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598-2920
The present study explores educational values of professional coaches from perspectives as educators while they are giving the players sports coaching. Since free agent system was introduced in 1999 at Korean Baseball Organization(KBO) league, the socio-economical differences between players and coaches are getting bigger and bigger. In this situation, professional coaches tend to have more difficulties in interacting with the players. The study focuses on looking into professional coaches' educational agony and reward. Also, it highlights their educational values as educators rather than coaches.
Two professional baseball coaches and a TV commentator participated in the study: all past professional players, and professional coaches for more than 10 years. The researchers collected data through semi-structured in-depth interviews; each participant was interviewed three times. The researchers recorded and transcribed all of the interviews; then, the researchers reread the interview transcripts and inductively produced codes for themes whenever emergent codes appeared. Verbatim quotations from the interviews are excerpted in the present research report.
The findings indicate that, first, the participants are all highly motivated in giving lessons to the players. They all helped the players overcome the difficulties and be good players. They emphasized the importances of endeavors and attitudes during their lessons to be well-received by the players. Second, the participants agreed that good coaches should have the ability to find the potentials of the players and have personality to gain the players' trust. They always have to work and study hard to keep expertises.
본 연구는 프로스포츠 지도자가 선수지도 과정에서 느끼는 고난과 보람을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교육적 가치관을 탐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Free Agent(FA) 제도가 도입된 후, 선수와의 경제적 지위 격차가 더욱 커진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선수와의 교감과 이들의 지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프로야구 코치들의 고뇌를 교육자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에 본 연구의 중점을 두었다.
과거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프로야구 구단에서 다년간의 코치경험이 있는 유명 코치 및 해설위원 3명이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로 선정되었으며 이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연구 자료가 수집되었다. 심층면담은 프로야구 코치의 교육자로서의 실질적인 역할과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물으며 프로야구 코치를 스포츠 교육자로 인식하였을 때 그들이 지니고 있는 교육자적 자질과 철학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수집된 연구 자료는 귀납적 분석 방법으로 분석되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에 참여한 전·현직 프로야구 코치들은 공통적으로 선수들에게 지도력을 인정받는 코치가 되고자 하는 의욕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지도를 받아 경기력 향상에 있어 큰 난관을 극복한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그와 같은 스포츠 코칭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또한 선수의 잠재력을 파악해낼 수 있는 능력과 선수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인간됨, 전문적인 지식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를 통해 연구 참여자들이 단순히 선수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교육자로서으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태동하여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다방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왔다. 야구, 축구, 배구를 비롯한 다수의 스포츠 종목들의 국내 프로리그들이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들 종목의 선수층과 소비층 역시 점차 탄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스포츠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던 이유는 걸출한 기량을 뽐내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출현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 프로스포츠 스타들의 성장 뒤에는 각 구단의 유능한 지도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지도력과 리더십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왔다.
본 연구는 이들 프로스포츠 지도자들이 선수육성과정에서 경험하는 교육자로서의 고뇌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비인기 종목, 아마추어 스포츠의 전문체육지도자가 경험하는 교육자로서의 고충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어 온 반면, 프로스포츠 지도자들을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교육자적 자질에 대해 고찰해 본 선행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프로스포츠에서의 지도자 역할에 대한 정확치 못한 이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보여진다. 이미 기량이 성장할 대로 성장한, 그리고 많은 돈을 받는 선수들이 활약하는 프로스포츠에서 지도자가 교육자로 역할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프로스포츠에 입문한 뒤 지도자의 지도력에 의해 경기력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한국프로야구(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구단 입단 시 주변의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구단 지도자들에게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장기간의 훈련과정 끝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발돋움한 선수가 적지 않다. 신고 선수1) 출신으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메이저리그에까지 진출한 LG 트윈스 김현수의 성공 뒤에는 김경문 당시 두산 감독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Sung, 2015, December 18).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투수로 입단한 이대호도 김무관 타격 코치를 만난 뒤 타자로 전향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4번 타자로 성장했다(Kwon, 2010, August 22). 이들 선수 중에는 구단에 입단하여 지도자의 집중지도 하에 포지션을 변경하며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 한 경우가 있을 정도로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의 지도력이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Amorose & Horn, 2000). 프로야구 선수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선수 생활을 시작하여 고등학교 또는 대학 졸업 후 구단에 입단한다. 이처럼 오랜 기간 다져지고 고착화된 야구선수로서의 기량을 다시금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야구 지도자의 선수 지도 방식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고뇌와 보람은 고찰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전문체육에서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양성하는 과정은 교육(education)이 아닌 코칭(coaching)으로 해석되어져 왔다(Cho, 2017). 이는 전문체육의 목적이 월등한 경기력을 갖춘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데 집중되어 있어 전문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엘리트 교육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는 코칭(Wikipedia, 2018)이라는 교육 용어를 적용시켜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전문체육 지도자들과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 간의 교육적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교육적 결과물을 탐구하는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LeBed & Bar-Eli, 2013). 이에 따르면 전문체육 지도자가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지도하는 행위를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훈련을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단순하고 정형화된 행위로 해석하지 않는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복수의 교육적 상호작용이 형성되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적 도구를 마련하려는 관점이 보편화되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의 역량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이들 지도자들이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발현되는 행동들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이루어지면서 이들의 선수지도에 교육적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들은 운동선수로 하여금 정형화된 훈련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생산하려는 단순한 관리행위를 하는 관리자의 역할이 아닌 운동선수의 잠재력을 관찰하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그들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의 기량 향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교육자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Jones, 2006).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프로 스포츠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하고 선진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야구 코치들은 대개 본인들부터 수년간 그라운드에서 직접 선수 생활을 직접 경험한 선수 출신들이다. 은퇴 선수들 가운데에서 프로야구 코치로 일하는 사람은 선택받은 몇몇에 불과하다. 선수 때의 능력뿐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인정받아야 구단이나 감독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 2018시즌 개막일 기준으로 KBO에 등록된 프로야구 코치는 234명이다. 선수는 609명으로 코치와 선수의 비율은 1대 3 정도 된다(Korean Baseball Organization, 2018a). 10개 구단이 각각 20명 내외의 코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치들의 지도 영역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 세분화되어 있다. 각 팀은 수석코치, 투수코치, 타격코치, 배터리코치, 작전코치, 내야 수코치, 외야수비코치, 벤치코치 등으로 코치들의 분야를 나누고 있으며 몇몇 구단들은 선수들의 트레이닝을 책임지는 트레이닝 코치, 전력분석을 담당하는 전력코치를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Korean Baseball Organization, 2018b). 맡겨진 분야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만큼 프로야구 코치들은 결과에 따라 책임도 오롯이 져야 한다.
본 연구는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마치고 프로야구 구단에서 코치로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현직 프로야구 코치와 프로야구 중계 해설위원을 대상으로 그들이 프로야구 선수를 지도하며 느낀 고뇌와 보람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해보고자 했다. 성적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받는 코치들의 최우선 과제는 지도하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지도하는 과정은 이전처럼 일방적인 기술 전수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리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프로야구 코치들은 선수지도에 있어 교육적 가치들을 체화하고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코치들의 선수 지도과정에 내재되어 있던 교육적 가치를 함께 탐색해보고자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지도자와 선수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일반적인 교육현장에서의 교육자와 학습자 간 위치와 상반되고 성패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조치가 냉혹하게 이루어지는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를 교육하는 지도자로서 느껴온 바와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되돌아보며 학습된 바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본 연구는 프로야구 구단의 코치를 10년 이상 역임하고 우수 선수를 양성한 경험이 있는 프로야구 지도자 및 방송 해설위원 3명을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이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만의 선수지도 철학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선수지도에 적용함에 있어 상당한 적극성과 창의성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야구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또한 선수의 능력을 분석하고 그 잠재력을 평가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문적인 코칭을 통한 선수들의 발전가능성을 강조하고 지금도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조언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로스포츠 지도자가 경험한 고뇌와 보람을 탐구하는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로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연구 참여자의 개인적인 정보는 <Table 1>과 같다.
Name (Assumed Name) | Age | Coaching experience (Years) |
Occupation | Coaching area(s) | Athlete experience (Years) |
---|---|---|---|---|---|
Kim, Y. G. | 49 | 13 | commentator | pitcher | 10 |
Cho, G. J. | 47 | 14 | chief coach | hitting, defense, base running, strategy | 11 |
Park, D. K. | 46 | 12 | battery coach | catcher, bull-pen | 12 |
연구 참여자, 김영길(가명)은 단일 프로야구 구단에서 13년간 투수코치를 역임한 후, 현재까지 프로야구 중계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 구단에서 투수코치를 장기간 역임하며 그 지도력이 타 구단까지 널리 알려질 정도로 인정받았던 프로야구 지도자였다. 프로야구 구단의 수석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조광진(가명)은 복수의 구단에서 타격, 수비, 주루 코치를 두루 역임했으며 선수시절 한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할 만큼 경기력을 인정받던 선수였다. 조 코치는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하며 KBO리그에서 인정받는 다수의 수비수와 타자들을 배출해냈다. 연구 참여자 중, 리그에서 정상급 포수 자원을 배출시키기로 정평이 나 있는 박대규(가명)는 현재 프로야구 한 구단의 배터리 코치를 담당하고 있다. 포수의 기량이 구단 전체의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근,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들을 양성해 온 박 코치의 지도력이 주목받고 있다.
본 연구의 자료 수집은 연구 참여자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심층면담은 연구 참여자들의 프로야구 지도자로서 지녔던 선수지도 철학, 선수지도에 있어서의 성공과 실패 사례, 지도자로서 가졌던 교육신념, 지도자로서 인정받기 위해 경주한 노력에 대한 반 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심층면담 질문을 통해 연구 참여자들이 맡은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려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교육적 관점을 가질 수 있었는지, 또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경험한 교육자로서의 고충과 보람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층면담이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 개개인은 총 3회에 걸친 심층면담에 참여하였고 각 심층면담은 90분 이상 진행되었으며 모든 심층면담 내용은 녹취되어 전사되었다. 연구 참여자들과 총 9회의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한 연구 자료는 모두 녹취되어 음성파일로 저장되었으며 이는 총 820분 분량이었다. 모든 심층면담 자료는 본 연구의 연구자가 직접 전사하였으며 녹취된 자료 중 프로야구인 사이에서 통용되는 은어나 비속어 등은 그 의미를 포함하는 표준어로 전환하여 전사하였다.
심층면담에서는 선수들의 신상이나 경기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을 관리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선수의 긍정적인 변화에 목표를 두고 그에 맞춰 어떤 교육을 실현하여 성과를 냈는지는 묻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적극적인 코칭 행위를 위한 프로야구 지도자들의 교육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교육관은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연구 참여자들에게 부여되었다. 심층면담 시 사용된 질문들을 그 특성에 따라 범주화하면 <Table 2>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Category | Sub-category [First] | Sub-category [Second] |
---|---|---|
Educational competence | roles | requirement of coach, position in a club, occupations |
expertise | analysis of athlete, educational competence |
|
Coaching process and outcome | understanding of athletes | athletic performance, psychological condition |
planning | objectives, contents, teaching-learning process, assessment |
|
analysis of outcome | athletic performance, motor skill, mind control, potential power |
|
Reflective education | contents and coaching style | changeover of contents, teaching-learning process, coaching process |
self-development | pedagogical knowledge, educational competence, |
심층면담 질문의 내용을 범주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 참여자가 프로야구 코치로서 지니고 있는 주된 역할과 선수지도에 요구되는 교육역량에 대한 질문이 우선적으로 제시되었다. 즉, 연구 참여자들에게 프로야구 코치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성을 묻는 과정에서 그들을 교육자로 인정할 수 있을만한 교육역량이 그 전문성에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한 다수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관한 연구 참여자의 답변에 따라 지도대상인 선수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문제점과 잠재력을 분석하여 교육내용과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선수지도에 적용하는 과정에 대해 물었다. 이는 연구 참여자들이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목표설정, 교육내용 및 방법 선택, 그리고 선수지도 성과에 대한 평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해 왔는지를 묻는 과정이었다. 그 후, 연구 참여자가 선수지도에 관한 반성적 사고에 의해 실행했던 교육환류과정에 대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10년 이상 프로야구 지도자 생활을 해 오며 선수지도에 있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왔을 연구 참여자들에게 그들이 선수지도 성과를 어떻게 분석해 왔고 그 결과를 자신의 선수지도에 어떻게 적용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교육자로서의 어떠한 반성적 사고가 작용하였는가에 대해 질문을 제시했다.
본 연구의 연구자였던 프로야구 전문 기자가 연구 참여자들을 직접 방문하여 실시된 심층면담은 20년 이상 프로야구 전담 기자로 활약하며 연구 참여자들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해왔던 연구자가 진솔한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참여자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망설이는 자세를 보이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활용하여 답변하는 등의 모습이 관찰되었을 경우, 문제가 되었던 질문과 연구 참여자의 답변을 연구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이나 지도했던 선수들의 민감한 개인적인 상황을 담고 있는 경우를 언급할 때 주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개인의 민감한 사정이 활자화되었을 때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가 심적으로 불편해하는 질문은 다시 반복해서 제시하지 않았으며 명확치 않은 정보를 이용할 경우, 관련된 추가적인 정보를 제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연구 참여자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된 연구 자료는 분석적 귀납 접근법(analytic induction)을 적용하여 분석되었다. 연구 자료의 범주화 과정은 연구자들이 전사한 면담 자료를 반복적으로 정독하며 면담 과정 중 가졌던 생각, 연구 참여자의 반응(몸짓, 표정 등), 연구 참여자의 답변에 의해 즉흥적으로 제시되었던 질문 등을 전사지에 메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면담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그 후 본격적인 코딩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코딩작업은 심층면담 내용을 순차적으로 파악하며 범주화가 가능한 면담내용에 코드명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코딩작업을 통해 심층면담 내용이 주제별로 범주화되어 총 4개의 주제(프로야구 코치의 위치, 선수에 대한 깊은 이해, 공부 그리고 연구, 성공과 실패에 대한 고찰)로 구분되었다. 모든 범주명은 사전 부여된 코드명을 본 연구가 질적 연구임을 고려하여 독자의 이해도와 내용의 함축성에 중점을 두어 수정 및 보완하였다.
분석적 귀납 접근법에 의해 범주화된 연구 자료는 자료 분석과정 초기단계에서 자료의 내용특성에 따라 5개의 범주와 14개의 하위 범주로 분류되었다. 추후 진행된 자료 분석 과정을 통해 중복되거나 유사한 특성을 지닌 범주들을 통합하고,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거나 자료의 진실성에 문제가 노출된 연구 자료를 추출하는 과정을 통해 4개의 범주(프로야구 코치의 위치, 선수에 대한 이해, 공부 그리고 연구, 성공과 실패에 관한 고찰)와 7개의 하위 범주로 연구 자료를 최종 분류하게 되었다. 심층면담 자료가 연구 자료에서 제외된 경우는 연구 참여자가 ‘교육’의 개념을 해석하는 데 있어 실수를 범한 경우와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 실시한 심층면담 자료 검토 시 전사내용에 오류가 발견되었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을 지도하며 형성된 교육관에 집중하여 수집된 심층면담 자료는 질적 연구 자료 분석 프로그램인 Nvivo 10을 활용하여 코딩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node 메뉴를 활용하여 유사한 특성을 지닌 범주들을 특성에 내용특성에 따라 배열하고 병합하였으며 각 범주는 본 연구의 연구자에 의해 정의되었다. 범주의 구성과 각 범주의 정의에 대한 적절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 간 반복적인 논의를 수행하였으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구성된 범주를 유목화 및 개념화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Category | Sub-category | Component content |
---|---|---|
Position of KBO club coach | position as a coach | relationship of coach and athlete, position in a club, social status |
coaching objectives | coach as a manager, coach as an educator, objectives of coaching |
|
Understanding of athlete | coming closer | improving relations with athletes, interaction with athletes |
investigating of problem and solution | potential for improving athletic performance, designing and applying educational tools |
|
Learning and research | becoming an educator | coaching as an educator, coaching as a teaching |
gaining athletes’ trust | admiration, trust, confidence |
|
Success and failure | sharing the pleasures and pains | success and failure for coaching athletes |
reflection and challenge | efforts for reinforcing educational competence, professional development |
연구의 진실성 확보를 위해 본 연구는 연구자, 전문가 집단, 연구 참여자 간 연구자료 수집 및 분석 과정에 대한 삼각검증을 진행하였다. 전문가 집단은 스포츠교육학 전공 전임교원 2명과 동일 전공 박사학위를 소지한 대학 강사로 구성하였다. 연구 자료로의 활용이 결정된 심층면담 자료는 연구 참여자와 연구자에 의해 자료의 진실성 여부가 명확히 판별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자료의 진실성 측면에서 연구자 서로 간의 이견이 존재한 경우에는 이견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상호 분석하고 이견에 대한 절충과 상호 이해가 불가능한 경우, 연구 참여자와의 심층면담 내용에 대한 확인 과정을 추가적으로 시행하였다.
연구자와 전문가 집단 간의 연구 자료 검토는 수집된 연구 자료가 연구 참여자들이 프로야구 지도자이자 선수를 지도하는 교육자로서 선수지도에 있어 경험한 바와 관계된 것인지를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본 연구의 연구자 2명은 녹취 및 전사된 모든 심층면담 자료를 청취 및 정독하며 전사된 면담 자료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하였다. 녹취파일과 전사내용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면담내용과 다른 전사내용이 발견되었을 경우 연구 자료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에게도 연구자와의 심층면담 내용이 전사된 파일이 전달되어 면담내용이 정확히 기록되지 않았거나 면담 중 자신의 답변에 오류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요구했다.
본 연구의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 실시한 연구 자료의 진실성 여부 검증 과정에서 심층면담 내용에 관한 진실성 문제가 제기된 자료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의 토론과 절충과정에 의해 연구 자료로서의 활용여부가 결정되었으며 전문가 집단은 이와 같은 과정에 대한 적절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였다.
흔히 프로야구 감독은 ‘파리 목숨’에 비유되곤 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옷을 벗어야 한다. 성적이 괜찮다고 안심할 순 없다. 구단 고위층 및 그룹의 색깔과 맞아야 하고, 팬들의 여론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중도 경질된 감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에 빛나는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도 얼마 전 중도 사퇴했다(Kim, 2018, June 4).
하지만 프로야구 현장의 코치들은 감독이 파리 목숨이라면 자신들은 ‘하루살이 목숨’이라고 자조하곤 한다(Lee, 2014, April 3). 감독은 현직을 맡고 있는 동안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에 비해 감독과 선수 사이에 낀 코치는 권한은 별로 없는 반면 책임져야 할 일은 많다. 감독의 눈에서 벗어나거나 구단의 평가가 안 좋으면 한순간에 실직자가 된다.
코치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100억 원(4년 기준)짜리 대형 계약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었던 ‘거포’ 이대호는 2017년 초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오면서 4년간 150억 원을 받기로 했다. 이 밖에 KIA 최형우, SK 최정, LG 차우찬, 롯데 손아섭, NC 박석민 등이 100억 원 안팎의 거액 FA 계약을 했다(Korean Baseball Organization, 2018a). 이에 비해 신임 코치들의 연봉은 제아무리 스타 출신이라 해도 5000~6000만 원 선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2012년까지 8개이던 프로야구 구단이 10개로 늘어나면서 유능한 코치를 데려오기 위한 각 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Ahn(2017, November 14)은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을 빌려 “잘 하는 코치라면, 참 모시기 힘들다. 능력 있는 코치, 또 감독이 원하는 코치를 영입하려 하는데 그 과정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했다. 달라진 코치의 위상에 대해 한 연구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코치직을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코치는 원래 선망의 대상이다. 선수 생활을 끝낸 많은 사람들이 하려고 하는 걸 보면 ‘꽃 보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듯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면 누가 하려고 하겠나(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코치들의 몸값도 올라가는 분위기다. 감독을 바로 밑에서 보좌하는 수석코치의 경우 1억 50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 소수이긴 하지만 다년 계약에 계약금을 따로 받는 코치도 생겼다. 그렇지만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대우는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좋아졌지만 코치들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 조광진 지도자는 현재 코치들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최저 연봉도 올라갔고, FA로 100억 넘게 버는 선수도 나왔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가는 추세다. 이에 비해 코치 쪽은 아직 크게 틀을 못 깨고 있는 것 같다. 다년 계약이나 금액 부분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몇몇 구단들은 여전히 “너희 아니라도 코치 할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능력에 따라 확실히 대우해 주는 분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프로야구 팀 코치들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코치의 위상 상승은 선수들의 그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다만 좋은 코치들을 데려오기 위해 각 팀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불과 몇 해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코치는 감독의 수족(手足)이나 다름없었다. 감독의 이동에 따라 코치들이 대거 함께 팀을 옮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2017년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았을 때 몇몇 코치들이 함께 사의를 밝혔다(Chang, 2017, May 25).
요즘엔 코치들 사이에서도 양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능력 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코치들은 오라는 데가 많지만, 반대로 예전처럼 감독의 눈치만 보는 코치들을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프로야구 발전과 함께 코치들의 영역 역시 전문화,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각 팀마다 투수, 타격, 배터리, 수비, 주루, 트레이닝 등으로 영역을 세분화해 우수한 코치들을 영입하려 애쓰고 있다. 각 팀이 감독 중심의 팀 운영보다 시스템을 통한 운영방안을 찾으면서 각 포지션 별로 코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Ahn, 2017, November 14). 좋은 코치의 기본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선 전문 지식, 즉 공부가 필수다. ‘공부하는 코치’는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 버렸다.
코치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위상과는 별개로 코치들도 살아남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는 선수들에 대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전수하면 됐다. 요즘에는 그런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인정을 못 받는다. 내가 운동할 때만 해도 지도자들이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라고 하면 무조건 “예” 하는 분위기였다. 요즘 선수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요즘 코치들은 내가 공부를 안 하면 뒤처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높아진 코치들의 위상만큼 공부에 대한 필요성도 커졌다. 김영길 지도자는 “사실 공부하는 게 참 힘들다. 지도할 때 선수가 내 마음 같지 않으면 정말 힘들다. 그걸 이겨내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선수가 안 되는 것을 이론적이든 실습으로든 설득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코치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선수들을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코치가 가르치는 방식대로 해야 한다. 그러면 좋은 성적이 날 수가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발전할수록 코치들의 영역은 전문화, 세분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코치들은 더욱더 자기만의 전문지식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에는 야구장에서 수첩과 펜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메모하는 코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좋은 코치는 공부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계발하고, 새로운 지식을 선수들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지도자다.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언제든 구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70여 명 안팎의 신인 선수가 입단한다. 통상 신인드래프트에는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700명가량의 선수가 지원한다. 프로 선수가 되려면 1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프로 입단이 곧바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는 이미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즐비하다. 각 팀별로 매년 입단하는 10명 안팎의 선수 가운데 실제로 1군에 합류해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1명이 될까 말까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과 같은 특출 난 선수가 아니고서는 코치의 지도 없이 냉엄한 프로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코치들은 기술전수에 앞서 지도자와 선수 간 신뢰가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는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게 좋은 코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선수를 망가뜨리지 않는 게 좋은 코치다. 코치 잘못 만나, 또는 코치와 잘 맞지 않아 제대로 야구 인생을 꽃피우지 못하고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다. 좋은 코치가 되려면 우선 선수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내가 거짓말을 해도 선수들 나를 믿을 정도의 신뢰감을 주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A 선수를 키운 박대규 지도자는 “코치직을 시작할 때부터 선수들한테 편한 코치가 되고 싶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건 좋은 일이 있을 때건 언제나 스스럼없이 와서 편안하게 고민 털어놓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내성적인 성격에 때로는 반항기가 있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어린 시절의 A 선수에게 다가가기 위한 과정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봤을 때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다. 분명히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었지만 실력을 표출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처음엔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봤다. 군소리 없이 묵묵히 잘 따라왔다. 하지만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변에 어필을 잘 못했다.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마음을 열기 위해서 먼저 대화가 필요했다. 한번 두 번 조금씩 다가갔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혼자 어렵게 야구했던 얘기, 가족 간의 문제 등을 털어놨다. 그런 아픔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애착이 더 갔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코치와 선수의 관계는 상명하달 식, 즉 수직적 관계였다. 코치가 지시하면 선수는 따라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다. 연구 참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김영길 지도자는 자기만의 선수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함께 식사하는 것에서 찾았다.
선수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선 아이들과 식사를 많이 해야 한다. 식사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한 식구이기 때문이다. 식구는 밥을 같이 먹는데 이 행위는 너와 나는 특별한 관계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이어령 교수의 ‘디지로그’라는 책에 보면 사람을 설득할 때 교감을 얻으려면 식사를 해야 한다는 글이 나와 있다.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건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이미 성장한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만난 코치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연구 참여자들은 함께 식사하기 라든지 끊임없이 대화 시도 등으로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어른이 어린이들의 거울인 것처럼 지도자를 보면 선수들을 알 수 있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선수들은 코치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배우기 마련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결같이 선수들에게 솔선수범하고 모범을 보이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먼저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4년 처음 코치가 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워다. 첫 번째는 가장 먼저 출근하기다. 오후 6시 반 경기가 있으면 오전 9시 반에 출근했다. 두 번째는 1년에 책을 100권 읽는 것이다. 그때부터 해왔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 반 정도 독서를 하며 1년에 100권을 충분해 볼 수 있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김영길 지도자는 또 “말을 할 때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우리나라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나. 나는 선수들에게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욕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평상시 선수들에게 늘 새로운 걸 이야기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감정의 동물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다. 김영길 지도자는 “코칭이라는 것은 결국 선수가 나를 믿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선수의 마음을 얻고 나면 모든 게 쉬워진다”라고 말했다. 박대규 지도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선수에게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오래 유심히 보다보면 사소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얼굴 표정이 안 좋거나, 행동이 좀 이상하면 분명히 무슨 일이 있는 거다. “집에 무슨 일 있니?” 이렇게 물으면 처음엔 아니요 라고 해도 조금씩 더 다가가면 언젠가를 이야기를 한다. 애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연구 참여자들은 한결같이 기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선수들의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프로의 세계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가르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연구 참여자들은 오랜 지도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었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게 애정이자 관심이다. 프로야구 구단에 입단한 것 자체로 그 선수는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이 있다고 프로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로 떠오른 뒤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깜짝 스타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사람은 코치가 아니라 선생님과 같은 교육자일 수 있다. 박대규 지도자에게 A는 가끔씩은 선수보다는 학생에 가까울 때가 있었다.
A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아예 말을 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스스로 이겨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니까. 오히려 잘하고 있을 때 부담을 주는 편이다. 그 기량을 유지할 수 있게 푸시를 하는 거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태도나 행동거지에 대한 간섭이다. 너무 잘하게 되면 선수들은 갑자기 기분이 붕 떠 있곤 한다. 잘난 척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불러다가 따끔하게 혼을 낸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그는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만의 교육적 가치관 하나를 더 이야기했다.
코치생활을 하면서 갖고 있는 철칙이 하나 있다. 선수가 인사하면 무조건 나도 같이 인사하는 것이다. 선수 때 나도 숫기가 없는 편이었다. 운동장에서 코치님들한테 인사를 해도 무시를 당하거나 그분들이 모른 척하면 상당히 상처가 됐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이 부분만큼은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이게 정말 중요하다.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한 3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인사만 하는 걸 봐도 선수들의 컨디션이 파악이 되더라. (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조광진 지도자는 B선수를 국가대표 유격수로 키운 숨은 공신이다. 그 역시 애정 어린 관심이 B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3년간 전담을 했다. 입단 때부터 신체조건 등 하드웨어가 너무 뛰어났다. 시간이 걸려도 좋은 선수가 될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1대 1로 전담마크 하기 전까지 B를 유심히 지켜볼 시간이 있었다. 덕분에 뭐가 부족하고, 뭐를 가다듬으면 된다는 나만의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코치가 선수들 잘 알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가르치는 선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맞춤형 교육을 한 덕분에 B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코치진 교체가 상당히 잦은 편이다. 감독이 바뀌면서, 구단 고위층의 입김에 따라 코치들이 물갈이되는 경우가 흔하다. 올해만 해도 KT 위즈는 시즌 중에 수석코치와 투수 코치, 타격 코치 등 핵심 코치들을 모두 교체했다(Choi, 2018, June 18). 이는 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새로 온 코치는 자기만의 교육 철학과 지도 방식이 있고, 자기의 방식을 전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조광진 지도자는 B 선수 역시 그런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B를 처음 맡을 때부터 2년째, 3년째를 어떻게 지도해야겠다는 장기 계획이 있었다. 이제 겨우 잘 되겠구나 싶었는데 내 보직이 갑자기 바뀌면서 손을 놓게 됐다. 이 때문에 B의 성장이 다소 정체된 부분이 있다. 천재 선수가 아닌 한 선수 지도에는 연속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연속성이 없어지면 기량이 올라오다가 멈추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도 있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전통적 의미의 코치는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육성, 지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 코치들은 전문 기술만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아니다. 프로에 입단할 정도의 선수라면 기본적인 자질은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재능을 맘껏 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게 요즘 코치의 역할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전문지식의 전수보다는 그 선수가 잠재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1999년 한국 프로야구에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도입된 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FA 제도가 가져온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선수 몸값의 수직 상승이다. 요즘 선수들은 예전과 달리 자신의 몸 관리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요즘 선수들에게 ‘성적=돈’을 의미하고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도움을 주는 지도자를 좋은 지도자로 인정한다. C 선수를 수준급 투수로 성장시킨 김영길 지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선수들을 지도하다 보니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첫 번째는 충분한 연습량이고 두 번째는 눈앞에 보이는 성과다. 그런데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절대로 많은 연습량을 가져갈 수가 없다. 힘은 들어도 성과가 나와야 덜 힘들 수 있는 거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좋은 성과로 연결되면 힘든 것도 잊을 수 있다.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성과는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C 같은 경우엔 한 번 궤도에 오르니까 더 이상 내가 할 게 없어졌다.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게 됐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C 선수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한 지도자의 눈이 있었다. 김영길 지도자는 남다른 소통 능력도 갖고 있었다.
내가 1군 코치로 왔을 때 C는 야구를 포기할 정도로 다운되어 있었다. 일단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최고 구속은 150km를 넘는데 한 번 던지면 그 다음날은 어깨가 아파서 아예 공을 못 던졌다. C를 붙잡고 설득을 했다. ‘너는 야구를 잘하는 게 목표나? 아니면 공이 빠른 게 목표냐’고 물었다. 야구를 잘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럼 내가 야구 잘하게 해줄게 라고 말했다. 그리고 함께 폼을 바꾸기로 했다. C는 원래 사이드암 투수인데 좀 팔이 높은 하이 사이드암이었다. 그걸 팔을 좀 낮춘 로우 사이드암으로 바꿨다. 이전까지의 C는 구속에 집착했다. 체격이 그리 크지 않은데 온 힘을 다해 던지려다 보니 팔의 높이도 높아졌던 것이다. 그렇게 던지니 아파서 다음날 못 던졌던 거다. (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요즘 선수들에게 실력=돈이다. 그런 선수들을 명확히 이해하고 설득하려면 공부와 연구, 그리고 선수와의 소통 능력 없이는 안 된다. 조광진 지도자는 요즘 선수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 애들이 그렇다. 애들이 물어봤을 때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애들의 질문에 답을 구해 와야 한다. 현대 야구는 옛날 야구와 다르다. 우리 팀 투수코치가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는 변화구를 던질 때 “그립을 이렇게 잡으면 된다”고 가르쳤다.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가르치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의 그립이고, 저런 방식은 커트 실링(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스타 투수)의 방식이다. 너는 어떤 식으로 던질래”하는 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연구 참여자들은 때로는 선수들에게 코치보다 선생님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야구를 잘못했을 때가 아니라 태도나 행동거지가 어긋났을 때 따끔하게 혼을 냈다. 한편으로는 선수에 대한 깊은 관찰로 그 선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점을 고쳤을 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찾아내고자 했다. 보완점을 발견한 뒤에는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지식을 전수하고자 했다.
프로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Cho, 2018, January 9). 2018시즌 국가대표 왼손 투수로 떠오른 D 선수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10년 넘게 선수들을 지도해온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성공 사례이든, 아니면 실패 사례이든 항상 마음속에 남아있는 선수들이 있다. 연구 참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어떤 팀에서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선수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
조광진 지도자는 수도권 한 팀의 핵심 선수가 된 E 선수와 인연이 깊다. 고교 시절 초 고교급 유격수로 활약한 E는 1차 지명으로 수도권 구단에 입단한 뒤 10년 넘게 만년 유망주로만 지냈다. 하지만 FA 자격을 얻어 2015년부터 다른 팀으로 옮긴 후에는 주전 선수로 도약했다. 조광진 지도자는 E를 자신의 실패 사례이자 동시에 성공 사례로 꼽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가 나래를 펼 수 있는 분위기다. E의 경우 전 소속팀에서는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가 팀을 옮긴 뒤 정신적인 틀을 깰 수 있었다. 새 팀에 가서는 난생 처음 3할도 치고 20홈런도 기록했다.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 어떤 팀에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게 바뀔 수 있다. 아마 스스로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이 나중에 E가 지도자가 됐을 때 좋은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게 된 포수 A 선수도 처음부터 주전 마스크를 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몇 년 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박대규 지도자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확 한 단계를 올라오는 계기라는 게 있다. A가 그랬다. 원래 그해에는 다른 선수들이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되어 있었다. 당시 소속팀 감독님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때 고생한 A에게 1군 맛이나 보여주고 2군에 보내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막전인가에 선발로 출전을 시켰다. 목동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 경기에서 A가 홈런을 쳤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이튿날 다시 선발로 내보냈는데 그 경기에서도 또 방망이를 잘 쳤다. 갑자기 위상이 확 바뀌었다. 수비는 어떻게든 만들어내면 되니까 공격력으로 가 보자고 하셨고 A가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게 됐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애정을 갖고 오래 관찰하지 않으면 선수들의 장점을 찾아낼 수 없다. C의 성공을 이끈 김영길 지도자에게는 F라는 또 다른 성공 사례가 있다. F역시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프로에 입단해서는 자신의 잠재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오랜 관찰 끝에 김영길 지도자는 해답을 찾았다.
처음 F를 봤을 때 공이 참 좋았다. 그런데 그 좋은 공을 갖고 경기만 나가면 얻어맞더라. 혼자서 왜 그럴까를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투구판 위치가 번개처럼 떠올랐다. F는 사이드암 투수인데 원래 3루 쪽을 밟고 공을 던졌다. 그러다보니 좋은 공은 볼 판정을 받고,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은 통타를 당했다. 그래서 1루 쪽을 밟고 던지도록 설득했다. 이게 바로 수십 억 원짜리(FA 자격을 얻은 F가 팀을 옮기면서 받은 금액)가 된 거다. 요즘도 대구에서 만나면 F가 저녁을 산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연구 참여자들은 한결같이 어떤 팀에서,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들이 성공할 수도, 반대로 실패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꼭 필요한 부분을 상호 소통을 통해 지도하는 지도자를 만나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지만,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투수 크리스티 매튜슨의 명언이다. 연구 참여자들 역시 초기 지도자 시절의 실패를 거울삼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코치가 될 수 있었다. 김영길 지도자는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한 실패 사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G 선수를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G를 처음 본 건 2006년쯤이었다. 굉장히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초킹이 왔다. 초킹은 골프의 입스와 비슷한 거다.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처럼 스트라이크를 못 던졌다. 그걸 잡아보려고 별 걸 다 해봤던 거 같다.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G는 나중에 팔의 위치를 내린 뒤 안정감을 찾았는데 당시는 나도 팔의 위치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런 통찰력이 없었던 거 같다. 그냥 열심히 이것저것 다 해봤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G 덕분에 내가 코치로서 눈을 뜬 거 같다.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만 보이는 게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A를 한국 최고의 포수로 키운 박포수 지도자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H라는 선수가 있었다. 걔가 올해 방출됐다. 참 재능이 있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입스가 왔다. 투수한테 공을 잘 못 던졌다. 그걸 못 고쳐준 게 마음이 아프다. 사실 입스는 심리적인 부분이다. 주변에서 편하게 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별 걸 다해본 거 같다. 관심이 부담스러울 거 같아 그냥 놔둬 보기도 하고, 또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켜보기도 하고. 사실 나도 선수 시절 입스가 온 적이 있다. 정말 방법이 없다. 모든 걸 잊고 혼자 미친놈처럼 해야 벗어날 수 있다. 내가 겪은 과정도 다 이야기해주고 했는데 결국 못 이겨내더라. 안타깝고 미안하다(박대규 지도자 심층면담).
10명의 선수 중 한 명 만 잘해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로 프로야구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장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든 지도자의 길에서 한 순간 좋은 코치가 되긴 어렵다. 조광진 지도자는 자신의 초기 코치 시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성의 뜻을 전했다.
솔직히 나도 어떤 코치가 되어야 할지 정립을 못한 채 코치가 됐다. 선수 때의 생각을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좋은 코치가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게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선수 때는 늘 받기만 했다. 내가 필요한 걸 팀에서 다 해줬다.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막상 코치가 돼서 뭘 주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처음 2년은 그냥 흘려보낸 것 같다. 한국에서 코치를 그만두고 자비로 2년간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연수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코치 생활을 이어갈수록 필요한 건 공부와 열정, 선수들을 향한 애정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자신만의 교육적 가치관을 밝혔다.
코치는 모든 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먼저 일어나고 많이 공부하면 선수들이 먼저 느낀다. 코치는 감독을 속일 수 있다. 앞에서만 열심히 하는 척하면 된다. 하지만 선수는 속일 수 없다. 선수들은 그 코치가 능력이 있는지, 마음으로 나를 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좋은 코치가 되기 위해 첫 번째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인문학은 사람 공부다. 선수들은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니까 인문학을 해야 한다. 제일 먼저 사람 공부부터 해야 한다(김영길 지도자 심층면담).
코치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은 감정 표현을 자제할 수 있는 자기 컨트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부분이 선수들이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지도자가 감정 조절을 못해서 툭 던진 얘기가 어떤 선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막상 승부의 세계에 있다보면 그 부분이 정말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 그런 부분을 잘 해야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느낀다(조광진 지도자 심층면담).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프로야구계에서 모든 선수가 다 성공할 순 없다. 연구 참여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지도를 받고도 실패한 선수들에 대해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기만의 교육적 가치관을 밝혔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많은 공부를 할 것.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는 자기 컨트롤을 가질 것.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주며 소통할 것 등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코치 상은 전문 지식 전수자보다는 교육자에 가까워 보인다.
본 연구는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느끼는 고뇌와 보람을 탐구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 과정에서 프로야구 코치들의 오랜 선수 지도 과정에서 교육적인 가치를 체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연구자들은 아마추어 스포츠 지도자들과 달리 팀의 성적과 선수지도능력에 따라 지도자로서의 위치가 롤러코스터처럼 이동하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환경에서 선수를 지도해야 했다. 이 같은 부담 속에서 교육적 의미를 찾고,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갖춘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존재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은 선수의 경기력과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따라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 선수지도를 위한 교육내용과 교육방식을 교육의 실효성을 적극 고려하여 개발했으며, 선수지도의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환류과정을 수행한 증거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Cho(2015)은 전통적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코칭(Coaching)’이라는 용어는 뛰어난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육성하는 전문체육영역에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왔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의미의 프로야구 코치는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육성, 지도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프로야구 코치들은 전문 기술만 가르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기술을 가르치기에 앞서 선수들의 마음을 열고, 신뢰를 얻은 후에야 선수들은 코치들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었다. 이는 Choi(2012)의 연구에서 스포츠교육학자들이 스포츠 코칭을 교육의 일환으로 여기고, 전문코치들을 교육자로 이해하려는 학문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언급과 일치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지도하는 행위는 coaching이라는 개념을 통해 해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전인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교체육은 teaching이라는 개념 틀 안에서 해석되어 왔다. 교육학 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teaching이라는 용어를 교육의 과정을 개념화하는 데 사용해 온 반면, coaching이라는 용어는 정형화된 훈련과정을 통해 경쟁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행위를 학술적으로 해석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Drewe, 2000). 하지만 최근 들어 teaching과 coaching을 분리된 개념으로 인식해 온 연구자들의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Penney, 2006). Gilbert & Trudel(2004) 역시 이 두 용어가 지니고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언급하며 엘리트 스포츠 영역에서의 coaching과 관련된 이론이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확장되고 관련 연구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지도하는 행위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경기성적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지도자의 선수지도 철학과 사회·윤리적 가치관이 배제된 선수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Zeichner & Liston, 1996).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 현장은 선수의 운동기능 수준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전략, 전술과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경기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 기술의 수준 등 실로 다양한 능력의 무한경쟁 무대가 된 지 오래다. 이에 경쟁력을 갖춘 운동선수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선수의 신체기능은 물론 인지, 정서기능까지 개발, 유지시켜줄 수 있는 지도자의 창조적인 교육역량이 필수적이다.
‘코칭’의 개념이 학술적으로 익숙한 전문체육 연구 집단은 창조적 교육학 개념을 적용하여 ‘코칭 교육학(coaching pedagogy)’이라는 새로운 학문영역을 개척하고 있다(Jones & Turner, 2006). 교육학을 모 학문 영역으로 하고 있는 코칭 교육학은 운동선수의 지도에 있어 지도자의 선수지도 역량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선수지도를 위한 목표설정, 지도내용 및 방법 설계, 그리고 반성적 코칭을 통한 선수지도 전문성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학문 사조를 추구하고 있다.
본 연구 참여자들이 코칭 교육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교육자적인 관점을 가진 채 선수들을 지도해 오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연구 참여자들은 본인들이 의식하고 있던, 그렇지 않든 간에 선수지도에 있어 기술 전수자인 코치보다는 선생님과 같은 교육자의 면모를 종종 드러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 선수지도에 있어서의 특성 중 인상적이었던 점은 선수지도의 시작은 선수가 자신의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이 선행되지 않고는 선수지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의 운동선수로서의 성장 단계, 선수와 지도자 간의 관계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연구 참여자들은 설명했다. 지도자는 선수가 자신을 믿고 지도에 적극적으로 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프로야구 선수를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활약하고 있는 필드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인들 간 상호작용을 통해 설명될 수 있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Graber(2001)는 학교체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과 학습활동이 전개되면서 교육과 학습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과 이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상호작용 가능성을 소개하며 이를 생태학적 관점(ecology of gym)에서 해석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체육교사의 역량과 학생의 학습능력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요인들과 이들 간의 상호관계가 교육의 성과를 결정하는 주요요인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간의 사제지간으로서의 관계를 결정짓는 체육관 안과 밖의 생태학적 환경(ecology of workplace)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교육적 요인으로 꼽았다. 본 연구 참여자들 역시 기본적인 기술 전수는 경기장이나 연습장에서 시행했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기나 책 선물하기, 고민 들어주기 등 운동장 밖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선수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지도를 성심성의껏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Jones, Edwards, & Filho(2016)는 전문체육현장에서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서 진행되는 스포츠 코칭을 교육적 행위의 일환으로 정의하고 이 행위가 지니는 교육·사회적 특수성을 소개했다. 이 연구 역시 지도자와 선수 간에 존재하는 교육, 사회학적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본 연구에 참여했던 전·현직 프로야구 코치들은 지도 대상 선수들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들에게 최적화된 코칭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자신의 코칭에 공격적으로 활용해 온 공통점이 있었다. 선수들의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거나 선수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야구기술과 관련된 최고급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며 그 결과를 선수로 하여금 확인케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모습은 본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자들의 예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는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이 남다른 지식 습득, 활용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전문체육지도자의 지식 습득 및 활용 능력과 이를 통해 구축되는 지식 체계는 이들의 선수지도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양한 지식을 기초로 전문체육 분야의 특수성을 인지하는 능력, 축적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는 능력, 문제해결의 순발력 등은 전문체육지도자의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주요한 평가기준이 되어 왔다(Tan, 1997). 코칭지식의 중요성은 관련 선행연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검증되어 왔다. 전문체육지도자는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요구되는 스포츠 전문지식과 현장 경험지식을 겸비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지도행동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코칭지식과 선수지도 능력의 관계를 분석한 선행연구들(Kim, 2012; Jeong, 2004)의 제언이다.
연구 참여자들의 지식 습득과 체계화,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지식활용의 실효성을 우선시 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다수의 선수를 동시에 지도함에 있어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코칭지식을 형식적으로 습득하는 것을 지양하고 철저히 선수 개개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지식을 탐색, 수집하여 자신의 코칭지식 체계 안에 편입시키는 과정을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에 대한 분석과 반성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되며 창의적인 코칭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 특히 최상위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프로스포츠 선수를 지도하는 행위가 교육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상황은 지도자가 선수의 학습을 유도할 수 있고 선수가 학습에 매진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즉,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명확하고 실현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달성을 위한 교육적 장치를 고안 및 제공하며 선수의 경기력 변화를 체계적으로 평가하여 선수지도 내용과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교육적 역량을 지니고 있을 때, 지도자의 선수지도 행위를 교육의 일환으로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Nelson, Cushion, Potrac, & Groom, 2014). 본 연구의 연구 참여자들이 밝힌 프로야구 지도자의 교육적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흥미진진했다. 선수가 지도자에게 마음을 열고 지도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많은 독서를 하고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훈련을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선수지도 사례를 연구하며 지도자 교육이 제도화되지 않은 현실에서 야구 선진국에 유학 또는 지도자 생활을 자처하여 자신의 선수지도능력을 키워가는 이들의 모습은 교육자로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소개해 준 선수지도에 있어 성공과 실패담을 살펴보면, 프로야구 선수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단순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도자들은 이를 냉철히 분석하여 냉혹한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그들의 생존을 위해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했고, 그 결과는 성공과 실패로 이분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Occhino, Mallett, Rynne, & Carlisle(2014)는 이와 같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가 지녀야 할 교육적 역량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면서 자율성 중심 교육학적 접근(autonomy-supportive pedagogical approach)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운동기능과 심리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선수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지도자의 선수지도에 대한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지도자의 선수지도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를 선수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와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자율성 중심 교육학적 접근의 주된 내용이다. 즉 선수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실로 다양한 만큼 이에 대해 지도자가 제공해야 할 해법 역시 자율성과 함께 창의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 참여자들은 선수지도에 있어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를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실패를 마음아파 했다기보다는 실패한 이유를 면밀히 살피고 자신의 선수지도능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경주했기에 실패사례를 반복적으로 연상했던 것이라 판단된다. 이와 같은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의 반성적 사고는 스포츠교육학 분야의 연구에서 스포츠 코칭을 교육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어 주목받고 있다(Nelsen & Cushion, 2006; Choi, 2012). 전문체육에서 지도자의 교육적 역량 중 반성적 사고가 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운동기능 발달에 치중해왔던 선수지도 방식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을 인지하고(Kim, Kim, Cho, & Choi, 2007; Cho, Choi, Kim, & Kim, 2007) 선수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고취시키기 위해 교육적 측면에서의 실효성을 분석하고 지속적인 반성적 코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연구결과는 프로야구 코치들이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창의적이며 공격적인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신체활동과 스포츠를 주제로 한 보편적인 교육에서 관찰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다.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하며 본 연구가 주목한 부분은 본 연구에 참여한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지니고 있는 교육적 가치관이다. 이들 연구 참여자들은 각각 다른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짧은 기간 내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은 선수들이 납득될 수 있도록 다가가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는 연구에 참여한 프로야구 코치들을 단순히 선수들을 관리하는 이가 아닌 교육적 수단을 활용하여 선수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교육자로 보았다. 이들은 자신의 선수지도 효과를 교육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역량을 개선하려 노력했다.
전문체육지도자의 교육적 가치관은 그들의 선수지도 철학, 즉 코칭철학(coaching philosophy)에 관한 선행연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탐구되어 왔다(Cushion & Partington, 2016). 최근까지 연구되어 온 코칭철학의 형성과정과 그 내용은 이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전문체육지도자는 자신이 운동선수로 활약했던,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해 오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현재 자신이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보여야 할 행동의 기준을 정립한다(Cho, 2015).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무슨 지도내용과 전략을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 선수지도의 목표와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에 관한 지도자의 관념이 그 기준의 내용이 된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온 코칭철학 관련 선행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선수지도현장에서 많은 수의 지도자들이 획일화된 선수지도방식을 고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지도자의 선수와 선수지도에 관한 심도 깊은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Jones, Edwards, & Filho, 2016).
본 연구에 참여한 프로야구 지도자들은 그들이 교육자로서 경험한 고뇌와 보람을 자신이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지니고 있는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충실히 활용했다. 선수 개개인, 그리고 자신의 선수지도에 관한 연구, 또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선수지도의 필요성을 골자로 한 자신만의 교육적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참여자의 모습은 선수 지도에 있어 프로야구 선수를 전문 직업인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성장시키려는 교육적 가치를 추구했다고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선수들과 비교하여 우위에 있지 못하고 프로스포츠 세계의 냉혹함 속에서 이 같은 교육적 가치관을 지니며 유지했고, 또 그 가치관을 통해 선수지도에 있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인간적인 교감을 형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이를 통해 선수의 경기력을 최단기간 내에 향상시켜야 하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들의 교육적 가치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전·현직 프로야구 지도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프로야구 선수를 지도하는 교육자로서 느끼는 고뇌와 보람에 대해 탐구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아마추어 스포츠 영역에서의 선수지도와 달리 선수들에 비해 사회경제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구단의 성적과 지도 선수의 기량 향상 및 유지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선수 지도에 있어 교육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떠한 교육적 의미가 함의될 수 있는 것인지를 분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연구 참여자들과의 심층면담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관련 선행연구의 결과와 비교하여 내린 본 연구의 결론은 <Fig. 1>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연구 참여자였던 프로야구 코치들은 선수를 대함에 있어 그들의 관리자가 아닌 교육자로 다가서는 데 노력해 왔음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즉 선수의 부상을 방지하거나 이들의 기량을 유지시키는 수동적인 선수관리가 아닌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그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능동적인 선수교육에 대한 관심과 그에 대한 경험을 소개해 주었다.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경기력을 인정받고 프로스포츠 구단에 입단한 이들을 지도하여 보다 수준 높은 경기력을 갖춘 선수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프로야구 코치들은 정형화되고 제도화된 교육훈련이 아니라 자신의 지도경험과 창의성, 그리고 야구에 관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공격적인 선수지도를 행하고 있었으며 이와 같은 선수지도 행위는 목표, 내용, 방법, 평가 측면에서 스포츠교육의 일환이라 판단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전·현직 프로야구 코치들은 공통적으로 선수들에게 지도력을 인정받는 코치가 되고자하는 의욕이 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이 자신에게 지도를 받아 경기력 향상에 있어 큰 난관을 극복한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그와 같은 지도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선수의 운동기능 향상을 위한 정보와 훈련프로그램보다 선수를 깊이 이해하고 선수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선수에게 다가가는 것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었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의 경우 새로운 운동기능을 익혀가는 시기를 지나 완숙단계의 운동기능을 경기상황에서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장기간 선수가 유지해 온 훈련형태와 자기관리 방식을 새롭게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에서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프로야구 지도자는 선수의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선수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인간됨, 그리고 선수의 기량을 최대한 향상시켜 경기상황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인 지식과 이를 전달할 수 있는 교수능력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프로야구 선수를 지도하는 행위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교수-학습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며, 교육의 주체가 그 실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특성을 지니므로 충분히 교육적 관점에서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인지한 연구의 제한점을 바탕으로 향후 관련연구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프로스포츠 현장에서의 지도자의 역할은 일반적인 스포츠교육, 즉 일반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의 교육자의 역할과 교육목표와 내용, 그리고 교수-학습 방식 측면에서 상당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프로스포츠 선수의 지도자 또는 지도과정에 관한 교육학적 연구는 이와 같은 차별성을 수렴하고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교육 또는 스포츠 코칭의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이 접목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프로스포츠 지도자의 선수지도 행위를 교육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이들의 교육자적 역량과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를 폭넓은 시각으로 분석하는 데 그쳤다. 향후 관련 연구는 프로스포츠 지도자의 교육자적 역량과 이에 따른 선수지도의 결과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교육의 실효성 측면에서 중요시되어야 할 지도자의 역량에 대한 정보를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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