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사회와 마라톤: 한국 여성의 러닝 참여와 기호 소비
The Marathon in a Consumer Society: Women’s Participation in South Korea’s Running Boom
Park, Chanwoo1; Kim, Daehwan2*
Korean Journal of Sport Science, Vol.36, No.4, pp.581-591, December 2025
https://doi.org/10.24985/kjss.2025.36.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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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PURPOSE This study examined the marathon boom in contemporary Korean society through Baudrillard’s concepts of simulacra, signs, and difference. Specifically, it identified consumerist meanings and sign consumption patterns associated with marathon particip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female runners. METHODS Fifteen female marathoners in their 20s and 30s who have participated in at least three marathons and have been actively involved in running-related social media activities were recruited through purposive sampling. Data were obtained from two rounds of in-depth interviews (including photo elicitation) and participant observation during marathon events. Thematic analysis was performed based on Baudrillard’s theoretical framework. RESULTS First, the traditional competitive image of marathons has shifted toward a consumer-oriented leisure activity that features different race distances and festival-like elements, illustrating the replacement of its original reality with the simulacrum of running. Second, participants treated medals and souvenirs not as mere tokens of participation but as symbols of achievement, health, and selfmanagement and identified design, size, and brand value as key criteria for selecting events. Third, sharing photos, certification posts, and other social media practices functioned as a means of expressing social differences and concurrently as a tool for constructing a collective identity, positioning marathon participation as a setting where sign consumption facilitates social differentiation. CONCLUSIONS This study demonstrated the evolution of marathon participation in contemporary Korean society from mere physical activity to a symbolic practice of sign consumption in which individuals construct and express their identities and social positions. The findings highlight how cultural meanings of marathons change as they are increasingly integrated into consumer society.
초록
[목적] 본 연구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기호, 차이 개념을 적용하여 한국 사회의 마라톤 붐 현상을 분석하고, 특히 여성 참가자들의 시각을 통해 마라톤 참여의 소비적 의미와 기호 소비 양상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방법] 연구참여자는 20~30대 여성 마라톤 참가자 15명으로, 마라톤 대회 3회 이상 참가 경험과 러닝 관련 SNS 활동 경험을 보유한 이들로 구성되었다. 자료 수집은 심층 면담(2회, 사진 기반 면담 포함)과 참여관찰(마라톤 대회 참가 과정 관찰)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수집된 자료는 보드리야르 이론을 중심으로 주제 분석법을 통해 분석되었다.
[결과] 첫째, 과거 경쟁 중심의 마라톤 이미지는 다양한 거리와 축제적 요소를 포함한 소비적 여가활동으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마라톤의 ‘실재(reality)’가 상실되고 ‘러닝(running)’이라는 시뮬라크르로 대체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둘째, 참가자들은 메달과 기념품을 단순한 증표가 아닌 성취, 건강, 자기관리의 상징적 기호로 소비하고 있었으며, 메달 디자인과 크기, 브랜드 가치 등이 대회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셋째, SNS를 통한 사진, 인증샷 공유는 타인과의 사회적 차이를 드러내고 공동체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마라톤 참여는 기호 소비를 통한 사회적 차별화 실천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결론] 본 연구는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 활동을 넘어 소비사회 속 기호적 실천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마라톤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마라톤 참여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상징적으로 구성하는 소비문화적 현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규명했다는 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서 론
전 세계적으로 마라톤 참여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마라톤에 대한 학술적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Capsi & Llopis-Goig, 2023; Forsberg, 2015; Lee & Kim, 2020; Palmer & Dwyer, 2020). 오 늘날에 이르기까지, 마라톤 붐 현상은 성격과 의미가 뚜렷이 다른 두 가지 주요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 시기는 1970-80년대의 제1차 러닝 붐이다. 이 시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고소득 국가에서 주로 화이트 칼라 직종에 종사하는 중장년 남성들이 개인의 건강과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마라톤에 참여하였으며, 이들에게서 경제적 수준 향상과 건강 및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Gross, 2020; Haberman, 2017). 그러나 이 시기의 마라톤 붐은 주로 엘리트적이고 개인주의적 성격을 띠었으며, 참여 집단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었다(Mold, 2024).
반면, 지난 10여 년간 전개된 제2차 러닝 붐은 그 성격의 진화와 여성의 참여 증가라는 점에서 1차 러닝 붐과 질적으로 구별된다. 2차 붐은 성별, 연령, 계층을 초월한 다양한 참가자가 등장하면서 마라톤 참여의 민주화를 이끌었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 참가자 의 폭발적 증가는 2차 붐을 상징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평가된다(Scheerder et al., 2015). 이는 다양한 성격의 마라톤 대회 등장(Palmer & Dwyer, 2020), 미디어와의 결합(Carlén & Maivorsdotter, 2017), 소비문화와의 연계와 같은 변화와 맞물리며 마라톤을 여성의 새로운 자기표현과 라이프스타일 실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마라톤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년간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2005년 약 40여 개에 불과했던 마라톤 대회 수는 2010년 이후 약 300여 개로 늘어나며, 국내 마라톤 문화의 저변이 크게 확대 되었다. 매년 대회 참여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젊은 여성 참가자의 급격한 증가는 주목할 만한 변화로, 마라톤이 더 이상 특정 성별이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Bae, 2016; Yun et al., 2024). 이러한 현상은 제2차 러닝 붐의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가 보인 변화로 이해될 수 있으며, 마라톤의 소비와 실천을 둘러싼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탐구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현대인들이 여가와스포츠 참여 방식, 사회적 가치, 그리고 문화적 인식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2차 러닝 붐에 관한 기존 연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웰빙 트렌드가 러닝 붐에 기여하고 있으며(Shipway & Holloway, 2010),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Barnfield, 2018; Lee & Park, 2025; Palmer & Dwyer, 2020). 둘째,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이 러닝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Mertala & Palsa, 2024; Van Hooren et al., 2020; Shin et al., 2025). 이러한 연구는 피트니스 트래킹 앱과 스마트 워치가 운동량을 기록하고 개인 맞춤형 운동 계획을 제공함으로써 러닝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셋째,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은 러닝과 관련된 동기 부여, 정보 공유, 사회적 연결의 장을 제공하여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Ehrlén & Villi, 2020; Williams et al., 2024).
그러나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러닝 붐을 기술적·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설명하는 데 머물고 있어, 러닝 붐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제2차 러닝 붐 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인 여성 참가자의 증가는 이러한 설명들 속에서 부차적으로만 다루어지거나 단순한 참여 증가 통계로 환원되고 있다(Shin et al., 2025; Xie et al., 2020).
제2차 러닝 붐에서 여성들의 마라톤 참여는 단순한 건강 실천이나 기술 발전의 수혜에 머물지 않고, 소비사회 속에서 기호와 상징을 소비하며 새로운 사회적 의미를 창출하는 행위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소비사회적 측면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아, 마라톤이 소비문화 속에서 어떠한 상징성과 사회문화적 함의를 가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이러한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러닝의 참여 동기나 환경적 조건을 넘어, 마라톤이 현대 사회에서 소비되고 의미화되는 방식, 특히 여성들이 마라톤을 통해 구성하는 정체성과 사회적 상징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마라톤을 '소비의 사회' 속에서 나타나는 기호적·상징적 소비로 바라본 보드리야르의 관점을 이론적 틀로 삼고자 한다. Baudrillard(1987)는 현대 소비문화가 단순한 물질적 필요 충족을 넘어, 기호와 상징을 소비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의미와 계층적 차이를 생산·재현하는 과정임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마라톤 참여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소비사회 속에서 기호와 상징의 소비를 통해 사회적 의미와 차이를 드러내는 행위임을 분석하는 데 적합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재의 마라톤 붐을 주도하는 여성 참가자들의 시선에서 마라톤 참여의 소비적·상징적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제2차 러닝 붐의 독자적 특징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이론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제2차 러닝 붐의 여성 참가자 증가 현상을 기호·상징 소비의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기존 건강·기술 중심 설명의 한계를 보완하는 의미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나아가, 여성 마라톤 참가자들의 소비적·문화적 욕구를 반영한 대회 기획, 마케팅 전략, 정책 설계의 방향성과 여성 중심 러닝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는 담론의 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론적 틀: 시뮬라크르, 기호, 차이
마라톤은 단순히 건강 증진이나 체력 단련을 위한 신체 활동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소비적·상징적 행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제2차 러닝 붐에서 여성 참가자들의 증가는 마라톤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기호와 상징을 소비하는 현대 소비문화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 참가자들은 단지 달리기 그 자체의 신체적 경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 참가 경험, 기념물, SNS 기록, 완주 인증과 같은 기호를 소비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타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이 활동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현대 소비문화를 기호 소비와 시뮬라크르로 설명한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이론적 틀로 삼아 여성 마라톤 참가자의 경험을 분석하고자 한다.
보드리야르는 전통적 가치론1)에 기반한 소비 설명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미지를 소비하는 사회’로 규정하며 기호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Baudrillard, 1998). 그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가 단순한 물질적 필요나 효용 충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기호와 상징의 소비를 통해 사회적 의미와 차이를 생산하고 재현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Baudrillard, 1983). 이는 현대인들이 이미지의 시대에 살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를 소비하면서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Baudrillard, 1998). 이 과정은 경제적 영역을 넘어 일상생활과 문화 전반에 스며들며, 스포츠 참여 역시 기호 소비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라톤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완주 기록, 메달, SNS 인증과 같은 기호를 소비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차별화하는 현대 소비문화의 실천으로 상징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보드리야르가 현대 소비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제시한 ‘시뮬라크르(simulacra)’, ‘기호가치(sign value)’, ‘차이(difference)’의 개념을 이론적 틀로 삼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젊은 세대 여성들이 마라톤을 통해 어떠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소비하며, 이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 차별성과 정체성을 구성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를 실재가 아니라 이미지가 지배하는 사회로 규정하며, 소비자는 더 이상 실재(reality)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이미지를 실재처럼 경험하고 소비한다고 보았다(Baudrillard, 1998).이때 시뮬라크르는 현실을 모방하거나 반영하는 단계를 넘어, 이미지가 스스로 진짜인 것처럼 작동하고 소비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는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시대를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가 생산 및 소비되며, 그 이미지가 현실을 대신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시대로 규정하였다(Baudrillard, 1987).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는 미국 문화나 중세성을 모방한 공간이지만, 실제보다 더 이상적이고 완벽한 이미지로 재구성된 가상 세계로, 방문객들은 이를 현실처럼 경험하고 소비한다. 이처럼, 시뮬라크르는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며 소비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더이상 상품의 사용 가치나 교환가치에 근거하지 않으며, 기호(sign)의 상징적 의미와 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였다(Rojek, 1990). 따라서 소비자는 물건의 기능이 아니라 그것이 전달하는 기호적 의미와 상징을 소비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의미를 구성한다. 즉, 보드리야르가 설명하는 사용가치는 물건의 기능적 유용성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으로서 기호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운동화를 구매할 때 단순히 그 기능(편안함, 내구성)만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전달하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나 '세련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처럼, 현대 소비는 기호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기호가치는 사회적 지위, 성공, 품위, 행복 등 다양한 상징적 의미로 내재된다.
마지막으로, 보드리야르는 소비가 단순한 물질적 소유나 필요 충족을 넘어 기호를 통한 차이의 생산과 소비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Habib, 2018). 소비자는 기호가치를 통해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고, 차이를 드러내며 정체성을 구성한다. 이 과정은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서 사회적 의미와 상징을 소비하는 행위로, 집단 내 문화적 코드와도 긴밀히 연관된다(Kellner, 2010). 예를 들어, 소비자가 명품 가방을 구매할 때에는 단순히 기능이나 품질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사회적 지위,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 세련된 취향과 같은 기호가치를 소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타인과 차이를 드러내고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을 표현하게 된다.
오늘날 젊은 세대 여성 마라톤 참가자들은 단지 건강 증진이나 달리기 활동 그 자체가 아니라, 마라톤 참가 경험과 그와 관련된 기호와 상징을 소비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타인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기호가치’, ‘차이’ 개념을 이론적 틀로 삼아, 현대 여성들이 마라톤에 참여하는 현상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제2차 러닝 붐 속 여성 참여자들의 경험을 소비사회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나아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라톤의 사회적 의미와 상징적 가치를 고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 모집을 위해 한국에서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연구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집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의 목적과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총 15명의 연구 참여자를 최종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연구 참여자의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30대 연령층의 마라톤 여성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엘리트 마라톤 선수 또는 선수 출신은 제외하였다. 둘째, 마라톤 대회에 3회 이상 참가한 경험이 있는 여성 참여자로 한정하였다. 셋째, 마라톤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SNS 활동, 러닝크루 참여 등)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여성 참여자를 포함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구체적인 정보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Characteristic of participants
| No. | Age | Job | Type of Race |
|---|---|---|---|
|
|
|||
| A | 38 | Designer | 10km |
| B | 27 | College student | 10km |
| C | 29 | Office worker | 5km |
| D | 30 | Nurse | 10km |
| E | 29 | Graduate student | Half |
| F | 30 | Freelancer | Half |
| G | 35 | Doctor | 10km |
| H | 37 | Attorney | Full |
| I | 39 | Teacher | 10km |
| J | 21 | College student | 10km |
| K | 22 | College student | 10km |
| L | 26 | Office worker | 5km |
| M | 31 | Teacher | 10km |
| N | 30 | Tax accountant | Half |
| O | 24 | Graduate student | 10km |
데이터 수집
연구 자료의 수집을 위해 참여관찰과 개별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먼저, 2024년 4월부터 8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연구참여자들이 신청한 마라톤 대회의 준비 및 참가 과정을 참여관찰 하였다. 참여관찰의 목적은 연구참여자들의 실제 활동과 소비적 실천을 현장에서 이해하고, 이후 면담 질문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는 데 있었다. 연구진은 관찰 노트를 작성하며 관찰 시점에 생긴 의문점과 특이사항을 기록하였고, 이 내용은 심층 면담에서 추가 질문을 구성하는 데 활용되었다.
참여관찰 이후 개별 심층 면담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 번째 면담은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중심으로 마라톤 참여 경험과 관련된 내용을 면담하였으며, 면담 시간은 약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두 번째 면담은 참여자의 기억과 상징적 의미를 보다 깊이 탐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연구진은 연구참여자에게 마라톤 참여 경험과 관련된 사진이나 물품을 준비해 오도록 요청하였으며, 면담 중 그 자료를 기반으로 개인적·사회적 인식을 공유하도록 유도하였다(약 1시간). 이 방법은 참가자들의 기억을 생생히 환기시키고(Phoenix, 2013), 연구진이 참여자의 관점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Cope et al., 2015).
모든 면담은 연구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기로 녹취하였으며, 종료 후 모든 면담 내용을 전사하고 암호화하여 개인용 컴퓨터에 안전하게 저장하였다.
데이터 분석
수집된 자료는 Creswell and Poth(2016)가 제시한 질적 연구 자료 분석의 6단계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 이 분석 방법은 자료의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 질문과 이론적 틀에 대한 통찰을 도출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우선, 연구진은 참여자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맥락을 고려하며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고, 그 과정에서 전체 자료를 조직화하고 연구 질문과 보드리야르 이론에 관련된 초기 아이디어를 메모하였다. 이후,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핵심 개념과 주요 의미를 추출하고, 인물, 장소, 사건을 중심으로 보편적 개념을 정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중심 주제를 연구 질문과 이론적 틀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반복적으로 분할, 결합, 수정하며 하나의 스토리로 발전시켰다. 또한, 주제와 부제를 구체화하고 중심 현상을 묘사하는 부제를 검토하며, 최종적으로 도출된 분석 결과는 <Table 2>에 제시하였다.
Table 2
Symbolic consumption of marathon participation
| Key Theme | Sub-theme | Meaning |
|---|---|---|
| Transformation into Simulacra | ||
| Symbolic Consumption of Signs | ||
| Production of Social Difference |
연구의 진실성
본 연구는 분석 과정에서 연구의 진실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절차를 수행하였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는 삼각검증(triangulation)을 통해 자료 수집 방식(면담, 참여관찰, 문서 자료)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동료 간 협의(peer debriefing)를 통해 해석의 편향을 줄이며, 구성원 검토(member check)를 통해 연구참여 자들이 분석 결과와 해석 내용에 동의하는지를 확인하였다(Guba & Lincoln, 1994). 이를 통해 자료의 해석과 주제 도출 과정에서 신뢰성을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소속 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IRB)로부터 연구윤리 승인을 받았으며, 연구참여자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절차, 개인정보 보호 방안, 참여의 자발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았다. 참여자는 연구 도중 언제든지 참여를 철회할 수 있음을 사전에 고지 하였으며, 모든 자료는 익명 처리하고 암호화하여 안전하게 보관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참여자의 권리 보호와 학술적 윤리 준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수행되었다.
연구결과
마라톤의 시뮬라크르화: 소비 가능한 러닝 이미지 형성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simulacre)를 현실을 대체하거나 현실보다 더 실재처럼 소비되는 복제물로 정의하며, 시뮬라시옹(simulation)은 이 시뮬라크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Baudrillard, 1993).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종종 원본의 실재가 아닌 시뮬라크르를 소비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실제 쥐를 혐오의 대상으로 보지만, 쥐를 모티브로 한 디즈니의 마스코트 미키마우스 캐릭터에는 열광한다. 이는 쥐라는 실재(reality)가 아니라, 쥐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가공·상징 화하며 형성된 시뮬라크르로서의 미키마우스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를 실재를 감추고 기호 체계를 제공하는 시뮬라크르 공간으로 언급했으며, 미키마우스는 이 기호 체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는 원본의 실재보다 새롭게 형성된 시뮬라크르를 소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마라톤에 대한 젊은 세대 여성들의 인식 변화 또한 이와 유사한 시뮬라시옹의 과정을 거쳤다. 과거에서부터 인식되어온 마라톤의 이미지가 원본이라면, 오늘날 연구참여 자들을 통해 나타난 마라톤의 이미지는 시뮬라크르로 재구성된 새로운 소비의 기호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연구참여자는 과거 마라톤의 이미지를 초인적 힘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극한의 스포츠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몬주익 언덕’을 힘겹게 오르며 금메달을 획득한 장면, 2001년 이봉주 선수가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장면 등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상징적 장면을 떠올렸다. 이러한 장면들은 마라톤을 42.195km를 완주해야 하는 고통스럽고 힘든 운동,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참여자 A는 앞서 언급한 올림픽 장면을 떠 올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문이나 티비에서 봤던 모습들이 떠오르는데. 하나는 옛날에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그 마라톤으로 뛰었을 때 몬주익 언덕을 힘들게 뛰어 올라가는 장면이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힘들다? 저걸 어떻게 하지? 저 언덕을 어떻게 뛰어오르지? 그런 생각을 했었죠. (참여자A)
유사한 맥락에서 참여자 D 또한 학창 시절의 마라톤 경험을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회상했다.
굉장히 척박한 환경에서, 흙바닥이죠. 예를 들어 10바퀴 뛰어라...(중략)...그 당시에 정말 뛰기 싫었었죠. 더운 날씨에 흙바닥에서 샤워 시설도 없이 뛰었던 건 저에겐 고통스러운 기억이였죠. (참여자 D)
학창 시절 그녀들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마라톤은 단순한 체육활동이 아니라 고통과 억지스러운 의무로 각인된 부정적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은 마라톤을 ‘선수들만이 도전하는 힘든 종목’, ‘경쟁과 순위를 중시하는 운동’으로 기억하며, 마라톤을 쉽게 참여할 수 없는 고난도의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마라톤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마라톤이 고통스럽고 초인적인 힘을 지닌 선수들만 도전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인식되었다면(Vertinsky, 1998), 이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그 이미지가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마라톤 대회의 외형적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마라톤 대회는 42.195km의 풀코스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3km, 5km, 10km, 하프코스, 걷기대회 등 다양한 종목이 마련되면서 참가자가 자신의 체력과 선호에 맞는 코스와 거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마라톤이라고 하면 풀코스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풀코스 말고도 많단 말이죠. 사실 풀코스 대회는 많이 없어요. 대부분 5km, 10km나 하프코스 대회지. 그러다 보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보통은 10km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마라톤 대회 나간다고 하면 10km? 하프? 이런 식으로 먼저 물어보더라고요. (참여자 G)
마라톤 대회는 단순히 달려야 하는 물리적 거리만 변화한 것이 아니라, 대회의 성격 자체도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마라톤 대회는 경쟁과 순위에 초점을 맞춘 경기 중심의 행사였으나 (Deaner et al., 2011; Hunter et al., 2011), 최근에는 코스를 달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적 형태로 변모하였다.
참여자들은 대회 전후 팝업스토어에서 관련 용품을 구경하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경기 종료 후에는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먹거나 아이돌과 가수들의 축하공연을 즐기며 마라톤을 여가 생활의 한 형태로 소비하고 있었다. 참여자 H는 이러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라톤 대회를 가보면, 사실 마라톤만 하려고 가는 건 아니죠. 갈 때 돗자리도 가지고 가고, 텐트 가지고 갈 때도 있어요. 끝나고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가수들 축하공연도 보고, 그냥 여가 생활 중에 하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참여자 H)
이처럼 마라톤 대회는 단순한 경기에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결합된 소비의 장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 트렌드와 아이돌 문화에 민감한 젊은 세대 여성들의 참여를 촉진하였으며, 이들은 부담이 적은 단거리 코스를 중심으로 마라톤을 소비하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었다.
종합하면, 오늘날 마라톤은 더 이상 42.195km의 고정된 거리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짧은 거리를 달리는 행위도 마라톤의 범주에 포함되며, 참가자들은 다양한 거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달리며 개별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마라톤은 과거처럼 힘들고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여가 활동의 이미지로 변화하였다.
특히,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마라톤은 거리의 부담이 적고, 문화적 트렌드를 따르며, 달리기와 함께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젊은 세대 여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마라톤이라는 실재(reality)가 시뮬라시옹을 거쳐 새로운 시뮬라크르, 즉 젊은 세대 여성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러닝의 이미지로 변화하였음을 보여준다.
메달의 기호가치 소비: 성취와 자기관리의 상징화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제품/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서비스가 상징하는 가치와 의미가 내포된 기호(sign)를 소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Allen, 2002). 예컨대, 스포츠 브랜드 광고에서 운동화는 단순한 신발로서의 기능적 요소들의 집합체로 묘사되지 않는다. 대신, 광고는 스포츠 스타가 그 운동화를 착용하고 뛰는 환상적인 경기 장면을 보여주며, 소비자는 이러한 운동화의 기호가치를 소비하고자 한다. 보드리야르(Baudrillard, 1998)는 현대 소비문화의 본질이 상품 그 자체가 아닌 상품이 지닌 이미지와 기호의 소비에 있으며, 이 기호가치는 시대의 코드에 따라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구참여자들은 마라톤을 그들만의 기호적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마라톤 대회를 선택할 때 주관사와 브랜드, 개최 장소, 기념품, 초대가수, 그리고 메달 디자인 등 대회가 제공하는 기호적 요소들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참여자 A의 진술은 마라톤 대회 참여가 단순한 달리기 경험이 아니라, 주최 기관, 제공되는 기념품, 메달의 디자인 등 기호적 요소를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번 정도 대회에 참가했죠....(중략)...상품 뭘 주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죠. 일단 완주 메달도 이뻐야 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했을 때 조금 큰 규모의 대회만 골라서 참가하는 것 같아요. (참여자 A)
한국의 마라톤 대회에서는 메달, 기념 티셔츠, 가방, 신발 등 다양한 기념품이 대회의 주관사, 브랜드, 규모, 성격에 따라 상이하게 제공되고 있다(Bae, 2016). 이 가운데 대부분의 대회가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념 티셔츠와 완주 메달이며, 연구참여자들은 다양한 기념품 중에서도 메달의 상징적 의미를 특히 강조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자 B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실상 기념할 수 있는 게 필요하죠. 보여주는 거랑 기념하는 거,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뛰고 나서도 그걸 기념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면 사실 뛸 이유가 없죠. 메달은 어쩌면 열심히 노력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특히, 메달이 크고 디자인이 예쁘면 만족도가 큰 것 같아요. 내가 이만큼 노력했다. 열심히 살아왔다. 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참여자 B)
참여자의 진술을 통해 마라톤 대회에서 받는 메달은 참여의 증거로서 기념품을 넘어, 참여자들의 노력과 성취를 상징하는 기호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래 메달은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에서 상위 선수들의 순위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다른 색깔의 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Haut et al., 2016). 하지만 연구참여자들이 언급한 마라톤 대회에서의 메달은 완주한 모든 이에게 수여되며, 그 의미는 단순히 완주를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의 노력, 성실, 성취를 상징하는 기호적 물건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이는 메달이 더 이상 순위와 경쟁을 나타내는 전통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자의 개인적 의미와 사회적 이미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기호로 기능하며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자 D는 메달이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자신의 성실함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기호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이건 하나의 자격증 같은 거예요. 내가 이렇게 성실하게 살았고, 스스로 관리하고 건강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거죠. 마라톤을 뛰고 오면 성취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제가 성취감을 느낀 건 저만 알 수 있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도 있잖아요. 나도 건강했고, 도전하면서 열심히 살았구나? 메달은 사진 같은 거? 참가 증명서 같은 거예요. (참여자 D)
이처럼 메달은 ‘성실’, ‘자기관리’, ‘건강한 여성성’, ‘성취감’과 같은 가치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기호로 소비되고 있었다. 특히,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입하며 정체성과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2030 세대에게, 마라톤은 자신의 매력적이고 당당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실천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참여자 F 역시 메달을 성공적인 삶과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기호로 인식하고 있었다.
메달을 보고 있으면...그저 행복합니다. 집에서도 거실에 가장 눈이 많이 가는 곳에 걸어놓았어요. 보고 있으면 내가 그래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중략)... 회사에서 일에 치여 사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그래도 좀 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일도 열심히 하면서 워라벨도 챙기는 그런 여자 (참여자 F)
더 이상 마라톤에서의 메달은 단순히 순위나 경쟁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마라톤 메달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에 맞는 기호를 소비하는 상징적 물건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Baudrillard(1998)는 상품의 소비가 곧 기호가치의 소비임을 강조하며, 소비자가 상품 그 자체가 아닌 그 상품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라톤에 참여한 젊은 세대 여성들은 메달에 성실, 자기관리, 건강, 성공, 독립성 등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를 투영하며 메달의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메달은 참여자 각자가 부여한 사회적 이미지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었으며, 이들은 이러한 기호 소비를 통해 자신만의 의미와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마라톤을 소비하고 있었다.
소비를 통한 구별 : 마라톤의 기호 소비와 사회적 차별화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상품 자체의 실용적 편익이 소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지 않는다(Baudrillard, 1976). 소비자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일원이라는 상징을 얻기 위해 상품을 소비하며, 그 상품은 타 집단과 자신이 속하고자 하는 집단 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로 기능한다. 예컨대, 명품 가방은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속하고자 하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구별하는 기호로 작동한다. 보드리야르(Baudrillard, 1998)는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소비의 본질이 상품의 기호적 의미를 통해 특정 사회적 지위를 욕망하고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마라톤 참여 역시 자기표현의 도구이자 사회적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적 소비로 이해할 수 있다. 소비사회에서 타자와의 차이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은 소비 행위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소비 행위는 타인과 구별되는 경계를 형성한다. 마라톤에 참여하는 한국의 젊은 세대 여성들은 마라톤이라는 기호를 소비함으로써 마라톤에 참여하지 않는 집단과 자신을 구별하고 있었다.참여자 E는 이러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왕복 8차선 도로를 뛰는 건 평소에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통제된 도로를 뛸 때는 나를 위해 통제? 특별한 대우, 그런 생각이 들죠. 아침에 도로 위에서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그럼 뭔가... 그걸 뭐라고 하지? ‘우린 아침에 일어나서 이런 거 한다. 이렇게 뛰는 우리들 멋있지?’라는 생각을 하죠. 보통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서울시 한복판에 있는 차도를 뛰는 거니깐. (참여자 E)
참여자 E의 진술에서 나타나듯, 마라톤 대회 참여는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달리는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지 않는 활동으로 이해되면서, 타인과 자신을 구별 짓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참여 자들은 마라톤 활동에 참여하는 자신과 차량 안에서 이를 지켜보는 타인을 구별하며, 통제된 도로를 달리는 경험을 통해 그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었다. 이는 마라톤이 기호적 소비를 통한 차이와 특권적 지위의 시각적 실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연구참여자들에게 마라톤 대회 참여 경험이 단순히 개인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관계와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적 실천으로 확장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마라톤 대회가 끝난 후 포토존, 메달, 축하공연 등 다양한 경험을 기록한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을 중요한 의식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들은 게시물에 ‘#러너’, ‘#런스타그램’, ‘#미드풋’과 같은 특정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같은 태그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상징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신을 마라톤을 하지 않는 타인과 구별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희망하며, 소비를 통한 사회적 차이를 시각적으로 실현하고 있었다. 참여자 A는 이러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에 대해 보여주는 걸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되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은 경우가 많죠. 서핑하러가서 보드 세워두고 인증샷 찍는 거랑 비슷한 맥락인 거 같아요. 마라톤을 뛰면서 그걸 기록하고, SNS로 보여 주고, 그리고 기록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뭔가 우리 러너들만의 경계선? 이런 게 생긴다고나 할까. 우리만의 코드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참여자 A)
참여자 A의 진술은 마라톤 소비가 단순한 스포츠 참여를 넘어, SNS를 통한 기호적 차별화와 상징적 공동체 형성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참여자들은 마라톤 대회와 관련된 게시물이 일상적인 게시물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타인보다 특별한 존재로 느끼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마라톤 대회 참여와 이를 SNS 게시물을 통해 특별한 사건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자기 개성화의 실천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마라톤 관련 게시물은 SNS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유사한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참여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집단적 관계와 상징적 공동체 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형성하고 있었다(Carlén & Maivorsdotter, 2017). 이들은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우리’ 라는 범주로 묶으며,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도 친근한 관계로 집단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엄청 많이 올리죠(SNS). 골인하고 나서 인증샷, 포토존 만들어놓은 곳에서 찍고, 메달사진, 그리고 아…. 축하 가수 공연가는 사진이나, 끝나고 밥을 먹으러 간 사진을 올리죠. 이렇게 올리고 나면 또 검색해서 다른 사람들 게시물을 찾아보고, 마라톤 게시물을 올려두면 계속 비슷한 게시물들이 뜨거든요.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고 해야하나. 우리들만 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일상 사진들보다 좋아요를 더 많이 받는 거 같아요. (참여자 B)
이러한 진술을 통해, 참여자들은 마라톤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타인과의 차이를 형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그 관계가 온라인 상에서만 유지되는 느슨한 연대일지라도, 이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차별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구참여자들이 희소한 마라톤 기념 티셔츠를 착용하거나 SNS에 인증샷을 게시하는 행위는 일상적인 사회적 행동을 넘어, 동일한 코드와 담론, 유행을 공유하며 타 집단과 구별되는 기호를 생산하는 소비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Kofoed & Larsen, 2016).
논 의
이 연구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기호, 차이 개념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마라톤 붐 현상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최근 급격히 증가한 여성 마라톤 참여자들의 시각을 통해 마라톤 이미지의 변화와 그 의미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한국 사회의 마라톤 붐은 단순한 경쟁 중심의 스포츠에서 참가자 중심의 여가와 축제적 활동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소비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과거 42.195km 완주라는 고통스러운 도전은 3km, 5km, 10km와 같은 다양한 거리와 축제적 분위기로 대체되었고, 이는 마라톤의 ‘실재(reality)’ 이미지가 ‘러닝(running)’이라는 시뮬라크르로 변화한 과정을 보여준다 (Baudrillard, 1983). 특히 젊은 여성들의 참여 확대는 마라톤이 시뮬라시옹을 거치며 현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소비의 장으로 변화했음을 반영한다(Salome, 2010; Gilchrist & Wheaton, 2017).
또한, 보드리야르의 기호가치 소비 개념을 통해 마라톤 참가자들은 단순한 참여 증표가 아닌 개인의 성취, 건강, 성실한 삶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메달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는 물질적 소유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소비하는 현상으로, ‘건강’과 ‘자기관리’라는 현대 사회의 가치와 밀접하게 관련된다(Shipway & Holloway, 2010; Wheaton, 2013; Xie et al., 2020). 나아가, 오늘날 마라톤은 SNS를 통한 이미지 소비, 차이를 드러내는 상징적 실천의 장으로 작동하며,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Ehrlén & Villi, 2020; Williams et al., 2024).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기능적 효용의 충족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사회적 위계를 형성하며 감정과 가치를 표현하는 핵심적인 문화적 실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후기자본주의 체제에서 소비는 물질 소유가 아니라 의미의 획득을 중심으로 작동하며, 소비를 통해 개인은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사회적으로 재현하고 구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포츠 이벤트로서 마라톤은 브랜드화된 경험, SNS 인증, 기념품 소비, 러닝룩 착용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정체성과 감정, 차별화를 실천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소비의 사회적, 문화적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소비문화 이론이 제시되어 왔다. 부르디외(Bourdieu, 1984)는 소비를 계급 재생산과 사회적 구별짓기의 수단으로 보며, 개인의 취향과 소비는 계급적 배경과 문화자본에 의해 형성되고 사회적 위계를 재생산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마라톤이 사회적 차이를 드러내는 기호적 소비로 기능함을 이해하는 데 기초를 제공한다. 캠벨(Campbell, 1987)은 소비를 상상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낭만적 추구로 보며, 소비자가 감정과 상상을 통해 자신만의 서사를 구성한다고 강조했다. 히르슈만과 홀브룩(Hirschman & Holbrook, 1982)은 소비를 쾌락과 미적 체험 중심의 감각적·정서적 몰입의 경험으로 해석했으며, 벨크(Belk, 1988)는 소비를 자아의 확장으로 보고 상품의 소유가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의 이론들은 소비를 단순한 물질 소비가 아니라 주체성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문화적 행위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이들은 소비가 기호와 이미지의 자율적 질서 속에서 구조화된다는 점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이를 보완하는 보드리야르는 소비를 기호가치의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보고, 소비자가 물건이 아니라 기호 그 자체를 구매한다고 분석하였다(Baudrillard, 1998).
본 연구는 이러한 보드리야르의 관점을 적용해,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기호화된 이미지, SNS 인증, 정체성 연출의 기호적 실천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마라톤 참여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소비사회의 상징적 질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조명하며, 스포츠 사회학을 넘어 소비문화적 시각에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마라톤 이미지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라톤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마라톤 대회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마라톤이 단지 이미지와 경험을 소비하는 장으로만 인식될 경우, 본래의 목적과 진지한 여가로서의 가치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Aicher et al., 2015).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마라톤 참여가 단순한 소비적 여가를 넘어 진지한 여가로 자리 잡기 위한 메커니즘과, 소비문화적 측면에서 그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장기적 헌신과 기술 개발, 참여자 중심의 공동체 형성, 내적 보상 중심의 참여 경험, 상업화와 참여자 가치 간 균형 유지 등의 요소가 중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마라톤이 단순한 경험 소비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진지한 여가로서의 사회문화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기호, 차이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마라톤 붐 현상을 분석하고, 특히 여성 참가자들의 시각을 통해 마라톤 이미지의 변화와 소비적 의미를 조명하였다. 연구 결과, 마라톤은 과거 고통스러운 도전과 경쟁의 상징에서 다양한 즐길거리와 축제적 분위기를 지닌 소비적 여가활동으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마라톤 고유의 실재성이 상실되고 ‘러닝(running)’이라는 시뮬라크르로 대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라톤 메달은 단순한 참여 증표를 넘어 성취, 건강, 자기관리의 상징으로 소비되었으며, SNS를 통한 이미지 소비는 참가자들이 자신을 타인과 구별하고 사회적 정체성을 연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연구는 마라톤 참여가 단순한 스포츠 활동을 넘어 소비사회 속 기호적 실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스포츠 사회학과 소비문화 연구의 접점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다만, 본 연구는 2차 마라톤 붐의 특징 중 하나인 여성 참여자의 증가에 초점을 두어 진행되었기에, 성별, 계층 등 다양한 사회적 차이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소비문화의 구조적 요인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담론은 본 연구에서 충분히 심층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으며, 향후 연구에서 보다 발전적으로 탐색될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마라톤 대회의 목적이나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분석하였으나, 연구 과정에서 평화, 여성, 장애인, 소외계층 지원,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대회들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Palmer & Dwyer, 2020). 실제로 마라톤 대회는 상업적 마케팅 중심의 이벤트부터 사회공헌적 목적을 지닌 행사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며, 이와 같은 맥락적 차이는 참여자의 동기, 소비 행태, 상징 소비 방식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가치나 메시지를 중심으로 기획되는 마라톤 대회가 증가하는 추세로, 이는 마라톤 참여가 단일한 소비적 실천으로 환원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마라톤 대회의 목적과 맥락에 따른 참여자 경험의 차이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마라톤이 현대 사회에서 생성하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와 여가·스포츠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AUTHOR CONTRIBUTION
Conceptualization: Chanwoo Park, Daehwan Kim, Data curation: Chanwoo Park, Daehwan Kim, Formal analysis: Chanwoo Park, Daehwan Kim, Methodology: Chanwoo Park, Daehwan Kim, Projectadministration: Chanwoo Park, Daehwan Kim, Visualization: Chanwoo Park, Daehwan Kim, Writing-original draft: Chanwoo Park, Writing-review & editing: Daehwa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