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경기에서 심리적 항상성 유지 과정
Jeon, Jae-Youn; Yun, Young-Kil
체육과학연구Korean Journal of Sport Science, Vol.25, No.3, pp.575-589
Abstract
This study was purposed to explore psychological change and regulation process during badminton competition. The data were conducted using group interviews and participation observations who 18 K college badminton players. The data were analyzed using open, axial, and selective coding based on grounded theory method (Strauss & Corbin, 1998). The results were as follows: Open coding results, 89 concepts, 44 subcategories, and 18 categories emerged as psychological change and regulation process during badminton competitions. Axial coding results, the categories are showed structural relationships such as performance, score, psychological momentum, the importance of competition, court environment, physical condition, competition strategy, psychological preparation, past experience, outcome expectation, psychological disturbance, psychological skills, game situation-changing strategy, support-seeking strategy, significant others' behavior, the opponents' behavior, psychological resilience, and maintenance psychological disturbance. Selective coding results, core category of this study was revealed to maintain psychological homeostasis. Environmental context during badminton competitions causes specific situations and events that evoke psychological disturbance. In turn, a player seeks mental and behavioral strategies to maintain psychological homeostasis. There is psychological homeostasis mechanism during badminton competitions for peak performance. Development of proper interest for psychological homeostasis will be improved through this research approach in sport psychology.
초록
본 연구는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탐색할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K대학 배드민턴 선수 18명을 대상으로 집단면담과 참여관찰을 진행해 자료를 수집하고, 근거이론 방법(Strauss & Corbin, 1998)을 통해 분석하였다. 첫째, 개방코딩 결과,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에 관한 89개의 개념, 44개의 하위범주, 18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둘째, 축코딩 결과, 시합 수행, 스코어 상황, 경기 흐름, 심리적 동요, 경험, 수행 및 결과 기대, 경기의 민감성, 코트 환경, 컨디션, 경기 전략, 심리적 준비, 심리적 전략, 상황 변화 전략, 지지 추구 전략, 주요타자의 반응, 상대 및 상대팀의 행동, 심리적 안정 회복과 심리적 동요 지속 등의 범주들이 구조적인 관계를 나타내었다. 셋째, 선택코딩 결과, 본 연구의 핵심범주는 '심리적 항상성 유지하기'로 도출되었다.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는 개인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 사건 및 상황으로부터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이 때 선수는 다양한 심리행동적 전략을 모색, 실천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회복한다. 즉, 배드민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의 내면에는 최상수행을 위해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항상성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본 연구가 심리적 연속성에 대한 관심의 기화를 제공하는 동시에 체육계와 체육학계에 심리적 항상성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 론
경기상황에서 선수는 최상수행을 위해 심리적 안정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경기에서는 컨디션이나 승리에 대한 압박감 등의 개인 특성은 물론 경기의 중요도, 스코어, 심판 판정 등의 상황 특성, 경기시설과 관중, 지도자의 기대나 질책 등의 환경 특성이 선수의 심리적 안정성을 붕괴시킨다(윤영길과 김호, 2006; Davis & Harvey, 1992). 따라서 경기 중 선수의 심리 경험과 수행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적 특성과 더불어 경기 중 발생되는 여러 상황 및 사건과 환경 맥락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Newell et al., 2001).
경기 중 선수의 심리적 안정성 붕괴는 상황이나 환경 맥락과 상호작용하여 심리 변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경기 중 선수의 자신감은 연속득점 상황에서는 높아지지만 연속실점 상황에서는 저하된다(정청희와 심윤식, 1997; Gernigon et al., 2010). 뿐만 아니라 선수가 느끼는 불안감은 페널티 킥이나 승부차기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극대화된다(Wood, 2010).
특히, 경기 중 발생하는 사건은 다양한 양상으로 심리 변화를 일으킨다. 다차원적 심리적 모멘텀 모델(Taylor & Demick, 1994)에 따르면 경기 중에는 선수의 수행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사건이 존재하며, 이러한 사건은 선수의 인지적, 생리적, 정서적, 행동적 변화를 일으켜 수행과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상대의 실수나 심판 판정, 팀 동료의 격려는 긍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해 자신감 증가, 성공적인 결과 인식, 불패의 느낌 등을 경험하게 하여 승리의 가능성을 높인다(Jones & Harwood, 2008). 반면, 점수차, 중요한 선수 퇴장, 타임아웃 등은 부정적 모멘텀으로 작용해 자신감 저하와 분노, 압박감, 실망감을 경험하게 하여 패배의 가능성을 높인다(Goldcshmied et al., 2010; Mace et al., 1992). 이처럼 경기 중에는 선수의 심리 변화를 유발하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며, 이러한 사건은 선수의 수행과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 안정성이 붕괴될 때 선수는 심리 조절 방안으로 다양한 대처 전략을 모색하고, 적절한 대처 전략을 통해 안정을 회복한다(Jones & Harwood, 2008; Moesch, & Apitzsch, 2012).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루틴, 심상 등의 심리기술을 활용하고, 긴장이나 불안 유발 요인에 대한 대처 전략을 사용(Gould et al., 1993)하거나 침착함을 유지하고 주의산만에 대처할 수 있는 심리 전략을 수립한다(Gould et al., 2002). 심리적 안정을 위한 선수의 심리 조절 노력은 심리적 준비(구해모, 2005), 심리기술 및 전략(Hanton et al., 2008; Krane & Williams, 2010), 역경 대처(김영숙과 박상혁, 2013), 정서 조절 및 최적화(Hanin, 2000)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상황에서 선수는 다양한 상황이나 환경의 영향으로 심리적 불안정성이 유발될 때 그에 적절한 심리 조절 전략을 모색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한다. 이러한 심리 변화와 조절의 연속적 과정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반복되며, 결국 선수의 수행과 경기결과는 심리적 안정성 유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경기상황에서 선수의 수행과 경기결과를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경기 전반에 걸쳐 전개되는 다양한 심리 변화 현상과 심리 조절의 연속적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스포츠심리학에서는 경기상황에서 발생하는 특정 사건에 대한 심리 변화와 대처, 수행의 과정을 연속적으로 파악하려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골프선수의 스트레스 요인과 대처, 이후 정서 경험과 수행의 관계(Nicholls et al., 2010; Nicholls & Polman, 2008), 시합 시간에 따른 하키선수의 심리기술 사용과 불안 반응 및 수행(Thomas et al., 2007), 인지 및 신체 불안에 대한 대처와 수행의 관계(Hanton & Connauhton, 2002), 시합 전 불안 경험과 심리 전략, 이후 불안 반응 및 수행에 관한 연구(Hanton et al., 2008) 등은 심리 변화와 조절의 연속적 과정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심리 변화와 조절, 그에 대한 심리 반응으로 유발되는 이차적 변화를 계열적으로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경기 과정의 연속성보다는 측정이나 관찰 시점의 절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경기상황 전반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 요인과 선수와 선수를 둘러싼 환경 요인간의 상호작용, 관련 변인들의 구조적 관계, 경기 흐름에 따른 변인들의 관계 변화 등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경기 중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간의 구조적 관계는 물론 경기 전반에 걸쳐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 즉 심리적 안정성 유지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배드민턴 경기는 역전, 듀스 등 심리적으로 민감한 스코어 상황이 연출되고, 셔틀콕의 스피드가 빨라 오심 또한 빈발한다. 복식 경기에서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경기력 핵심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이동수, 2010). 특히, 경기 중에는 경기 흐름의 압박, 지도자의 부정적인 벤치코칭, 심판오심, 시합장 분위기 등이 심리적 불안정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심리 전략을 구축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김문수 등, 2011).
이처럼 배드민턴 경기에서는 선수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 파트너, 심판, 스코어 등 여러 상황 및 환경 요인이 선수의 심리와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배드민턴을 주제로 한 심리학 관점의 연구는 선수의 심리적 특성(이동현과 허정훈, 2006; 전재연과 윤영길, 2011)과 타구코스 예측을 위한 시각탐색 전략(성한국과 구해모, 1992; 김선진 등, 2007), 시합 중 선수의 생각(이주현과 구해모, 2003) 등 특정 시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연구에 선수의 심리적 과정을 반영할 수 있는 접근이 더해진다면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경험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확장될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탐색하고 이를 토대로 경기 중 선수의 심리적 안정성 유지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 본 연구가 심리적 연속성에 대한 관심의 기화를 제공하는 동시에 체육계와 체육학계에 경기 전반에 걸친 심리 현상에 대한 관심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연구방법
연구참여자
본 연구에는 10년 이상 경력의 K대학 배드민턴 선수 18명이 참여하였다. K대학 배드민턴 팀은 풍부한 경험과 경력의 선수가 소속되어 성별 및 경기력 수준을 고려한 다양한 자료수집이 가능하다. 또한 연구자의 접근 용이성, 참여자와의 라포 형성 등이 참여자 선정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연구참여자의 구체적 특징은 <표 1>과 같다.
표 1.
참여자 | 성별 | 연령(세) | 세부종목 | 운동/대표 경력(년) | 주요대회 성과 |
---|---|---|---|---|---|
A | 여 | 21 | 복식 | 12 | 2013여름철대회 혼복 3위 |
B | 여 | 21 | 복식 | 10/1 | 2013전국체전 개인전 우승 |
C | 여 | 21 | 복식 | 12 | 2013봄철대회 단체 우승 |
D | 여 | 21 | 단식 | 11 | 2013봄철대회 단체 우승 |
E | 여 | 22 | 단식 | 12 | 2013여름철대회 단체 우승 |
F | 여 | 20 | 단식 | 10 | 2013여름철대회 단체 우승 |
G | 여 | 20 | 단식 | 10 | 2013봄철대회 단체 우승 |
H | 남 | 22 | 복식 | 14/3 | 2012아시아선수권 혼복 3위 |
I | 남 | 22 | 복식 | 14/2 | 2013여름철대회 복식 3위 |
J | 남 | 20 | 복식 | 14/1 | 2013여름철대회 복식 3위 |
K | 남 | 20 | 복식 | 10 | 2013여름철대회 복식 우승 |
L | 여 | 23 | 단식 | 14/4 | 2013유니버시아드 단식 우승 |
M | 여 | 23 | 복식 | 14/4 | 2013세계선수권 복식 2위 |
N | 여 | 23 | 단식 | 14 | 2013여름철대회 복식 2위 |
O | 남 | 23 | 단식 | 15/2 | 2013여름철대회 단체 우승 |
P | 남 | 22 | 단식 | 11 | 2013전국체전 단체 우승 |
Q | 남 | 21 | 단식 | 11 | 2013전국체전 단체 우승 |
R | 남 | 21 | 단식 | 11/2 | 2012전국체전 개인전 2위 |
한편, 연구주제 및 방법에 대한 연구진의 지식과 경험은 연구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Glaser & Strauss, 2012). 연구진은 배드민턴 선수 경력과 배드민턴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인터뷰를 통한 질적 연구를 다수 진행한바 있다. 이러한 연구진의 이론적, 경험적 지식을 연구 과정에 반영하였다.
자료수집
본 연구는 집단면담과 참여관찰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먼저 집단면담은 참여자간의 친밀감과 경험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성별, 연령, 세부종목, 경기력 수준이 유사한 3-4명을 한 집단으로 구성하였으며, 5집단을 5개월에 걸쳐 총 7차례 면담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 면담은 "경기 중 갑자기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가 있나요?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등 일반적인 질문으로 진행하였고, 두 번째 면담부터는 이전 면담결과를 토대로 반구조화 면담지침을 제작해 진행하였다.
시합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경기 경험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대회기간과 대회직후 참여자와 일정을 조율한 뒤 숙소, 훈련장, 강의실 등에서 진행하였다. 면담 시 면담내용에 대한 비밀보장, 자료 활용 시 익명성 보장, 녹음 허락 등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관련 내용이 기술된 연구참여동의서를 작성하였으며, 녹음된 면담내용은 문서화하였다.
참여관찰은 참여자의 경험을 깊이 이해하고 집단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와 면담치침을 보완할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2013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간 K대학 배드민턴 팀의 보조코치 역할을 하면서 참여자의 훈련과 시합 장면을 관찰하였다. 특히, 시합 시에는 심판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기 중 선수와 상대선수, 동료, 지도자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하였다. 연구자의 배드민턴 국가대표 경력과 K대학 지도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은 참여자를 이해하고 연구 내용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절차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탐색하기 위해 연구계획, 자료수집, 자료분석, 결과검증 순으로 <그림 1>과 같이 진행하였다.
연구계획 단계에서는 연구주제에 관한 문헌을 고찰해 연구의 방향과 문제를 설정하였다. 또한 연구 수행 전 연구 현장과 참여자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훈련장과 시합장을 방문, 경기영상을 시청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초기 면담을 위한 질문문항을 구성하였다. 한편, 연구방법의 적절성 검토를 위해 근거이론방법 서적(Strauss & Corbin, 2001)과 선행연구(김세영, 2013; 이인과 김경숙, 2012; 전신영과 유기웅, 2011)를 고찰하였다. 근거이론 방법이 특정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거나 특정 현상을 연구하는데 양적 연구방법의 부적절성과 한계를 인식했을 때, 특정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을 때 적용 가능함(유기웅 등, 2012)을 감안해 본 연구에 근거이론 방법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자료수집 단계에서는 K대학 배드민턴 팀 지도자와 선수에게 연구 목적을 설명하고 참여관찰과 면담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집단면담은 참여자의 훈련과 시합, 개인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고, 면담 시간은 최대 90분(Seidman, 2009)을 넘지 않도록 하였다. 참여관찰은 약 5개월간 K대학 훈련장과 전국대회 시합장에서 이루어졌으며, 관찰 과정에서 얻은 정보나 경험적, 이론적 아이디어,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분석, 해석, 질문, 이후 자료수집에 대한 지시 등을 기록, 메모하였다.
자료분석 단계에서는 문서화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을 통해 분석하였다. 개방코딩에서는 면담 자료를 해체해 개념화하고, 개념의 속성과 차원에 따라 범주화하였다. 축코딩에서는 중심현상을 축으로 다른 범주들을 패러다임 모형으로 재조합하였으며, 시간 흐름에 따른 자료의 단계적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선택코딩에서는 핵심범주를 밝히고 다른 범주들을 연관지어 이야기 윤곽을 전개하였다.
결과검증 단계에서는 연구 목적과 도출된 결과의 부합성, 참여자의 경험 반영 적확성, 도출된 현상 기술의 정확성 등에 대한 확인을 진행하였다. 먼저 참여자 경험을 연구자가 정확하게 표현하고 기술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성원 검토를 진행하고, 결과 해석 과정에서 연구자의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배드민턴 전문가와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스포츠심리학 교수 등이 참여한 전문가회의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하였다. 또한 현장일기와 메모, 원자료 재검토를 통한 자료의 삼각검증을 시행하여 연구의 진실성을 확보하였다.
자료분석
집단면담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근거이론 방법(Strauss & Corbin, 2001)의 분석 절차에 따라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 순으로 분석하였다.
먼저 개방코딩에서는 줄단위 분석을 사용해 면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의미있는 개념을 찾아 밑줄을 긋고 자료의 맥락 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나 의미를 고려, 참여자의 언어로 명명하였다. 초기 분석에서는 줄단위 분석을 통해 개념을 도출하고 면담이 진행될수록 자료가 반복됨을 확인하여 문장과 문단 단위에서 개념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개념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하위범주로, 하위범주는 다시 상위범주로 범주화하였으며, 각 범주의 속성과 차원을 규명하고 다른 범주와의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축코딩에서는 도출된 범주 중 핵심적인 중심현상을 확인한 뒤, 중심현상을 축으로 속성과 차원에 따라 다른 범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였다. 특히, 축코딩에서는 수집된 자료를 패러다임 모형에 끼워 맞추게 할 위험(손행미, 2009; 최귀순, 2005)을 인식해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표 3>와 같은 패러다임을 구성하였다. 축코딩 과정에서는 범주들간의 관계 방향성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진행하였는데, 연구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상이할 경우 원자료를 재검토하고 관련 선행연구를 고찰하는 등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선택코딩에서는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에 관한 모든 범주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핵심범주를 도출하였다. 또한 도출된 핵심범주를 다른 범주들과 연결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서술하는 이야기 윤곽을 전개하였다.
연구결과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탐색한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 범주화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범주화하기 위해 개방코딩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표 2>와 같이 89개 개념, 44개 하위범주, 18개 범주가 도출되었다. 18개 범주는 시합 수행, 스코어 상황, 경기 흐름, 심리적 동요, 경험, 수행 및 결과 기대, 경기의 민감성, 코트 환경, 컨디션, 경기 전략, 심리적 준비, 심리적 전략, 상황 변화 전략, 지지추구 전략, 주요타자의 반응, 상대와 상대팀의 행동, 심리적 안정 회복, 심리적 동요 지속이다.
표 2.
개념(89) | 하위범주(44) | 범주(18) |
---|---|---|
자기 수행, 주특기 발휘 | 자기 수행 | 시합 수행 |
파트너 수행, 파트너 심리상태 | 파트너 수행 | |
상대 수행, 상대 심리상태 | 상대 수행 | |
11점 인터벌 시 | 11점 | 스코어 상황 |
1게임 종료 시 | 2게임 | |
3게임 시작 시 | 3게임 | |
듀스 시 | 듀스 | |
점수차 많이 날 때 | 점수차 | |
역전 | 역전 | |
경기를 주도함 | 경기 주도 | 경기 흐름 |
힘든 랠리 후, 찬스볼 받아 넘김 | 역경 극복 | |
심판이나 선심의 오심 | 경기임원 판정 | |
기분 좋음, 자신감 증가, 집중력 증가, 동기 유발, 승부욕 형성 | 심리 상승 | 심리적 동요 |
긴장감 증가, 불안감 증가, 집중력 저하, 동기 저하, 당황스러움, 분노 형성, 미안함 | 심리 하락 | |
상대에 대한 인식, 이전 경기 경험, 심판오심으로 인해 패배 경험, 이전 경기에서 지도자의 반응 | 과거 경험 | 경험 |
훈련에 대한 만족, 시합에 대한 목표의식 | 자기 기대 | 수행 및 결과 기대 |
팀의 목표, 지도자의 기대 | 팀 기대 | |
단체전과 개인전, 예선전과 결승전, 개인이 지각한 중요한 경기 | 중요한 경기 | 경기의 민감성 |
비슷한 스코어 상황 | 중요한 상황 | |
배정된 코트의 위치 | 코트 위치 | 코트 환경 |
심판과의 관계 | 심판 | |
셔틀콕 스피드 | 셔틀콕 | |
스트로크 감각 | 스트로크 감각 | 컨디션 |
컨디션 | 컨디션 | |
시야에 따라 코트 선택하기, 바람에 따라 코트 선택하기 | 유리한 코트 선정 | 경기 전략 |
초반부터 점수 벌리기, 파이팅으로 기죽이기 | 기선 제압 | |
상대 관찰하기, 상대 장단점 파악하기 | 상대 분석 | |
많이 움직이기, 기도하기 | 이완 | 심리적 준비 |
신경 안쓰기, 시선 피하기, 아무것도 안하기 | 회피 | 심리적 전략 |
긍정적인 생각하기,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기 | 사고 전환 | |
일부러 파이팅하기, 침착하기, 포커페이스 | 정서조절 | |
점수관리 하기, 시간 끌기 | 점수 관리 | 상황 변화 전략 |
라켓 바꾸기, 셔틀콕 바꾸기, 셔틀콕 꺾기 | 장비 교체 | |
심판에게 어필하기 | 항의 | |
상대 화나게 만들기, 상대에게 복수하기 | 상대 조절 | |
파트너 칭찬하기, 파트너 파이팅해주기, 파트너와 하이파이브, 미안함 표현하기, 파트너와 전술이야기하기 | 파트너와 의사소통 | 지지 추구 전략 |
지도자 쳐다보기 | 지도자와 의사소통 | |
관중석 동료 쳐다보기 | 동료와 의사소통 | |
지도자의 자세 및 행동, 지도자의 피드백, 지도자의 칭찬과 격려, 지도자의 비난 | 지도자의 반응 | 주요타자의 반응 |
동료의 조언, 동료의 응원과 격려, 동료의 포기와 무관심 | 동료의 반응 | |
상대의 자극 | 상대의 행동 | 상대,상대팀 행동 |
상대팀의 응원 | 상대팀 행동 | |
평정심을 찾음 | 안정성 회복 | 심리적 안정 회복 |
변화 없음, 더 심해짐 | 불안정성 심화 | 심리적 동요 지속 |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 구조화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구조화하기 위한 축코딩 결과, 개방코딩에서 도출된 범주들은 사건 발생, 심리 변화, 사건 해석, 경기 맥락, 시합 준비, 심리 조절, 타인 중재, 결과 등으로 구성된 패러다임 모형으로 <표 3>과 같이 구조화된다.
표 3.
사건 발생
사건 발생은 경기 중 선수의 심리 변화를 유발하는 원인 혹은 배경이 되는 인과조건으로 시합 수행, 스코어 상황, 경기 흐름의 범주로 구성되었다. 배드민턴 선수는 경기 중 자신이 기대하는 수준의 수행 발휘 여부에 따라 심리상태가 달라진다. 또한 파트너와 상대의 수행 및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아 심리적으로 동요된다.
저는 스매싱 때리고 앞에 헤어핀해서 득점하는 스타일인데요. 잘되는 날에는 아웃도 안 나고 다 잘 들어가서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날은 마음도 편하고 여유가 있어요. 근데 제 플레이가 안 될 때는 상대가 서브 넣으면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리턴하면 스매싱 맞을 것 같고 헤어핀하면 실수할 것 같아서 불안해요(참여자R).
선수는 11점 인터벌, 1게임 종료, 3게임 시작, 듀스, 점수차, 역전 등의 상황에서 스코어의 유불리에 따라 심리상태가 변화된다.
11점 쉴 때 점수차 크게 이기고 있으면 한시름 놓고 하고 싶은 것 다하는데 비슷하면 하고 싶은 것 잘 못하고 조심스러워져요. 반대로 점수차 크게 지고 있으면 불안해요. 같이 가면 '다시 잡으면 되지' 이러는데(참여자L).
이기고 있다 잡혀서 듀스가면 못 끝내고 잡힌 거니까 더 불안해서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근데 잡아서 듀스가면 상대가 더 긴장한 것 같아 더 자신있게 해요(참여자I).
뿐만 아니라 선수는 경기 흐름에 대한 주관적 인식을 통해 심리 변화를 경험한다. 경기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으면 자신감이, 상대에게 있으면 불안감이 상승한다.
저는 어렵게 포인트 따는데 상대는 쉽게 따면, 또 나는 상대 실수로 점수를 얻는데 상대는 기술로 이기서 따면 제가 끌려 다니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상대한테 밀리는 것 같아 불안해요(참여자P).
이처럼 배드민턴 경기 중에는 다양한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해 선수의 심리적 불안정을 야기한다.
심리 변화
심리 변화는 본 연구에서 초점을 두는 주제이자 핵심 현상을 의미하는 중심현상으로써 심리적 동요로 구성되었다. 경기 중 선수는 여러 상황 및 사건에 의해 심리가 변화된다. 선수는 이러한 변화를 "업돼요" 또는 "다운돼요" 로 표현하였는데, 심리적 부침을 심리 상승과 심리 하락으로 명명하였다. 심리 상승은 집중력과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동기와 승부욕을 유발시켜 과감한 플레이를 유도하고, 이는 수행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시합할 때 의욕이 막 생기면 평소보다 다리가 잘 움직여지고 빈 곳도 잘 보이고 재미있어요. 재미있으니까 더 하고 싶어지고 끝까지 따라 뛰어서 다 받아넘겨요(참여자B).
자신감이 있을 때는 제 몸이 마치 깃털 같아요(웃음). 그리고 뭔가 아웃인데도 인이 될 것 같고, 제가 친 볼의 스피드가 굉장히 빠른 것처럼 느껴져요. 자신있는 날은 제가 잘 안되는 것도 잘돼요(참여자D).
반면, 심리 하락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집중력과 동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분노를 유발한다. 이는 수행에 대한 확신을 약화시켜 실수의 원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패배의 가능성을 높인다.
플레이가 잘 안되고 연속으로 실수할 때는 불안하고 당황스러워요. 왜 이러지? 생각이 들면서 다리도 안 움직여지고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요. 옆에서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면 듣긴 듣는데 머릿속에 안 들어오고 아무것도 못하겠어요(참여자B).
경기하다 화가 나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예를 들어, 오심 봤을 때 화나잖아요. 그래서 다음 랠리에서 공치는 것에 집중해야 되는데 생각의 반은 오심 본거에 가있어요. '아까 아웃이었는데' 하면서 너무 열받으니까 랠리 도중에도 막 생각나요(참여자Q).
배드민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는 여러 사건과 상황에 직면하면서 심리 변화가 일어나고 직면한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심리 변화의 방향과 강도가 달라진다.
사건 해석
사건 해석은 사건 발생에 의해 심리적 동요가 일어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조건으로 경험과 수행 및 결과 기대로 구성되었다. 선수는 경기 중 특정 사건에 직면했을 때 과거 유사 경험을 통해 상황을 해석한다. 특히, 상대와의 이전 경기 경험은 직면한 상황에서 자신의 통제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평가에 관여해 심리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전에 한 번도 안 졌던 상대면 자신있어요. '에이 설마 쟤한테 지겠어?' 하는 조금 자만된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진짜 자신있는 애들하고 할 때는 조금 지고 있어도 별로 불안하지 않아요.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참여자L).
또한 성공적인 수행과 결과에 대한 자기 및 타인의 기대감은 직면한 상황에 대한 심리 반응의 방향과 강도의 차이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동료 및 지도자의 과도한 기대는 어려운 상황에서 불안감을 증폭시키지만, 강한 목표의식과 승리에 대한 집념은 동기적 강화물이 되기도 한다.
지도자가 시합 들어가기 전에 "너희가 무조건 이겨야 돼" 라고 하거나 만약에 지면 "어떻게 걔네한테 질 수가 있냐"고 말씀하시면 경기 중에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참여자A).
첫 경기 복식 상대가 같은 학년이었어요. 같은 학년한테는 절대 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어서 꼭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합 들어가서 마음 딱 잡고 했죠(참여자K).
이처럼 경기 중 특정 사건 발생에 의한 선수의 심리 변화 과정에는 인지평가 과정이 매개하며, 인지평가 결과로 선수는 다양한 심리를 경험한다.
경기 맥락
경기 맥락은 사건 발생에 따른 심리적 동요를 둘러싼 시공간적인 맥락조건으로 경기의 민감성, 코트 환경, 컨디션으로 구성되었다.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경험에 있어 경기의 민감성과 심리적 충격은 비례한다. 예를 들어, 선수 스스로 중요하다고 평가한 경기나 접전상황에서 발생하는 오심은 심각한 심리적 불안정을 야기한다.
배드민턴 경기 중에는 선수의 심리 변화를 유발하는 사건 발생의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 조건이 존재한다. 조명, 바람 등의 코트 환경과 셔틀콕, 배정된 심판 등은 선수의 선호 여부에 따라 심리적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잘 나가는 셔틀은 완전 싫어요. 셔틀이 잘나가면 실수할까봐 클리어 치기도 무섭고 언더하기도 무섭고 서브 넣기도 무서워요(참여자G).
시합 들어갔는데 만약 상대편과 관련 있거나 친한 선생님이면 뭔가 오심을 할 것 같고 상대편을 더 봐줄 것 같아 불안해요(참여자N).
선수의 컨디션은 심리상태는 물론 수행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선수는 2분 워밍업을 하면서 자신 및 상대의 컨디션을 파악해 경기의 승패를 예단하고, 그 결과는 심리 변화로 연결된다.
2분 워밍업할 때 상대랑 공치면서 내 몸이 어떤지 알아요. 공 맞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리가 잘 움직인다, 상대가 몸이 좋다, 공이 세게 온다 이런 것을 짧은 시간에 다 파악하면서 '오늘 괜찮겠는데' 느끼는 것 같아요. 몸이 잘 움직여지고 좋으면 자신감이 생겨요(참여자L).
이상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가 경험하는 다양한 심리 변화는 경기 맥락과 사건이 상호작용해서 발현되며, 경기 맥락과 사건이 결합되면 선수의 심리상태와 수행에 미치는 영향력은 증폭된다.
시합 준비
시합 준비는 경기 맥락을 고려해 사건 발생을 예방하는 심리조절 전략으로 경기 전략과 심리적 준비로 구성되었다. 선수는 경기 직전이나 경기 초반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심리적 준비를 한다. 코트 환경이나 컨디션 등 경기 맥락이 긴장감을 유발할 때 선수는 신체적, 심리적 이완을 지향한다.
저는 기도해요. 제가 요즘 서브를 잘 못해서 불안하니까 조급하지 않고 편안하게 넣을 수 있게, 시합 때 운동한 만큼 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그럼 긴장감이 조금 줄어들고 조금 편해지는 것 같아요(참여자M).
또한 선수는 경기 중 심리를 하락시키는 심리적 사건을 예방하고 심리를 상승시키는 사건을 유도하기 위해 경기 전략을 모색한다. 예컨대, 선수는 토스 시 바람에 의해 발생될 잦은 실수를 예상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고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코트를 선택한다.
몸 풀 때 코트에 바람이 부는지, 불면 어디로 부는지 파악해 코트를 결정해요. 시합마다 조금 다른데요. 보통 3게임을 생각해서 바람 부는 코트를 먼저 해요. 근데 가끔 1게임을 이기고 넘어가야지 생각하면 바람 안부는 코트를 먼저 선택해요(참여자A).
배드민턴 선수는 많은 경기 경험을 통해 경기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심리적 사건 및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며, 사전에 해당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 경기 동안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한다.
심리 조절
심리 조절은 사건 발생에 의해 동요된 심리상태를 약화 또는 강화시키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으로 심리적 전략, 상황 변화 전략, 지지추구 전략으로 구성되었다. 배드민턴 선수는 경기 중 내외적 자극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동요될 때 다시 안정을 찾기 위해 사건에 대한 주의를 차단하거나 재해석하거나 정서를 증감시키는 심리적 전략을 사용한다.
잘 안되거나 점수차 크게 지고 있으면 기분이 다운되고 질 것 같고 불안하잖아요. 그럴 때 계속 침체되어 있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니까 일부러 더 파이팅하려고 해요. 그래야 상대한테도 나 끝까지 할거다 그런걸 보일 수 있잖아요(참여자N).
뿐만 아니라 선수는 심리 변화를 유발하는 문제의 상황을 변화시켜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상황 변화 전략을 사용한다. 경기 흐름을 끊기 위해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셔틀콕을 교체, 의도적으로 상대를 자극하기도 한다.
자꾸 실수하고 점수차 계속 벌어지면 더 불안해지잖아요. 그래서 셔틀도 계속 바꾸고, 땀도 닦고, 일부러 넘어지고, 바닥에 땀 묻혀서 닦아달라고 하면서 시간을 끌어요(참여자R).
상대 표정 보고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면 더 안 좋게 해요. 상대가 잘 안 되는 것 같아 보이고 안 풀려 보이는 표정, 힘이 없어 보이면 더 밀어버려야지 생각하면서 화나게 만들어요(참여자F).
선수는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트너와 동료, 지도자 등의 주요타자와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파트너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동기화시키고 종종 지도자를 쳐다보며 지지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잘 안돼서 분위기 쳐지면 의욕을 잃을 수 있잖아요. 그럴 때 파이팅 하자고 열심히 하자고 하이파이브를 해요. 지고 있으면 힘내자고 치고, 이기고 있으면 더 이기자고 치고 그러면 자신감이 생겨요(참여자H).
이처럼 배드민턴 선수는 경기상황에서 심리적으로 동요될 때 다양한 심리행동적 전략을 시도하여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타인 중재
타인 중재는 사건에 의해 동요된 심리상태를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회복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중재조건으로 주요타자의 반응과 상대와 상대팀의 행동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선수가 심리적으로 동요될 때 동료와 지도자의 행동은 이후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경기에서 지도자가 칭찬이나 격려,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면 심리가 상승되지만 질책이나 비난, 불필요한 피드백을 제공하면 심리가 하락된다.
선생님이 박수를 크게 쳐주고 잘하고 있다고 계속 말해주고, 지고 있어도 괜찮다고 격려해주면 훨씬 더 힘이 나요(참여자I).
제 플레이가 있는데 선생님이 제 플레이가 아닌 것을 하라고 해요. 그럼 선생님이 하라는데 안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하면 제 플레이가 아니니까 잘 안될 것 아니에요. 근데 실수하면 또 실수한다고 뭐라고 해요. 그럼 진짜 하기 싫고 코트를 나가고 싶어요(참여자Q).
또한 경기 중 선수가 심리적 동요로부터 안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때 상대와 상대팀의 행동이 영향을 미친다. 상대가 약 올리듯 파이팅을 하거나 상대팀이 너무 심하게 응원하면 화가 나고 위축된다. 하지만 상대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동기와 승부욕을 유발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상대가 기분 나쁘게 파이팅 할 때 있잖아요. 예를 들어 모션 써서 이겼을 때 약 올리듯 웃으면서 파이팅할 때 그럴 때는 승부욕이 생겨서 저도 똑같이 해서 이겨요(참여자P).
상대팀이 제가 공 칠 때 픽! 이러거나 야유 퍼붓는 것, 인 아웃 속인 것도 아닌데 우~ 이러는 것 진짜 싫어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예민할 때는 진짜 신경 쓰여요(참여자M).
배드민턴 경기에서 주요타자의 반응과 상대 및 상대팀의 행동은 선수의 동요된 심리상태 조절 과정에서 중재한다.
결과
결과는 사건 발생에 의해 동요된 심리상태에 대한 조절 및 타인중재로 약화되거나 강화된 심리 현상으로 심리적 안정 회복과 심리적 동요 지속으로 구성되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는 특정 사건과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심리상태가 변화되고 이 때 다양한 심리조절 전략을 사용, 타인의 중재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한다.
잘 안될 때 선생님 이야기 많이 들어요. 그러다 보면 상황이 바뀔 때도 있어요. 상대가 먼저 실수해주고 또 제가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아가게 되면 안 될 때 보다는 불안감도 줄어들고 마음이 더 편해져요 (참여자R).
하지만 항상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영향력이 강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심리 조절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할 때 혹은 타인의 중재 역할이 효력이 없을 경우에는 심리적 불안정성이 지속 또는 증폭된다.
나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지도자가 옆에서 막 뭐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져요. 안 그래도 잘 안되는데 지도자가 계속 그러면 더 짜증나고 화나고 하기 싫고, 그래서 충분히 칠 수 있는 볼도 안 뛰어가고 거의 포기하게 되요(참여자O).
이처럼 경기 중 선수는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거쳐 안정성을 회복하거나 상실한다. 이로 인한 심리 결과는 다시 사건과 연결되어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종합하면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은 사건 발생, 심리 변화, 사건 해석, 경기 맥락, 시합 준비, 심리 조절, 타인 중재, 결과 등이 연결되어 <그림 2>의 패러다임 모형으로 구축된다.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 체계화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에 관한 본 연구의 핵심범주는 "심리적 항상성 유지하기"로 도출되었다.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는 특정 사건으로부터 선수의 심리가 상승 또는 하락될 때 그에 대한 적절한 심리 조절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아간다. 따라서 본 연구의 핵심범주인 '심리적 항상성'은 항상성의 원리를 스포츠와 심리학적 측면으로 해석하여 경기 중 발생하는 특정 상황 및 사건의 자극과 그러한 자극에 대응하는 심리 조절 메커니즘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더불어 '유지하기'는 심리 변화와 조절의 연속적 과정, 즉 심리적 항상성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됨을 의미한다.
심리적 항상성 유지하기를 기반으로 다른 범주들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경기 출전 30분전, 오더를 교환해 상대를 파악한 선수는 '이길 수 있을까' 걱정과 함께 '반드시 이기자' 다짐한다. 경기 전 선수의 긴장감과 경기의 중요도는 비례한다. 예를 들어, 단체전에서 선수는 자신의 패배가 팀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고, 자신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파트너와 팀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전보다 더 긴장한다. 선수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부러 런닝과 풋워크를 많이 하고 잘하게 해달라, 이기게 해달라 기도한다. 또한 상대 플레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어떻게 경기를 운영할 것인지 계획하며 마지막으로 심리적 준비를 한다.
안내 방송에 따라 코트에 출전한 선수는 2분간 워밍업하면서 바람과 조명, 셔틀콕 스피드 등 전반적인 코트 환경을 파악한다. 선수는 풍향에 따라 먼저 사용할 코트 위치를 선정하고, 셔틀콕 스피드에 따라 경기운영 방법을 재구상하는 등 경기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몸의 움직임, 타구 시 느낌을 통해 컨디션을 점검하고 상대의 컨디션도 파악해 경기의 성패를 예단한다. 이 때 수행 및 경기결과를 긍정적으로 예단하면 선수는 강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시작하지만 부정적으로 예단하면 불안감을 갖고 경기를 시작한다.
"러브 올 플레이" 심판의 신호로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는 초반부터 크게 파이팅하고 과감히 공격하면서 기선제압을 한다. 그리고 상대를 세심히 관찰해 습관적인 플레이와 장단점을 파악, 표정에서 자신감과 불안감을 읽어낸다. 그렇게 상대와의 심리적 줄다리기를 통해 11점에 도달하기까지 경기 흐름을 주도하게 되면 비교적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데, 만약 상대에게 기선제압을 당하고 경기 흐름을 빼앗기면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이 때 선수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수행에 대한 강한 기대감과 목표의식을 갖고 있으면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라도 자신감이 저하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와 팀, 지도자의 기대가 너무 높으면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직면한 상황을 더욱 불리하게 인식, 부담감이 증폭된다. 즉, 선수의 기대감이 직면한 사건과 상황을 해석하는데 관여하여 심리 변화를 일으킨다.
인터벌 후 경기 제개, 선수는 일부러 더 파이팅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경기 흐름을 가져오려한다. 경기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상대를 향해 약 올리듯 파이팅하고 의도적으로 경기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상대를 자극한다. 그리고 점수차가 벌어지거나 상대가 점점 점수차를 좁혀올 때는 흐름을 끊기 위해 일부러 셔틀콕을 교체하고 바닥에 땀을 흘려 닦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상황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한다.
1게임 종료, 선수는 자신과 상대의 수행을 비교해 경기결과를 예감함으로써 심리가 변화된다. 예를 들어, 상대는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며 실수를 연발하는데 자신은 주특기 기술과 원하는 플레이가 잘 발휘되면 승리를 예감해 자신감이 증가된다. 반면, 자신은 플레이가 잘 안되고 쉬운 볼까지 실수하는데 상대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구사하면 패배를 예감해 불안감이 증가된다. 한편, 복식선수는 파트너가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자신있는 행동과 표정을 보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동기화되지만, 다발적으로 실수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불안하게 플레이하면 자신 역시 불안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하지만 선수는 1게임을 패하더라도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인식했거나 이전 경기에서 상대를 이긴 경험이 있으면 뒤집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사고가 뒷받침되어 승부욕이 유발된다. 반대로 1게임을 승리했더라도 처음부터 어려운 상대라고 인식했거나 이전에 졌던 경험이 있으면 '2게임은 어떻게 이기지?'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2게임 시작, 1게임을 승리한 선수는 지나친 자신감은 오히려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침착하려 한다. 패한 선수는 '처음부터 다시 하자' 라고 되뇌며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하지만 하나, 둘 실수가 나오고 상대가 결정타까지 받아넘길 때면 자신감도, 집중력도 급격히 저하된다. 이렇게 경기가 잘 풀어지지 않을 때는 상대와 상대팀의 행동이 더욱 신경 쓰이는데, 상대팀에서 너무 격렬하게 응원하거나 야유를 보내면 위축되고 자신감이 결여된다.
한편, 선수의 심리적 문제는 주로 상대와 경기력 수준이 비슷하고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될 때 나타난다. 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은 동점, 듀스, 3게임 등 중요한 상황에서 극대화되고, 동일한 사건이라도 이 상황에서는 심리와 수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 때 선수는 여러 심리기술을 사용해 최대한 자신감이나 집중력,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려 하는데, '괜찮아 상대가 더 불안할거야' 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경기 중 중요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심판의 오심은 큰 심리적 사건이다. 경기 초반이나 점수차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오심은 개의치 않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오심은 충격이 크다. 자신에게 유리한 오심은 운이 따라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반면, 상대에게 유리한 오심은 강한 분노를 유발시킨다. 오심이 발생하면 선수는 '신경 쓰지 말자'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잡으면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오심 사건으로부터 주의를 차단하고 긍정적으로 재해석해 안정을 되찾는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선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 파트너와 대화를 하고 지도자와 동료를 쳐다보며 지지와 조언을 구한다. 이 때 지도자와 동료의 반응이 중요한데, 지도자가 한숨을 쉬며 실망한 제스처를 보이거나 화를 내고 동료가 포기한 듯 자신의 경기에 무관심할 경우에는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지속되거나 심화된다. 반면, 지도자가 괜찮다 격려해주고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해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배드민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는 여러 심리적 상황과 사건에 직면하고 사건의 파장으로 심리상태가 변화된다. 이 때 선수는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심리 조절 전략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는 지도자와 동료 등의 주요타자가 중재한다. 배드민턴 경기 중에 일어나는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은 결국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결국 경기 내 심리적 항상성 유지에 성공한 선수가 승리한다.
결 론
본 연구는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탐색할 목적으로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범주화하기 위한 개방코딩 결과, 89개의 개념, 44개의 하위범주, 그리고 시합 수행, 스코어 상황, 경기 흐름, 심리적 동요, 경험, 수행 및 결과 기대, 경기의 민감성, 코트 환경, 컨디션, 경기 전략, 심리적 준비, 심리적 전략, 상황 변화 전략, 지지 추구 전략, 주요타자의 반응, 상대 및 상대팀의 행동, 심리적 안정 회복, 심리적 동요 지속 등 18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도출된 각각의 범주는 선수의 심리 변화를 일으키는 개인 및 환경 요인(박정근, 1999; Davis & Harvey, 1992; Gernigon et al., 2010), 선수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 요인(김세영, 2013; 윤영길, 2004; Edward et al., 2002; Krane & Williams, 2010), 심리적 준비와 조절 및 대처 방안(김문수 등, 2011; 김영숙과 박상혁, 2013; Gould et al., 1992) 등에서 제시된 바 있다. 본 연구는 배드민턴 현장의 실제적 자료를 기반으로 경기 중 선수의 심리 경험에 관한 개인, 상황, 환경 요인들을 구체적, 종합적으로 탐색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둘째,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구조화하기 위한 축코딩 결과, 개방코딩에서 도출된 18개의 범주는 사건 발생, 심리 변화, 사건 해석, 경기 맥락, 시합 준비, 심리 조절, 타인 중재, 결과로 구성된 패러다임 모형으로 구조화되었다.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패러다임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순환적 과정을 거쳐 부침(浮沈)의 형태로 지속된다.
본 연구에서 구조화된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 과정은 사건 발생에 대한 모멘텀 지각의 결과로 심리적, 행동적 변화를 통해 수행으로 연결되는 심리적 모멘텀 구조(Taylor & Demick, 1994)와 유사하다. 심리적 모멘텀 모델은 경기 중 선수의 급격한 수행 변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하지만 경기 중 발생되는 사건에 관여하는 상황적, 환경적 맥락과 수행을 조절하는 심리 전략 및 타인 중재를 설명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경기 중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과 변수들간의 인과관계를 구체화함으로써 이를 보완하였다.
배드민턴 경기 전반에서 선수가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 조절 전략은 여러 시점의 정서조절 유형(Gross, 1998, 2002)과 유사하다. 경기 맥락을 고려해 심리 변화 유발 사건을 전술적으로 예방하는 시합 준비는 상황선택 유형과 심리 변화 유발 상황을 변화시켜 문제를 개선하는 전략은 상황변화 유형과 유사하다. 또한 심리 유발 사건으로부터 주의를 차단하거나 분산시키는 전략은 주의배치 유형과, 사건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전략은 인지해석 유형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동요된 심리를 억제하는 전략은 반응조정 유형과 맥을 같이 한다.
셋째,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을 체계화하기 위한 선택코딩 결과, 본 연구의 핵심범주는 '심리적 항상성 유지하기'로 도출되었다. 배드민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는 특정 사건에 의해 유발된 심리적 동요에 다양한 심리행동적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아간다. 즉,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내면에는 최상수행을 위해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항상성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인간의 신체는 내·외부의 변화에 대항하여 일정한 생리적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추구한다(Campbell, et al., 2010). 이러한 항상성의 원리는 심리적 측면에도 적용된다. 인간은 심리적 갈등상황에서 다양한 방어 및 조절 기제를 사용해 자신을 보호하고 환경에 적응하는데, 배드민턴 경기상황에서 선수가 다양한 심리 조절 기제를 작동시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속성은 항상성의 원리로 설명 가능하다.
선수는 많은 경험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심리적 불안정을 조절하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자동화된 심리적 완충기(Krane & Williams, 2010)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심리상태가 수행에 기여한다는 인식하에 원하는 심리상태를 유도해내기도 한다(Robazza & Bortoli, 2007). 따라서 경기상황에서 선수의 심리 조절 기제는 최상수행을 위한 심리 최적화를 목표로 단순히 부정적 심리의 감소가 아니라 긍정 심리와 부정 심리간의 균형을 지향하고, 수행을 촉진하는 심리상태의 증가, 유지, 약화 과정까지도 포함한다.
이처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의 내면은 자동적 조절 기작을 작동시켜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는 심리적 항상성을 지향한다. 이와 관련해 융(Jung)의 정신역동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외부 환경과 신체 내부에서 오는 자극에 대한 끊임없는 정신적 에너지의 재분배와 이동을 일으켜 정신 구조 사이의 평형 혹은 균형을 추구한다(Hall & Nordby, 2012). 하지만 정신 구조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정신 역동이 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자극이 유입하면 심리적 불균형이 초래된다(Rifkin. 2009). 이는 경기 중 특정 사건이나 환경 자극이 선수의 심리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수행을 변화시키는 현상과 유사하다. 즉, 정신역동 이론에서 보면 경기 중 선수의 심리상태가 안정적일 때는 특정 사건의 자극이 정신체계에 수용되어 큰 혼란을 일으키지 않지만 이미 경기 전부터 불안정한 상태이거나 부가된 사건 자극이 수용할 수 없을 만큼 강할 경우에는 그로 인한 심리적 충격과 갈등이 증폭된다. 따라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선수는 직면한 상황과 환경 요구에 따라 적응적이고 효과적인 심리 조절 전략을 모색해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하여야 성공적인 수행과 경기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후속 연구에 대해 제언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 도출된 배드민턴 선수의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 모형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구조화된 모형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대학선수의 경험을 토대로 구축하였다. 근거이론 연구가 일반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다양한 배경의 배드민턴 선수를 대상으로 적용 가능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후속 연구에서는 연령이나 세부종목, 경기력 수준 등을 고려해 본 연구에서 구조화된 심리 변화와 조절 과정 모형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여야 한다.
둘째, 배드민턴 경기에서 선수의 심리적 항상성 유지 과정의 정량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동일한 사건도 상황 맥락에 따라 선수의 심리 변화 방향과 강도가 달라짐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는 심리 변화와 그에 대한 심리 조절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탐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어 심리 변화의 역동적 과정을 수량화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선수의 심리 변화 방향과 강도, 그리고 심리 조절 전략을 통한 증감 현상을 정량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셋째, 경기 중의 심리 현상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방법 개발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생태학적 타당성을 높이고, 실제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대회기간과 대회직후 면담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대회기간과 시합 중의 자료수집은 선수의 수행을 방해하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경기종료 후에 이루어지는 자기보고방식 또한 경기상황을 단순요약하는 회상의 문제(신승윤, 2010)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선수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경기 중에 기반한 심리 현상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방법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배드민턴 경기 장면을 반영한 심리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실제 배드민턴 현장의 자료를 기반으로 경기 중 심리 변화가 일어나는 여러 상황 및 환경 요인과 선수의 심리 변화 경험 및 조절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정보는 배드민턴 종목에 특화된 심리 지원 방안 모색에 실제적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심리학 연구에서 심리적 연속성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스포츠상황에서 참여자의 심리적 연속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가시화하는데 방법적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 참여자의 심리 특성과 운동행동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연속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가 스포츠심리학에서 심리적 연속성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관심의 기화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전재연의 박사학위 논문(2014)을 토대로 작성
참고문헌
Emotions in sport ( , ) (2000) Champaign, IL: Human Kinetics Hanin, Y. L. (2000). Individual zones of optimal functioning (IZOF) model: Emotion-performance relationships in sport. In Y. L. Hanin (Ed.), Emotions in sport (pp. 65-89). Champaign, IL: Human Kinetics. , Individual zones of optimal functioning (IZOF) model: Emotion-performance relationships in sport, In, pp. 65-89
Personal growth to peak performance ( , et al., , ) (2010) NY: McGraw Hill Krane, V. & Williams, J. M. (2010). 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of peal performance. In J. M. Williams(Ed.), Applied Sport Psychology: Personal growth to peak performance (pp.169-188). NY: McGraw Hill. , 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of peal performance, In, Applied Sport Psychology, pp. 169-188
Anxiety and attentional control in football penalty kicks: A mechanistic account of performance failure under pressure(2010) University of Exeter Wood, G. (2010). Anxiety and attentional control in football penalty kicks: A mechanistic account of performance failure under pressure. Doctor of Philosophy in Sport and Health Sciences. University of Exeter. , WoodG., Doctor of Philosophy in Sport and Health Sc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