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598-2920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ranking culture of Korean female professional golfers under the assumption that side-effects such as performance degradation and sports desocialization result from the culture.
To collect data, semistructured, open-ended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eight former KLPGA Tour players, and the data were analyzed through the inductive analysis method suggested by Hatch (2002).
Our findings were the following: (1) There has been an oppressive culture regarding the salutation attitude among Korean female professional golfers. (2) The ranking culture of Korean female professional golf players formed a background of voluntarily noticing seniors from junior players. (3) As part of subduing juniors who go against the hierarchy culture, the phenomenon of group bullying by senior players was found. (4) There are players who influx the KLPGA tour after their tour career in foreign countries becomes uncomfortable with the ranking culture of Korean female professional golfers, or in worse cases, they leave the tour because of maladaptation. (5) Rather than protesting or raising issues, parents of players, especially those of junior players who have suffered damage against the ranking culture tend to accept the practices and endure disadvantages.
본 연구는 한국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의 서열문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자칫 경기력 저하와 스포츠 탈사회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서열문화와 인과적 현상을 탐색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준거적 선택법을 활용하여 전·현직 KLPGA 투어 선수 여덟 명과의 반구조적, 개방형 면담을 진행하였고 이를 Hatch(2002)가 제안한 귀납적 분석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 간 억압적 인사문화가 존재한다. 둘째,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는 후배선수들로부터 자발적 선배 눈치보기 문화를 형성하였다. 셋째, 서열문화에 역행하는 후배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선배선수들의 집단 따돌림 현상이 발견되었다. 넷째, 외국 투어 생활 후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에 대해 불편하거나 경우에 따라 부적응으로 인한 투어 이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다섯째,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와 그로 인한 각종 폐단적 행동에 대해 선수 부모들, 특히 피해를 입은 후배선수들의 부모들은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보다 이와 같은 문화를 수용하고 불이익을 감내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인사했니?”, “요새 후배들은 버릇이 없어 인사를 안 한다”, “인사 제대로 안 하는 너를 이 바닥에서 쫓아낼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 대화들은 KLPGA 투어에서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에게 했던 말로서 KLPGA 내에서 선·후배 간 ‘인사’ 여부를 두고 발생한 불편한 상황이다(Seong, 2014). 인사의 사전적 의미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예를 표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정의되고 있으나, 선·후배 서열 관계에서 인사의 개념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존중, 배려, 충성을 표현하는 것이며, 특히 군대에서는 경례와 복종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Ahn, 2014). 서열의 경우, 경쟁적 상황에서 자원에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사회적 위계 내에서 개체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의미하며 Erdi(2020)가 주장한 것처럼 자신과 상대를 비교하여 서열을 정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대부분의 사회에서 객관적 혹은 주관적인 서열화가 이루어져 있다.
알바천국에서 2018년 전국 20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회원 1,028명을 대상으로 ‘대학 선·후배 군기 문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문항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선배의 갑질 경험에 대해 449명(43.7%)이 ‘어느 정도 경험했다’, 142명(13.9%)이 ‘매우 경험했다’로 응답하여 총 591명(57.6%)의 대학생 회원이 선배의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갑질의 종류에 대해서도 인사 강요(34%), 음주 강요(18.4%), 외모 및 복장 제한(10.7%) 등 서열문화로 인한 다양한 행태가 보고되었다(Park, 2018). 이와 같은 서열문화는 체육계에서도 발생하는데 특히 운동부의 특성상 합숙 훈련이 잦고, 엄격한 위계질서와 폐쇄적 문화로 인해 더욱 심각한 서열문화가 존재한다(Park, 2021). 이에 대해 교육부가 ‘2019~2020년 시·도별 학생선수 학교폭력 사안 처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24건의 학생선수 간 폭력이 보고되었다(Park, 2021; Song, 2021). 체육계 내의 서열문화의 한 예로 2016년도에 은퇴한 농구선수 A씨에 따르면 “프로팀에 왔더니 언니들 빨래는 기본이었고, 새벽마다 대청소하는 거예요. 처음엔 제가 지금 서울에 농구를 하러 왔나 빨래를 하러 왔나, 정말 그만두고 싶었어요”라며 운동부 내 서열문화의 현실을 폭로한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후배 선수들은 선배의 짐 옮기기, 비타민 등 영양제 제조하기, 물통과 수건을 골대 밑에 가져다 놓기, 농구공 카트 옮기기 등 모든 것이 신인선수들의 몫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Kim, 2017).
한국사회와 스포츠계에 서열문화가 발생한 원인을 놓고 한국 학계에서는 국내 자생적 원인, 중국 유교의 영향, 그리고 독일-일본을 거친 외래 유입설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Jung(2009)은 국내 자생적 원인으로 과거 열등한 한국인의 체형을 둘러싼 사회역사적 배경을 지적하였다. 한국인은 개화기 시절 외국문물을 접하게 되면서 총과 칼을 찬 서구인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의 신체에 대해 왜소함을 느끼며 외세의 문물을 받아들였다. 때문에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인의 신체적 열등감으로 인해 숭문을 죄악시하면서 상무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하기 시작하였고, 일제강점기(1910~1945)와 한국전쟁(1950~1953)을 겪으면서 한국인들은 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듯, 국민의 힘에 대한 열망은 전쟁과 민족적 콤플렉스에 근거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인 강압과 통제, 그리고 폭력이 용인되는 문화가 정착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한편, 한국 사회 및 스포츠의 서열문화의 원인으로 중국 유교의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막강한 영향국으로서 그 주변국들은 그들의 문화적 영향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중국어인 한문자는 한국과 일본이 각국이 자신들의 언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유교는 중국의 대표적 철학으로서 조선시대부터 한국인의 윤리와 규범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 중 ‘三綱’(Three fundamental principles in human relations)은 ‘父爲子綱,’‘君爲臣綱,’‘夫爲婦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들은 아버지를 섬기고, 신하는 임금을 섬기며, 아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 도리라는 뜻으로서,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따르고 모셔야 함을 도덕으로 정하고 인간의 관계를 상하의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삼강에 기초한 사고체계는 군대의 위계서열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권위의 존재와 이에 근거한 상하관계를 인정한다. 이러한 위계서열과 권위는 한국 사회와 스포츠계의 강압적이고 위계적인 서열관계가 만연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되어왔다(Jung, 2010; Lee & Lee, 2009).
군대식 독일체조의 유입 또한 한국 학원 스포츠의 군사주의적 문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독일은 1806년 프로이센 제국이 나폴레옹의 프랑스 국민군에게 일방적으로 패배를 당하자 독일민족의 자존심 회복과 민족의 발전은 국민들의 신체적 강인함에 있다고 보고 군대식 독일체조(Turnen)를 고안하였다. 당시 개혁운동의 주체였던 Jahn(1778~1852)에 의해 고안된 이 독일체조는 독일 국가 전역에 확산되며 민족주의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이후 군대식 독일체조는 20세기 초반 독일에서 독일체조를 배워온 일본 의사와 군인들에 의해 일본으로 전파된 뒤 한국으로 유입되었다. 근대적 개념이 학교체육에 도입되었던 조선말기, 외부로부터의 증가되는 개방의 위협 하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군사주의적 성격의 교육이 각급 학교교육에 도입된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 유학생들이 중심적 역할을 하였는데, 이 중 서재필 등의 일본 척산학교 유학생은 일본에서 익힌 군사주의적 특성을 내포한 독일체조를 그대로 국내에 소개하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또한 구한말 구한국군대가 해산되면서 군인들이 지방에 흩어져 있던 학교의 체육교사로 근무하게 되자 학교체육의 형태는 독일 병식 체조 위주의 군사주의적 체육으로 발전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Lee, 1990; Jung, 1999).
학계에서는 조직환경에서의 서열문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 중 Fournier et al.(2002)의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90명의 연구참여자 작업 환경에서의 행동을 20일 간 분석한 결과, 상급자들은 부하직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언쟁으로 이어졌고 상급자의 지적엔 단순히 굴복하는 행동이 발견되었다. 또한, 열등감이 있는 상급자의 경우 부하직원들과 언쟁의 빈도가 높았고 반대로 상급자에겐 복종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Fiske(1992)는 사람 간의 관계형성의 양상을 공동체 공유관계(communal sharing), 권위 서열 관계(authority ranking), 대등한 상응 관계(equality matching), 그리고 시장적 가치 관계(market pricing)의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이중 권위 서열 관계의 경우, 집단 내 신분, 서열, 위계질서로 인하여 서로 간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고 조직이 목표 달성을 위해 상명하복의 규범과 이에 따른 상급자의 책임적 의무가 강하다고 주장하였다. 대표적으로 군대, 관료조직, 기업조직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편, 스포츠 내 서열문화와 관련하여 스포츠라는 특이한 환경 내에서 발생하는 서열문화의 특성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Jeong, 2012; Jung & Kim, 2017; Jung et al., 2018; Kim & Yeo, 2013; Kwon et al., 2015; Seo & Ahn, 2017; Yoo, 2009). 예를 들어, Jung & Kim(2017)은 고교 운동부에서 훈련받았던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열문화를 연구한 결과, 후배선수들은 서열에 따라 선배들로부터 심부름, 기압, 심지어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Lee & Lee(2009)는 부산지역 소재 세 개 대학 체육학과 신입생과 재학생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신입생 길들이기의 원인으로 위계적 서열문화와 군대문화를 지적하며, 그 결과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신체적 상해,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인한 탈사회화 등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연구결과들은 스포츠 내 서열문화로 인한 선·후배 간 강압적 위계질서, 억압적인 분위기, 심한 경우 폭력/성폭력, 탈 사회화, 극단적 선택 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골프의 경우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주변타자로부터의 스트레스가 골프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며, 반대로 주변타자들의 사회적 지지는 골프선수들의 운동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Chang & Kim, 2017). 특히 골프는 기록에 의존하는 경기종목으로서 보다 나은 경기력 확보를 위해 스코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를 다양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Jung(2020) 등이 진행한 경기력 요인 관련 연구 이외에 KLPGA 선수들의 문화연구는 경기력 요인을 다양하게 탐색한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에 잔존해 있는 서열문화가 개인의 경기력에 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가정하에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서열문화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은 작게는 운동선수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한국 여자 골프의 경기력과 위상 유지, 그리고 이들을 통한 국가위상 증진 및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탐색의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KLPGA 내 서열문화를 탐색하기 위하여 의도적 표본 추출 전략으로서 Goetz & LeCompte(1984)가 제안한 준거적 선택법(Creterion-based sampling)을 활용하여 연구참여자를 선정하였다. 준거적 선택법이란 연구참여자를 선정함에 있어 참여자의 자격과 선정 기준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이며, 대체적으로 준거의 선택은 연구주제와 관련된 경험의 보유여부, 연구주제에 대한 이해 정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하여 결정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스포츠사회학 박사학위 소지자 3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준거를 선정하였다: 1) KLPGA 등록 선수이거나 과거 등록 경험이 있는 선수, 2) KLPGA 선수 경력 1년 이상, 3) 본 연구주제에 대한 경험 및 의견의 보유, 4) 본 연구 참여 의사. 이와 같은 준거를 만족하는 8명의 연구참여자를 소개 받았으며, 최종 연구참여자의 연령은 23세~27세, KLPGA 경력은 1년~7년으로 나타났다.Table 1.
본 연구에서는 연구참여자로부터 연구주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하여 면담 질문지를 개발하였다. 이를 위하여, 한 명의 현역 KLPGA 선수를 대상으로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예비조사에서는 KLPGA 내 서열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과 의견 등에 대해 연구자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예비조사를 바탕으로 개발된 면담 문항은 3명의 스포츠사회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통해 내용타당도를 검증하고 이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하여 최종 면담문항을 완성하였다.
자료수집은 연구참여자가 원하는 장소를 방문하여 개인 면담을 진행하였다. 각 면담은 60분~90분 간 반 구조적이고 개방적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면담이 시작하기 전 연구참여자로서의 권리를 설명하고 연구참여 동의서에 서명을 얻은 뒤 진행되었다. 각 면담은 연구참가자의 동의하에 녹음되었고, 면담내용은 전사 작업을 통하여 문서화되어 분석에 사용되었다.
면담내용은 귀납적 내용 분석법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귀납적 내용 분석은 질적 연구에서 활용되며, 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유의미한 주제(theme)로 범주화하여 분석하는 방법으로서, 면담내용을 중요한 범주로 분류하고 이 안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귀납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본 연구는 Hatch(2002)가 제시한 아홉 단계 귀납적 분석방법을 사용하였다. 분석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면담 내용을 읽으며 분석의 구조(frame)를 결정하고, 2) 분석의 구조 내에서 발견된 의미상의 관계를 바탕으로 내용적 영역을 선택하였다. 3) 그 중 선수 간 수직구조의 핵심 영역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이를 코드화하였다. 4) 분석 자료를 다시 읽고 핵심 영역을 재확인하였다. 5) 각 핵심 영역이 면담 내용의 어디에서 뒷받침되는지 확인 작업을 실시하고, 6) 각 핵심영역과 관련된 분석을 완성하였다. 7) 모든 영역을 살펴보며 주제를 발견 한 뒤, 8) 유의미한 관계를 표현하는 아웃라인(outline) 즉 개요가 무엇인지 결정하였다. 9) 마지막으로 발견된 개요를 뒷받침하는 인용문을 선택하였다.
한편, 연구자료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3인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구성원 간 검토를 반복적으로 실시하였다. 즉,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비슷한 맥락으로 분류하고 이를 통하여 주제를 도출해 나가며, 이 과정에서 구성원 간 검토를 반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연구자의 분석에 주관적인 입장 개입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기울여졌다. 또한, 연구결과를 3인의 전문가 집단이 다각도로 검토하여 연구 결과의 일관성을 고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의 진실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를 탐색하는데 있었으며, 총 여덟 명의 전·현직 KLPGA 투어 선수들과의 면담 결과 1) 억압적 인사문화, 2) 후배의 선배 눈치보기, 3) 선배에 의한 집단 따돌림, 4) 외국 유입 선수와 KLPGA 투어 내 서열문화, 5) 부모에 의한 수용 등으로 구분될 수 있었다.
한국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선·후배 간 위계질서를 위한 규범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인사와 관련된 태도규범이다(Kim, 2000). 여자 프로골프선수들에게도 선·후배 간 인사하기가 대인관계에서 민감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선배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인사해요. 인사 안 하고 가면 욕 먹거든요. 밥먹으러 갈 때도 마주치면 인사하고. 모르는 선수라도 선배 같으면 일단 그냥 인사하죠. 그리고 라커든지, 식당이든지, 클럽하우스든지, 들어가서 선배들이 있으면, 한 바퀴 돌면서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하고 앉아서 볼일 봐요. 어릴 때부터 몸에 배였던 거 같아요. 이런문화가. (황경숙)
시합가서 시합에 집중해야 하는데, 선배들에게 먼저 인사하러 다녀야 하고, 그렇게 안 하면 욕먹고. 한번은 그냥 지나가는 아줌마인 줄 알고 인사 안 했는데, 나한테 와서 “너 왜 나한테 인사 안 하니?”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아차 싶었죠. (정진숙)
선수 중 특히 어린 나이의 후배선수들의 경우 마주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선배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사로 인한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장에 늦게 도착하거나 시합시각에 맞춰 티박스에 나가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심한 경우 선배선수들을 피해 협회에서 지정한 연습장이 아닌 곳에서 연습을 하는 경우도 보고되었다. 한편, 후배선수들이 인사를 안 한 경우 선배선수로부터 훈계를 받거나 심한 경우 욕설을 듣는 일도 있다. 때론 전체가 모인 장소(집합)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주기도 하며 화장실과 라커룸에서 ‘따끔한’ 훈계를 받곤 한다.
시합장에서 인사 안 하면, 시합 다 끝나고 난 뒤 라커로 불러서 혼내요. 선배 친한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아까 왜 인사 안 했니?” 하면서 갈구죠. (김주현)
예전에 사건이 하나 터졌는데, 선배가 후배 한 명이 인사 안 한다고 혼냈는데, 그 뒤에도 계속 인사를 안 해서, 혼내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됐었나 봐요. 그러다 결국 선배가 후배를 폭행해서 코뼈가 부러지는 일이 발생한거죠. 형사고발 당하고 그랬죠. (이민영)
처음 투어 뛰는 애들은 인사 안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선배들 입장에서 인사 안 하면 싸가지 없거나 인상을 안 좋게 보고 집합을 시켜서, 여러 선배가 있는 상태에서 인사 안 한 신입을 혼내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만약 시합이나 연습 끝나고 후배 행동이 맘에 안 들면, 라커룸에 들어와서 혼내죠. 많이 봤어요. (정진숙)
KLPGA뿐만 아니라 미국 LPGA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또한 인사 문화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A선수가 2009년 ‘J골프 피닉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참가했을 때 일이다. 당시 약 45명의 한국(계)선수들이 출전하였는데, 몇몇 후배선수들이 선배선수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자 일부 교포 선수를 제외한 약 30명의 한국인 골프선수들을 집합시킨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고참 선수가 “요즘 아이들은 선·후배도 없냐? 너희들 인사 잘하고 다녀. 아무리 미국이더라도 골프만 잘 치면 다가 아니야. 한국 사람이라면 예의를 지켜야 할 거 아냐”라고 혼내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Joongang Sunday, 2009). 이처럼 한국인의 정서는 연장자에게 인사하는 것이 예절이고 이는 스포츠에서 더욱 강하게 발현되며, 외국이라도 예외는 없었다.
이런 경우도 있어요. 시합장에서 인사를 안 하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선배 선수가 후배선수를 ‘알까기’로 실격시켜버리죠. 한번은 8번 홀 파쓰리에서 백스윙하려고 하는데, 선배가 걸어와서 방해했어요. 그래서 “언니, 칠 때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는데, 언니가 “쟤 뭐라니?” 하면서 화내더라고요. 그리고서 언니가 “선배한테 부탁할 때는 정중하게 해야지, 싸가지없게 명령조로 얘기를 하냐”라고 하더라고요. (이송희)
한국은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서열 관계와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서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성향이 강하다(Kim, 2021). 특히 스포츠 현장에서는 한국사회의 서열문화 이상으로 서열을 중시하는 데 스포츠 내 서열 중시 문화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위계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려는 하위문화를 형성해 왔다(Kim & Chang, 2005; Park & Heo, 2004).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포츠계의 서열문화는 군대식 문화의 체육교육 유입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군대식 문화는 선·후배 관계를 수직적 상하관계로 구분하고 후배를 길들이기 위해 ‘얼차려’를 포함한 폭력을 행사해 왔다. 이것이 스포츠인들에게 흡수된 것이다(Lee & Lee, 2009). 한편, Choi(2016)는 여성 간 후배 길들이기 문화로 인해 엄격한 위계질서와 기합문화, 심지어 폭력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는 남성에 비해 높다고 경고하였다. 실제로 Kim et al.(2014)의 연구에선 여자프로농구 선수들의 스트레스 요인 중 선배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지도자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다음으로 높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드러났다. 이는 선배선수의 집합과 엄격한 규율에 의한 언어적·신체적 폭력, 그리고 이에 대한 묵인을 강요하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스트레스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KLPGA 투어 내 프로골프선수들에게도 서열문화는 상호 간 갈등과 개인적 고통을 수반하고 있는 것이다.
KLPGA 투어는 매년 4월 초에 시작하여 12월 중순에 끝난다. 한 시즌 동안 약 30여 개의 투어를 개최하며 선수들은 투어마다 4~5일을 함께 한다(Korea Ladies Professional Golf Association, 2021).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연습그린에서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KLPGA에서 제공한 연습 시간표에 따라 연습장에서 공간을 함께 사용하게 된다. 한 공간에서 경쟁의 관계 속에 선배와 후배가 공존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후배선수는 선배선수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고 있다.
연습그린에서 연습할 수 있는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요. 보통 30~40명, 1부 투어 시즌 때는 20명 정도. 연습그린에서 내가 연습하고 싶은 방향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근데 좋은 자리들은 선배들 위주로 먼저 차지하니까, 그 자리에 언니들이 있으면 그냥 다른 곳에서 연습하죠. 그게 속 편해요. 만약 같은 선상에서 연습하고 있다면, 선배가 한마디 할 수도 있어요. (김주현)
선배가 연습그린에서 연습할 때, 라인을 지나가거나 하면 혼날 때가 있어요. 그리고 선배가 준비 동작 들어가거나 했을 때, 혹시라도 공이 지나가면 째려봐요. 나도 그린 체크 해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그린 가운데에는 선배들이 있으면 그냥 사이드에서 연습하죠. (임소희)
제가 입문했을 때 군기가 엄청 심했어요. 연습장에 가면 후배들은 구석에서 연습해야 하죠. (나수진)
이처럼 여성 프로골프선수들 간 서열에 의한 자리 차지 현상이 두드러졌다. 선배선수들은 좋은 자리에서 연습을 할 수 있었지만 후배선수들은 주변을 맴돌아야 했다. 엄연한 불공정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중에 후배선수가 선배선수의 비위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선배선수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된다.
퍼팅하기 전에 가끔 퍼팅 연습할 수 있잖아요. 근데, 선배가 갑자기 “너 퍼터로 스트로크했지? 나 지금 퍼팅하고 있는데, 왜 하는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뒤에, 안 보이는 곳에서 했는데. 그래서 그다음 홀부터 멘탈 나가서 아무것도 못 했죠. (황경숙)
만약 시합에서 경기 지연 플레이를 하게 되면 경기위원이 “빨리 가주세요”하고 한번 경고를 줘요. 근데 그 원인이 후배라면 엄청나게 혼나죠. 그리고 빨리빨리 하라고 눈치 주고, 카트에서 조원들에게 “얘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하면서 창피를 주기도 해요. 이러한 것들이 경기하는데 지장을 주지만 참을 수밖에 없죠. (김주현)
운동선수 사이엔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강하게 구축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 선배라는 위압감을 경기 흐름에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Kim(2016)에 따르면, 선배선수들이 훈련과 시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후배선수들에게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경기 중 후배로 인해 불리한 결과를 얻기라도 하면 해당 후배를 불러내 폭행하는 일도 발생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Yoon(2015)이 주장한 것과 같이 여성 프로골프 투어에도 선·후배 간 서열 관계로 인해 후배선수가 선배선수의 비위를 맞춰가며 행동할 수밖에 없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연구참여자 이소희도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카트반납, 설거지, 간식 챙기기 등을 해야 했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Korea(2020)가 ‘직장운동부에서 실업선수로 살아기기’라는 주제로, 1,251명의 실업팀 선수를 대상으로 인권실태조사 및 인권 보호 방안 마련 원탁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269명(21.5%)의 선수가 후배라는 이유로 훈련에 필요한 운동용품을 챙기고, 정리하는 일을 전담한 경험이 있으며, 합숙소에서도 후배선수는 식사, 설거지, 청소, 빨래, 잔심부름 등의 잡일을 한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한 선수는 “제 빨래하고, 씻고 옷 갈아입고 해야 하는데, 선배들 것까지 정리해야 하니 정신없어요. 그리고 시합 끝나면 늘 정신 없죠”(Kim, 2017)라며 선·후배 간 불합리한 문화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였다.
한국 스포츠의 군대식 문화는 학교 운동부와 프로구단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어 왔다. 운동선수는 일반인들에 비해 집단주의적 성향이 높고 공동체적 생활의식이나 단체의식을 가지고 있어 군대식 서열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Shim & Hwang, 1999). 여자 배구의 경우, 2020년 12월 한국배구연맹에서 ‘구단 식당 대탐방’이라는 주제로 IBK기업은행 여자배구단의 식사시간을 관찰하였는데, 후배선수들이 선배선수들에게 국을 배달하고, 선배선수가 이를 자연스럽게 받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이는 선수들 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으나, 이를 본 네티즌들은 “와, 국 셔틀 놀랍다,” “게임 전에 음료수, 영양제 타는 것도 후배들이 다 하던데“ 등의 반응을 보였고, IBK 배구단은 부조리한 서열문화를 가진 프로팀으로 비치며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Kyeong, 2020).
동료선수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그 선수의 인격과 생활, 나아가 투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 불행히도 한국 여자 프로골프선수들 사이에서도 ‘집단 따돌림’ 현상이 발견되었으며 후배선수에 대한 괴롭힘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었다.
선배들에게 후배가 싸가지 없다고 인식이 되면 몇 몇 선배들은 같은 팀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저 후배 싸가지 없다고 말을 해서 싸가지 없는 선수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만들어요. 그런 식으로 소문이 퍼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는 거죠. 한 예로, 제가 A선수와 같은 팀일 때, B선배라고 있었는데, A선수가 시합에서 샷 티를 안 가져온 거예요. 그래서 B선배에게 “언니 샷 티 좀요”라고 한 거예요.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데, B선배는 안 좋게 받아들인 거예요. 싸가지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 뒤로 A선수가 투어생활하는데 불편한 일들이 많았죠. (황경숙)
투어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은 서로 다 알고 지내기 때문에, 만약에 예민한 선배 한 명한테 잘못 보이면 그 선배 주변 사람들한테 뭐 어떤 상황이든 “저 후배는 원래 성격 안 좋대” 등으로 소문을 내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버리면 생활이 힘들어지죠. 특히 싸가지없다고 찍히면 선배들이 투명인간 취급을 하기도 하고, 어떤 선배들은 수군대고, 갈굼을 당하기도 하죠. (정진숙)
만약 한 후배가 선배들한테 찍히게 되면, 다른 선수들이 그 후배랑 같이 엮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죠. 왜냐하면, 그 후배와 엮였다는 이유로 금방 소문이 날 테니까요. 그래서 대부분 조금 문제 있는 선·후배는 피하는 경우가 있어요. (김주현)
한 선수에 대한 부정적 소문은 그 선수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고 투어생활에 있어 불편한 상황을 끊임없이 만든다. 왕따 현상의 특징은 첫째, 집단에서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인원을 괴롭히고, 둘째,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며, 셋째, 피해자의 고통이 절정에 이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변 동료들이 이를 막아주지 않는다(Mohammadzadeh, 1996). 2020년 남자 핸드볼팀에서도 합숙 훈련 기간에 한 후배에게 라면국물을 붓고 칼을 던지는 왕따 사건이 발생하여 경찰에 입건된 사례가 있었으며, 2021년에는 한 아이스하키팀에서 주장과 부주장이 한 신입선수를 집단적으로 괴롭혀 피해 선수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Lee, 2021; Yoo, 2020). 골프는 소위 ‘멘탈’이 경기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긴 투어생활 중 왕따와 집단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피해선수에게 있어 선수생활을 위협할 만큼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KLPGA 투어의 위상은 높다. 세계적 기량의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들이 참여하는 KLPGA 투어에도 관심은 이어져 높은 기량의 많은 외국 투어 출신 선수들이 KLPGA 투어에 도전하고 있다(Kang, 2021). 외국 투어 출신들이 KLPGA 투어에 도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과 함께 훈련함으로써 훈련방법, 연습량, 목표의식, 집중력 등 다양한 측면을 배우기 위함이다(Joo, 2019). 그러나 그들의 의지와는 달리 한국 여자프로골퍼들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례를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 A선배가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1부 투어에 왔는데 항상 자신감 넘치고, 소신 있게 다녔어요. 근데 요즘엔 일단 한 바퀴 돌면서 인사하고 다녀요. 주위에서 엄청 욕을 먹고 다니다가 결국 인사하게 된 거죠. (임소희)
한 친구가 외국에서 생활을 오래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투어에 참여하게 된 거죠. 선·후배 문화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뛰었죠. 근데, 선배들이 그 친구를 불러서 계속 혼을 낸 거예요. 그 당시에는 힘들어했는데, 세월이 흐르니까 반대로 적응을 하더라고요. 자기도 이제 선배가 된 거죠. 근데 그 친구는 아직도 이런 문화를 이해 못하더라고요. (정진숙)
제 친구 중에 호주 국가대표였던 선수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한국 투어에 참여하기 싫어했는데, 부모님이 도전해 보자고 해서 온 거죠. 생김새만 한국 사람이지 호주인이거든요. 마인드가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 투어의 서열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서 선수 생활하기 싫다고 하고 결국 돌아갔죠. (김주현)
이처럼 외국출신 선수들에게 있어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문화, 특히 선·후배 간 위계적 서열문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Black(1988)과 Black & Stephens(1989)는 단체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첫째,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 지식,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둘째, 단체생활 내의 적절한 행동이 필요하며, 셋째, 단체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규범과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과 원활한 관계 유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외국 투어출신 선수들이 KLPGA 투어 선수들의 단체 문화에 적응하여 수행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선수 본인의 순응적 생활 태도와 한국 프로골프에 대한 이해 등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서열 문화에 대한 적응은 대회 성적에 중요한 요인으로까지 간주되므로 한국 선수들과의 화합과 유화적인 태도를 적절히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언한 바와 같이, KLPGA 투어 내 선·후배 간 서열 중시 문화로 인하여 후배선수들의 불편한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선수 부모들도 인지하고 있으나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부 투어에 선수들 부모님은 같이 따라다니시기 때문에 서로 다 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인 딸이 선배들한테 혼나고 욕먹는 걸 들어도 부모님들은 그냥 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나중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황경숙)
부모님께 불편하고 힘든 상황들을 설명해도 부모님들은 어차피 시합장에 나가면 또 보게 될 테니까 참아보라고 하세요. 괜히 불만을 얘기했다가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그냥 눈치 보면서 넘어가죠. (정진숙)
면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후배 선수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투어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잠재적 불이득과 불합리한 대우를 예방하기 위해 서열문화로 인한 부조리들을 문제삼지 않을 것을 제안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Korea(2020) 스포츠특별조사단이 실업팀 선수를 대상으로 체육계 인권 실태에 대하여 조사를 한 결과를 보더라도 불합리한 조치에 대한 도움 요청을 피하는 이유로 ‘보복이 무서워서(26.4%)’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상대방이 불이익을 줄까 걱정되어서(23.1%),’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22%),’ ‘상대방과 껄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20.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선수들의 부모의 경우 20대 초반의 선수들과는 달리 사회경험이 많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대인관계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할 때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이의제기는 오히려 보복과 불이익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후배선수 부모들의 단체행동이 아닌 경우 독단적인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고, 이 경우 집단 따돌리기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는 부모들의 선택은 감내와 인내의 요청이었다.
본 연구는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자칫 경기력 저하와 스포츠 탈사회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서열문화의 현 실태를 탐색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준거적 선택법을 활용하여 전·현직 KLPGA 투어 선수 여덟 명과의 면담을 진행하였고 이를 귀납적 분석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 사이 억압적 인사문화가 존재한다. 그들은 각 개인마다 선배와 후배로 나뉘어져 ‘선배에게 인사하기’를 강요받고 있었으며 만약 인사를 안 한 것이 발견되면 선배선수로부터 훈계를 받거나 심한 경우 욕설을 듣게 된다. 이로 인해 일부 후배 선수들은 선배들을 피해 연습을 하거나 경기 시각에 맞춰 등장하는 등의 선배 회피적 행동을 보였다.
둘째,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는 후배선수들로부터 자발적 선배 눈치보기 문화를 형성하였다. 대표적으로 연습 퍼팅그린에서 연습에 좋은 자리는 선배에게 미리 양보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경기 중에도 후배선수들은 지연 플레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의 불편한 공존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무엇보다 최근 IBK기업은행 여자배구단을 대상으로 한 ‘구단 식당 대탐방’에서 등장한 ‘국 셔틀’과 유사한 선배 모시기로 전지훈련 시 후배선수들은 잔심부름, 빨래 등을 도맡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셋째, 서열문화에 역행하는 후배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선배선수들의 집단 따돌림 현상이 발견되었다. 몇 몇 선배선수들에게 버릇없는 선수로 낙인되면, 그 소문은 투어 내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전파가 되고 이후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는 등의 ‘왕따’가 되는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넷째, 외국에서 투어생활 후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은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에 대해 적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불편해 하거나 심한 경우 부적응으로 인한 투어이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다섯째,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와 그로 인한 각 종 폐단적 행동에 대해 선수 부모들, 특히 피해를 입은 후배선수들의 부모들은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보다 이와 같은 문화를 수용하고 불이익을 감내하는 성향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는 자녀들의 선수생활에 대한 보복과 불이익 등에 대한 우려의 결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를 탐색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총 다섯 개의 주제로 구분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서열문화 탐색 결과를 바탕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제안한다. 스포츠사회학 연구의 목적 중 하나는 스포츠 내 불합리한 현상을 발견하고 탐색하여 이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대안을 제공하는 데 있다. 본 연구에서 한국 여자프로골프선수들의 서열문화를 구체적으로 탐색한 만큼, 후속연구에서는 선수 개인의 인권보호와 나아가 선수 육성의 차원에서 이와 같은 불합리한 서열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선택한 여자골프선수 이외에 남자골프선수, 나아가 타 종목 선수들 간 발생해온 서열문화에 대한 후속연구의 탐색적 노력과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며, 이와 같은 노력은 한국 스포츠의 윤리성을 회복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정상화하는 데 하나의 축으로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다.
# | Name | Age | Career year |
---|---|---|---|
1 | Sujin Na | 27 | 7 |
2 | Minyoung Lee | 24 | 3 |
3 | Juji Kim | 23 | 1 |
4 | Songhee Lee | 24 | 5 |
5 | Jinsook Jeong | 26 | 7 |
6 | Joohyun Kim | 26 | 3 |
7 | Kyungsook Hwang | 25 | 4 |
8 | Sohee Lim | 23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