의 연구가 탈신체적(a-somatic) 방법, 즉 논리적 사유와 논리적 기술(description)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체육학의 연구방법은 신체적(somatic)이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Gim, 1989).
체육과 스포츠 현상을 탈신체적 방법으로 관찰한다는 말은 ‘실험하다’, ‘생각하다’, ‘사유하다’와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상이한 표현 방식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접근방식의 공통점은 관찰자와 관찰대상의 분리를 전제하고 있으며, 지성에 의한 능동적 인식, 즉 지성에 의해 구성된 인식만을 참된 앎으로 전제한다는 점이다. 한편 체육현상을 신체적 방법으로 관찰한다는 말은 ‘몸으로 직접 해 본다’, ‘체험한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지성을 통해 매개되지 않고 체험한 바를 생생하게 표현해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운동감각에 의한 인지된 체험 내용이 지성을 통해 매개되지 않고 직접 의식에 투영되어 언어화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김정명이 말하는 신체적 방법은 소위 ‘현상학적 기술’에 의존하여 스포츠체험을 논리적으로 사유하거나 분석하여 여과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정석(1994)은 이렇게 얻은 지식을 논리적 앎과 대비시켜 “체육적 앎”이라고 불렀다. 이렇듯 체육철학자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 체육학의 독자적 방법론에 관해 활발하게 논의하였지만 이후 이와 같은 인식론적 사유를 계속해서 이어가지 못했다. 또한 이들의 제안은 체육학계에서 그다지 큰 반향을 얻지 못했으며, 체육학자들은 여전히 모학문의 ‘탈신체적 방법’에 의존하여 각자의 지식을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체육학의 자기성찰은 체육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주고 체육학자들에게 성찰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과학화와 전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만들어냄으로써 이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축소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편 체육철학의 자기성찰 관련 논문은 3편에 불과했다. 오현택(2007)은 체육철학이 성숙한 학문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연구방법과 지식체계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하였다. 그는 질적 방법이 현상을 기술하는 사회과학의 연구방법으로서 체육학 일반의 연구방법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체육철학의 연구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학회지 심사에 있어서 연구방법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지식체계와 관련하여 이론적 부분만이 아니라 실천적 부분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지식체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김정효(2009)는 체육철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그 대상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방법론적 엄밀성에 찾아야한다고 강조하면서 기존 연구방법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기존 연구방법을 불신하는 이유는 그것이 비판적이기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철학이 비판을 동력으로 살아 숨 쉬는 학문이라면, 그 비판의 기능이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의 현재는 여전히 철학의 적자로 행사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김정효, 2009)고 지적한다. 비판은 다르게 보는 것을 말하며, 다르게 보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을 통한 자기 변혁이 요구된다. 결국 김정효의 불평은 체육철학의 부족한 자기성찰에 대한 불평인 셈이다. 송형석(2013)은 선형논리와 인과론에 근거한 기존의 단순 스포츠철학이론을 비선형논리와 자기관계성 개념에 근거한 복잡 이론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으며, 그럴 경우에 복잡다기한 스포츠 현상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 복잡 이론을 루만의 언어를 빌어 “관찰자의 관찰”로 표현했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체육철학은 그동안 자기성찰에 소홀했다. 체육철학이 자신의 성찰에 소홀했던 이유는 시선을 체육과 스포츠 같은 대상들에게만 돌렸기 때문이다. 이 대상들에는 체육학도 포함되어 있다. 체육철학이 보다 성숙된 학문이 되기 위해서는 대상으로 향했던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체육철학은 이러한 자기성찰을 통해서만 참된 의미에서의 비판적 학문으로 거듭날 수 있다.

가치론에 관한 연구의 동향

가치론에 관한 연구물은 모두 215편으로서 지난 10년 동안 『체육철학회지』 전체 게재논문의 42.2%를 차지하고 있다. 215편(100%)의 논문 가운데 76편(35.3%)은 윤리학에 관한 연구물이고, 30편(14%)은 미학에 관한 연구물이며, 109편(50.7%)은 사회철학에 관한 연구물이다. 세부영역별 연구동향은 아래 <표 6>과 같다.
표 6.

가치론의 연구동향

연도 윤리학 미학 사회철학
2005 4 5 9
2006 7 4 10
2007 6 2 10
2008 6 2 9
2009 13 2 10
2010 6 2 7
2011 7 5 10
2012 10 2 15
2013 9 3 14
2014 8 3 15
합계(%) 76(35.3) 30(14) 109(50.7)
윤리학적 연구는 크게 윤리이론에 관한 연구, 분야 및 지역별 윤리에 관한 연구, 체육현실의 윤리적 이슈를 다룬 연구 세 종류로 나누어질 수 있다. 윤리이론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론은 덕윤리이론이며, 다음으로 의무론적 윤리이론(칸트의 윤리학)과 결과론적 윤리이론(공리주의) 순이다. 덕윤리이론이 가장 많이 다루어진 이유는 다수의 윤리학 논문들이 동양무예나 동양철학을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동양철학에 나타난 윤리이론은 대부분이 덕에 관한 이론이다. 또한 최근 몇몇 체육철학연구자들이 덕윤리학자 매킨타이어의 이론을 체육철학에 도입하려고 노력하면서 체육철학계에서 덕윤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각 분야 및 지역별 윤리 관련 논문들은 생명윤리, 환경윤리, 정책윤리, 경영윤리, 연구윤리, 윤리강령, 저널리즘윤리, 동양윤리 등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2000년대 이전까지의 윤리학적 연구 주제가 주로 아마추어리즘이나 고의적 파울 같이 운동선수들의 행위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2005년 이후 윤리학적 논문의 주제는 생명윤리, 환경윤리, 연구윤리, 경영윤리, 정책윤리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회적 삶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스포츠가 자신만의 울타리를 넘어 여러 사회영역들과 역동적으로 교류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준다. 마지막으로 윤리학적 연구들이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도핑(9편)과 승부조작(5편)으로 나타났다. 도핑과 승부조작은 스포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일탈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윤리학적 관심이 각별하게 높은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도 쾌락, 행복, 선, 스포츠맨십, 반칙, 페어플레이, 스포츠도덕, 경쟁, 이종격투기, 스포츠토토 같은 현실적인 주제들이 윤리학적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었다. 이는 체육철학 연구가 추상적인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육과 스포츠의 현실에서 파생되고 있는 문제들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감성의 학문으로 불리는 미학은 미, 미적인 것, 예술작품, 예술규정 등에서 기호(taste)와 가치의 준거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철학분야이다. 체육과 스포츠의 미적 측면에 관한 연구는 크게 두 방향에서 이루어졌다. 첫째는 관람자적 관점에서 스포츠의 미적 측면을 규명하는 연구이고, 둘째는 행위자적 관점에서 미적 체험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이다. 『한국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30편의 미학논문 가운데 12편이 미적 체험의 문제를 주제로 다루고 있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논증이 아니라 질적 연구방법에 의존하여 진행된 연구였다. 연구자들이 미적 체험의 진면목은 논리적 분석과 기술이 아니라 생생한 체험의 구술을 통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람자적 관점에서 개별 스포츠종목의 미적 측면을 규명하는 연구는 다수가 태권도에 관한 것이었다. 2000년대 이후 태권도 품새 경기와 시범 공연이 활성화되면서 태권도가 공연예술의 위상을 갖게 되었고, 이를 미학적 관점에서 규명하려는 시도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검도를 대상으로 그 미적 체험구조를 분석한 논문도 3편이나 되었으며, 스포츠경기를 미메시스적 관점에서 접근한 논문도 2편 있었다. 미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 스포츠종목 중 가장 많이 다루어진 것은 태권도로서 이것에 관한 논문은 모두 8편이었으며, 다음으로 검도 4편, 농구 2편, 그리고 에어로빅, 필라테스, 스쿼시, 훌라우핑, 골프, 놀이, 낚시, 요가, 스포츠관광, 농구, 극한스포츠 등이 각각 1편이었다.
사회철학적 연구는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체제와의 연관 속에서 체육 또는 스포츠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다각적으로”(김홍식, 2009) 다루는 연구이다. 위 <표 5>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철학적 연구논문은 가치론적 연구의 50.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연구에 이용된 이론적 자원도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비판이론, 문화이론, 담론분석, 마르크시즘, 계보학 등 매우 다양하고, 관심 대상도 고령화, 헤게모니(권력), 팬, 미디어, 저널리즘, 테크놀로지, 차별과 불평등, 일탈,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자본주의, 의사소통, 입시, 위기, 신자유주의, 후기산업사회, 정보화시대, 사회복지, 세계화 등과 같이 거의 대부분의 사회적 현안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철학적 연구물이 많다는 것은 체육과 스포츠의 영역이 사회의 제 영역들과 계속해서 구조적으로 접속되어 감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체육과 스포츠는 타 사회영역의 문제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성차별, 다문화, 고령화, 이데올로기, 일탈, 정치적 소외 같은 문제들은 이제 사회 일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체육과 스포츠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사회철학적 연구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게 된 것이다.

결론

1980년대에 체육학의 분과학문으로서 체육철학이 태동한 이후 그것의 전개과정은 계속해서 분화하고 있는 체육과 스포츠 현실에 대한 반응의 과정이었다. 근대사회가 정치, 경제, 법, 학문, 대중매체, 종교, 예술, 교육 등 하나의 원리로 묶을 수 없는 여러 기능체계들로 분화하면서 체육과 스포츠는 분화된 사회 환경과 매우 복잡한 관계망을 구축하게 되었다. 독립 분화된 사회의 기능체계들은 스포츠를 자원 삼아 자기생산에 활용하였고, 스포츠는 사회적 기능체계들의 성과를 십분 활용하여 세력 확장의 기회로 삼았다. 이렇게 스포츠와 기능체계들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양자 간에 다양한 유형의 구조적 접속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변이들, 즉 전통적 스포츠형식과는 다른 내부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스포츠형식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체육과 스포츠의 풍경은 다원성을 띠게 되었다. 분화에 따른 체육과 스포츠 풍경의 다원화는 체육철학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체육철학은 전통적으로 스스로를, 다양하게 나타나는 체육과 스포츠 현상들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원리를 찾는 학문분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체육철학의 자기이해는 형이상학적 전통을 추종하는 철학의 자기이해이기도 하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체육철학의 연구동향은 이와 같은 체육과 스포츠의 분화 현실에 대한 반응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분화하는 체육과 스포츠 현상에 대한 체육철학의 반응은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 첫째 반응은 분화되어 다원화된 체육과 스포츠 현상 자체를 문제로 보고 그것을 언어적 규정을 통해 하나의 틀로 담아내거나 규범 제시를 통해 수렴되어야할 방향을 제안하는 형이상학적 연구 형태이다. 둘째 반응은 다원화된 체육과 스포츠현실에서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가치 갈등을 찾아내어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윤리학적 연구 형태이다. 셋째 반응은 분화와 그에 따라 다원화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며, 이것을 구태여 하나로 묶으려 하지 않고 여러 이론적 자원에 의지하여 개별적으로 해명하려는 노력들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주로 사회철학과 미학에 관한 연구물들에서 나타난다.
계속되는 분화 경향으로 말미암아 점점 더 하나의 논리로 묶어내기 어렵게 된 체육과 스포츠 현실은 체육철학으로 하여금 “체육이란 무엇인가?” “스포츠란 무엇인가?” 같은 소위 “무엇-질문”에 몰두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체육철학분야에서 형이상학적 연구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지난 10년 동안 『체육철학회지』에 게재된 510편 논문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6편이 형이상학적 연구관련 논문이라는 점은 이와 같은 현실을 잘 대변해준다. 형이상학적 연구의 풍성함은 체육과 스포츠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줄뿐만 아니라 체육철학의 왕성한 현실참여 의욕을 대변해준다. 체육철학은 이로써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추상적 학문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체육과 스포츠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며, 다원적으로 나타나는 체육과 스포츠 현상이 수렴되어야할 규범적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학문임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분화된 체육과 스포츠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현실 속에서 파생되는 갈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윤리학적 연구나 체육과 스포츠를 사회 제반 현상들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사회철학적 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이 연구들은 먼저 체육철학의 실천철학적 측면을 부각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 다음으로 형이상학적 본질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별 현상의 분석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철학은 실천에서 출발해서 실천으로 돌아가는 학문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칸트와 헤겔 같은 관념론 철학자들도 그들이 몸담았던 시대의 사회적 현안을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칸트는 경험과학의 성공에 따른 철학의 위기상황을 고민하면서 『순수이성비판』을 저술했으며, 헤겔은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 그리고 조국 독일의 불안한 정치 상황을 자신의 철학 속에 녹여냈다. 이렇게 볼 때 체육 및 스포츠와 관련된 구체적 현실에서 갈등 요소를 찾아내고 이것을 해결하거나 해명하려고 노력하는 체육철학은 행보는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적극적 현실참여와 현실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체육철학의 연구 성과는 사회 전반에서뿐만 아니라 학문공동체내에서 조차도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체육철학 논문의 질적 수준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체육철학은 왕성한 현실참여와 연구 의욕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한 의욕을 뒷받침해줄만한 학문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했다. 김홍식(2009)은 이러한 상황을 “우리의 체육철학은 ‘설(設)’의 풍요, ‘논(論)’의 빈곤 속에 있다”고 표현하였다.
학문은 진/위라는 양가 코드로 작동하는 자기생산체계이다. 두 값 중 한 값의 선택, 즉 특정 진술에 대한 진 또는 위 값의 배당은 이론과 방법이라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다수의 체육철학 연구는 이론과 방법 모두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체육철학자 중에 특정 철학이나 철학자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습득한 이는 매우 드물며, 방법적인 면에서도 논증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체육철학자들은 이론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하지 못하며, 논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유사 주장이나 인터뷰 내용을 나열하는 것으로 논증을 대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문편수는 많으나 정작 참된 의미에서 철학적 연구라고 볼 수 있는 논문이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형식(방법)적 측면에서 철학 고유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논증, 선험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김홍식(2009)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헤겔은 양적 성장이 질적 성숙을 가져온다고 했다. 그는 이를 양의 질화 법칙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질적으로 떨어지지만 양적으로 방대한 형이상학과 가치론 관련 연구물들은 체육철학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이 인식론에 관한 연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만큼 인식론에 관한 연구는 양적으로 부족하다. 왜 부족할까? 외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면 내부에 대한 관심이 소홀할 수밖에 없고, 타자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면 자기에 대한 성찰 기회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체육철학은 그동안 외부에서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체육과 스포츠의 복잡하고 갈등 많은 현실에 이목을 집중시키느라 자기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510편 중 모두 3편에 불과한 체육철학의 자기성찰 논문이 이와 같은 현실을 잘 대변해준다. 학문의 빈곤한 자기성찰은 부실한 학문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그런가?
학문으로서 체육철학은 자기지시적 체계이다. 체육철학이 자기지시적 체계라는 말은 그것이 자기지시적으로 작동하면서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구성해낸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또한 체육철학이 자기지시적 작동을 포기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에 하나의 학문체계로서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서 자기지시라는 말은 자기가 자기를 관찰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예컨대 사유가 사유 자체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을 때 사유의 자기지시가 성립된다. 전통철학은 오직 인식하는 주체만을 자기지시적 체계로 간주했다. 그러나 현대 인식론은 주체 이외에도 다른 자기지시적 체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학문도 자기지시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들 가운데 하나이다. 만일 학문이 자기지시적이 아니라 타자지시적으로 작동하여 지식을 생산한다면, 그 지식은 학문적 지식이 되기 어려우며, 그와 같은 작동도 학문적 작동으로 보기 어렵다(송형석, 2012). 학문체계의 작동적 구성과 관련하여 세 종류의 자기지시가 가능하다. 기초적 자기지시, 과정적 자기지시(재귀성), 체계의 자기지시(반성)가 그것이다(Luhmann, 1984).
기초적 자기지시는 지시의 대상이 하나의 ‘기초적 요소’인 경우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의 요소가 직접적으로 자신과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과 관계한다는 것이다”(장춘익, 2014). 학문체계의 경우 한편의 논문이 기초적 요소일 수 있으며, 이것은 아무 맥락 없이 작성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전의 학술적 문헌들을 고려하고 후속 반응을 기대하면서 작성되는 것이다. 만일 논문이 이와 같은 전후 맥락 없이 작성되었다면 학문이라는 체계는 성립할 수 없다. 과정적 자기지시는 지시되는 ‘자기’가 과정인 경우이다. 즉, 과정 속에서 과정 자체가 관찰의 대상이 될 때 과정적 자기지시가 성립한다. 학문의 예를 들면 연구과정 속에서 연구과정 자체가 관찰될 때를 의미한다. 지금 저자가 수행하고 있는 체육철학의 연구동향에 관한 연구가 이와 같은 학문의 과정적 자기지시이다. 루만은 이와 같은 과정적 자기지시를 재귀성(Reflexivität)이라고 불렀다(Luhmann, 1984). 체계의 자기지시는 ‘자기지시’의 ‘자기’가 체계인 경우이다. “그것은 체계 속에 위치한 사건(들)이 체계 자체를 지시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를 말한다”(장춘익, 2014). 여기서 사건은 체계의 기초적 요소, 즉 학문체계의 경우 논문이나 저술 또는 연구결과를 의미한다. 체육철학 논문이 체육철학 자체 또는 체육철학의 학문성을 문제 삼을 경우에 체계의 자기지시가 성립한다고 할 수 있다. 루만은 체계의 자기지시를 성찰(Reflexion)로 표현했다(Luhmann, 1984).
자기지시적 학문체계로서 체육철학은 이 세 종류의 자기지시를 부단히 수행함으로써 다른 학문분야나 사회체계들과 구별될 수 있으며 고유한 자기동일성을 구성해낼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학문체계로서 체육철학의 자기동일성은 해체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체육철학은 고유한 학문체계로 구성되는 과정에서 기초적 자기지시에 충실해왔으며, 이따금씩 과정적 자기지시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성찰 단계인 체계의 자기지시에는 매우 소홀했다. 체육철학의 학문성을 논하는 인식론적 연구의 부족이 이와 같은 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체육철학은 학문체계로서 자신의 위상을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기관찰에, 바꿔 말해 자기지시적 작동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

Note

1) 한국체육철학회는 1992년 창립하였으며, 같은 년 『움직임의 철학: 스포츠무용철학회지』란 명칭의 학회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3년에는 학회지를 발간하지 못했고, 1994년부터 다시 발간했으며, 1997년부터 년 2회, 2005년 년 3회, 그리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년 4회 발간하고 있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연구재단 등재지인 『체육과학연구』에 실린 논문들을 대상으로 체육학 하위분과학문들의 최근 10년 간 연구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체육과학연구』는 2012년 간행된 23호 1권부터 4권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 편의 초청 리뷰 논문을 실은 바 있다. 운동생리학, 운동역학, 스포츠운동심리학, 스포츠경영학 분야에 대한 최근 10년간 연구동향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 역시 이와 같은 기획의 연장선상에 서 있다. 그러나 이 학술지에 게재된 체육철학 관련 논문이 극소수에 불과하여 다른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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