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2》에 대한 비판적 다문화주의 관점의 독해 : 탈북자 주체에 대한 타자적 재현과 문화적 시민권의 인정 투쟁을 중심으로
Seo, Jae Chul1; Chun, Young Jin2*
Korean Journal of Sport Science, Vol.34, No.1, pp.164-176, 31 March 2023
https://doi.org/10.24985/kjss.2023.34.1.164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s to critically read the film <Run-Off 2> in a manner in which its narrative represents and constructs the multicultural subject as the fearful and compassionate “other,” and its structure and meanings reconciles with the concept of cultural citizenship.
METHODS
This research is informed by two methods: 1) text analysis by deconstructing the narrative structure and flow, and 2) contextual interpretation focussing on understanding the significance of the filmic representation in the Korean historical,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contexts.
RESULTS
The narrative of the film portrays and constructs the multicultural subject as a cultural other, with specific styles of representation, in which stereotypical description, otherizing tropes of double process, and recognition struggle for cultural citizenship.
초록
[목적]
이 연구는 영화《국가대표 2》를 ‘탈북자 주체’에 관한 ‘스포츠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대중문화적 텍스트로 파악하고, 그것의 이야기 구조와 내용이 탑재하여 전송하는 의미(상징) 생산의 양상과 방식을 ‘비판적 다문화주의’라는 아이디어/담론과의 관계 속에서 읽고 해석하는 하나의 조그만 비평적 작업이다.
[방법]
영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를 일종의 ‘다문화 주체’로 인식하고, 그녀를 구심점으로 설정, 전개되고 있는 등장인물의 성격, 사건의 관계와 구조, 이야기의 흐름과 과정 등을 분석해보고, 그러한 영화적 구성과 문법 등이 문화적 타자를 포섭, 관리, 통제하는 다문화주의적 정치학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생산해내는 것인지, 나아가 이러한 텍스트의 등장은 한국 사회와 스포츠 세계를 빚어내고 있는 다문화(주의)적 현실 속에서 어떠한 함의를 시사하는 것인지 등을 논의한다.
[결과]
첫째, 영화가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인 리지원을 재현하는 양상은 탈북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에 근거하여 문화적 타자로 구축하는 이른바 탈북 디아스포라 영화의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재현의 관습과 일맥상통한다. 둘째, 영화의 내러티브를 통해 드러나는 주인공 리지원에 대한 재현의 양상은, 서구권 국가의 미디어들이 소수자 계층 출신 혹은 다문화 출신의 배경을 가진 성공적인 운동선수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서사 패턴과 공식을 닮은 부분이 많다. 셋째, 영화가 탈북의 이슈(쟁점)를 다루는 방식 또한 다문화적 현실을 상업적 소재, 문화적 상품, 다양성의 소비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논리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4) 넷째, 영화 속 이야기의 전체적 구조는 리지원의 ‘한국인(국가대표) 되기’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문화적 시민권을 둘러싼 인정 투쟁과 정체성의 정치학을 함축하고 있다.
서론
이 연구는 영화《국가대표 2》를 ‘탈북자 주체’에 관한 ‘스포츠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대중문화적 텍스트로 파악하고, 그것의 이야기 구조와 내용이 탑재하여 전송하는 의미(상징) 생산의 양상과 방식을 ‘다문화주의’라는 아이디어(담론)와의 관계 속에서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논의하는 하나의 조그만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영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인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를 일종의 ‘다문화 주체’로 인식하고, 그녀를 구심점으로 설정, 전개되고 있는 등장인물의 성격, 사건의 관계와 구조, 이야기의 흐름과 과정 등을 분석해보고, 그러한 영화적 이야기하기의 실제가 문화적 타자를 수용, 포섭, 관리하는 다문화주의적 정치학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생산해내는 것인지, 나아가 이러한 텍스트의 등장은 한국 사회와 스포츠 세계를 구성하는 다문화(주의)적 현실 속에서 어떠한 함의를 매개하고 시사하는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2016년 8월에 개봉한 영화《국가대표2》는 2009년 개봉하여 흥행을 몰고 왔던 작품《국가대표》의 후속편이다. 전작이 남성 주체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입양의 이슈를 스키점프라는 스포츠의 실제와 결합한 하나의 ‘국가대표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후속작은 여성 주체를 중심으로 탈북의 쟁점과 아이스하키의 실제를 무대로 삼아 새로운 ‘국가대표 이야기’를 펼쳐냈다고 할 수 있다. 김종현 감독 아래, 수애, 오연서, 오달수 등이 주요 역할을 맡은 이 영화《국가대표2》에 대해, 제작사 측은 다음과 같은 시놉시스를 공개하면서 홍보하였다.
가슴 벅찬 감동과 환희, 대한민국이 뜨거워진다. 유일무이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에이스 ‘지원’. 자존심은 금메달 급, 현실은 쇼트트랙 강제 퇴출 ‘채경’. 사는 게 심심한 아줌마, 빙판에선 열정의 프로 ‘영자’. 시간 외 수당이 목표, 아이스하키협회 경리 출신 ‘미란’. 취직으로 인생 반전 꿈꾸는 전직 피겨요정 ‘가연’. 주장급 멘탈 보유자, 최연소 국가대표 꿈나무 ‘소현’. 말만 번지르르, 주니어 아이스하키 우정상에 빛나는 국대 출신 감독 ‘대웅’. 이들이 뭉친 단 하나의 이유는 아오모리 동계아시안 게임 출전! 출신 불문, 경험 부족, 능력제로, 한 팀이 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던 이들에게 다가온 차가운 현실은 그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병풍 취급뿐이다. 뭉치면 싸우고 흩어지면 출전 불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이들의 뜨거운 도전이 시작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위의 시놉시스에 담긴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 즉 아름다운 환희와 감동으로 넘쳐나는 밝고 희망찬 감상을 재차 강조하거나 더욱 구체화하여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요컨대, 영화 속 이야기가 만들어내고 상상하도록 이끄는 긍정적 의미와 모습들에 흠뻑 젖되, 그것이 오늘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과 직접 관계할 수 있는 실질성과 유의미성에 대해서도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를 영화 속에만 가두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또 회의적으로 바라보거나 부정적으로 치부하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잠시, 팝콘을 즐기며 (스포츠) 세상과 등져보는 ‘오락’을 접어두고,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며 다가오고 있는 이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의 의미, 성격, 가치 등을 영화 속 현실과 사회적 현실의 경계에 서서 한번 입체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필자들의 초점, 즉 영화 속 현실과 사회적 현실을 넘나들며 진행하는 입체적 사고의 핵심은 바로 ‘탈북이주민’이라는 주체와 연관된 다문화(적) 현실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필자들이 진행하는 작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영화《국가대표2》가 다문화주의와 관련하여 어떠한 내용과 성격을 담고 있는 텍스트인지를 분석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이야기하기’의 유의미성을 한국 사회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현실 속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성찰적으로 논의하는 것이다.
필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우리는 영화《국가대표2》의 이야기 속 현실이 사회적 현실과 매개하고 관계하는 다문화(주의)적 정치성을 비판적으로 직시하여 환기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영화 《국가대표2》를 ‘여성 탈북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특정한 주체의 일상과 현실을 ‘스포츠’라는 문화적 실제를 매개로 국민국가와 관계시키는 이른바 보수적 성향의 다문화(주의)적 서사물(multicultural text)로 틀 짓는다. 우리가 ‘보수적’이라고 판단하는 이유와 근거는, 영화 속 이야기 속에, 소수 집단의 주체를 국민국가의 ‘문화적 시민(cultural citizenship)’으로 포섭, 관리, 통제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conservative multiculturalism)’의 정치적 속성과 효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주의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의 문화적 본질과 성격으로 자리해온 단일문화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의 수용은 물론, 문화적 권력의 차별과 억압에 대한 도전을 통해 이상적인 문화적 현실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집합적 아이디어/담론이다. 그러나 보수적 다문화주의는 다문화주의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정작 역사적이고 정치적이며 현실적인 문제의식 없이 다양성에 대한 포장과 표피적 수식으로 일관하는 담론적 수사에 머무름으로써 단일문화의 지배적 논리와 권력을 반복하게 되는 일종의 ‘변형된 단일문화주의’라는 것이 비판적 주장의 요체다.
둘째, 이러한 주장을 구체화하는 방법이자 단계로서, 우리는 영화《국가대표2》를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문화 정치적 논리를 담고 있는 텍스트로 틀 지을 수 있는 두 가지 주요한 특징을 강조하고자 한다. 하나는, 영화 속에 다문화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재현하는 ‘지배적’ 스타일의 문화적 문법이 ‘진하게’ 흐르고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영화 속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을 이른바 ‘다문화 주체의 한국인 되기’라는 다문화주의적 서사의 전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론에서 상술하겠지만, 다문화(주의)적 경영의 정치성을 가로지르는 핵심은, 이른바 포섭과 배제라는 이중적인 관계 맺기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다문화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재현하면서 거리를 둠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 되기’라는 통과 의례적 인정의 정치를 전제하는 역설의 긴장이 그 핵심이다. 영화《국가대표2》는 이러한 문화 정치성의 이중성과 역설을 잘 드러내고 있는 보수적 성향의 다문화(주의)적 텍스트이다.
셋째, 우리는 이러한 이중성과 역설의 긴장이 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권력작용의 힘과 영향력에 대해 잠시 비판적으로 함께 사유하면서 성찰해볼 것을 주장한다.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가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여 활약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문화적 모습을 다문화적 공동체로 상상하도록 자극하고 유도한다. 그러나 영화 속 이야기의 내용과 성격을 뜯어서 해체해보면, 그것은 국가대표가 된 탈북자 주체의 성공적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탈북자 주체를 국가대표로 선택하고 환대하는 대한민국의 포용적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한국인 되기’의 과정 속에는 냉소적이면서도 처절한 문화적 긴장과 인정 투쟁이 존재하는 씁쓸함도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 요지다.
이하의 내용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II 장에서는 영화를 읽고 해석하는 이론적 틀과 관점을 소개하였다. III 장에서는 영화가 리지원이라는 탈북자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하는 양상을 크게 세 가지 쟁점으로 주제화하여 압축하여 서술하였다. 끝으로, 결론에서는, 요약과 함께 몇 가지 제언을 담았다.
영화《국가대표2》를 읽고 해석하는 문제의식과 이론적 틀/관점
왜, 주인공이 ‘탈북자 주체’라는 점에 주목하는가?
이 연구의 출발점으로, 필자들은 영화 속 주인공(리지원)이 탈북 여성 주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일단, 이 영화를 해석해온 기존의 (지배적) 연구와 비평들은, 영화의 주인공이 ‘탈북자’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와 관련된 분단의 현실과 탈북의 쟁점을 해석과 논의의 주요한 쟁점과 요소로 심도 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영화에 대한 ‘지배적’ 해석은 주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 국가대표팀이 탄생한 실제 사건이 작품의 주요 소재라는 점, 영화의 절반이 경기 장면으로 구성될 정도로 배우들의 특훈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비주류 여성들이 무관심과 멸시를 극복하고 끝내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당당하게 참가하게 되는 도전을 담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Choi, 2018; Hwang, 2017; Lee, 2016; Ohmynews, 2016; Ra, 2016; Huh, 2018). 그렇다고 해서, 분단의 현실과 탈북 이슈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OhmyNews의 한 기자는 “남북관계를 가족으로 엮고, 거기에 스포츠 정신을 덧[댐]”으로써, 스포츠, 남북, 가족의 세 요소를 결합한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작품이라고 논평한 바 있다(Ra, 2016). 그러나 이 경우를 제외한다면, 탈북의 이슈는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적 요소로만 단순하게 논의되고 있다.
필자들은 영화의 주인공인 ‘리지원’이 탈북자 주체라는 설정이야말로, 체육·스포츠 관련 학술적 주체들이 학술적 관심을 가지고 함께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이 작품의 ‘독특함’이자 ‘특별함’이라고 믿는다. 그 이유는 주인공의 탈북자 정체성, 즉 탈북자 주체들이 집합적으로 경험하고 공유하는 특정한 내용과 성격의 사회·문화적 요소가 영화 속 이야기의 주요한 부분으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영화《국가대표2》의 내러티브는 주인공 리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 편집된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으로, 영화는 ‘리지원의 한국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그녀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상들, 그리고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의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다른 한편으로, 영화는 ‘리지원의 북한 이야기’도 함께 보여주는데, 그녀가 북한에서 동생 ‘리지혜’와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일상, 북한을 떠나오는 과정에서 동생과 결별하게 된 과정,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동생을 북한대표팀 상대로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 등이 해당한다. 이렇듯, 영화《국가대표 2》의 이야기 구조를 고려해보면, 리지원이 탈북자 주체라는 점, 그리고 그녀의 ‘북한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기능하는 역할과 의미의 쟁점 등을 그냥 가볍게 흘려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중의 이야기 구조 속에, 주인공 리지원이 ‘아이스하키 선수’인 점을 대입해보면, 이 작품이야말로 ‘스포츠(아이스하키)’라는 문화적 실제와 ‘여성 탈북자’의 주체가 관계되어 이야기되고 서사화되는 대중(문화)적이면서도 지배적인 재현의 양상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텍스트임을 인지할 수 있다. 사실, ‘영화’라는 것은 특정한 인물들과 관련된 하나의 ‘개별적’인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성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적 작업의 ‘집합적’ 성격을 떠올려볼 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믿고 이해하며 인식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거나 혹은 ‘있을 법하게’ 만들고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차원의 이야기’가 곧 영화이기도 한 것이다(Turner, 1988). 영화《국가대표2》 역시, 이러한 관점으로 접근하여 이해해본다면, 그것은 ‘지원’이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스포츠 이야기’임과 동시에, 한국 사회 속에서 대중적으로 상상, 이해, 소통되는 ‘여성 탈북자 주체에 관한 집합적 스포츠 이야기’도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리지원이라는 탈북자 주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그 두 이야기, 즉 리지원의 ‘한국 이야기’와 ‘북한 이야기’의 내용과 성격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리지원의 두 이야기’는 어떠한 ‘여성 탈북자 주체에 관한 집합적 스포츠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는가? 아울러, ‘리지원의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관객과 대중에게 전송하게 되는 의미는 또 무엇인가? 나아가 그러한 영화적 ‘이야기하기’의 방식이 하나의 대중문화적 실제로 등장/출현한 이 ‘사실’ 혹은 ‘사건’은 또 오늘의 한국 사회와 스포츠 현실의 맥락 속에서 무슨 의미를 어떻게 생산하고 매개하는 것인가?
왜, 탈북의 이슈를 ‘다문화주의’로 접근하는가?
필자들은 영화《국가대표 2》를 ‘다문화주의’라는 아이디어 혹은 담론의 자장 아래 위치시켜놓고 읽고 해석하는 작업이 위에서 제기한 질문들에 다가가는 유익한 접근 경로라고 판단한다.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다문화주의’라는 개념 혹은 용어는 그것을 표현하고 활용하는 주체들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그 의미와 성격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일종의 우산적 개념이다(Gordon & Newfield, 1996). 이 연구에서, 우리는 ‘다문화주의’의 개념을 ‘국민국가(nation-state)’와 ‘문화(culture)’가 관계하는 맥락 속으로 위치시키고자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의미하는 ‘다문화주의’란, 세계화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국민국가’(nation-state)의 실체를 ‘문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상상하고 재개념화하는 흐름 속에 등장한, 이른바 ‘탈’ 혹은 ‘후기’라는 중의적 의미의 ‘post’를 붙여서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포스트-민족/국가주의들’(post-nationalisms)의 한 유형으로 이해하고 또 활용한다(Koopmans & Statham, 1999).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일단,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nationalism)이란, 특정한 집합적 주체들을 시민적 연대(civic) 혹은 민족적 유사성(ethnic) 등을 공유하는 하나의 공동체로 상상하도록 만드는 귀속적 정체성(identity of belonging)의 아이디어이다(Anderson, 1983; Smith, 1991).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민족/국가주의적 실제들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또 상상해 온 바로 그 공동체(들)의 ‘문화적’ 내용, 성격, 특징 등이 이른바 ‘단일 문화’(mono-culture)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한 초국적 이동 및 탈-경계적 현상과 혼종성의 양태는 그러한 ‘단일 문화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실제에 균열과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화의 출현과 가속으로, 이제는 국민국가의 ‘문화적’ 모습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 즉 ‘다문화’에 기반한 공동체로 상상하는 방식이 요청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다문화주의’를 이러한 맥락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배적’ 형식의 ‘문화 민족/국가주의’(cultural nationalism)로 이해한다(Gordon & Newfield, 1996; Shohat & Stam, 1994).
되돌아가서 논의를 이어가자면, 특히, ‘탈북이주민’이라는 한국 사회 속 존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를 ‘다문화 사회’로 새롭게 상상하고 재인식하는 담론 속으로 포섭할 필요가 있는 하나의 다문화 주체이자 대상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탈북이주민들을 주로 혈통의 관점에서 한민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일부 독자들은 그들을 ‘다문화 주체’로 분류하는 것에 조금 어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북이주민들의 문화적 차이와 이질성 등을 고려해서, 그들을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등장하고 축적되어 특정한 학술적 지형을 이루고 있다(Choi, 2012; Lee & Baik, 2012; Sohn & Lee, 2012). 이러한 배경 아래, ‘탈북자’라는 집합적 주체와 ‘다문화주의’라는 아이디어/담론이 접합하여 형성되어 있는 특정한 학술 지형을 소위 ‘탈북자 & 다문화주의 연구’(the study of North Korean defectors & multiculturalism)로 이름지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탈북이주민 주체를 다문화주의로 접근, 포섭하는 인식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Choi(2012)가 지적하듯이, “탈북이주민을 남한 사회의 구성원과 동일하게 다루기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 등에서 전혀 이질적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필자들은 영화《국가대표2》를 ‘탈북자’라는 다문화 주체의 (집합적)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문화적 공동체의 모습을 ‘다시’ 또 ‘새롭게’ 상상하는 실제로 매개하고 기능하는 ‘다문화(주의)적 텍스트’(multicultural text)로 틀 짓는다. 물론, ‘다문화(주의)적 텍스트’는 ‘탈북자 주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문화 주체들과 관계 맺으며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다문화주의의 관점과 자장 아래 특정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텍스트들의 덩어리이다. 그리고 이 텍스트들의 덩어리 속에는 다양한 다문화 주체들을 대상으로 공동체의 문화적 정체성을 ‘단일 문화’에서 ‘다문화’로 ‘다시’ 또 ‘새롭게’ 상상하는 무수히 많은 양상과 방식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 지점이 바로, 필자들이 영화《국가대표2》를 비판적인 문제의식으로 개입하여 접근하는 포인트이다. 다시 말해, 영화《국가대표2》가 탈북자 주체를 주인공으로 삼아 대한민국이라는 문화적 공동체의 문화적 모습을 ‘다시’ 또 ‘새롭게’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요목조목 짚어보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시놉시스가 안내하듯이, 영화는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를 구심점으로 하는 하나의 (집합적) 이야기를 통해 환희와 감동을 제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문화적 공동체의 다문화(주의)적 모습을 긍정적으로 상상하도록 자극하고 유도하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영화 속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을 들여다보면, 영화를 꼭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대목과 행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판적 문제의식의 포인트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영화를 ‘비판적 다문화주의’의 관점으로 읽고 해석하는가?
서론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필자들의 주장은, 영화《국가대표2》를 보수적 성향의 다문화(주의)적 텍스트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술하자면, 영화는 탈북자라는 다문화 주체를 다루는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다문화’에 기반한 공동체로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것의 구조, 흐름, 내용, 성격 등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관객과 대중에게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이 ‘단일 문화’적이라는 점을 더욱 강화하는 보수적 성격의 문화 정치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아니,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한다면, 영화《국가대표2》야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문화적 공동체의 정체성이 ‘단일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탈북자(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라는 다문화 주체들이 대한민국의 문화적 시민(국가대표)으로 살아가기가 매우 힘들고 어려우며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상상하도록 이끄는 ‘씁쓸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적 관점의 해석은, 필자들이 ‘비판적 다문화주의’(critical multiculturalism)라는 특정한 아이디어/담론으로부터 이론적 영감을 얻어 포착한 것이다. ‘비판적 다문화주의’는 다문화주의가 기능하고 작동해온 문화 정치적 권력 관계의 문제성을 역사적으로 직시하고 성찰하는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고 붙여진 이름이다. 간단히 말해, 비판적 다문화주의는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이 가치 중립적이며 수평적인 관계로 포진, 구획되는 지배적인 다문화(주의)적 서사의 정치성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역사적 맥락과 사회 구조 속에 스며있고 녹아 있는 문화적 관계의 위계와 서열 그리고 착취와 불평등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을 지향하는 학술적 정향이다(Ha, 2009; McLaren, 1994; May & Sleeter, 2010; Palumbo-Liu, 2002). 이러한 관점에서, 비판적 다문화주의는 다문화주의가 보수적 성향의 ‘단일문화주의’를 은폐하는 정치적 수사로 신화화되고 있음을 강조하는데, 이 지점이 바로, 필자들이 영화《국가대표2》를 비판적 관점으로 연결하는 포인트이다.
이러한 비판적 다문화주의를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로 Peter McLaren을 들 수 있다. McLaren(1994)은 다문화주의가 미국적 맥락에서 전개되온 흐름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보수적 다문화주의, 둘째,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셋째, 좌파-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가 바로 비판적 다문화주의인데, 그는 비판적 다문화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세 가지 다문화주의(들)에 대한 설명과 비판을 진행한다. 특히, McLaren은 보수적 다문화주의를 이른바 단일문화주의가 역사적 흐름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다문화주의’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는 외형으로 묘사한다. 즉 보수적 다문화주의는 미국의 역사 속에서 용광로(melting pot)라는 메타포로 익숙한 소위 백인 중심의 문화로 동화시키는 ‘백인 우월적인 식민주의 유산’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결국, 보수적 다문화주의는 ‘다문화주의’라는 이름의 다양성을 포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것은 백인 남성 중심의 문화를 영속시키기 위해 동화의 이데올로기를 숨기고 있는 ‘변형된 단일문화주의’라는 것이다(McLaren, 1994).
국내의 영문학자인 Ha(2009) 역시 비판적 다문화주의를 논의한 바 있다. 그는 미국 다인종 문학의 ‘정전화’(canonization) 과정을 소개하는 자신의 연구에서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성격을 설명하고 있는데, 잠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보수적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이라는 명목 아래 주변부의 인종과 성을 객체화시켜 그 억압과 차별을 극복할 동력을 사전에 봉쇄한다. ... 이 [지배계층의] 주체는 위에서 아래로 다문화주의적 정책을 문화, 정치, 경제 등 제 분야에서 추진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관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주변부의 인종과 성은 수동적 객체로 전락하며, 소위 ‘정치적 올바름’의 수사적 장식으로 치장된 이국적인 풍경이나 축제, 의례로서 소비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보수적 다문화주의는 피상적인 다문화주의의 찬양으로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분법적 경계와 경제적, 정치적 불평등을 영속화시킨다. 이 관점은 단지 중심의 불편한 기분을 털어내고 있는 유쾌한 제스처일 뿐이다.
위의 인용문을 바탕으로, Ha(2009)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와 결합된 미국 다인종 문학의 정전화가 실상은 ‘죽은 백인 남성 유럽인’의 작품들에 다인종 작가들의 작품을 단순히 추가하는 것에 불과한 생색내기용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필자들은 이러한 보수적 다문화주의야말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적 맥락의 다문화주의’를 특징짓는 지배적 담론이라고 판단한다. 사실, 한국 다문화주의가 보수주의적이고 동화주의적인 담론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은 다양한 분야의 많은 국내 학자들이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는 학술적 쟁점이다(Jin, 2011; Kim, 2011). 특히, 대중문화의 미디어 실제는 한국 사회의 보수적 다문화주의가 다문화 주체를 대상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작동하여 관리하는지를 잘 엿볼 수 있는 유익한 문화적 공간이다(Lee & Ahn, 2007). 주지하건대, 신문, 뉴스, 영화, 광고,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소설 등의 다양한 문화적 실제들이 다문화 주체들을 ‘동화(assimilation)’의 프레임으로 접근, 인식, 재현하고 있음이 논의되어 왔다(Hong & Kim, 2010; Jung & Choi, 2015; Kim & Kim, 2008; Kim & Whang, 2016; Kim & Yoon, 2016; Kim et al., 2009; Lee et al., 2007; Mha, 2010; Shim, 2012). 이러한 지형 속에는, 탈북자 주체를 재현하는 미디어의 실제 역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Kang, 2013; Kang, 2011b; Kim, 2014; Kim, 2016; Kwon, 2013; Lee, 2013; Lee, 2012; Lee, 2014; Oh, 2016; Oh, 2012; Pang & Park, 2018; Song, 2009; Tae & Whang, 2012; Yang, 2007).
이 지점, 즉 다문화 주체로서의 탈북자 주체를 보수적 관점으로 접근, 인식, 소통하는 미디어 실제를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학술 지형이 바로, 필자들이 영화《국가대표2》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관점의 영감을 뽑아내는 원천이다. 특히, 우리가 ‘탈북자 & 다문화주의 & 미디어 연구’의 지형 속에서 영화《국가대표2》와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뽑아내는 키워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재현(representation)의 실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체성(identity)의 아이디어이다. 따라서, 우리가 영화《국가대표2》를 보수적 성향의 다문화(주의)적 텍스트로 판단하는 근거 역시 이 두 가지 키워드와 연관된 것이다. 먼저, 영화 속 이야기의 성격, 특히 주인공 리지원을 ‘재현’하는 양상과 방식이 다문화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구축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지배적 특징을 많이 닮아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영화 속 이야기의 구조가 이른바 ‘한국인 되기’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시민권’의 보수적 문화 정치학을 잘 표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하에서는, 이 두 가지 키워드에 기초하여 영화《국가대표2》가 리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이야기 속에서 탈북자 주체를 어떠한 양상과 방식으로 ‘타자화’하는지에 대한 텍스트 분석과 맥락적 해석을 진행한다.
영화가 탈북자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하는 양상과 방식
우선, 영화《국가대표2》를 탈북자 주체를 재현해 온 영화적 맥락의 특정한 국면 속으로 위치시켜놓고 이해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겠다. 필자들이 주목하는 그 특정한 국면은 바로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속에서 탈북자 주체가 새로운 타자의 형상으로 등장한 시기이다. 그동안 탈북자 주체는 “민족주의 담론 속에서는 ‘동포’로, 반공주의 담론 속에서는 ‘빨갱이’로, 자본주의 담론 속에서는 ‘부적응자’, ‘꽃제비’, ‘영세민’” 등과 같은 다양한 존재의 의미로 나타났지만, 이 시기에 접어들어, 탈북자를 규정하는 주요 담론은 소수자 주체와 관련된 다문화주의로 이동하게 된다(Lee, 2014). 즉 탈북자 주체는 외국인 노동자 또는 해외 결혼 이주 여성들과 같은 소수자 집단으로 분류되는 다문화 주체로서, “한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문화적] 타자의 형상”이다(Kang, 2013).
소수자 혹은 다문화 주체로서 탈북자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 정치학의 핵심은 포섭의 외연과 배제의 내포를 띤 전략적 이중성에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Zygmunt Bauman이 뱉어내거나 먹어치우는 전략으로 표현하였듯이, 한편으로 “교정할 수 없을 만큼 낯설고 이질적인 타자들을 사회에서 추방”하거나, 혹은 다른 한편으로 “타자의 이질성을 비이질화하여 타자성 자체를 유예시키거나 무효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탈북자 주체를 다문화주의의 틀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을 “먹어치울 수 있는 존재”, 즉 한국 사회의 단일문화 속으로 동화가 가능한 존재로 구축하는 의도가 전제된 것이다(Kang, 2013). 특히, 영화, TV, 광고, 신문 등의 미디어는 이러한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논리를 잘 담아내고 있는 대중문화적 실제이다.
필자들이 영화《국가대표2》를 보수적 성향의 다문화(주의)적 텍스트로 판단하는 핵심 이유와 근거는 크게 4가지이다. 1) 첫째, 영화가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인 리지원을 재현하는 양상이 탈북자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에 근거하여 문화적 타자로 구축하는 이른바 탈북 디아스포라 영화의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재현의 관습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2) 둘째, 영화의 내러티브가 드러내는 주인공 리지원에 대한 재현의 양상은, 서구권 국가의 미디어들이 소수자 계층 출신 혹은 다문화 출신의 배경을 가진 성공적인 운동선수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재현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서사 패턴과 공식을 많이 닮고 있기 때문이다. 3) 셋째, 영화가 탈북의 이슈/쟁점을 다루는 방식 또한 다문화적 현실을 상업적 소재, 문화적 상품, 다양성의 소비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논리와 흡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4) 넷째, 영화 속 이야기의 전체적 구조는 리지원의 ‘한국인(국가대표) 되기’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문화적 시민권을 둘러싼 인정 투쟁과 정체성의 정치학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이 쟁점들을 세 가지 항목으로 다시 분류하여 영화《국가대표2》의 재현 양상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합되고 연결되는지, 그리고 왜 그러한 재현의 양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하기’가 문제가 되는지 등을 논의한다.
탈북자 주체를 ‘두려운 괴물’ 혹은 ‘연민의 대상’으로 인식, 묘사, 재현하는 고정관념
먼저, 영화 《국가대표2》를 탈북 디아스포라 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재현의 집합적 패턴과 관련지어 살펴보자. 한마디로 말해, 영화는 탈북 디아스포라 영화들이 집합적으로 드러내는 재현의 일반적 패턴을 잘 따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탈북자 주체를 일종의 ‘문화적 타자’로 구축하는 지배적 양상이다. 예컨대, 다양한 대중문화(적) 미디어 혹은 재현의 실제 속에서, 탈북자 주체들은 새로운 희망의 꿈을 품고 남한으로 들어오지만, 정작 사회적 현실 속에서 내부의 타자로 배제되는 경험을 하는 인물로 자주 등장한다(Kang, 2011b; Lee, 2013). 남한 영화에 재현된 탈북이주민의 문화적 함의를 탐구한 Lee(2013)에 의하면, 영화 속 탈북자 주체는 한국 사회 속에서 “이질적 존재로서 차별과 냉대를 받는 한편 동정과 연민이라는 이중의 시선 안에 존재한다.” 따라서 영화가 재현/구축하는 탈북자 주체의 이미지는 주로 “두렵고 혐오스러운 괴물이거나 혹은 가난하고 부담스러운 연민의 대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Lee, 2013).
예컨대, 탈북자 주체가 ‘괴물’로 재현되는 양상은 《태풍》과 《무적자》와 같은 액션 영화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비이성적이며 동물적인 존재, 잔인하고 인간성이 없는 공산당의 스테레오 타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Lee, 2013). 무엇보다, 괴물의 이미지는 이질적이면서도 혐오와 불안을 동반하는 일종의 비정상성을 표상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가 탈북자 주체들을 주류사회로부터 꾸준히 배제하여 온 흔적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연민의 대상으로서의 탈북자 이미지는 《크로싱》, 《무산일기》, 《댄스타운》과 같은 멜로드라마 장르의 탈북 디아스포라 영화들에서 자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영화들 속에서, 탈북자 주체는 한국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돌봐야 하는 불쌍하고 연민스러운 우리 사회의 부적응자로 묘사되는데, 이는 빈민국가라는 북한의 이미지 그리고 탈북자 주체들이 세계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흐름 속에서 최하위계층형을 형성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Kang, 2011b; Lee, 2013).
영화《국가대표2》는 이러한 타자화의 재현 양상을 비슷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리지원의 ‘한국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의 초반부는 탈북자 주체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투영된 묘사가 진하게 드러나는 대목들이 있다. 예를 들어, 리지원을 처음 만난 김가연은 “북한 사람처럼 안 생겼다”라는 말을 건네는데, 이는 탈북자 주체를 무섭고 두려우며 혐오스러운 북한인과 동일시하는 고정관념을 표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리지원의 얼굴이 다른 북한 사람들 혹은 탈북자들과 달리 무섭다거나 두렵고 혐오스럽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박채경이 리지원과 마주하면서 건네는 대사들은 탈북자 주체들을 가난하고 불쌍한 연민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도 잘 보여준다. 리지원을 ‘에이스’라고 반기는 강대웅 감독에게, 박채경은 “에이스 커피 찍어 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나라 버리고 온 게 무슨 국가대표라고”라는 말로 응수한다. 더럽고 냄새나는 유니폼을 처음 받아든 박채경은 “북한에 빌렸네, 후진거 보면”이라고 말하면서, 빈민국가로서의 북한 그리고 가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과 탈북자 주체의 표상을 리지원에게 투사한다. 또한, 주장 선임과 관련해서, 박채경은 팀원들에게 “탈북자가 주장하는 거, 좀 그렇지?”라고 물으면서, 탈북자 주체의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암시하며 동의를 구한다. 리지원과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 치열해지면서, 박채경은 급기야 그녀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탈북자들은 자기 혼자 살겠다고 가족들 다 버리고 온다던데, 너도 그랬냐?”라고 쏘아붙이며 자극한다.
이러한 표현과 묘사들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리지원을 처음 만나게 되는 과정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탈북자 주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이미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드러나는 리지원의 모습과 이미지이다. 등장인물들이 리지원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녀에게 건네는 표현들은 사실 리지원의 실제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영화 속에서도 리지원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시선과 표현에 즉각 응수하며 대응한다. 즉 이들이 벌이는 긴장과 논쟁은 탈북자 주체와 주류 한국인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접촉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후 벌어지게 되는 문화적 접촉과 상호이해의 양상을 기대하도록 이끄는 암시적 장치이다.
탈북자 주체의 문화적 ‘차이’를 벗겨내거나 혹은 그 ‘차이’를 재차 부각하는 재현의 이중성
영화《국가대표2》의 이야기 속에 흐르고 있는 타자적 재현의 두 번째 특징은, 주류 집단과 구별되는 탈북자 주체의 문화적 ‘차이’를 벗겨내면서 지우거나 혹은 재차 강조하면서 덧칠하는 이중적이면서도 모순적인 재현의 양가성을 띤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리지원이라는 인물은 두 가지 표상으로 재현/구축되는데, 하나는 탈북이주민이라는 문화적 타자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탈북이주민의 딱지 혹은 낙인이 지워진 ‘새로운 한국인’으로서의 표상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리지원의 탈북자 정체성 혹은 그녀가 주류 한국인과 구별되는 탈북이주민 출신으로서의 문화적 ‘차이’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증발, 탈각되면서 벗겨지느냐의 쟁점이다. 그리고 그 것은 주로, 리지원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의 의미가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문화적 모습을 다문화적 공동체로 상상하도록 이끄는 국면과 관계할 때라는 점을 주목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리지원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팀의 구성원으로서 특별한 활동과 업적 혹은 민족/국가적 의미와 역할을 드러낼 때, 그녀가 탈북이주민이라는 점은 자연스럽게 증발하면서 탈각된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즉 관객들이 그녀를 매개로 국민국가의 다문화적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시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면, 영화는 다시 그녀를 탈북이주민으로서 문화적 차이를 재차 덧칠하면서 강조한다.
이러한 이중적 재현의 아이디어는 북미와 서유럽의 미디어가 다문화 주체의 스포츠 성공을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관점 아래 포섭, 관리, 통제하는 재현의 실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한 학술 지형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보다 다문화적 현실을 조금 더 일찍 경험한 북미와 서유럽 국가들에는, 다문화 배경의 운동선수들을 매개로 자신들의 문화적 공동체를 ‘다시’ 또 ‘새롭게’ 상상해온 다양한 실제들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또 그러한 실제 속에서 많은 다문화 배경의 운동선수들이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다문화 사회로 상상하도록 이끌고 자극하는데 공헌한 ‘모범적 시민(multicultural role model of citizen)’으로서의 ‘다문화(주의)적 영웅(multicultural hero)’으로 재현, 구축된 사례들도 많다. 몇몇 인물들을 뽑아보자면, 미국의 Jim Thorpe, Jesse Owens, Jackie Robinson, Tiger Woods, Kristi Yamaguchi, Vinus/Serena Williams, 캐나다의 Donovan Bailey, 영국의 Kelly Holmes, Amir Khan, Monty Panesar, 호주의 Anthony Mundine, 그리고 프랑스의 Marie-Jose Perec 등을 들 수 있다.
필자들이 제기하는 포인트는, 대중 미디어의 실제가 이러한 다문화 (스포츠) 주체들을 재현하는 양상에 있어서 특정한 보수적 성향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스포츠는 개인의 자질과 노력이 성과를 좌우하는 아주 공정한 실제로 이해, 소통되고 있다. 따라서 성공한 운동선수는 공정한 실제 속에서 자신의 수월성을 발휘하여 성취한 (바르게 이해된) 능력주의의 표상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운동선수가 소수 인종 출신이라거나 비-주류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주체라면, 미디어는 그들을 통해 어떠한 문화적 의미를 매개하고 관계할 수 있겠는가? 단적으로 말해, 성공한 소수 인종 혹은 비-주류 문화권 출신의 운동선수는 그가 속한 스포츠의 실제 그리고 그 스포츠 실제를 포함하고 있는 공동체의 사회와 국가가 인종이나 기타 문화적 차이와 상관없이 (바르게 이해된)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평등하게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상징하는 표상이다.
이 지점이 바로, 미디어가 성공한 다문화 출신/배경의 운동선수들을 재현하는 실제를 향해 비판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는 보수적 지점이다.
사실, 성공한 다문화 출신/배경의 운동선수들을 긍정적으로 찬양하고 칭송하는 것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긍정적 찬양과 칭송이 어떠한 국면과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느냐에 있다. 비판적 다문화주의의 관점을 견지하는 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미디어의 실제가 소수자 및 다문화 주체들의 스포츠 성공을 긍정적으로 찬양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그들을 이야기하는 재현의 서사는 다문화 배경의 운동선수(혹은 스포츠 주체)들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포장과 장식으로 배치한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상투적 찬양과 칭송이 견인하는 것은 단일문화의 영속성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이다. 다시 말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성공한 다문화 출신/배경의 운동선수들의 ‘이미지’는 그들이 속한 다문화적 공동체가 문화적 차별과 불평등 없이 (바르게 이해된) 능력주의를 통해 잘 굴러가고 있음을 상징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이 요지다(Burdsey, 2007; Coram, 2007; Douglas & Jamieson, 2006; Fortier, 2005; Jackson & Ponic, 2001; Jamieson, 1998; Schultz, 2005; Spencer, 2003; Thangaraj, 2020).
이러한 맥락, 즉 미디어가 수행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정치성 아래, 앞서 언급한 재현의 이중성을 다시 가지고 올 필요가 있겠다. 여기에서, 필자들은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서사가 스포츠의 실제 속에서 작동하는 재현의 이중적 양상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전형적 연구 사례로, 영국적 맥락에서 소수 인종 및 비주류 문화권 출신의 운동선수들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을 분석한 Fortier(2005)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Fortier(2005)는 영국의 주류 미디어가 Kelly Holmes와 같은 소수 인종 출신의 성공적인 운동선수들을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요컨대, Fortier(2005)에 의하면, 다문화 주체에 대한 보수적 관점의 서사들은 해당 운동선수와 관계하는 주류 집단의 집합적 정서가 ‘자부심’으로 충만할 때, 영국적인 기표와 상징으로 구축되지만, 반대로 ‘수치’와 연관될 때는 어김없이 탈-민족적 혹은 탈-국가적 타자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상술하건대, 영국의 미디어는 Holmes와 같은 소수 인종 출신/배경의 운동선수들을 영국의 다문화적 공동체성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일종의 모범 시민의 이미지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 구축의 실제는 이중적이면서도 모순적인 두 가지 서사적 패턴, 번역하여 표현하자면, ‘탈-인종화(de-racialization)’와 ‘재-인종화(re-racialization)’라는 모순된 이중적 과정(double process)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영국 미디어는 Holmes의 국가 정체성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드러내는데, 여기에는 Holmes의 영국적 정체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녀의 소수 인종적 정체성을 덜어내거나 세탁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영국 미디어는 Holmes를 그녀가 속한 소수 인종 집단의 영웅으로 소개하거나 혹은 한 개인으로서 지닌 문화적 취향 등을 묘사하는 서사를 드러내는데, 여기에는 그녀의 소수 인종적 정체성을 다시금 불러내어 강화하면서 그녀를 문화적 타자로 위치시키는 전략이 스며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Holmes의 개인적 성공이 영국이라는 국민국가의 수월성을 상징할 경우, 주류 집단(백인)과 구별되는 그녀의 인종적/문화적 차이는 ‘탈-인종화/차별화’ 된다. 그러나 그녀가 공동체의 지배 집단인 백인들과 관계할 경우 혹은 한 개인으로서의 문화적 주체를 표상할 때에는 어김없이 그녀의 인종적/문화적 차이는 ‘재-인종화/차별화’되는 것이다.
다문화 주체의 문화적 차이를 덜어내면서 동시에 덧칠하는 이 이중적 재현의 정치학은, 영화《국가대표2》에서도 탈북자 주체인 리지원을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무엇보다, 영화 속 이야기의 한 축을 구성하는 ‘리지원의 북한 이야기’는 영화 속 주인공 리지원의 탈북자로서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주요한 장치이다. 특히, ‘리지원의 북한 이야기’는 가족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리지원의 탈북자 정체성이 가족을 중심으로 집단화되는 의미가 생성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리지원의 아버지는 한국 이야기 속에서 북한 말투로 랩을 하는 가수 혹은 연예인을 꿈꾸며 살아가는 소비자본주의의 한국 사회에 동화된 존재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한편으로 그의 탈북자 정체성은 ‘탈-차별화’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동시에, 그의 탈북자 정체성은 그가 북한식 말투로 랩을 한다는 점을 통해 문화적 ‘차이’가 재차 덧씌워지며 강조되는 ‘재-차별화’의 재현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영화의 내러티브 속에서 타자적 재현의 이중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리지원이 북한팀과의 경기를 통해 ‘국가대표’의 의미를 각성하게 되는 장면이다. 동생을 만나고 혼란스러웠던 리지원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경기장에 들어가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래 탈북자지만 나도 대한민국 국가대표잖아!” 영화의 초반부에서 두려움과 연민의 대상으로 타자화된 리지원은 팀원 구성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연대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이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국가대표’로 확인하는 자기-정의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국가대표’라는 것은 단일문화의 주체인 주류 한국인으로서의 국가대표가 아닌, ‘탈북자이지만 국가대표’이기도 한 국가대표이다. 그리고, 북한팀과의 경기 후, 다시 동생과의 북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주인공 리지원이 ‘국가대표’로서 인정을 받고 팀구성원들과의 갈등을 모두 봉합한 상태에서 펼쳐지는 장면이다. 결국, 영화가 다시금 리지원의 탈북자 정체성을 호출하는 ‘재-차별화’의 재현을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영화《국가대표2》는 리지원의 탈북자 정체성을 한편으로는 벗겨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다시 덧칠함으로써, 그녀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내부의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한다. 요컨대, 리지원의 존재가 국민국가의 차원으로 확장되어 상상될 때, 그녀의 문화적 차이는 증발하거나 탈각되는 서사를 보인다. 이와 달리, 그녀가 한 개인으로 호명되거나 혹은 탈북자 집단의 구성원으로 집단화되는 경우에는 다시금 그녀의 문화적 차이가 각인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소수 집단의 다문화 주체들이 그들의 우수성과 수월성을 증명해 보여야 하는 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다문화(주의)적 공동체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모범적 시민으로 ‘잠시’ 인정받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언제나 문화적 타자로서 주류 집단의 구성원들과 관계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 씁쓸한 것은 리지원의 북한 이야기가 신파와 결합하면서 탈북자 주체의 타자성을 진하게 함과 동시에 감성적 소비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2005년부터 2011년 사이에 개봉한 탈북 디아스포라 영화들을 분석한 Kang(2011b)이 주장하였듯이, 남한의 대중영화에서는 탈북자가 새로운 영화 소재이자 흥행의 한 요소로 쓰일 뿐, 탈북자의 고단한 현실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국, 국가의 섬세한 노력과 과정은 보이지 않으면서 다문화적 공동체의 모습을 표상하는 국민국가(대한민국)만이 홍보되고 선전된다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다.
문화적 시민권의 인정 투쟁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국가대표2》의 내러티브가 어떻게 문화적 시민권과 관련된 인정 투쟁의 서사를 구조화하고 있는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잠시 문화적 시민권의 개념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시민권의 개념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법적 지위로서의 시민권, 즉 ”법적으로 제도화된 정치공동체(국민국가)에서의 법적 지위 및 이를 기반으로 한 권리와 의무의 총체”를 말하며, 다른 하나는 바람직한 시민 활동으로서의 시민권, 즉 법적, 형식적 개념을 넘어 정치적 공동체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적 덕성(civil virtue) 및 연대와 정체성이라는 보다 확장된 의미로 사용된다(Choe, 2008). 따라서 시민권은 법적 차원의 개념이자 동시에 문화적 이슈이기도 한 셈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후자의 개념, 즉 문화적 차원의 시민권이 더 늦게 등장하였는데, 이는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가속화와 이에 따른 사회문화적 현실의 변화로 인해, 기존 개념인 전자의 시민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현상과 문제들이 목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Lee, 2010).
구체적으로, 전지구화의 흐름은 시민권의 개념과 실천에 양가성을 띤 이중적 변화를 몰고 왔다. 요컨대, 그 변화의 핵심은, ”한편으로는 초국적 시민권이 등장하고 보편적 인권 이념과 국제조약의 영향력이 확대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국가 주권의 표현인 국경통제가 강화되고 이민 정책의 보수화가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Hwang, 2011). 이 국면에서 주목할 사항은,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s)를 보편적 시민권의 한 영역으로 인정하는 것의 여부를 둘러싼 정치 철학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의 쟁점과 관련하여, “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체성, 국민의 자격에 대한 문화적 담론들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Hwang, 2011). 다시 말해, 법적이고 정치적인 시민의 경계선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문화적이고 관념적인 차원에서 시민의 경계를 긋는 것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시민권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적 충돌과 논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Lee, 2010).
필자들은 이러한 전지구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권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문화적 현실의 변화를 설명하는 유용한 아이디어/담론으로 Ong(1996)이 착안하여 주창한 ‘문화적 시민권(cultural citizenship)’의 개념에 주목한다. Ong(1996)은 시민권을 “감시, 규울, 통제, 행정의 전략을 통한 동의의 기제들과 함께 주체적인 정체성의 형성(self-making)과 집단적인 정체성의 형성(being-made)이 맞물려 형성되는 [...] 주체화(subjectification)의 문화적 과정”으로 정의한다(Kang, 2011a). 다시 말해, Ong(1996)은 국가와 개인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이 시민권의 형성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포착함으로써, 소수 집단의 권리와 주류사회의 차별 논리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개인 주체들이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실천과 교섭의 과정에도 초점을 둘 것을 강조한다(Lee, 2010; Lee, 2020).
탈북이주민 역시, 한국 사회 속에서 소수 집단 및 다문화 주체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시민권의 아이디어로 접근해볼 가치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 3조에 의하면, 북한은 대한민국의 일부이며, 결국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 주체는 남한의 법적 시민권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역사 속에서 탈북자 주체에 대한 가버넌스는 일련의 변화를 드러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귀순 용사’라는 이름으로 탈북자들을 환영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감시와 통제가 병행”되는 “환대와 의심의 이중적인 정책”이 펼쳐졌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탈북이주민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점차 축소되는 대신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 자립적 정착을 지원하는 가버넌스의 방식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버넌스의 변화는 “탈북자들을 한국 시민으로 재사회화하는 것에 주력”하는 방침으로 이어졌고, “국가권력이 개별 주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관리, 규율함으로써 새로운 시민을 형성하는 사회적 과정”을 전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탈북자 주체를 둘러싼 시민권의 이슈는 단순히 법적, 제도적, 정치적 차원에만 국한해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상호이해와 정체성의 정치가 결합한 사회문화적 과정으로 접근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게 된 것이다(Kang, 2011a).
조금 길게 돌아왔지만, 요컨대, 영화《국가대표2》는 이러한 시민권의 개념과 실천을 둘러싼 법/제도/정치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 사이의 긴장을 잘 형상화하는 이야기 구조를 담고 있다. 스포츠 세계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영향 아래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국민국가의 경계는 여전히 공고하지만, 유목적 주체들의 초국적 이동과 정주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문화적 현실도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국가대표2》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와 국민국가가 결합하는 스포츠의 문화적 지형을 큰 배경으로 삼아,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성 스포츠 주체의 초국적 이동과 정주를 가능하게 하는 통치성의 면모, 그리고 다문화적 스포츠 주체가 국민국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고 구성하는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전략과 실천의 방식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영화《국가대표2》는 리지원을 포함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협회 고위 인사들과 협상, 순응, 저항 등과 같은 상호작용의 과정을 통해 문화적 시민권을 얻게 되는 과정을 담아내는 이야기이다. 특히, ‘국가대표’라는 기표야말로, 체육/스포츠의 실제 속에서 소통되는 문화적 시민권을 표상할 수 있는 강력한 메타포이다. 한국 사회 속에서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단언컨대, ‘국가대표’라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주체가 체육/스포츠라는 문화적 실제 속에서 획득,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영예로운 문화적 권리이자 의무이다. 즉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의 문화적 의미는, ‘진정한’ 한국 스포츠 시민이 된다는 것으로, 단순히 법적, 정치적 시민권으로서 ‘한국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민이 되는 사회문화적 과정, 즉 공동체의 (주류) 구성원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정체성의 정치를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화적 차원의 시민으로 인정받는 것의 경계가 분명치 않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영화《국가대표2》 역시 리지원의 두 이야기를 통해 이 점을 시사하고 함의하고 있다. 영화의 결말은 아름답고, 행복하고, 감동적인 순간과 장면으로 봉합되지만, 그러한 결말에 이르는 과정의 성격은 결코 일상적이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은, 아니 어쩌면, 영화 속 주인공들이 탈북자 주체를 포함한 비-주류 구성원들이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 그런 이야기이다. 결국, 영화《국가대표2》는 ‘국가대표’라는 문화적 시민권에 다다르는 경로가 매우 험난할 뿐 아니라, 높은 장벽들과 차별적인 통과의례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국가대표2》는 탈북이주민으로서 리지원이 경험하는 문화적 인정 투쟁의 양상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영화 속 리지원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러한 구원을 얻게 되며, 또한 한국 사회의 주류 구성원들과 어떠한 상호작용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하는가? 일단, 영화의 시작과 함께 리지원은 ‘국가 없음’ 의 상태로 등장한다. 그녀는 북한을 떠나 한국에 도착한 탈북이주민이지만, 다시 핀란드로 이주하려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은 리지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다시 말해 핀란드로 이동하기 위해 잠시 정주하는 곳이다. 결국, 탈북자 주체 리지원은 법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시민권을 가진 국민이지만, 문화적 관점에서는 ‘국적 없는’ 난민과도 같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리지원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으로, 그리고 대한민국이 리지원에게 있어 아이스하키만 하면서 살 수 있는 곳으로 봉합된다.
필자들이 영화《국가대표2》를 함께 감상하면서 공감하고 또 공유한 비판적 포인트의 핵심은, 영화 속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 속에 조용하면서도 무겁게 자리하고 있는 이른바 ‘국가 없음’ 혹은 ‘국가 부재’라는 상태에 있었다. 탈북자 주체를 한국 사회에 정착시키는 목표, 그리고 한국 시민으로 재사회하는 것에 주력하는 가버넌스의 변화를 생각해볼 때, 영화《국가대표2》에는 다문화 주체의 적극적 실천과 국가-개인이 상호작용하는 교섭의 정치적 과정이 목격되지 않는다. 즉 한국 정부 혹은 국가의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며 사회적인 과정을 상징하는 어떠한 장치와 요소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실마리는 여자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동계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를 놓고 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논쟁을 펼치는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회장: “너희들 안 나가?”
# 부장: “그냥 가만 있으라고, 아니면 그 고스톱이나 치던지”
# 박채경: “도대체 무슨 말씀 하시는 거에요. 안 나간다니요. 저희 국가대표잖아요.”
# 리지원: “아시안게임도 안 내보낼 거면서 국가대표는 왜 만들었습니까?”
# 회장: “동계올림픽 유치 때문에 만들었지. 그 정도 정신은 있을 것 아냐? 까놓고 얘기해서. 대회 안 나갈거니까, 너희들로 팀을 만들었지, 안그러면, 너희들로 팀을 만들겠니?”
# 부장: “아줌마, 무뇌, 중딩, 국민 밉상, 탈북자까지. 니네는 병풍이야, 병풍.”
리지원을 포함한 팀원들이 병풍에서 국가대표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해, 국가 없음/부재에서 국가로부터의 인정으로 변환되는 과정의 핵심은 비주류 개인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그들의 열정과 노력 그 자체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병풍으로 시작된, 다시 말해 국가가 이들을 살짝 활용한 뒤 뱉어버리려고 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가의 시혜도, 보살핌도, 온정주의도 없다. 비주류 주체들이 그저 울면서 보채고 또 협박해서 얻어낸 것이다. 그들 스스로 이름을 부여하고, 모든 것을 그들 스스로가 책임지는 소위 신자유주의적 주체화의 공식을 따르면서 어느 정도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과 교섭의 과정 속에서, 리지원은 지배적 사회 구조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존재하는 비주류 여성 주체 중 한 명으로 구축된다. 예컨대, 리지원의 정체성은 삼중으로 구축되는데, 그것들은 바로, 1) 첫째, 한국 사회 속 비주류 여성 주체로서의 정체성, 2) 둘째, 한국 여성 동료들과 구별되는 탈북자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3) 셋째, 한국 여성 동료들과 구별되는 아이스하키 에이스 선수로서의 정체성이다. 이렇듯, 영화《국가대표2》의 내러티브 속에는, 리지원이라는 탈북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내부의 문화적 타자로 재현/구축하는 다양한 재현의 양상들이 스며있고 녹아 있다.
결론 및 제언
인간들이 상호작용해 온 관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동체 속에는 늘 특정한 주류 세력, 혹은 지배적 집단이 그들과 구별되는 구성원들을 타자로 호명하고 구축해온 역사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북한과 관련된 사람들(남한으로 이주한 주민, 망명한 주민 등)을 특정한 방식을 통해 문화적 타자로 호명, 재현, 구축해온 양상과 흐름이 있다. 문화적 타자들이 이러한 호명/재현/구축 방식에 순응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공동체의 지배적 체제에 들어오게 되는 순간, 이러한 상질 질서 안으로 포섭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상징 질서와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도 구성되고 형성되게 된다.
이 연구는 영화《국가대표2》를 탈북자 주체에 대한 재현의 지형 속으로 위치시켜 놓고 그 문화 정치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해석한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영화를 보수적 성향의 다문화(주의)적 텍스트로 파악하고, 그것의 이야기 구조와 형식 속에 흐르는 문화 정치성의 효과와 영향력 등을 비판적 다문화주의의 관점 아래 논평하였다. 탈북자 주체를 재현하는 다양한 대중문화의 ‘지배적’ 공식과 패턴처럼, 영화《국가대표2》는 탈북자 주체를 문화적 타자로 재현하는 보수적 다문화주의의 논리와 문법이 진하게 흐르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또 강조했다.
혹시 일부 독자들은 이 ‘비판적’ 관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혹은 의문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예컨대, 탈북자 출신의 주인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된다는 점, 그리고 이를 계기로 북한의 동생도 만나게 된다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과연 혹은 굳이 이 ‘좋은’ 이야기를 요목조목 따지고 들어갈 대목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또한, 스포츠 세계는 능력이 있고 또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순수한 능력주의가 실현되는 실제이고, 리지원 역시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도 뛰어난 선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결말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아름다운 것임을 강조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연구를 기획한 의도와 취지는 영화 속 현실과 사회적 현실 사이의 경계에 서서 두 현실을 넘나들며 영화《국가대표2》의 내러티브를 분석해보고자 하는 데 있었다. 영화가 재현하는 현실, 즉 리지원이라는 여성 탈북이주민의 스포츠 이야기는 사회적 현실에 존재하는 사실들의 고유한 결합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Stuart Hall을 포함한 많은 비판적 문화 연구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미디어가 재현하는 ‘현실’은 특정한 방식으로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하는 적극적인 작업으로 만들어지고 구성된 산물로서의 ‘현실’이다. 따라서 영화 속 현실에 스며있는 탈북이주민에 대한 재현의 정치성을 분석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탈북이주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진단하고, 나아가 그러한 인식이 오늘의 우리 사회와 문화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감각을 가지고, 잠시, 영화의 시작과 결말을 빠른 흐름으로 이어 붙여서 생각해보자. 영화 속 리지원은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만을 하면서 살아갈 수 없기에, 핀란드로 가서 아이스하키만 하면서 사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핀란드 이민을 여러 번 시도하지만, 입국 거절을 받고, 세계대회 출전을 통해 다시금 핀란드로의 이민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의 국가대표가 된다. 그런데, 영화의 결말은, 리지원이 핀란드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서의 삶을 사는 꿈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팀을 이끌고 핀란드로 날아가서 동생 리지원을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필자들의 주장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영화《국가대표2》의 결말에 이르러, 여자아이스하키팀의 피땀 어린 훈련과 열정, 그리고 승리와 환희에 순진하게 감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의 문화적 모습을 ‘바람직’하고 ‘좋은’ 방향으로 함께 상상해가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세계화와 전지구화의 흐름이 가속화되는 이 시국에 그러한 문화적 실제는 더없이 중요하고 또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러한 노력과 ‘함께’,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의 문화적 모습이 어떠한 방향으로 틀지어 굴러가고 있는지도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꼭 견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의 힘과 가치를 인지하면서, 잠시나마 영화《국가대표2》의 이야기 구조와 흐름을 다시 더듬어보며 한번 생각해보자. 혹시 이 영화는 아주 재능있고 능력 있는 탈북자 출신의 리지원이라는 한 여성이 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실제 속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한국 여자아이스하키팀을 결성해내고 또 성과도 일구어내는 주도적 역할을 처절히 수행한 다음, 이어서 자신의 팀을 이끌고 세계 대회까지 출전하게 되는 ‘탈북이주민의 헌신적인 국가대표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컨대, 다문화 주체로서의 탈북이주민이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새로운 민족-국가주의적 성격의 스포츠 이야기, 이것이 바로 필자들이 영화《국가대표2》를 비판적 다문화주의의 관점을 통해 사유하여 읽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항적 해석(counter-narrative)이다.
CONFLICT OF INTEREST
논문 작성에 있어서 어떠한 조직으로부터 재정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논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밝힌다.
AUTHOR CONTRIBUTION
Conceptualization: JC Seo; Data curation: YJ Chun; Formal analysis: YJ Chun; Funding Acquisition: JC Seo; Methodology: JC Seo; Projectadministration: JC Seo; Visualization: YJ Chun; Writing-original draft: JC Seo; Writing-review&editing: YJ Chun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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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OhmyNews Embarrased sexist humor, but there's something, Retrived from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23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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