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동향과 시사점 :스포츠박물관을 중심으로

ABSTRACT

As an attempt to think about the popularization of Korean sport history, this paper discusses three main things. First, it will be introduced what public/popular history is, how it has been developed, and why it is important to history as an academic discipline. Second, it will be summarized how sport historian embraced public/popular history into their practices in terms of what theoretical, critical, and methodological aspects they have focused. Third, I will discus why public/popular history is useful in the ways in which Korean sport history envisions its popularization in Korean society. To be more specific, I highlight two ideas: an insight for understanding sport history as a process and sport historiansʼ role of critic. Based upon these two, I will argue that Korean sport historians might need to actively embrace practices of public/popular history into their studies of the Korean sporting past.

국문초록

이 연구는 스포츠역사학의 대중화라는 문제의식 아래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논의한다. 먼저 미국과 서유럽에서 등장한 대중/공공역사학의 개념, 성격, 의의 등을 역사학의 역사철학적 관점(historiography)에서 요약하여 정리한다. 그 구체적 내용은 첫째, 역사학 밖의 대중을 역사하기의 독자 혹은 고객으로서 뿐만 아니라 역사하기의 새로운 주체로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 둘째, 과거는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역사하기의 민주적 아이디어, 셋째, 역사적 작업의 본질을 과거를 재현하는 장르로 이해하는 역사인식이다. 다음으로 대중/공공역사학의 흐름이 북미와 유럽 중심의 스포츠역사 연구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유입, 전개, 발전해왔는지를 소개한다. 대중/공공역사학에 대한 스포츠역사학자들의 관심이 스포츠박물관이라는 연구 주제 혹은 대상을 구심점으로 하여 표출되어 왔음을 주목하고, 그들이 수행한 역사적 작업들에 스며있는 문제의식, 역사철학, 방법론적 성격 등을 요약하여 정리한다. 결론에서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가능성과 방향성에 대한 필자들의 입장을 피력한다. 근대역사학 패러다임의 실증주의적 역사관, 다시 말해 역사적 사실의 발견을 통해 과거의 스포츠를 객관적으로 복원하거나 검증하는 작업이 지배적인 한국 스포츠역사연구의ʻ문화’속에서,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은 과거의 스포츠를 이해하는 ʻ태도ʼ와 ʻ정서ʼ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나아가 과거를 재현하는 작업의 역사철학적 본질과 방법론적 쟁점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서론

이 글은 과거의 스포츠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역사하기의 작업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ʻ스포츠역사하기’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소위 ʻ스포츠역사학의 대중화’를 고민하는 작은 시도이다. 대중화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과거의 스포츠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수용하고 소비하는 대상으로서 ʻ대중’이라는 독자층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일군의 학자들이 진단해 왔듯이, 체육/스포츠역사학은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큰 발전을 거듭해왔다(노희덕과 나영일, 1996; 이종원과 나영일, 2005; 하남길, 2007). 그러나 그 ʻ전문성’을 달성한 지식 생산의 과정 속에서 과연 ʻ대중’이라는 독자 혹은 소비자의 존재를 상상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볼 가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전문 스포츠역사학자들이 아닌 ʻ대중’이 역사하기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 문화적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조금은 무관심해 왔거나, 또는 무시해왔을 수 있는 바로 그 독자/소비자들이 이제는 그들 스스로 그들만의 방식과 스타일 통해 ʻ새로운’ 혹은 ʻ준/유사’ 역사물들을 생산하고 있다. 영화, 소설, 박물관/기념관, 동상, 다큐멘터리, 기념품, 카페/블로그와 같은 사이버스페이스에 이르기까지 이제 과거를 이야기하고 재현하고 또 과거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더 이상 역사학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의무나 특권은 아닌 듯 보인다. 역사하기의 주체가 전문역사학자로부터 탈 독점화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 이것이 바로 스포츠역사학이 ʻ대중화’라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중화된 체육/스포츠역사학의 이미지는 독자로서의 ʻ대중’과 역사 만들기의 주체로서의 ʻ대중’이 전문 스포츠역사학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열린 상아탑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중의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생산하는 전문지식을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자문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대중들이 역사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들이 생산하는 상아탑 밖의 역사물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무슨 대화를 건넬 것이며, 어떻게 그들과 소통할 것인지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필자들은 ʻ대중/공공역사학(public and/or popular history)이라는 하나의 ʻ역사하기’의 방식과 태도를 소개하고,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한국의 현실 속에서 고민해보고자 한다. 먼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ʻ대중/공공역사학ʼ의 개념, 성격, 의의 등을 역사학의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논의(historiographicalre view)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의스포츠역사학자들이 대중/공공역사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실천해왔는지를 스포츠박물관(sport museums & hall of fame)에 대한 연구들을 중심으로 요약하여 정리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들에 대한 결론적 시사점으로, ʻ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가능성을 한국의 역사, 사회, 문화적 맥락, 그리고 한국의 스포츠를 역사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공동체의 ʻ연구 문화’ 속에서 상상해볼 것이다.
문헌연구로서 이 연구는 미국과 서유럽의 역사학자와 스포츠역사학자들의 단행본, 학술지, 기고문 등을 요약, 분석, 해석, 비판한 작업이다. 대중/공공역사학의 역사철학적 성격에 대한 논의는 Ludmilla Jordanova, Robert Kelly, David Glassberg와 같은 역사학자들의 연구들과 저널 The Public Historian의 논문들을 참고하였다.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동향을 정리하는 작업에서는 뉴질랜드의 Murray Phillips, Gary Osmond, 영국의 Kevin Moore, Wray Vamplew, 미국의 Maurine M. Smith와 같은 스포츠역사학자들의 연구들, 그리고 학술지 Journal of Sport History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의 논문들을 참고하였다.

대중/공공역사학이란 무엇인가

대중/공공역사학의 성격, 의의, 중요성을 역사학의 역사철학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이 장은 크게 세 가지 사항을 논의한다. 첫째, 상아탑 밖의 독자/고객으로서 ʻ대중’의 중요성, 둘째, 과거는 ʻ공공재산’과 같아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셋째, 역사를 과거에 대한 재현의 장르로 파악하는 역사인식이 바로 대중/공공역사학을 관통하는 핵심들이다. 이상의 항목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역사학 밖의 독자/고객을 위한 역사하기

대중/공공역사학은 역사학 밖의 대중들이 어떻게 과거를 이해하고, 소비하고, 나아가 그들 스스로 어떻게 ʻ역사 만들기’에 관여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새로운 ʻ역사하기’의 시도이다. 1970년대 초·중반, 특히 미국에서 일군의 역사학자들이 역사학 밖의 독자들에게 ʻ특별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크게 세 가지 흐름 속에서 형성되었다.
첫째, 대중/공공역사학은 학문 밖 독자들인 대중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역사학의 실용적 가치를 모색하고자 했던 시도로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의 경제적 상황은 에너지 위기의 여파 속에서 불황으로 치닫고 있었는데, 역사학 역시 교수임용이 줄어들고 박사 프로그램들이 문을 닫는 위기에 직면하였다. 이에 역사학의 유용성을 보다 더 실제적인 적용의 측면에서 모색하고, 역사적 지식의 적용을 역사학 밖으로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았다(Meringolo, 2012).
둘째, 대중/공공역사학은 소위 ʻ아래로부터의 역사(history from below)’ 혹은 ʻ민중사(peopleʼs history)를 지향했던 ʻ새로운 사회사(new social history)’의 등장 속에서 꿈틀거렸다. 역사학 밖의 독자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이 이해하는 과거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소통함으로써 역사학의 유용성과 대중성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역사학의 민주화를 표방했던 ʻ새로운 사회사’의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Hurley, 2010; Davidson, 1991).
셋째, 역사학자들이 대중을 향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배경에는 미디어의 발전과 연계된 대중문화의 융성이라는 흐름도 자리 잡고 있다. 과거를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재현하는 대중 문화적 역사물들의 등장은 역사학자들로 하여금 역사학 밖의 대중을 역사학의 새로운 독자, 고객, 혹은 소비자로 인식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제공하였다. 영화, 다큐멘터리, 동상, 유적지, 기념품, 역사소설, 역사잡지, 박물관/기념관, 역사 관련 예능프로그램 등 대중에게 다가가는 역사물들은 무수히 많다. 대중 속에서 대중과 함께 ʻ과거’와 ʻ현재’ 사이의 대화를 시도하는 다양한 방식의 역사적 재현물들이 바로 대중/공공역사학이 주목하는 연구 주제이자 연구 대상이다.
역사학의 시장성(marketability) 모색, 비판적 관점(critical historiography)의 수용, 과거를 재현하는 매체 문화(material culture)의 발달이라는 흐름들 속에서, 대중/공공역사학은 보다 더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발전의 동력들을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1976년 대중/공공역사학을 특성화한 대학원 프로그램이 산타 바바라의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처음 개설되었으며, 1) 전문 학술지인 The Public Historian이 1978년에 창간되었고, 국가적 차원의 전문 학술연합회인 the National Council on Public History(NCPH)도 1980년에 창립되었다.
역사학이 대중에게 보다 더 진지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The Public Historian의 창간호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저널의 창간을 주도했던 Robert Kelly는 대중/공공역사학을 “역사학 밖에서 이루어지는 역사적 작업 혹은 역사적 방법론의 대중적 적용(Kelly, 1978)”이라고 정의하였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상아탑 밖의 비전문적 독자들에게 다가기 위해 역사학자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왔다. 예컨대, Otis L. Graham, Jr.는 대중/공공역사학을 “역사학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캠퍼스 밖의 임무”라고 주장한 바 있으며(Cole Jr., 1994), Linda Shopes는 그 임무에 대해, “역사학자들이 비전문적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를 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안내하는 시도”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Cole Jr., 1994). 이러한 맥락에서 public historians, 즉 ʻ대중/공공역사학자들이란, Alfred J. Andrea가 얘기한 바와 같이, “역사적 지식, 기술, 안목을 학문 밖의 대중들에게 적용함으로써 역사학의 중요성을 상아탑 밖으로 뻗어나가게 하고 역사학의 가치를 대중화시키는 사람들”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Andrea, 1991).
간단히 말해, 대중/공공역사학이란, 대중에 대한 역사학적 관심과 역사가들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강조하는 다양한 이름의 ʻ역사들’ 2)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Ludmilla Jordanova와 Carroll Pursell이 각각 언급했던 것처럼, 대중/공공역사학은 대중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그 ʻ역사들’을 한데 묶어내는 하나의 ʻ우산’ 혹은 ʻ건물’과도 같은 집합적 개념(an umbrella term; a house with many mansions)이다(Jordanova, 2000; Cole Jr., 1994).
이러한 패러다임적 사고가 가능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ʻ과거는 공공재산과 같아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는 역사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가 곧 역사라는 인식을 거부하고, ʻ과거’를 ʻ역사’와 분리해서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 곧 역사이며, 그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의 장에서는 누구나 역사하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 민주적 아이디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열린 과거 그리고 소유의 역사학

과거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공공재산과 같아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 Jordanova가 주장하듯이, 과거라는 것은 현재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ʻ쓸모(the usable past)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다시 말해, 과거는 다양한 방식에 의해 접근될 수 있으며, 다양한 목적에 의해 ʻ역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락과 유희로서의 역사는 과거를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의식고취의 수단 혹은 매개체로서의 역사는 과거를 정치적 목적으로, 그리고 대중교육으로서의 역사는 독자들을 위한 정보전달의 목적으로 과거를 활용하는 것이다(Jordanova, 2000).
대중/공공역사학은 과거를 특정한 방식으로 ʻ소유(ownership)’하는 역사하기를 지향한다. 이러한 역사철학이 강조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어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해석들이 경합, 충돌,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제이다. 즉 ʻ공공재산’과 ʻ소유’의 메타포가 의미하는 것은 누구나 과거를 해석할 수 있다는 역사적 권리이다. 과거의 흔적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하며, 그것에 대한 해석의 욕구는 끊임없이 우리를 자극한다. 그리고 이 사이클은 우리의 삶 속에서 계속 반복된다. 미국의 역사학자 Carl Becker가 얘기했듯이, 우리는 모두 과거를 해석하면서 역사가로서의 삶을 산다. 우리 자신이 곧 우리의 역사가이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전문역사학자들이 그동안 과거에 대한 내용과 지식을 생산하는 권리를 독점해 왔다는 진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대중/공공역사학은 역사 만들기를 둘러싼 권위(authority)의 정치학을 ʻ독점’에서 ʻ소유’로 전환할 것을 강조한다. Michael Frisch(1990)가 주장했듯이, 역사하기의 주체들이 과거를 이야기하는 작업의 ʻ권위’를 공유하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 만들기에 직접 참여하는 활동으로서의 역사학이 대중/공공역사학이 지향하는 역사철학이다(Kean, 2013).
모든 사람이 ʻ과거’라는 공공재산을 소유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 해석의 다원성이 크게 열려 있다면, 과연 과거에 대한 어떠한 해석과 설명이 ʻ대중적이고 공공적인(public)ʼ 것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되는가? 다시 말해, 과거를 바라보는 누구의 관점, 의견, 생각 등이 대중적이고 공공적인 역사로 선택되고, 정착되고, 또 제도화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대중/공공역사학을 이해하는 무게 중심을 ʻ역사(history)’에서 ʻ대중 혹은 공공(public)ʼ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1978년 Kelly가 처음 선택하여 사용한 ʻpublic’이라는 단어의 아우라는 미국의 역사, 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특정한 형태의 ʻ이상적 시민성(an ideal of citizenship)’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공익(public interest),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 공공과정(public process) 등의 용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영어로서의 ʻpublicʼ은 서구의 근대 역사 속에서 형성된 소위 공적영역(public sphere)의 문화적 문법과 관례를 함축한다(Davidson, 1991; Jordanova, 2000). 예컨대, 참여, 자발성, 책임감, 덕성 등의 공화주의적 시민성을 연상시키는 관계적 체계 말이다.
따라서 ʻpublic’이 소환하는 의미는 전문적이고 학술적이지 않은 그룹의 사람들을 한데 아우르는 그런 소극적인 성격의 ʻ대중/공공’이 아니다. ʻPublicʼ이라는 단어가 ’public historyʼ라는 개념 속에서 발산하는 아우라는 바로 정치적 뉘앙스, 즉 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그룹들 간의 관계로서의 ʻ대중/공공이다. 3) 다시 말해, ʻ대중/공공’이라는 정치적 아이디어가 의미하는 것은, 복수이면서도 동시에 다원적인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는 정치·역사·사회·문화체이다. 정치적 의미의 ʻ대중/공공’을 떠올려 볼 때, 대중/공공역사학이 함의하는 것은 다양한 주체로서의 대중이 과거에 대해 접근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또 해석을 통해 소유하는 방식이 또한 복수이면서도 다원적인 역사학이다(Glassberg, 1996; Jordanova, 2000; Kean, 2013).
대중/공공역사학이 이렇게 대중의 ʻ정치성’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만장일치로서의 역사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만장일치로서의 역사는 모든 관점들과 해석들이 서로 ʻ같은’ 역사이다. 과거에 대한 해석이 서로 유사하거나 비슷하여 공유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그 ʻ같은’ 해석들의 관점과 본질이 만장일치와 같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결국 ʻ대중/공공’의 정치적 개념이 소환하는 것은 ʻ정체성(identity)’의 화두이다. 즉 누가 왜, 그리고 어떻게 과거를 소유하고 또 해석하느냐의 쟁점이 바로 대중/공공역사학이 기존 역사학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두 번째 축이다.

과거를 재현하는 장르로서의 역사

대중/공공역사학을 이해하는 세 번째 키워드는 ʻ장르(genre)’라는 개념이다. 일반적 의미의 장르란, 재현(representation)의 방식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어떤 분류의 체계이다. 따라서 역사적 작업과 실제를 장르로 이해하는 것은,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의 형식과 스타일에 일정한 관습과 관례적 경향이 존재함을 가정하면서, 독자들 역시 그것을 쉽게 인식할 것이며 또 기대할 것임을 내포한다. 예컨대, 전문역사학자들의 글 속에는 그들이 공유하는 형식인 ʻ주석’과 같은 장르적인 재현방식의 관례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이라는 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역사학은 재현의 측면에서 하나의 장르적 역사로 이해할 수 있다(Jordanova, 2000).
전문적 혹은 학술적 역사와 달리, 대중/공공역사학의 장르적 성격은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의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전문역사학이 ʻ문자’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를 특정한 방식의 공유된 형식으로 재현한다면, 대중/공공역사학은 ʻ문자’ 뿐 아니라, 그림, 사진, 동영상, 다큐멘터리, 영화, 동상, 박물관, 기념품, 기념관, 인터넷, 소책자 등의 다양한 대중 문화적 매개체를 통해 과거에 접근하고, 이해하고, 표현하고, 재현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ʻ재현’의 키워드에 주목하는 접근에 대한 논의는 스포츠역사학자들이 그동안 진행해 온 연구들을 요약하는 장에서 보다 더 상세하게 논의할 것이다.
요약컨대, 대중/공공역사학은 고정된 주제와 내용을 공유하는 어떤 특정한 지식/구조체(body/structure of knowledge)로서의 역사가 아니다. 과거를 소유하고 소비하는 주체의 ʻ대중화’에 관심을 가지고 과거를 ʻ재현’하는 역사적 작업에 주목하는 일련의 흐름들이다. 이러한 흐름들은 ʻ재현’이라는 장르적 키워드를 통해, 그리고 기억(memory)과 유산(heritage)이라는 역사의식의 키워드를 통해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ʻ역사 만들기 문화’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는 역사하기의 방식이다.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동향

스포츠역사 연구의 학술 공동체들 속에서 대중/공공역사학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4) 이 흐름의 대표적인 특징은 스포츠역사연구에 있어 ʻ문자’가 아닌 다른 형식과 스타일의 역사물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5) 예컨대 Phillips, OʼNeill, & Osmond(2007)의 연구가 과거를 이해하고, 재현하고, 또 토의하는 역사적 작업에 대한 탈문자화적 경향을 역설한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이들 세 학자들은 각각 영화, 사진, 기념물/관(monument)을 통해 스포츠역사를 연구하는 작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정리하고, 이러한 시각적, 물질적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과거의 스포츠를 다채롭게 이해하는데 있어 큰 의의가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의 ʻ다양성’에 주목한 일군의 스포츠역사학자들은 각자의 관심 영역에서 다채로운 연구 결과물들을 생산해왔다. 북미스포츠역사학회의 경우, Journal of Sport History의 2008년 가을 호에 기획·연재된 “Our Voices in Pubic History”라는 포럼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Douglas Booth(2008a)의 서문과 Doug Brown(2008)의 논평(commentary)을 포함하여 총 5편의 연구가 게재되어 있다(Booth, 2008b; Phillips, 2008; Cronin, 2008). 저널 The I 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를 발행하는 세계스포츠·체육교육역사학회에서도 2011년 “Sport and the Visual”이라는 주제의 특별호(special edition)를 기획하여 출간한 바 있다. 서문,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16편의 연구들을 게재하고 있으며, 이 연구들은 전문적 예술작품, 사진, 우표, 박물관, 회화, 건축, 동상, 도상, 공원, 배너광고, 만화 등을 역사하기의 매개체로 선택하여 논의하고 있다. 6)
이 밖에도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이라는 우산 혹은 건물 안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많은 학자들의 성과물들이 있다. 무엇보다 뉴질랜드에서 연구하고 있는 Murray G. Phillips와 Gary Osmond가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들이다. 영국에서는, 시각적 대중 매체를 통해 과거의 스포츠가 이해되고 소통되고 또 소비되는 대중적 맥락을 탐구하고 있는 Jeffrey Hill, 스포츠관련 시각적·물질적 문화 속의 기억(memory)과 유산(heritage)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Mike Huggins, 그리고 영국의 스포츠박물관들에 대한 역사학적 접근을 처음 시도했던 Wray Vamplew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후기구조의적 관점에 입각하여 스포츠기념동상(sports statues)을 하나의 텍스트로 파악하여 담론 분석과 맥락적 해석을 통해 ʻ역사화된 문화연구 혹은 문화연구적 역사연구(cultural history or historicized cultural studies)’를 진행하고 있는 Maurine M. Smith와 Jamie Schultz 등이 대중/공공스포츠역사연구를 선보이고 있는 학자들이다.
과거의 스포츠에 대한 대중/공공역사학적 접근을 시도한 노력들은 크게 두 흐름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영화, 다큐멘터리, 회화, 만화, 포스터 등을 과거에 대한 흔적 혹은 자취들(remnants)로서 뿐 아니라, 과거를 연구할 수 있는 역사적 사료(sources)로서, 그리고 과거를 재현하는 매개체로서 다루고 있는 소위 ʻ시각문화(visual culture)’ 중심의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 작업의 소재, 사료, 그리고 재현의 매개물로서 스포츠박물관, 스포츠기념물/관, 스포츠동상 등에 주목하는 일련의 흐름이다.
과거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또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의 역사성을 논의하는 작업은 추후의 과제로 미루고, 7) 이 연구에서는 후자의 흐름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스포츠박물관, 스포츠기념물/관, 스포츠동상 등에 대한 스포츠역사학자들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포츠박물관의 역사, 현황, 형태 등을 정리한 일종의 조사연구들(surveys), 둘째, 사료로서, 재현의 매개물로서, 혹은 역사연구의 장(venue)으로서 스포츠박물관의 역사철학적 중요성을 논의한 리뷰연구들, 셋째, ʻ신 박물관학(new museology)’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스포츠박물관을 하나의 텍스트로 파악하여 연구하는 일종의 역사적 문화연구 혹은 문화 연구적 역사연구들이 있다. 다음의 장에서는 각각의 흐름들과 그 흐름들을 대표하는 연구들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여 서술할 것이다.

스포츠박물관의 역사, 현황, 형태

북미 및 서유럽에서 스포츠박물관들이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부터이다. 1915년 스위스 로잔에 건립된 올림픽 박물관(the Olympic Museum)이 대표적인 예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스포츠 명예의 전당/박물관(sports halls of fame and museums)이 건립되기 시작했는데, 1936년에 완공된 야구의 명예전당/박물관(the Baseball Hall of Fame and Museum)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1950년대 이후부터는 동유럽의 국가들도 스포츠를 공산주의 이념과 연계해서 기억하고 기념하는 박물관들을 건립하기 시작하였다(Moore, 2012).
스포츠박물관의 대중화는 1960년대 이후 서구 사회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소위 ʻ박물관 현상(museum phenomenon)’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전의 박물관들이 주로 ʻ자연사(natural history)’의 측면에서 동물상과 식물군에 대한 수집과 전시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 시기 이후의 박물관들은 주로 국가정체성 및 사회, 정치, 문화적 측면의 역사와 관련된 이슈들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스포츠는 이러한 박물관의 새로운 트렌드에 잘 부합하는 주제 중의 하나였다. 또한 스포츠박물관의 성장과 발전은 스포츠 조직의 발전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 프로스포츠와 대학스포츠 조직은 거대한 기업과 같이 성장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스포츠박물관 건립에 대한 경제적 투자와 지원이 끊이지 않았다. 스포츠유산 관련 관광산업의 성장 역시 스포츠박물관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예컨대 스포츠박물관은 스포츠관광의 패키지 코스로서 경기장 투어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어 있다.
스포츠박물관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사례로는 두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Annie Hood라는 영국의 박물관 자문위원이 영국의 박물관, 기록보관소, 도서관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유산 및 유물들을 정리한 2006 Sports Heritage Network Mapping Survey이다. 이 조사는 2004년 영국의 주요 스포츠박물관들이 연합하여 결성한 ʻ스포츠유산네트워크(the Sports Heritage Network(SHN)’의 후원 아래 진행된 것이다. SHN은 스포츠유산 분야에 종사하는 기관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스포츠와 그 역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미션으로 설정하고, 그 목적의 일환으로 박물관협회로부터 기금을 받아서 조사를 실시하였다(Hill et al., 2012; Moore, 2012). 다른 하나는 Victor Danilov가 세계의 박물관 현황을 조사하여 2005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Sports Museums and Halls of Fame Worldwide를 들 수 있다. 스포츠박물관과 일반 박물관을 구별하지 않았던 SHN의 조사와 달리, Danilov는 스포츠 관련 박물관에 한정하였으며, 2005년 당시 46개국에 걸쳐 총 580개의 스포츠박물관이 운영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Danilov, 2005).
스포츠박물관은 이제 전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스포츠 관련 문화경관의 하나이다. 예컨대, 캐나다는 올림픽 기념관들과 명예의 전당, 스키 박물관 등을 포함한 총 39개의 스포츠박물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는 스포츠관련 전시회, 박람회, 박물관 등의 형태를 포함한 총 97개의 유관시설(institutions), 그리고 영국의 경우 크리켓, 축구, 골프, 경마, 테니스, 조정, 럭비 종목에 대한 각각의 국립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수의 스포츠박물관이 건립된 곳은 미국으로, 뉴욕 주만 해도 46개에 이르며, 대부분의 주가 20여개 안팎의 스포츠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Phillips, 2012).
Phillips는 이러한 조사들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가, 스포츠박물관의 형태와 유형을 개념화하는 시도를 하였다. <표 1>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Phillips는 스포츠박물관을 4가지 유형, 즉 교육 중심 형, 기업 중심 형, 클럽 및 단체 중심 형, 지역 커뮤니티 중심 형으로 구분하였다. 그가 고려한 사항들은 스포츠박물관의 물리적 환경은 어떠한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역사적 지식을 입수하였는지, 누가 이 기관들에 관여하고 또 종사하는지, 그들의 재정적 지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등이었다.
표 1.

스포츠박물관 유형(Phillips, 2012)8)

구 분 시설 환경 정보/지식의 출처 설립 목적 인력 운영 재정지원
교육 중심형
(Academic)
박물관 대학 및 교육기관 다양한 관점의 중재를 통해 결정 박물관학
전문가
정부, 기업, 방문객
기업 중심형
(Corporate)
박물관 혹은스포츠경기장의 한 섹션 대학 및 시장 관련 정보기관 이미지/브랜딩 창출, 마케팅 전문가 및 시장 관련 종사자 스포츠 조직 및 기관단체, 기업
클럽 및 단체중심형
(Community)
소형 박물관 혹은 스포츠클럽건물들 다양: 교육적, 경험적, 구술전통 기념 및 찬양, 단체 교섭 및 친목 도모 자원자 지자체, 클럽, 사적 기부
지역 커뮤니티 중심형
(Vernacular)
술집, 이발소, 식당 등의 대중 공간 다양: 교육적, 경험적, 구술전통 역사적 취향의 상품 판매와 서비스 고용된 인력 소규모 사업
Kevin Moore(2012)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상의 4가지 스포츠박물관 유형은 단순한 비교 수준에 머무는 형태론적 관점의 구분이다. 스포츠박물관들이 각각 하나의 유형에 속하기 보다는 서로 중첩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영국의 윔블던 테니스 박물관(Wimbledon Lawn Tennis Museum)은 기업 중심 형 스포츠박물관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될 만큼 교육적인 측면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스포츠박물관이기도 하다(Godfrey, 2012). 한편, 유형화가 힘들다는 점은 스포츠박물관의 존재가 이전과는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꿈틀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박물관은 대중문화와 차별되는 성격의 ʻ고급문화(high culture)ʼ를 전시하고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스포츠박물관들이 단순히 과거의 스포츠 유물을 보존, 보관, 전시하는 기능만을 위해 건립되거나 운영되지는 않는다.
스포츠박물관의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역사학자들은 대체적으로 스포츠박물관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물론 스포츠역사가들이 박물관이라는 토픽, 주제, 이슈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문화적 현상 혹은 실제(practice)가 어떻게 박물관 속에서 전시되고 있는지, 박물관들은 스포츠의 전시에 왜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스포츠박물관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건립, 운영, 소멸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들이 많이 역설되어 왔다(Kohe, 2010; Moore, 2012; Phillips, 2012; Phillips et al., 2007; Pope, 1996; Vamplew, 1998; Snyder, 1991). 아래의 장에서는 이러한 연구적 관심을 가지고 스포츠박물관을 논의한 연구들을 살펴볼 것이다.

스포츠박물관에 대한 역사철학적 논의

역사학자들이 박물관을 역사연구의 장(venue)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있었듯이, 스포츠역사학자들도 박물관과 명예의 전당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역사 만들기에 대해 그다지 큰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스포츠역사학자들은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역사적 정보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어서 섬세하고도 복합적인 역사적 주장을 전달하지 못함을 지적해 왔다. 예를 들어, 스포츠 관련 물품들과 장비들은 왜 그러한 것들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혁신과 효용성의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과거의 모습을 현재에 시연하고 있는 골동품과 같은 고고학적 증표로서만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포츠역사 관련 전시물들은 그것들을 배태한 역사·문화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의미와 정보가 제시되기 보다는, 스포츠박물관의 큐레이터들에 의해 마치 골동품과 같은 상품의 형태로 진열되고 만다는 것이다(Phillips, 2012; Vamplew, 1998).
둘째, 스포츠역사학자들은 박물관들이 스포츠에 대한 사회비평의 역할을 하지 못함을 지적해왔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박물관들은 스포츠에 대한 논쟁적인 것을 회피하는 무비판적(uncritical) 태도를 견지하면서, 특히 과거에 대한 향수를 마케팅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소위 스포츠 ʻ황금기(golden age)’라는 아이디어를 제도화해 온 기관이다. 이에 일부 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실과 해석의 왜곡, 신화의 재생산, 그리고 지나치게 영웅만을 찬양하는 스포츠박물관의 단순하면서도 비역사적인 역사 만들기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Kidd, 1996; Pope, 1996; Vamplew, 1998).
그러나 일군의 학자들이 이러한 비판과 거부감을 보다 다른 시각에서 이해하고, 스포츠박물관이 스포츠역사연구에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학술적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논의해 왔다. 역사학자들이 다양한 재현 방식의 역사물들을 대중/공공역사학이라는 우산 혹은 건물 아래로 포용하였듯이, 스포츠역사학자들도 과거의 스포츠를 반영하고, 재현하고, 구성하는 다양한 재현 방식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통해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하였다. 스포츠박물관, 명예의 전당, 스포츠기념물/관, 스포츠기념동상 등과 관련된 여러 목소리들 중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이 주목할 만하다.
첫째, 스포츠박물관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전문 스포츠역사학과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스포츠역사학자의 새로운 ʻ역할론’의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박물관을 더 이상 과거에 대한 자료들을 소장하는 기록보관소와 같은 저장 공간의 개념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는 활동을 제공하는 하나의 실험실과 같은 공간으로 이해하자는 아이디어이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역사학자들이 관습적으로 성역화해 온 문헌적 사료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한 층의 보호막을 더 더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역사학자들이 어떻게 박물관의 큐레이터들과 ʻ스포츠 역사하기’를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Pope, 1996; Phillips, 2010; Vamplew, 1998).
둘째, 스포츠역사학자들은 스포츠박물관에 대해 보다 더 비판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과거의 스포츠를 기념하고 전시하는 문화적 사업들은 거의 대부분 대중의 선호도가 해피엔딩의 낭만과 향수적 정서에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를 둘러싼 논쟁과 모순의 측면보다는 기록과 영웅에 대한 찬양의 코드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주류 스포츠 조직들이 운영하고 있는 명예의 전당들이 대표적인 경우로서, 스포츠 스타들과 관련된 자취와 흔적들은 비판의 여지가 없는 혹은 절대적으로 축복해야 하는 것들로 미화되어 전시된다. 요지는, 스포츠역사학자들이 이러한 찬양 모드의 전시가 몰고 오는 문화적 위험성에 대해 침묵하거나 혹은 그 역사적 획일성을 더 이상 방조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다. 방문객 혹은 학생들이 스포츠박물관의 전시물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지켜보기 보다는, 그들이 그것들을 역사적으로 해체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스포츠역사학자들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Kidd, 1996; Pope, 1996; Snyder, 1991).
셋째, 스포츠박물관을 보다 더 ʻ진지하게’ 연구할 수 있는 이론적이고 방법론적인 훈련, 교육, 성찰 등이 스포츠역사학자들에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영화, 회화, 다큐멘터리 등에 대한 관심이 ʻ시각 문화(visual culture)’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접근의 필요성을 소환했다면(Huggins & OʼMahony, 2011), 스포츠박물관이나 기념동상에 관심이 있는 스포츠역사학자들은 ʻ물질문화(material culture)ʼ와 관련된 이론 및 방법론적 툴과 안목들을 수용할 것을 강조하였다(Borish & Phillips, 2012; Osmond, 2008b; Smith, 2011). 예컨대 ’신 박물관학(new museology)ʼ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일련의 연구들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며, 다음의 장에서 보다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주제이다.

신박물관학의 수용

일군의 스포츠역사학자들이 스포츠박물관을 역사하기의 장으로서 혹은 과거의 스포츠를 재현하는 하나의 재현 방식의 시공간으로서 꾸준히 탐구하고 있는 핵심 배경에는 ʻ신 박물관학(new museology)ʻ이라는 박물관 연구의 이론적, 방법론적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개념의 주창자인 Peter Vergo는 신 박물관학을, “박물관에 대한 연구, 즉 박물관의 역사와 철학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립되고 발전된 다양한 방식들, 공표되거나 말해지지 않은 박물관의 목적과 정책들, 그리고 박물관의 교육적·정치적·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한 바 있다(Vergo, 1989). 9) 다시 말해, 신 박물관학은 보존과 보관에 관련된 방법론, 기술, 행정적 실제 등에 대한 이슈로부터 거리를 두고, 박물관을 하나의 텍스트로 파악하여 박물관을 둘러싼 역사, 사회, 문화적 맥락들에 대한 고려를 통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미학적 차원의 의미들을 탐구하는 연구이다.
신 박물관학은 구체적으로 다음의 사항들을 강조한다. 우선,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실체로서 주어진 본래적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에 의해 특정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전시된 것들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박물관에 진열된 전시물들의 ʻ의미’라는 것은 전시를 기획한 박물관의 주체가 의도하는 보존과 보관의 목적과는 별개로 존재할 수 있다. 또한 그 의미들은 언제나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변화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항상 다의적이다. 결국 해석의 초점은 하나의 텍스트로서 박물관이 사회와 어떻게 관계하고 있느냐에 대한 맥락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 박물관학은 기존의 박물관 연구가 가지고 있던 교육적 색깔의 전통성을 탈피하고 보다 더 학제적인 연구방향을 지향한다(Macdonald, 2006; Mason, 2006).
스포츠역사학자들은 신 박물관학의 영감 속에서 특히 ʻ내러티브(narrative)’의 중요성을 주목해 왔다. 10) 서사학자 Gerard Genette의 모델을 역사학 연구에 적용한 Alun Munslow(2007)에 의하면, 과거를 재현하는 모든 역사적 작업은 내러티브를 생산(production)하는 과정, 문자, 이미지, 물질적 형태 등을 통한 텍스트로 재현(textual representation)하는 과정, 그리고 독자에 의해 수용되거나 소비되는(consumption by audience) 과정으로 이어지는 ʻ이야기 공간(story space)’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역사학자들 역시 박물관, 기념관, 동상 등을 하나의 ʻ이야기 공간’으로 파악하고, 과거의 스포츠에 대한 내러티브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방식, 그것이 문자, 시각, 물질적 매개체 등을 통해 표현되고 재현되는 과정과 방식, 그리고 그 역사적 재현물들이 대중들에게 소비되고 수용되는 과정과 방식 등에 존재하는 의미들을 읽어내고 해석해 왔다. 구체적인 연구들의 예를 <표 2>로 정리하여 보았다.
표 2.

신 박물관학 흐름의 스포츠박물관/기념동상 연구들

구분 내용
Booth(2012) 호주의 Bondi Park를 하나의 박물관적 장소(living-site museum)로 개념화하여 서술함. 특히, 호주의 해변 문화와 서핑 문화에 대한 다양하고 다차원적 의견, 목소리, 기억 등이 어떻게 Bondi Pavilion이라는 문화 센터를 중심으로 매개되어서 전시되고 재현되는지를 논의함.
Godfrey(2012) 자신이 큐레이터로 참여했던 New Wimbledon Lawn Tennis Museum의 재 건립 과정에 대한 경험을 중심으로 박물관의 전시 체제 및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역사적 논의들을 내부자의 관점에서 서술함.
Nathan(2012) Baltimore의 세 가지 스포츠역사기념공간인 Babe Ruth Birthplace Museum, Sport Legends Museum, Oriole Park가 연구대상임. Walter Benjamin이 파리에 체류하면서 근대적 도시 문화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ʻ산보(flanerie)’라는 형식으로 담아낸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과거의 스포츠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근대적이고 지배적인 방식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ʻ기행(tour)’의 형식을 통해 서술함.
OʼNeill & Osmond(2012) ʻPhar Lap’이라는 영웅적 경주마의 박물관 전시가 만들어내는 내러티브의 변화과정을 추적함. 20세기 초 표본적 종마(specimen)로서 ʻ과학적 진보’를 상징하는 내러티브로 전시되었으나, 20세기 후반 들어 점차 ʻ도박’, ʻ도덕적 해이’, ʻ영웅에 대한 향수’ 등의 문화적 스토리로 각인됨. 경주마를 둘러싼 의미와 내러티브가 역사적 맥락과 제도적 배경 속에서 항상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함.
Osmond, & Phillips(2011) A Summer of Cricket이라는 박물관 전시에 진열된 3개의 우표가 연구대상임. 텍스트로서 각각의 우표들은 특정한 의미의 기호들을 발화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박물관이 기획하고 추구하는 맥락 속에서 다시 위치 지워질 때 그 의미들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논의함. 예를 들어, 뉴질랜드 령 국가의 원주민이 크리켓을 하고 있는 모습의 우표는 텍스트의 차원에서 민족주의적 성격의 의미를 지시하지만, A Summer of Cricket의 전시 맥락에서는 오히려 식민주의의 흔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음을 강조함.
Osmond, Phillips, & OʼNeill(2006)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의 중심에 서 있는 서핑의 아버지 Duke Paoa Kahanamku의 동상이 연구대상임. 하와이안 출신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서핑의 아버지로 재탄생하게 된 과정의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을 논의함.
Schultz(2011) Arthur Ashe라는 흑인 테니스 선수의 동상이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의 Monument Avenue라는 지역사회의 상징적 공간에 세워진 과정을 추적함. 백인 중심의 문화 공간에 흑인 선수의 동상이 세워진 맥락, 정치적 함의, 그리고 인종을 둘러싼 다양한 내러티브들이 충돌하고 경합하고 협상하는 역동적 관계들을 읽어냄.
Smith(2011) 3개의 스포츠선수 동상이 연구대상임. 미식축구선수이자 군인이었던 Pat Tillman,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400m 메달리스트인 Tommie Smith와 John Carlos, 1960년 로마올림픽 육상 3관왕에 올랐던 흑인여성선수 Wilma Rudolph의 동상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지배적 내러티브들을 각각 백인남성성, 인종, 젠더를 중심으로 탐구함.

결론 및 시사점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가능성과 방향성 그리고 그 잠재력을 한국의 현실에서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문화 간 차이에서 비롯되는 번역의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Gotelind Muller가 중국의 맥락에서 간파하고 있듯이, 동양 문화권 속에서 ʻ공공’의 의미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과 반대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국가 주도의 어떤 ʻ공식적인 것(the official)ʼ것을 연상케 한다. 따라서 ʻpublic historyʼ라는 단어는 ʻ국가에서 공식적인 것으로 승인하거나 공인하는 역사ʻ로 오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ʻpopular historyʼ는 일반적인 ʻ사람들(people)’의 역사를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국가와 관련된 뉘앙스가 전혀 없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ʻ비공식적인 역사(unofficial history)ʼ로 받아들일 수 있다. Muller의 요지는 국가의 개입 여부를 통해 ʻ공식적인 역사’와 ʻ비공식적 역사’를 구분하는 것이 동양권 문화의 역사인식이라는 것이다(Muller, 2011).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인민들이 국가가 주도해서 생산하는 그 공식적 역사를 잘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Muller는 전문역사학(academic history)의 개념을 중국에서는 ʻ공식적이지만 인민들이 많이 믿지 않는 역사(official but not-believed history)로 설명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대조되는 차원의 ʻpublic historyʼ의 개념은 ʻ많은 인민들이 믿기 때문에 비공식적 역사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역사(believed but too-cautious-to-be-openly-acknowledged unofficial ones)ʼ이다(Muller, 2011).
그렇다면, ʻpublic/popular historyʼ의 서구적 용례와 중국적 용례가 반추하는 우리의 ʻ대중/공공역사학’은 어떤 모습인가? 한국 사회의 역사, 문화적 맥락 그리고 한국 역사학 및 스포츠역사학의 토양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대중/공공의 가치는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는 ʻ대중/공공역사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ʻ어떻게 그것이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미국과 서유럽의 역사학자들이 ʻ대중/공공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ʻ이유ʼ와 ʻ배경ʼ 말이다.
대중/공공역사학의 등장은 전문역사학에 대한 본질적 비판과 전면적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학의 가치를 보다 더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측면에서 재인식해보자는 성찰의 취지에서 비롯된 움직임이었다. 우리와는 다른 시공간에서 살고 있던, 그러나 우리와 비슷한 ʻ일ʼ을 하던 그 사람들이 그들의 ʻ일ʼ과 ʻ작업’을 현실 속에서 냉철하게 바라보고, 그들이 하는 ʻ역사하기ʼ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재무장하고자 시도했던 바로 그 고민의 문제의식이 우리에게 더 유의미한 시사점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역사하기의 주체로 존재하는 ʻ국가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우처럼, ʻpublic/popular historyʼ가 우리에게 익숙한 ʻ야사(野史)ʼ와도 같이 ʻ비공식적인 것으로서의 역사(unofficial history)ʼ인 것은 아니다. 국가를 중심으로 서로 공유할 필요가 있는 역사들은 공식적인 것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합의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역사들을 비공식적인 것으로 구분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11) 중요한 것은, 공식과 비공식을 떠나 ʻ과정으로서의 역사ʼ를 고민하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썼느냐의 문제는 항상 중요해왔지만, 이제 그 ʻ무엇ʼ을 쓴 ʻ누구ʼ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썼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내용 혹은 지식적 체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가 역사로 구성되는 ʻ과정ʼ에 대한 안목을 강조하는 것이다.
ʻ내용으로서의 역사’보다는 ʻ과정으로서의 역사’에 초점을 두고 생각해 볼 때,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첫째,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은 과거의 스포츠를 연구하는 작업의 이론적, 방법론적, 그리고 재현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한 섬세하고 지속적인 자극을 제공한다. 과거를 다루는 작업과 관련된 많은 학문 분야들이 공통으로 드러내고 있는 특징은 과거에 대한 어떤 주제(subject matter)를 강조하기 보다는 그 주제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흐름이다. 12) 신 박물관학이 그 이전의 박물관학과 구별되는 차별성은 박물관에 대한 주제적 차원이 아니라, 박물관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그 접근 방식의 차이에 있다. 즉 박물관을 과거를 보존하고 보관하는 저장소로 여기기보다는 어떤 역사하기의 실험실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의 차원에서,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은 과거의 스포츠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ʻ태도ʼ를 강조한다. Booth(2008c)가 강조한 바 있듯이,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은 모두 과거에 대한 어떤 정서를 담고 있는 것(affective artifacts)들이다(Booth, 2008c). 그것들을 보거나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국가의 역사와 자신의 역사를 회고하고 매개하면서 정리한다. 그래서 대중/공공역사로서의 스포츠역사는 스포츠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각적으로 인지되고 또 정서적으로 다가가는지, 스포츠가 어떻게 사람들의 기억과 연관되는지, 그리고 스포츠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떠한 미적 연관을 가지게 되는지 등에 대한 안목을 제공한다(Kohe, 2010).
둘째,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은 스포츠역사학자들에게 ʻ과거의 스포츠’를 다루고 재현하는 역사물들을 비평하는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부여한다. 과거의 스포츠에 대한 지식을 생산하고 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역사하기의 주체가 다원화되고 민주화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할 리스트에 스포츠역사비평가를 추가시킬 필요가 있다. 소설, 시, 수필 등의 문학적 작업을 비평하는 문학비평가가 있듯이, 역사적 작업을 비평하는 역사비평가도 있다. 역사비평가로서 스포츠역사학자들의 역할은 스포츠역사물들의 역사적 사실성과 객관성을 검증하고 그 역사성에 대한 중요성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ʻ진실ʼ의 측면과 아울러, 과거의 스포츠를 재현하는 방식 역시 역사비평의 중요한 요소이다. 문학이 여러 형식(form)을 가진 장르가 있듯이, 역사에도 장르가 있다. 그리고 그 장르의 시각성, 물질성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대중/공공역사학이다.
많은 학자들이 역사적 작업의 가치를 과거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사실을 복원하고, 허구와 거짓을 가려내는 데 부여하고 있다. 이 가치는 역사하기에 있어 절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는 명제이다. 그러나 여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그 가치가 가지고 있는 ʻ복잡성’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는 그 자체로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증거도 어떤 설명과의 연관 속에서 증거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들이 결코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ʻ역사적 객관성’이라는 명제를 ʻ과학적 객관성ʼ과 혼동하고 있는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발견, 추적, 복원하거나 장기적 안목의 발전과정과 변천과정을 패턴과 양태를 중심으로 지도화(mapping)하는 기술적(descriptive) 역사연구가 지배적인 한국스포츠역사학의 ʻ연구 문화’ 속에서, 리뷰연구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나아가 보다 더 해석적인(interpretive)인 접근과 태도의 연구들이 수용될 수 있는 ʻ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Note

1) 이후 대중의(을 위한) 역사 관련 대학원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개설되었는데, 1980·90년대 60개였던 것이 2008년에는 110개로 증가하였다(Meringolo, 2012).

2) 예컨대, ʻ대중의 혹은 공공의(public)ʼ, ʻ대중문화와 관련된 혹은 대중문화로서의(popular)ʼ, ʻ비학술적(unacademic)ʼ, ʻ아마추어적(amateur)ʼ, ʻ비관례적(unconventional)’, ʻ비전문적(non-professional)ʼ, ʻ비공식적(unofficial)ʼ 등의 형용사로 수식되고 명명되어 논의되고 있는 역사들이다.

3) Jordanova는 ʻthe publicʼ이라는 개념이 매우 애매하고 모호하기 짝이 없음을 전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ʻpublicʼ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인 뉘앙스를 잘 전달하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함을 언급하고 있다(Jordanova, 2000).

4) 북미스포츠역사학회(The North American Society for Sport History)와 세계스포츠 및 체육교육역사학회(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History of Physical Education and Sport)가 대표적이다.

5) 북미스포츠역사학회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역사철학적(historiographical) 이슈, 주제, 쟁점들을 ʻ포럼(Forum)ʼ이나 ʻ사료와 방법론(Source and Method)’과 같은 형식의 섹션을 배치해서 게재하고 있다.

6) 2011년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History of Sport 28권 8-9호를 참고하기 바란다.

7) 시각적 매개물을 통한(에 대한) 대중/공공스포츠역사학의 동향과 그 시사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독립된 연구로 진행할 것이다. 간단히 언급하자면, 과거에 있었던 스포츠 실화를 영화화한 일련의 작품들을 소위 ʻ스포츠다큐드라마(sports-docudrama)ʼ라는 장르로 개념화하여, 그 대중/공공역사학적 의미와 중요성을 논의할 것이다.

8) Phillips가 정리한 ʻSport Museum Typology’를 재구성하였다(Phillips, 2012)

9)박소현(2011)의 연구, 213페이지에서 재인용하였다.

10) 뉴질랜드의 Phillips와 Osmond, 그리고 미국의 Maurine Smith와 Jamie Schultz가 대표적이다.

11) 일례로, 교과서 논쟁이 대표적이다. 어떤 과거가 공식적인 것이고 또 어떤 과거가 비공식적인 것인지에 대한 첨예한 이슈들이 국가와 학생 혹은 더 나아가 국가와 대중 혹은 국가와 국민이라는 역사쓰기의 주체와 독자라는 구도 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12) 이러한 흐름은 기억연구(the study of memory)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기억연구가 단일한 그룹이 가지고 있는 과거에 대한 사고, 믿음, 아이디어 등을 기억으로 개념화하는데 주력하였다면, 소위 ʻ신 기억연구(the new study of memory)’로 회자되는 흐름은 기억들 사이의 상호관계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기억이라는 것은 그 기억을 만들어가는 주체에 의해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으며, 그 기억들은 다양한 재현 방식을 통해 서로 다른 버전(version)의 역사들로 사회 속에서 소통되고 있다. David Glassberg가 주장하였듯이, 전통적 기억연구는 같은 역사에 대한 같은 해석을 추구하는 반면, 신 기억연구the new memory scholarship)은 같은 과거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과 의미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Glassberg,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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