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 기술과 스포츠윤리 쟁점 연구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nalyzes ethical issues about genetic technology used for the enhancement of athletes. In so doing, this study aims to rethink gene manipulation in sports and suggest theoretical groundwork for an ethical discussion of gene doping, as well as providing some guidelines.

[Methods]

For this purpose, this study looks at the relationship between genetic engineering and morality as discussed by eminent domestic and international philosophers, medical ethicists, and scholars of sport studies. Then, the pros and cons of the use of genetic engineering in sport are analyzed to show the different values embedded in each of the opposite positions.

[Results]

This study identifies three points of debate: fairness, coercion, dignity and autonomy. Through a literary and philosophical review, it is revealed that prior criticism against gene manipulation has logical loopholes.

[Conclusion]

Rather than approaching the issue with groundless fear and prejudice, it is necessary to look into its benefits and ethical problems in detail. In addition, better equipped ethical as well as practical grounds are required to control the introduction of gene doping technology.

keyword
Gene manipulationFairnessCoercionDignityAutonomy

초록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유전공학 기술을 통한 스포츠선수의 향상(enhancement)에 대한 윤리적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스포츠와 유전자조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유전자 도핑의 윤리적 논의를 위한 이론적 기반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방법]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외 저명한 철학자, 의료윤리학자, 체육학자들이 유전공학과 도덕성의 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분석하고 설명했는지를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스포츠에서 유전공학 기술의 사용에 관한 찬성자와 반대자가 내세우는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왜 극명하게 대조되는 입장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들 각 입장의 바탕이 되는 가치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였다.

[결과]

본 연구는 유전자조작 기술이 스포츠에 사용되는 것에 관하여 공정성, 강요, 존엄성과 자율성이라는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도출하고, 각 쟁점에 대한 문헌 분석과 철학적 고찰을 통하여 유전자조작 규제를 위한 기존의 주장과 근거에는 논리적 모순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결론]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한 선입견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가 아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장점이 될 수 있고, 어떤 부분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 매우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하며, 스포츠에서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설득력 있는 윤리적 틀과 현실적인 논거들이 다양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주요 용어
유전자조작공정성강요존엄성자율성

서론

1970년대에 과학자들은 특별한 효소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절단해 연결하거나 또는 이렇게 하여 만든 재조합 DNA를 세포에 넣어 그 수를 늘려가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기술을 유전자조작(gene manipula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들로 인해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식물과 동물,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필요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인간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지속됨으로써 유전형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나쁜 형질의 유전자는 제거하고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로 바꿔 넣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Yoon, 1998). 그렇다면 이러한 유전자조작 기술이 스포츠에 응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버드대학 Nadia Rosenthal 박사는 노년에 수반되는 근력소모를 멈추기 위해 생쥐의 유전자 치료에 IGF-1(인슐린 성장인자)을 이용하였다. 이 실험에서 늙은 쥐들은 근력을 27퍼센트까지나 증가시켰으며, 이러한 사실은 노인들의 근력을 유지하고 근육위축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근력을 증가시키는 만큼이나 운동선수에게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Longman, 2001). 즉, IGF-1은 비록 그 의학적 목적이 근육소모병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지만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운동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유전적으로 조작된 erythropoietin(적혈구 생성 촉진인자, EPO)의 의학적 이용은 만성신장질환자의 혈액 속 혈구비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이것이 장거리달리기 선수에게 사용된다면 아주 유용하게 지구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Miah, 2004). 이와 같이 세포성분이나 유전자 성분의 조작이 치료목적이 아닌 경기력 향상 목적으로 스포츠선수들에게 사용되는 것을 유전자 도핑(gene doping)이라고 한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직전, 독일의 한 감독이 다량의 적혈구를 생산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레폭시겐’ 바이러스 유전자 도핑을 선수들에 권유한 혐의를 받으며 유전자조작 기술의 스포츠에 대한 위협은 세상에 크게 알려지게 되었다(Kim et al., 2015).

근래 유전자조작 기술이 세계 스포츠계에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변형된 유전자 혹은 정상 유전자를 주입하는 생명공학기술이 인위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에서는 오용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크고, 이는 스포츠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오늘날 생명공학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볼 때, 승리지상주의에 내몰린 스포츠선수들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유전자 도핑을 행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200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는 유전자조작 기술에 관한 실무단을 발족시켰고, 세계반도핑기구(World Anti-Doping Agency: WADA)는 유전자조작이 스포츠계의 잠재적인 위협임을 인지하여 2002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주재하였다(Schjerling, 2005). 그리고 2003년에는 마침내 유전자 도핑을 WADA의 공식적인 도핑 리스트에 올렸다.

최근 들어 유전공학기술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하여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이 가장 뜨겁게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스포츠계에서는 정작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유전자 도핑이 스포츠에서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전자 도핑이 훼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관해서 명확히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정상적인 운동선수의 기능을 그 이상으로 강화시키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담론의 장(場)이 체육학계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 유전자조작이 인간의 신체에 안전하게 행해질 수 있다면, ‘왜 운동선수가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일반인이나 정책의 성향은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을 상당히 우려하고 이를 규제하려는 데 반해서, 영미의료윤리학계의 분위기는 이 기술의 사용을 용인하거나 긍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Kang, 2009), 일부 철학자들은 인간의 좋은 특성을 더 높이거나 많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며 향상(enhancement) 목적의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을 옹호하고 있다(Harris, 2009; Juengst, 2009; Tännsjö, 2005).

스포츠에서 우리는 가장 운동재능이 뛰어난, 즉 자연적으로 최상의 운을 타고난 자에게 보상을 해 주기를 원한다. Tännsjö(2005)가 주장하듯, 스포츠 세계는 인생의 복권(타고난 운동재능)을 거머쥔 자들의 축제이고 오직 한 명의 승자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타고난 운동재능이 우수한 자와 이 운동재능이 그 보다 못 한 자가 함께 경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는 여성선수만 참여하는 경기나 장애인올림픽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경기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이들을 차별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Kang, 2009). 그렇다면 유전자조작 기술에 의해 운동재능을 향상한 자와 남들이 갖지 못한 타고난 자연적 운동재능을 가진 자가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은 불공정한가? 또는 타고난 운동재능만을 가진 자들로 구성된 스포츠경기를 따로 만드는 것은 이들을 차별하는 것인가? Kang(2009)이 지적하듯, 타고난 운동재능의 현저한 차이를 인정하는 경기를 공정한 경기라고 부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유전자조작 기술을 받은 자와 타고난 운동재능을 가진 자들의 경기를 공정한 경기라고 부르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과 쟁점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유전자조작이 스포츠에 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그러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또한 합리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생명공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유전자조작을 통한 도핑에 관한 많은 연구물이 해외 여러 학술지에 게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약물도핑과 관련된 연구에서 유전자 도핑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그것의 잠재적인 위험성을 알리는 것에만 그치고 있다. 유전자 도핑은 스포츠의 본질뿐만 아니라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미흡하고 관련된 연구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운동선수가 지닌 자연적 재능(예를 들면, 산소흡입력, 근육량, 유연성이나 힘 등)을 그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의 사용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에서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에 대한 윤리적 쟁점들을 살펴보고, 왜 각 쟁점마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입장이 존재하고, 이 대조되는 입장의 바탕이 되는 가치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즉, 스포츠에서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에 대한 윤리적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봄으로써 유전자 도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고는 ①공정성(fairness), ②강요(coercion), ③존엄성(dignity)과 자율성(autonomy)이라는 세 가지 쟁점에 초점을 맞추어 스포츠와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공정성(Fairness)

유전자조작과 스포츠를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는 쟁점은 공정성일 것이다. 즉, 스포츠선수가 유전자조작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면 경쟁에서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가 지닌 특정한 신체적 능력에 주로 의존하는 스포츠에서 유전자조작에 의해 향상된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에 우위를 점한다면, 스포츠의 기본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끊임없는 훈련이 아니라,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일종의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이고, 해당선수에게 부당한 이점(unfair advantage)을 제공하여 선수들 간의 불공정한 경쟁을 만들 것이다(Kim et al., 2015; Loland, 2009). 뿐만 아니라 유전공학 기술은 부유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 사이의 불공정성도 야기할 수도 있다. 유전자조작이 스포츠에서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혜택은 다른 재화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에 대한 비용 장벽이 존재하기에 부유한 국가, 부유한 선수들에게 그 사용이 국한될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조작 기술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은 가난한 선수들이 능력과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불공정성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Chu, 2015b). 이처럼 유전자조작을 통해 얻은 향상은 스포츠의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전제에 해당하는 공정성을 위협하기에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이 속임수이며 불공정을 초래하는가?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배후에는 유전적으로, 선천적으로 이미 결정된 요소들이 경쟁의 결과를 정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Tännsjö, 2005). 모든 선수가 같은 양, 같은 강도의 훈련을 하더라도 승리할 확률은 똑같이 가지지 못한다. 이는 선수의 훈련량이 아닌 유전적 체질이 승리에 결정적임을 의미한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 성공한 선수들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훈련한다. 모든 선수가 훈련시설, 장비, 영양공급, 스포츠과학자의 보조 등 똑같은 자원을 쓸 수 있어야 경쟁은 공정할 것이다. 일부 선수들의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과학적 기반의 훈련이 괜찮다면 왜 일부 선수들의 유전적 향상은 받아들이지 않는가? 적어도 사용되는 유전자조작 기술이 특별히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만약 스포츠가 유전자조작 기술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경쟁을 위한 정당한 조건이 갖추어짐을 의미할까? 아니면, 최상의 유전환경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이기는 것을 의미할까? 이것은 누구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약물 도핑과 유전자 도핑이 그토록 논쟁거리가 되는 이유일 것이다. 1960년대 핀란드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 Eero Mäntyranta는 그의 적혈구 수치가 다른 선수들보다 20% 높다는 이유로 혈액도핑을 의심받았다. 30년 후, 과학자들은 그의 일가족 200명을 검사해 Eero를 포함한 가족 50명이 산소가 풍부한 적혈구의 증가를 일으키는 희귀한 유전변이를 갖고 태어났음을 발견했다. 이 유전변이는 Eero의 전성기 때 그를 천하무적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Eero보다 덜 타고났던 경쟁자들은 그를 따라잡기 위해, 혹은 최소한 그와 경쟁하기 위해 혈액 도핑 혹은 유전자 도핑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많은 이들이 경쟁자들의 도핑을 부당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도핑에 대한 이러한 반대가 견고한 도덕적 근거에 의한 것인가? Eero의 경쟁자들이 공정한 경기를 위하여 똑같은 수치의 적혈구를 가지는 것이 과연 부당한 것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정의개념에 결함이 있는 것이다. 천부적 재능, 선천적 힘, 유전적으로 결정된 개인적 특징들이 승리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합당한가? 스포츠의 핵심가치인 공정성 추구를 위해 오히려 유전공학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오늘날 스포츠, 특히 프로나 엘리트 레벨의 스포츠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단순히 성취감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승리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이고, 승리에 대한 막대한 금전적 보상은 그들로 하여금 유전자 도핑의 유혹에서 더욱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유전자조작의 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은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금지하는 것이야 말로 스포츠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용을 제한하고 암시장의 융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스포츠철학자들(Jones, 2015; Miah, 2004; Tännsjö, 2005; Tamburrini, 2005)은 자유지상주의 논리를 토대로, 인간은 본래 자기 증진이라는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에 자신의 몸을 향상시키는 것이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율적 판단과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은 공정성과 무관하게 이익과 불이익을 할당했으므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전적 불이익을 가진 선수들이 유전공학 기술을 통하여 자신의 장애와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한 향상(enhancement)은 선수로서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고 그 자체가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한다(Chu, 2015b). 다시 말해, 자연적 운동재능 자체가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출발선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속임수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Levy(2007/2011)의 주장처럼, “누구도 자신이 태어난 환경을 그대로 누려야만 하는 마땅한 이유가 없으며, 누구도 그들의 태생적인 상대적 장점을 계속 누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다른 사정이 변함없다면) 총체적 불평등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p. 150).

이처럼 스포츠에서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에 대한 공정성 쟁점은 서로 상반되는 입장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포츠에서 공성성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라고 믿고 있으며, 유전자조작 기술이 스포츠에 침투함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공정성에 대한 훼손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스포츠학자들은 유전자조작 기술의 금지를 주장함에 있어 공정성이 가장 먼저 제시될 수 있는 상식적인 근거임에는 틀림없지만, 공정성은 철저한 비판적 고찰에서 결국은 견디어 내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Allison, 2005; Jones, 2015; Miah, 2004; Persson, 2005; Schneider & Rupert, 2009; Tännsjö, 2005; Tamburrini, 2005). 즉, 공정성은 유전자조작 기술을 규제할 수 있는 정당성이 모호하고 설득력이 빈약하기에 보다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강요(coercion)

경기력 향상을 위한 유전자조작이 보편화될 경우, 경쟁을 불가피하게 강요하는 스포츠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하라는 모종의 압력과 권유가 선수들 사이에 만연할 수 있다. 특히 유전자조작을 원하지 않는 선수들을 향한 그러한 압력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즉, 자신의 경쟁자들이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경기력을 향상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만으로도 그 경쟁자와 동일한 것을 해야 경쟁이 가능하다는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소위 “강요논쟁(coercion argument)”이라 부른다(Fraleigh, 1985; Holowchak, 2000; Jones, 2015; Veber, 2014).

강요논쟁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유전자조작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유전자를 조작하는 선수들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다. 유전자조작을 통해 선수들의 기능과 경기력이 향상될 것을 고려해 볼 때,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경쟁에 임하는 선수들은 심각한 경쟁적 열위에 놓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유전자조작을 원치 않던 선수들도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혹은 유전자조작 없이 경쟁적 열위에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선수들이 유전자조작에 대해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만큼 동시에 무분별한 유전자조작으로 인해 그들의 건강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수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현재 유전자조작이 선수들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아프지 않은 건강한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유전자조작을 시도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역시 안전성이다(Chu, 2015b). 따라서 Fraleigh(1985)Holowchak(2000)은 유전자조작을 허용하는 것은 안정상의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다고 여기는 선수들의 자유는 증진시킬지는 모르지만, 유전자조작을 원치 않던 선수들에게는 유전자를 조작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하여 결국 그들 자신에게 해를 가하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웨이트 트레이닝은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운동이다. 선수들이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행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많은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웨이트 트레이닝의 경험이 없고, 원치 않는 선수들 또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행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더불어 그들을 심각한 부상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하는가?

위와 같은 반론에 대하여 Holowchak(2000)은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약물복용이나 유전자조작으로 초래되는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상의 위험이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즉, 스포츠에서 특정 유형의 강요적인 압력은 항상 존재하지만, 유전자조작과 같은 선수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수반하는 압력은 스포츠에서 허용될 수 없는 강요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Holowchak은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유전자조작이 초래하는 위험의 정도가 더욱 심각하기에 유전자조작은 마땅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Holowchak의 이러한 주장에는 두 가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오늘날 생명공학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볼 때, Holowchak의 주장만큼 유전자조작이 선수들의 건강에 그리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두 번째는 Veber(2014)가 지적한 것처럼, 특정 스포츠에 단순히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몇몇 스포츠 자체가 지니고 있는 위험성을 고려해보면, 유전자조작의 위험성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UFC, 행글라이딩, 미식축구, 암벽등반, 산악스키, 모터사이클 경주와 같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보다 더욱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세계적인 체조선수인 우리나라 양학선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양학선은 2011년 세계선수권 도마 경기에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을 선보였다. 뜀틀을 짚고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세 바퀴(1080도)를 비틀어 돈 후 정면으로 내리는 기술이다. 양학선은 이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국제체조연맹(FIG)은 기술개발자의 이름을 따 ‘양학선’이라는 이름의 7.4 최고 난이도 신기술을 공식 등재하였다. 처음 이 기술을 선보인 양학선 때문에 다른 체조선수들은 부상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어려운 기술인 ‘양학선’을 습득할 것인가, 아니면 최상의 수준에서 경쟁하지 않을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강요논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양학선이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도록 강요하였기 때문에 양학선을 비난함과 동시에 그 기술이 초래할 위험성을 고려해서 선수들이 그 기술을 행하는 것을 규제할 것을 주장해야 한다.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들린다. 하지만 강요논쟁의 지지자들은 유전자조작이 초래할 안전과 건강의 위험성과는 달리 양학선이 초래할 심각한 부상의 위험성은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과연 어떤 기준으로 허용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까?

Holowchak(2000)은 선수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전자조작을 허용하는 것은 그러한 기술을 사용하기 원하는 소수의 선수들을 위해 유전자조작을 원치 않는 대다수의 선수들의 자유와 선택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유주의(liberalism)가 선수들의 자율권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안전상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유전자를 변형하려는 소수의 선수들을 도울 뿐이라고 생각한다. Holowchak(2000)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선수들 개인의 자율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유전자조작 기술의 허용의 유무에 따라 강요받는 선수들의 “수”는 중요해진다. 만약 소수의 선수들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은 대다수의 선수들이 유전자조작 기술로 얻는 이점이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이 드러난다면, 강요논쟁을 옹호하는 입장의 설득력은 상당히 저하될 것이다(Chu, 2015a; Miah, 2004; Veber, 2014). 만약 이러한 결과에도 유전자조작 기술이 제재된다면, 승리의 순간은 모든 것을 걸고라도, 또는 건강상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보편적 동의가 이뤄진 공동체의 가치를 무시한 채 대다수 선수들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강요논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스포츠가 선수들의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에 대해 규제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경쟁적 열위에 놓은 상태로 경기에 임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선수들을 그러한 선택의 기로에 서도록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그들이 유전자를 조작하도록 강요하는 것이고, 그 결과 그들의 건강상의 위험 또한 야기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강요를 받고 있다면, 그들의 자율권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포츠가 선수들의 유전자조작에 대해 금지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의 자율권은 결과적으로 훼손될 것이다. 인간의 자율권이 기본적인 가치임을 고려할 때, 만약 위의 변증법이 성공적이라면 “강요”는 선수들의 유전자조작이 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강요논쟁은 몇 가지 논리적 허점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자율권 쟁점에 대한 대립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이다.

존엄성(Dignity)과 자율성(Autonomy)

스포츠에 유전공학 기술이 도입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은, 유전자조작 기술이 자연적인 혹은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여겨지는 능력 이상을 가진 선수를 만들어냄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국 비인간화를 초래하여 인간이 하는 스포츠로서의 본래적 가치들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한다(Breivik, 2005; Jones, 2015; Loland, 2009; Schneider & Rupert, 2009). Sandel(2004) 역시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을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적 재능을 그 자체로 수용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디자인하고 정복하려는 프로메테우스적인 태도로 간주하며 인간 존엄성에 대한 경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Sandel과 마찬가지로 Kass(2003)도 우생학과 유전공학 기술에 대한 우려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인간을 바퀴벌레로 바꾸는 것은 비인간화시키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 그 이상으로 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본성의 선물에 대한 더욱 보편화된 인식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우리만의 주어진 본성인 특별한 선물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존중을 필요로 한다”(Kass, 2003, p. 20).

또한 유전자조작 기술에 의해 향상된 능력이나 승리는 혹독한 훈련을 인내하며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여 쟁취한 승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스포츠 본연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즉, 유전공학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 스포츠선수의 성취와 오로지 자신의 땀과 노력을 통해 얻어진 스포츠선수의 성취는 그 의미와 가치가 분명히 다르며, 스포츠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후자라는 것이다. 유전공학 기술이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목적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들 보다 더 건강하고 기능적인 선수들의 운동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선수들을 상품화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며, 결국 스포츠에서 중요한 가치와 개념들은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이다(Chu, 2015a).

하지만 이처럼 유전자조작 기술의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새로운 기술이 인간에게 주어진 본연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가치 있는 것 혹은 주어진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시원스런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Chu, 2015a). 유전자조작 기술 찬성론자들은 인간에게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은 존엄한 것이 아니라 결함이 있고 불만족스러운 것이기에 과학기술을 통해 개선되거나 향상될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 존재의 본질은 문명과 기술을 통하여 자신을 재발명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즉, 인간은 본래 자기 증진(self-improvement)이라는 실존적 욕구를 가진 존재이기에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기질을 스스로 자기개발을 통해서 실현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우수한 형질로 전환하기 위한 유전공학 기술의 활용은 인간이 완벽과 자기 증진을 향한 시도로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Yoon, 1998; Chu, 2015b; Tännsjö, 2005; Tamburrini, 2005). 따라서 스포츠선수에게 유전공학 기술은 지금보다 더 뛰어난, 더 우수한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켜 주는 개입활동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연예인이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했다며 그 연예인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더 예뻐지고, 더 멋지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 자기 증진을 위한 의학기술의 사용을 비난할 수 있는가? 대중에게 비쳐지는 외모와 이미지가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능력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인가? 더욱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해로움을 끼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들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더 증진하거나, 혹은 자신의 타고난 불리한 점을 제거하여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개인의 선택과 판단을 인간 존엄성 훼손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이 타당한가?

Tännsjö(2005)는 스포츠에 유전공학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F1(Formular One,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의 경쟁과 비슷할 것이라는 흥미로운, 하지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F1 경기는 분명 운전수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의 디자인이다. Tännsjö(2005)의 주장에 따르면, 스포츠경기 전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인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그들의 몸을 운전하기는 하나, 그들의 몸은 유전공학 기술에 의해 디자인된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아마 고된 훈련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유전자조작 기술에 의해 연습 없이 근육세포를 치솟게 하는 알약계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현상을 못마땅하다고 느낄 것이다. 유전공학 회사들이 스포츠경기의 승자를 디자인하고 선수들을 고된 훈련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회사들이 인간을 실험용 쥐처럼 사용하도록 허용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이 타당한 것일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인간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잘못된 것인지 분명치 않다. 선수들에게 승리의 특징들을 디자인해주는 유전공학 회사들은 선수들을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인가? 비록 어떤 유전공학 회사가 몇몇 선수들을 실험실 안에 넣고 유전적으로 변형된 그 선수들이 회사의 명성을 홍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전제하에 원하는 특징들을 제공한다 해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라면 이러한 계약을 맺는 것은 자발적일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선수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선수를 수단으로만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거래에는 선수를 위한 것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선수는 그 거래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회사가 성공적이라면 돈과 명예란 측면에서 선수에게도 이득이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또한 스스로 다양한 종류의 유전적 특성(개인의 신체적 특징들)을 골랐다는 사실은 실존주의 철학의 한 중요한 교리를 진실로 들리게 하는데, 우리의 신체적 실존은 개인적 실존(우리의 “본질”)을 앞선다는 것이다(Tännsjö, 2005). 이것이 우리의 존엄성이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위협받기보다 증가됨을 뜻한다.

흥미롭게도, John Rawls 같은 칸트철학자도 유전공학을 통한 향상에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만약 능력의 상한경계가 있다고 한다면, 최대로 평등한 자유를 가진 사회에 도달할 것이며, 그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최대의 동등한 재능을 즐길 것이다”(Rawls, 1971, p. 108). 만약 신체적 능력의 상한경계가 있다는 그의 전제가 맞다면, 유전공학은 자연적 정의로움(평등)의 제공을 약속한다. 그러나 보다 설득력 있는 것은, 육체적 힘에 관한한 뚜렷한 상한경계는 없으며 유전적 향상의 결과는 새롭고도 안전한 형태의 약물사용과 더불어 우리에게 일련의 놀라운 성취들을 제공해줄 것이다(Tännsjö, 2005). 달리 말하면,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 모토를 실현할 너무나 많은 방법이 생겨날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조작 기술이 선수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위협하는가의 문제 또한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갖고 있기에 논쟁의 여지가 많다. 스포츠에서 유전공학 기술의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대한 보다 설득력 있는 윤리적 틀과 현실적인 논거들이 다양하게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

국내 프로농구 KCC의 전태풍 선수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키만 더 컸으면 NBA(미국프로농구)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내가 IQ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과학자가 되었을 텐데”, “내가 얼굴만 더 예뻤더라면 미스코리아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NBA선수의 월등한 신체조건, 과학자의 뛰어난 머리, 미스코리아의 타고난 미모를 부러워해 본 적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유전적 체질과 천재성에 열광하기도 하고, 우리가 갖지 못한 이러한 자연적 재능을 가진 이들을 숭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열광과 숭배가 정당한 것일까? 질문을 달리하면, 유전적으로 선택받지 못한 우리가 유전적으로 선택받은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공정한 것인가? 본 연구는 유전자조작 기술이 스포츠에 적용되는 것에 관하여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주장의 바탕에 깔린 이러한 근본적인 의문들을 짚어보고자 하였다.

유전공학은 스포츠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오늘날 유전공학 분야의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볼 때, 스포츠에서 성공에 결정적인 신체적 특징을 아주 급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머지않아 가능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산소흡수력, 근육량, 유연성이나 힘 등을 유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고(Miah, 2005), 혹은 중요하고도 전략적인 유전자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져 타고난 유전적 체질에 상관없이 사람들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생길 것이다(Schneider, 2005). 그렇다면 승자가 자연의 유전자복권에 당첨되어서가 아니라 유전적으로 의도돼 승자의 중요한 자질을 갖게 되었다면, 스포츠에 어떤 문제가 초래될 수 있을까?

본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유전자조작 기술의 사용에 대하여 찬성자와 반대자가 내세우는 쟁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왜 극명하게 대조되는 입장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들 각 입장의 바탕이 되는 가치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였다. 왜냐하면, 이러한 윤리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유전공학 기술이 스포츠에 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효과적으로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유전자조작 기술이 스포츠에 사용되는 것에 관하여 공정성, 강요, 존엄성과 자율성이라는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도출하였고, 각 쟁점에 대한 문헌 분석과 철학적 고찰을 통하여 유전자조작 기술의 규제를 위한 기존의 주장과 근거에는 논리적 모순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의 의도가 스포츠에서 유전자조작을 허용하자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인위적으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이 스포츠에서 사용되거나 혹은 오용될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에 유전자조작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담론의 장이 스포츠계에 형성되어야 하며, 유전자조작 기술의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보다 일관성 있고 논리적인 설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 이 연구를 추동한 문제의식이었다.

1970년대 유전자재조합기술의 출현과 함께 탄생한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은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해줄 대안으로 부상했고, 더욱이 인간 자체에도 변화를 주어 우성적인 인간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도 큰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가 유전공학 기술을 어느 곳에, 어떻게, 어떤 방향, 어떤 철학을 갖고 이용하는지에 따라 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과 건전한 발전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그 반대로 엄청난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유전자조작 기술은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대적으로 새로운 사안인 동시에 스포츠의 본질과 공정성, 선수의 존엄성과 자율성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입견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가 아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장점이 되고, 어떤 부분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 매우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스포츠계가 유전공학 기술의 사용에 대하여 어느 한 극단으로만 치우치게 된다면 오히려 그 위험성은 더 커질 것이고, 위험성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도 찾을 수 없을 것이며, 새로운 기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6S1A5A2A01026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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