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체육교사의 임용고사 합격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Abstract

Purpose

This study tells about my life about the past time when I studied for the teacher certification examination, using autoethnography.

Methods

It primarily used personal memories and diaries. The collected data was analyzed by applying longitudinal coding method through technical categories.

Results

The finding of this study is described in a chronological order as follows. The first part is about my unstable ego formed in my puberty period just like riding a roller coaster. It mainly features the process of choosing a career path when I was in school and the important starting point that made me today. The second part describes about my life after entering the department of physical education. I joined the military only to flee from a fruitless college life where I was wearing an unbefitting mask to hide myself from the world that is completely beyond my control. In the military, I was lucky to realize how to apply my major to set up my career path by coincidence. The third part is about the process of finding a genuine meaning of being a physical education teacher through a transitional period experienced after returning to school and form a stable self. Lastly, passing teacher certification examination with undaunted struggles boosted my self-esteem and self-efficacy and solidified my self-identity in the end. In addition, it is possible to get a glimpse of the attitudes that teachers need to have for a teaching career in the last part.

Conclusions

What I want to say throughout my descriptive story is that preparing for the teacher certification examination itself is a great challenge as well as a courageous decision for the candidates, but it is an attainable goal if they try with all their heart.

keyword
teacher certification examinationautoethnographyphysical education teacherdepartment of physical education self-identity

초록

목적

이 연구는 임용고사를 준비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나의 삶을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통해 이야기하는데 있다.

방법

자료수집은 개인 기억자료와 일기를 주로 사용했으며, 수집된 자료는 기술적 범주를 통해 종단적 코딩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했다.

결과

연구자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던 청소년기에 형성된 불안정한 자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학창시절 진로(진학) 선택의 과정을 주로 다뤘으며, 지금의 연구자를 있게 한 중요한 시작점이다. 둘째, 체육교육과 진학 이후의 삶이다. 본인의 마음과 같지 않은 세상 속을 살아가기 위해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쓰며 스스로를 숨기고 살아가던 결실 없는 대학생활에 대한 내용과 도피하듯 선택한 군복무 기간에 일어난 일들 속에서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전공을 활용한 진로에 대한 단초를 가지게 된 부분이다. 셋째, 복학 후에 겪었던 과도기적 기간을 통해 체육교사라는 진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찾는 과정과 안정감 있는 자아를 형성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결국 7전 8기 끝에 임용고사에 어렵게 합격한 후, 자아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강화시켜 궁극적인 자아정체성을 견고히 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연구자가 교직생활을 이어나가는데 가질 수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결론

이러한 서사적인 내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임용고사라는 시험에 접근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준비하는 자체가 용기 있는 선택이고 큰 도전이며, 정성을 다 해 준비한다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희망적인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주요 용어
임용고사자문화기술지체육교사체육교육학과자아정체성

서 론

교원 임용고사는 교사로서 적합한 자질이나 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여 교직에 임용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선발과정에서 합격한 자들은 특별한 법적인 결격사유가 없다면, 정년퇴직까지 임기가 보장되기에 시험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는 매우 절대적이다(Park, 2002).

중등교사 임용고사는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임용을 위한 공개 경쟁시험으로 법적 명칭은 ‘중등학교교사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이며, 문교부령 제147호(1964.9.16.)로 제정됐다. 현재 교원 임용고사는 1994년부터 공개전형 방법으로 채택·유지되고 있는데 국·사립 사범대학과 일반대학 교육학과,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에서 무시험검정으로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임용고사를 통해 교사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개발형 중등교원양성과 임용체제가 확립됐다.

통계청(2020)이 15-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 상황을 조사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자료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이 22.7만명(28.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 기업체가 19.9만명(13.9%),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16.6만명(20.6%), 언론사 및 공영기업체 11.2만명(13.9%), 고시 및 전문직 6.5만명(8.1%), 교원임용 3.5만명(4.3%) 순으로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교사란 직업은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2007년부터 12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가 교직사회를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하면서 발생된 변화로 해석된다. 경제난과 고용불안으로 직업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세태와 맞물려 교사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고용불안과 청년실업 등의 높은 취업난을 의식하듯, 2019학년도 중등 임용고사 경쟁률은 1만 215명의 수험생이 응시한 서울이 11.81: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러한 과잉 현상은 해마다 교원 임용을 희망하는 졸업생의 수가 누적됨에도 불구하고 사설학원들이 즐비한 노량진으로 미래의 교사들이 끊임없이 입성하고 있다. 마치 노량진 학원가가 희망의 ‘메카’인양,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몸부림치고 있다(Cho & Kim, 2019). 더욱이 최근 우리사회 안·밖으로 ‘기간제 정규직 전환’ 논란과 ‘수습교사제’ 도입 등 임용고사 합격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정치적 쟁점으로 확대됨에 따라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원과 현직 교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불안이 함께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에 따른 임용 T.O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시험 경쟁률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의 가계부담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Nam(2006)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임용고사 준비생의 총 사교육비가 학생 1인당 약 455만 9,164원으로 발표하면서 높은 학비와 함께 가계 부담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Kwon et al. (2008)는 단순히 체육교사 양성만을 목적으로 한 체육교육과의 특성상, 교사가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한정되어 있어 일반 체육계열학생들보다 사실상 어려움을 더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잉 경쟁구도를 띈 임용고사가 결국 공무원이나 국가고시와 결부되어 청년실업의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더욱이 고용의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우리사회의 통념을 고려하면 운동선수, 운동부 지도자, 센터 강사, 기간제 체육교사, 체육회 또는 협회 임시직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체육계 고용환경에서 은퇴 이후, 노후까지 보장된 ‘체육교사’는 자신의 전공과 유관한 직업 중 분명 가장 안정성이 보장된 직군 중 하나이다.

그동안 체육 임용고사와 관련된 다양한 논제들이 선행연구에서 다루어져 왔다.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로는 임용고사의 변천과정(Lee, 2009; Ha, 2010)과 발전방향(Kim, 2008; Kim, 2010; Shin, 2006, Lee & Lee, 2009a, 2009b, 2009c, 2009d, 2009e, 2012) 등 임용고사 제도와 관련된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교원임용고사가 교사로서 적합한 자질과 능력이 풍부한 인재를 발굴하는데 의의를 둔다고 할 때, 신규교사를 어떻게 선발하고 채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학술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교원자격증의 공급과잉현상이 문제시되고 있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보면,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일상과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임용고사 삼수생의 삶을 연구한 Kim(2012)은 내러티브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연구자 본인이 처한 현실과 경험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운동선수의 학교생활과 하위문화를 분석하여 이들의 애환을 살펴보는 연구(Lee, 2011)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게다가 Kim & Park(2011)은 근거이론을 통해 수험생의 어려움을 연구한 바 있다. 요약하면, 이들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체육교사의 현실을 대변하고, 삶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이전 선행연구들과 차별화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체육교과 임용고사에서 합격한 이의 진로결정과 준비과정, 정규교사 합격 이후의 중고초임교사로서 현실 등을 깊이 있게 다룬 연구는 미비하다. 예를 들어 선행연구 대부분은 임용고사 합격과 상관없이 단순히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공시생의 준비과정에만 긍정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Park(2007)은 대학 졸업 이후에 임용고사를 준비 중인 예비 체육교사들의 어려움을 밝히고자 연구한 결과, 구조적 갈등과 순응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부담감을 떠안고 임용고사 합격만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일방향적 진로경로에 따른 결과 즉, 임용고사 합격자의 준비과정은 모든 사범대학 전공생들이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실기를 병행해야 하는 체육교과 수험생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문화기술자로 하여금 임용고사 합격을 위해 걸어왔던 인고의 시간과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임용고사를 접근하는 후배 체육교사들에게 시험을 준비하는 자체가 용기 있는 선택이자 큰 도전이며, 정성을 다 해 준비한다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사실을 연구자의 서사적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임용고사가 연구자인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통해 보여주는데 있다. 그리고 자기연구(self-study)의 하나인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바탕으로 임용고사 합격을 위해 험난했던 과정들을 버텨온 한 교육자의 경험과 체험과정, 합격 후에 정교사로 발령을 받아 현직 교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자문화기술자인 나의 삶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울러 나의 변환적인 여정을 조명함으로써 후배 예비교사에게 임용고사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임용고사를 준비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나의 삶을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어 임용고사 합격 이후, 경력직 초임 정규교사로서 달라진 삶의 변화를 논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체육교육학 전공자로서 임용고사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가? 둘째, 임용준비생으로서 임용고사 합격을 위해 어떠한 경험들을 하였는가? 셋째, 임용고사 합격을 통해 정교사가 된 이후, 달라진 삶의 변화나 목표는 무엇인가? 등이다.

연구방법

자문화기술지와 생애사 연구

자문화기술지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아방가르적(avant-garde)인 질적 연구방법의 한 형태이다(Wall, 2016). 자문화기술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과정에서 생애사 연구처럼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을 적용한다. 이처럼 두 연구법은 공통적으로 개인의 삶과 사회적 삶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Park et al., 2020).

하지만 두 연구법 간의 차이점은 생애사 연구가 개인사 자기 연구(Personal History Self-Study)처럼 연구자 자신을 대상으로 한다(Park, 2003). 이에 반해 자문화기술지는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자신이 포함된 타인들이나 집단의 사회·문화적인 삶의 모습들을 이야기하는 특징이 있다(Lee, 2015). 결론적으로 대다수 생애사 연구는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의 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반면 대부분의 자문화기술지 연구는 연구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자문화기술자는 연구자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거시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연결을 시도할 수 있다(Lee, 2012).

교사 그리고 자문화기술자로서 나

자문화기술자인 나는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3년 전, 7전 8기만에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여름방학에 1급 정교사 교원자격증을 취득과 동시에 9월 1일자로 체육교과 부장교사로 승진했다. 현재 3학년 담임교사와 교과부장을 겸직하고 있어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다.

학창시절 수영선수로 활약한 나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IMF 이후, 선수의 길을 중도포기하고 학업에 매진하여 사범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당당히 입학했다. 매학기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던 나는 3학년이 되던 해에 체육계열 학생회장에 당선되어 1년간 학생회를 이끌었다. 아마도 이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대학졸업 이후, 해마다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부족한 생활비와 학원비를 마련하고자 입시체육학원 원장과 기간제 교사로 일을 했다. 특히 기간제 교사는 5년간 5개교를 근무했는데 매번 여러 상황으로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용고사 준비를 누구보다 절박하고 절실하게 준비했다. 물론 사립학교 최종면접에도 매년 매번 올랐으나 다양한 이유로 낙방의 쓴잔을 마셨다.

현재 1남 1녀의 장남이자 가장으로서 임용고사 합격 이후의 삶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Tabl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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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Grouping by group
Target Sex Age Carrier
Me Male 34 8years

자료수집

자문화기술지 연구를 대표하는 Chang(2008)은 자기(self)와 타자(others) 간의 공유된 문화적 맥락을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밝혀내는 방식을 취하는 연구법이라고 말한다. 이어 Chang(2007)은 자전적 자료를 원자료로 사용하여 문화기술지적 방법으로 자신과 사회의 문화적 관계성을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문화적 성찰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결국 연구 자료의 깊이와 폭을 확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Jones(2005)는 자문화기술지는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깊이 성찰하고, 사회 안에서 타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받는 자기에 대한 사회, 문화, 정치적 이해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문화기술지는 개인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자료(intrapersonal data)인 개인적 기억자료(personal memory data)와 반성적 저널을 강조하기에 전통적인 문화기술지와 차별성을 갖고 있다(Wall, 2008). Park et al. (2010)는 방법론적으로 연구자 자신이 연구대상이 되기에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구자에게 접근이 더 용이한 연구방법이라 강조한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Duncan(2004)이 제시한 자료수집 방법에 따라 일기장, 편지를 비롯하여 자기회상(Self-recall)에 도움이 되는 페이스북, 인스타 그램, 카카오톡 등의 과거 기억을 상기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수집했다. 이처럼 수집된 자료는 전사 작업을 통해 텍스트로 전환했고, 기술적 범주 기준을 적용하여 수집날짜, 장소, 상황, 자료출처 등을 기입하면서 자료를 정리했다. 그리고 텍스트로 변환된 원 자료들 역시 정리하고,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연구주제와 관련하여 사용된 자료는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약 15년간 진행된 나의 성찰 일기(메모)를 주된 분석 자료로 삼았다. 생성된 글의 수는 2,551개로 기간 대비 월평균 작성된 글의 수를 계산한 결과, 14.17개의 일기 내용들을 작성했다<Tab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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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2.
Diary(memo) status
Period Memo
from until entire monthly average
2003/06/15 2003/12/24 37 6.17
2004/01/12 2004/12/28 123 10.25
2005/02/11 2005/11/31 149 16.6
2006/01/13 2006/12/14 233 19.42
2007/03/12 2007/12/25 124 13.78
2008/01/24 2008/11/30 222 22.2
2009/02/01 2009/10/29 214 26.75
2010/02/13 2010/12/01 124 12.4
2011/03/12 2011/11/17 156 19.5
2012/02/11 2012/12/19 178 17.8
2013/02/12 2013/09/11 295 42.14
2014/04/11 2014/11/12 207 29.57
2015/03/11 2015/12/14 285 31.67
2016/01/17 2016/12/31 151 12.58
2017/01/11 2017/12/21 53 4.42
15years 2,551 14.17

자료분석

본 연구는 자문화기술지 유형 중 하나인 개인적인 삶의 경험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자서전적 문화기술지에 해당한다. 수집된 자료의 분석과 해석은 Saldaña(2009)의 7가지 기술적 카테고리(descriptive categories: ①경험의 증가 ②경험의 누적 ③급변, 출현, 전환점 ④감소와 중단 ⑤불변성과 일치 ⑥특이함 ⑦⑧상실)을 통해 체계적으로 종단 요약 매트릭스(longitudinal qualitative data summary martix)를 코딩·활용했다. 그리고 15년간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험의 사례들과 특징을 연구문제 중심으로 종단적 분석을 실시했다.

자료분석의 매트릭스는 시기와 상황별 매트릭스를 종합하여 최종 분석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중도포기 학생선수로서 체육교육학과 진학을 결정했던 과정, 둘째, 대학 진학 이후에 냉정했던 작은 사회를 경험했던 과정, 셋째, 대학 졸업 이후 여러 가지 일들과 임용고사를 준비했던 과정, 넷째, 임용고사 합격 이후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과정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합격한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사회문화적인 자료로 전환하는 과정을 겪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내 자신에 대해 분석하고 해석하는 단계를 거쳤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교사가 되기까지 느꼈던 자아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 엄격성과 반영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자기회상과 성찰을 통한 글쓰기, 지속적인 관찰 등의 방법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이어 자료수집과 분석을 하는 연구과정에서 임용고사를 합격한 동료교사에게 의견을 듣거나 질문을 함으로서 연구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연구참여자 확인법을 적용했다.

연구결과

롤러코스터 – 청소년기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주체적인 판단을 조금씩 시작하던 나의 청소년기는 오래전에 지났지만, 아직도 너무 선명하다. 부유하게 유년시절을 보낸 흔적으로 수영이라는 운동을 꽤나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지속됐으면 좋았겠지만,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IMF 사태가 생기고 가세는 마치 정점의 롤러코스터처럼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의 시작은 오르막이다. 느긋하게 올라가는 그 길이가 길어지는 만큼, 고비 너머의 레일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게 된다. 얼마나 길고 빠르게 내려갈지를 알 수 없는 막연함이 더 커지듯이 한없이 오르막길일 것만 같던 아버지의 열차는 아찔한 활강을 시작했다.

중학생 시절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이 닥친 현실을 피하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수영 말고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할 수 있는 건 공부밖에 없었다. 책 보기를 귀찮아했던 학생이었던지라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붙어 앉아있는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교과서를 통으로 외우며 공부를 시작했고, 머릿속에 작은 지식들이 쌓일수록 학습능률은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르는 성적은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되었고, 당시 비평준화 지역에서 연합고사를 통해 상위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비슷한 아이들이 모인 고등학교에서의 경쟁은 나름대로 치열했다. 작은 점수 차이로 등수의 차이가 그렇게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이런 경쟁들은 내겐 더 이상 자극이 되기에 부족했고, 새로운 동기 부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체득하니 성적도 오르기 시작했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평범한 이과 학생 중 하나였고, 구체화 되어있는 세부 진로에 비해 꿈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다.

2003년 8월. 부모님과의 대화(기억)

母 - 너 가고 싶은 과는 뭐야? 진로는 어느 쪽으로 생각하니?

子 - 글쎄요, 아직까지는 크게 생각이 없어요.

母 - 어릴 때 선수까지 했으니 수영을 활용해서 대학을 선택하는 쪽이 어떨까?

父 - 이제는 우리나라도 문화 사업이나 인간의 몸에 대한 직업들이 인기일거야.

子 - 생각해보겠습니다.

고민을 하던 중, 어린 시절 수영을 했던 경험이 있으니 체육 관련학과로 진학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부모님의 권유로 체육을 활용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른 입시생들에 비해 많이 늦은 고등학교 3학년 8월 즈음에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입시 운동을 시작했다.

2003년 9월 12일. 일기수영을 그만두고 오랜만에 하는 운동이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몸에 익숙해진다. 사실 아니다. 머리가 몸을 속이고 있다. 너무 아프다. 머리로 이겨낼 수 없는 몸의 고통들이 심해져 입학 후 처음으로 학교를 조퇴했다. 평범하게 걷기도 힘들다. 우리 집 가는 길이 이렇게 오르막이었던가? 덕분에 천천히 걷다 쉬고 있다. 아, 오르막 정상에 도착해 쉬는 그 잠깐의 순간은 사진처럼 선명하다. 하늘은 왜 이렇게 맑은지? 구름은 왜 이렇게 예쁜지. 난 이렇게 예쁜 하늘도 한 번 쳐다보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쫓아다닌 걸까? 잠시 멍해지는 느낌을 준 오늘 언덕 위의 하늘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맑은 하늘은 내게 여유라는 힘을 주었고, 나는 받은 만큼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힘들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매 순간이 중요하고 즐거웠다. 모든 것들이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았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아쉬움은 잊고 앞만 보며 달렸고, 그 결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명문대학 체육교육과에 04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롤러코스터에서 이제는 나만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 것 같았다.

페르소나 – 대학생활

대학생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내게도 자유라는 가치는 처음 느껴보는 커다란 것이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고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나름대로 힘들었던 고등학생 시절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 가끔은 마음의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로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장학금과 용돈벌이(파트타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학과 대내・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학생회에도 참여하여 활동했다. 내 성격을 고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감추기 위한 정반대의 가면을 쓰기 시작했다.

2학년 때 쯤에는 겉으로 보이는 장학생이라는 멋진 타이틀과 학생회 부회장으로서의 업무적 성과로 인해 활발한 대학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공허함은 나날이 커졌고, 속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 나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했던 동기들은 극히 소수였고, 이로 인해 나와 반대 입장의 친구들과의 끊임없는 비교와 열등감에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벽은 두꺼워지기만 했다. 이토록 힘들어지는 삶에 한 가지 돌파구가 있었다. 군대였다.

2005년 5월 4일. 일기오늘은 학군단 접수 마지막 날이다. 모든 서류를 다 준비했지만 고민은 계속된다...결국 나는 일반 병사로 입대하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다르게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고 싶다. 장교로의 생활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나름 잘난 줄로 믿고 살아왔던 나는 밑바닥부터 깨지고 배워야 할 것 같다. 지금의 내 선택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

사실 학군단을 지원하지 않은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스스로 ‘무엇이 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임관을 하고, 전역 후에 사회에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한 방향 설정과 추진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역 후에도 학생의 신분으로 조금 더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현역병으로 입대를 신청했고, 대학교 2학년을 마친 겨울방학에 자원입대를 하게 됐다.

2006년 4월. 자대배치(기억)

소대장 – 너는 대학 전공이 뭐야?

나 – 체육교육과입니다!

소대장 –오, 그럼 당연히 축구 잘하겠네?

나 – 아닙니다! 못합니다!

소대장 – 웃기는 소리 하지마라. 못할 이유가 없다.

2008년 3월. 병영일기정말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그동안 짬만큼 전투축구도 많이 늘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붙는다. 슬슬 전역 이후에 내 삶을 고민하게 된다...왠지 전공 분야로 진로를 선택할거 같다.

체육 전공자인 내가 일반전공자들보다 나은 실력을 가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항상 부족하고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했던 내 전공분야에 대한 자신이 조금 생겼다. 뭔가 전공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의 군대생활을 할 수는 없기에 비교가 무의미하지만, 현역병 입대라는 내 선택은 결과적으로 주효했고 지금 느껴지는 내 성격의 틀을 잡을 수 있었다.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지만 매사에 용기가 생겼고, ‘하면 된다.’라는 막연한 상무정신으로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2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기대와 불안감 속에 복학을 기다렸다.

3학년 때는 학생회장을 맡아 학과를 대표하여 다양한 업무적인 능력을 보였다.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뭐든지 하면 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겨울이 되었다.

2009년 1월. 후배와의 술자리 대화(기억)

후배 – 형도 이제 4학년인데 임용고사 안 봐요?

나 - 글쎄? 막연하게 아직 생각이 없는데?

후배 – 그럼 뭐가 하고 싶으세요?

나 – 난 그냥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특히 심리학.

후배 – 04학번 선배들은 대부분 합격했더라고요. 형도 공부 잘 하시니 한 번 도전 해보세요! 아 ○○누나도 붙었더라고요. 저는 그 누나 소식에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어요.

나 – 그랬구나...조금 더 생각 해봐야겠다.

2009년 5월 19일. 일기후배들이 물어본다. 그리고 내가 던지는 제안에 동의를 한다. 복학...학생회장...무언가 어딘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이어가고 있다. 여느 선배들이나 동기들처럼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바닷가재의 삶 – 졸업 후의 삶

1장 : 서른 즈음에

어린나이에 ‘고학력 실업자’가 되어버린 나는 새로운 가면이 필요했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가면을 골랐다. ‘수험생’이었다. 낙방 후에 목표도 동기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여러 가지 핑계를 앞세워 그 뒤에 숨기 바빴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수험생이라는 가면은 ‘나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소극적인 협박이었다. 틈만 나면 집중을 하지 않고 상념에 빠져있었다. 이렇게 하는 공부로 시험을 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란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늘 핑계가 필요한 내 마음을 모르는지, 연말의 결과는 냉정했다. 시험을 보고 나면 왜 이렇게 사는지 후회되는 마음에 눈물도 흘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과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헛된 시간을 보낸 안타까움 이었던 것 같다. 흐르는 눈물에 대한 이유도 모르고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라 믿으며 지냈다.

두 번의 시험을 보고 더 이상은 자신이 없어 친구와 입시학원이라는 외도를 했다. 이제 보면 외도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더 이상 수험생이라는 핑계는 먹히지 않을 때쯤에 찾아온 친구의 요청은 가뭄에 단비처럼 나를 젖어들게 했다. 학원에서의 생활은 매일 즐거웠다.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진학이라는 동기가 뚜렷한 입시생들을 지도한다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었다. 성과도 좋았다.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외줄은 미처 건너기도 전에 거센 바람을 맞기 시작했다.

2012년 1월. 친구와의 대화(기억)

친구 – 수강생을 더 받자. 우리 돈 벌어보자.

나 – 싫어. 지금 시작해서 가능성이 있겠어? 양심에 찔린다.

친구 –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거야. 교육은 봉사가 아니야. 서비스야.

나 – 네 생각이 그렇다면 같이 일하기 힘들어.

2012년 1월 3일. 일기수강생이 물어본다. 이대로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냐고...난 알고 있다. 그의 실패를...고민이 많이 된다. 그러나 어차피 그와 갈라서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도 내가 가르치는 제자들을 보니 조언이란 걸 하고 있다...괜히 미안한 감정이 앞선다.

오로지 학원은 서비스업이라는 사고를 가진 친구는 수험생에게 본인이 받은 대가만큼의 서비스를 주었고, 수강생은 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학원도 교육이라고 생각했고, 결과보다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원했다. 상충하는 의견으로 마찰이 잦아졌고 마음이 기울수록 입시 결과가 좋지 않은 학생들을 대면하기가 힘들어졌다. 시기적으로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학생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줄까 하던 중에 방송에서 본 바닷가재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2012년 1월. 다큐멘터리(메모)바닷가재가 어떻게 자라는 줄 아시나요? 바닷가재는 속이 한없이 여린 동물인데, 딱딱한 껍데기 안에 삽니다. 그런데 그 껍데기는 절대 늘어나지 않고, 자랄수록 껍데기는 점점 더 조여 오지요. 그러면 가재들은 안전한 바위에 들어가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운 껍데기를 만듭니다. 그런데 또 자라면 새로운 껍데기도 불편해지고 다시 바위 밑에서 새로 만들죠. 이렇게 셀 수 없는 반복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가재가 자랄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인데, 그 부분을 다른 누군가가 해결을 해준다면 절대 자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일어났다는 것은 우리가 성장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지금의 이 역경을 이용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숙연한 분위기였고 눈빛들이 되살아났다. 술자리가 끝나고 나는 미련 없이 친구와 이별했기에 남은 학생들의 결과는 알기 어려워졌지만, 간혹 전해 듣는 좋은 소식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시 수험생활을 한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우연한 기회에 대학 후배가 근무하는 학교의 시간강사 자리가 생겼고, 첫 교직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2장 : 무혈입성(無血入城)

시험을 통하지도 않고 학교라는 곳에 입성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런 방법이? 그것도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이런 궁금증은 금방 잊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 그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만 즐거웠다. 사립학교에서 그것도 ‘계약직’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은 두께를 알 수 없을 만큼 두껍고 견고했다. 학교생활을 하며 겪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차이를 차별이라 받아들이고 힘들어했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내 상황이 달라지면 무언가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여기저기 시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고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매년 학교를 옮겨 다니며 1~2년씩 근무하며 매년 연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구인란에 직접 방문하여 공채 시험 일정을 짰다. 정신없이 시험을 보러 다니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알 수도 없었다. 결과는 항상 아쉬웠다. 물론 임용고사의 끈은 놓지 않았다. ‘난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라는 가장 좋은 방패이자 핑계였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단 한 번도, 싫은 소리조차도 않으시는 부모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의 고생을 덜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그러시는 것이라 생각했다.

20대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빛난다는 시기를 모두 ‘날려’버리고 해를 거듭하기 5년째에 이전과 다른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학기가 시작할 때 그려지던 한 해의 청사진이 어느 순간 뿌옇게 앞이 보이지가 않았다. 항상 선명하게 보였었는데 왜 그러는지 불안했다. 사실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적인 한계에 찬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막막했다. 30대가 되고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다. 나의 2016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6년 2월 7일. 일기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내가 어쩌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래도 가차 없이 흐르는 나날이. 처음이라는 것이.

늦었다는 후회를 할 시간도 아깝게 느꼈다.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서 임용고사에 합격해야 했다. 당시 기간제로 일한 학교에 담임업무도 제외시켜달라고 부탁하고 수업과 공부에 전념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만 짧았다. 방향을 잡아가며 공부를 했다. 여름방학의 더위로 지쳐있을 때에 마침 예전 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참 오랜만이라 반가워서 연락을 이어가던 중 바닷가재 얘기를 꺼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패로 점철되어 있던 나의 삶에 가장 필요했던 얘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연락을 끊고 하늘을 쳐다봤다. 고3때 바라보던 그 하늘이 있었다. 그리고 매년 정든 아이들에게서 도망치듯 이별하는 지금보다 더 떳떳한 교사가 되고 싶어졌다.

본선라운드 – 임용고사 합격과 이후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공부만 했다. 시험이 직전까지 다가온 어느 날 작은 독서실 방에서 공부를 하다 한참을 울었다. ‘붙을 것 같다’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합격이라는 기쁨의 눈물이라기보다는 머나먼 7년 전 대학교 4학년 때의 내가 보였다. 그때 왜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인지 후회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한스러운 순간이었다. 늘 아무 말씀이 없으셨던 부모님 가슴에 그동안 대못을 몇 개나 박은 건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7년 이라는 시간의 모든 후회가 솟구쳐 흘러나왔다. 진정하고 나니 하루 빨리 시험이 보고 싶었다.

1차 시험을 보는 날 시험지를 받는 순간 ‘합격이다’라고 느낄 정도로 준비를 했고,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시험을 마치고 휴식 없이 2차 준비를 했다. 면접은 사립학교 시험을 보며 항상 준비해왔던 부분이고, 학습지도안과 수업시연은 몇 년 동안 해왔기에 새롭지 않았다. 그렇게 1차 시험 발표일이 되었다. 편안하던 마음은 막상 모니터 앞에 있으니 떨렸지만 바로 확인하였다.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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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Memories of non-tenure teacher dat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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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3일. 아버지와의 전화통화(녹취기록)

子 - 아버지, 저 1차 합격했어요.

父 - 정말? 와! 처음이잖아? 1차 합격한건?

子 - 그러게요. 끝까지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얻도록 하겠습니다.

父 - 그래, 몸 관리 잘하고 파이팅이다.

오래 걸린 효도를 꼭 하고 싶었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 했고, 여유 있는 점수로 최종 합격을 하게 됐다. 이렇게 나의 일곱 번의 임용고사는 해피엔딩으로 마쳤고, 지금은 학교에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합격을 했던 날의 마음가짐인 성실하고 겸손하게 근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들의 합격을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아버지는 합격 첫해에 지병으로 가족들의 곁을 떠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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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The examination paper that I took to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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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일. 일기돌아가신 아버지가 유독 보고 싶은 하루였다. 아들의 임용 합격 소식만 기다리셨던 아버지...막상 교사가 됐어도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조언을 구할 분이 주변에 없다...내 나이 33살...아버지의 빈자리가 오늘만큼은 유독 크게 느껴진다.

2018년 12월 19일. 일기같이 근무하는 기간제 선생님이 묻는다. 새벽마다 출근해서 운동하면 수업시간에 체력적으로 버겁지 않느냐고...하루에 줄넘기 3천개...기간제 시절부터 새벽운동 삼아 시작한 것이 어느덧 지금 개수가 됐다. 솔직히 나태한 내 모습이 싫어 시작했던 운동이 이젠 중독이 되다시피 하는 것 같다.

현재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건강체육부장으로 근무하게 됐다. ‘편안함’은 강한 자극이라 맛을 보면 나태해진다. 이런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 더 부지런하게 생활하고 있다. 결심에서 오는 태도는 노력하게 하고, 노력은 습관을 만든다. 매일 새롭게 결심하며 습관을 들이도록 달음질쳐야 한다.

나와 같이 오랜 계약직 신분을 거친 누군가에게 임용고사 합격의 영광은 그동안 겪은 시달림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지기에 발령 이후, 초심을 잃고 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쉬어간다는 의미는 상대적이라 앞으로 고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물론 일련의 시험 과정에서 종이에 적혀있는 문제를 풀고, 실기시험과 면접을 본 것은 주체적인 내가 해낸 것이다. 그러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묵묵히 지켜봐준 가족들, 항상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의 응원. 그리고 여러 학교에서 생활하며 사귄 선생님들과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었던 수많은 경험들이 모두 더해져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시험에 합격한 교사 한 명은 스스로 성장한 순수한 한 명의 교사가 아닌 수십, 수백 명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런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임용고사’라는 제도에 있어 내가 가장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역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내가 그랬듯이 오랜 시간을 방황하며 돌아오게 하고 싶지 않다.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들은 나의 재산이 되었고, 이 소중한 재산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주변인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 이런 모습도 선배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수업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나 기능의 습득, 미래 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시간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교사는 타인의 삶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수업에 녹여 전달해야하며, 분명한 소명의식을 가져야한다. 교사라는 직업은 누구나 마음은 먹을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나는 항상 교사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정말 영광스럽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은 교사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지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나를 감추기 위해 써왔던 여러 가지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가족과 학생들을 태운 나만의 롤러코스터를 운행할 자격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2019년 2월 14일. 일기중3 제자들이 드디어 졸업을 했다. 처음 정교사 발령받고 가르친 제자들이라 그런지 유독 정이 갔던 친구들이다. 언제였던가...우리 반 친구 중 한명이 내게 와서 선생님처럼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 체교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진학하기로 한 특성화고를 포기하겠다고 진지하게 진로상담을 청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초임시절 이 친구의 누나를 가르쳤던 내 입장에선 누나와 같은 길(특성화고 진학)을 걷기 보다는 K고교 진학을 추천했는데 녀석이 졸업식날 멋진 선생님과 중학교를 같이 보내서 영광이었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지금 이 순간은 교사로서 행복하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의 목적은 나에게 임용고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화기술지(autoethnography)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합격했던 지난 삶이 나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았다. 범주화는 연구자의 시간 흐름 메커니즘에 따라 ‘롤러코스터-청소년기’, ‘페르소나-대학생활’, ‘바닷가재의 삶-졸업 후의 삶’, ‘본선라운드-임용고사 합격과 현재’ 등으로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위목록을 분류했다.

이에 따라 나의 경험을 분석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험생에게 임용고사 합격은 긴 터널 끝에 비친 희망의 빛이다.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 체육교사들을 연구한 Hwang(2016)은 수험생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경제적인 한계 특히, 주변에서 ‘나이가 몇인데, 언제까지 임용 준비만 할래?’란 말이 가장 부담이 됐다고 한다. 임용고사가 해마다 경쟁률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기 때문이다. 임용고사를 응시하려는 전공생들의 수는 해마다 누적된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교원을 양성·육성시키는 사범대학의 위기도 야기될 수 있다. 그러나 타교과에 비해 실기까지 병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확실한 수험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체육교과 전공생들에게 임용고사는 치루는 횟수만큼 늘어난 나이도 실기를 준비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결국 임용교사를 준비하는 체육교과 전공생에게 임용고사 합격은 단순한 취업을 넘어 나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고 이룬 쟁취이다.

둘째, 임용고사는 나 자신의 자아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노량진 임용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Yu(2000)는 자신감 결여, 절대 학습량의 부족, 소외되는 인간관계, 경제적인 문제, 집중력 등을 이들의 고민과 갈등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임용고사를 합격한 임용수험생들에겐 저마다 나름의 수험전략과 대처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초임교사로서 고된 수험 생활이 앞으로 닥칠 미래의 보상이자 투자라고 위로하며, 이러한 시간이 교육자로서 사명감과 신념을 갖게 한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초임교사란 설렘과 동시에 현실은 그들에게 베테랑 교사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자문화기술자 역시 불확실한 기간제 체육교사와 체대입시 강사, 시간강사 등을 전전하면서 늘 재계약에 대한 압박과 불안 속에서 임용고사를 해마다 준비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과 경력은 정규교사가 된 현재, 중고 초임교사로서 큰 원동력과 자산이 되어 학교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셋째, 임용고사 합격은 가족의 목표를 실현시킴과 동시에 희망찬 미래이다. 공시족 300만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공무원 합격은 조선시대의 장원급제와 동일하게 여긴다. 그만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이다. 특히 교육공무원 합격은 임용고시라 불릴 만큼,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이에 가족들은 집안에 교육자를 배출한 자긍심과 함께 경제적인 보상도 기대하지만, 무엇보다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과 같은 학교를 운영하는 관리직과 전문직으로의 진출도 내심 기대한다.

과거와 달리, 해마다 임용고사 경쟁률이 높아짐에 따라 실력과 스펙이 우수한 수험생들이 임용고사에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우수한 인재들이 누적되는 현상은 결국 청년실업의 또 다른 병폐를 야기하고 있다(Lee, 2020). 이로 인해 사범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입시생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화기술자인 나는 긴 수험생활 동안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들을 공유하고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시험 자체가 용기 있는 선택이자 큰 도전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정성을 다하여 준비한다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목표임을 전달하고자 본 연구를 수행했다.

물론 임용고사의 과잉경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교권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학교를 떠나려는 선배 교사들의 뒷모습은 이제 막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나에게 순탄치 않은 교직생활을 예고한다. 더욱이 입신양명의 등용문으로 임용고사를 선택하는 이들도 더러 존재하기에 교사란 직업의 가치와 자질, 전문성을 훼손시킬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다. 그러나 임용고사 준비기간 동안 변화된 교직사회를 경험한 나에겐 임용고사 합격이 정교사란 수식어를 붙여준 공정한 시험제도라 분명 생각한다.

본 연구의 의의는 사범대학 체육교과 전공생의 임용고사 준비과정과 발령 이후를 시간대별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임용고사 합격의 의미와 발령 이후 체육교사로서 삶을 파악하는데 있다. 이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단순히 정규 교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공시생의 삶을 선택한 자의 삶을 자문화기술지로 분석하였기에 연구 자체만으로 가치성을 가지고 있다.

7전 8기란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임용고사를 합격하기 전까지 나의 삶은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했다. 더욱이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삶은 늘 나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진로를 결정하고 시험에 몰두하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점차 자신감으로 변했다. 현재 교과부장을 맡고 있는 나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다른 목표를 정하고 교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후배 교사들이 임용고사라는 제도를 통해 후생가외(後生可畏)의 마음가짐으로 수험생활을 이어가길 바라는 바람이다.

본 연구는 2019년도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개최된 ‘제8회 동아시아 스포츠교육학회’에 포스터로 발표한 논문을 수정·보완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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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mission Date
2020-09-28
Revised Date
2020-10-23
Accepted Date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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