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598-2920
Qualitative case study was conducted by selecting 9 footballers and 7 their agents as the participants who have migrated from South Korea to China and the Middle East.
The factors of migration were categorized as three push and pull factors such as economy (individual income and club's profit), policy (employment for foreign and military service) and environment (markets in home and abroad). To understand sport migration in the economic factor, there should be the environmental condition (overseas market) to pay high salaries and transfer fee to individuals and their clubs, and at the same time, the domestic market should be relatively poor environment. In addition, this study overcame limitations of economic and environmental factors by classifying Asian quota system and military service into political factor, and found the specificity (local context) of K league.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은 경제(개인소득, 구단수익), 제도(외국인채용, 병역의무·특례), 환경(국내외 시장)이라는 세 가지 추진 및 유인 요인으로 설명가능하다. 경제적 요인으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구단에게 고액 연봉 및 이적료를 지불하는 환경적 요인(국외 시장)이 마련되어야 함과 동시에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전제해야 한다. 추가로 본 연구는 아시아쿼터제도와 국내 징병제도 및 병역특례법을 제도적 요인으로 분류함으로써 경제 및 환경 요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일부 극복하고, 국내 스포츠 노동 이주의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 구조주의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을 이론적 틀로 차용하여 각 요인과 요인 간 관계를 논의하였다.
엑소더스(exodus)란 많은 사람들이 특정 장소로부터 떠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집단탈출현상’ 또는 ‘집단이동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Kaiser Jr, 2017). 성서의 출애굽기나 증권 시장 내 동시다발적 자금 유출을 ‘엑소더스’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집단 이동 또는 탈출을 의미하는 ‘엑소더스’라는 용어는 성서 분석(Kim, 2015), 피난 상황(Jang, Lee, Park & Jung, 2008; Kim & Yoon, 2000), 이주 현상(Kim, 2016) 등 신학, 소방학, 철도학, 도시학 연구에서 사용되어왔다. 국내와 달리 해외 체육학자들은 ‘엑소더스’라는 용어를 빈번히 사용해 왔으며, 주로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노동 이주에 관한 연구들(Cros, 2012; Darby, 2007; Elliott, 2016; Owusu, 2012)에서 사용하였다. 이들 연구는 자국 선수들의 해외리그 이적이 활성화된 유럽 국가에서 진행되어왔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리그 중 하나인 K리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서도 ‘엑소더스’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선수들의 중국 및 중동 국가로의 이주가 가속화 되면서 각종 스포츠 관련 언론 매체들은 ‘K리그 엑소더스’와 관련된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중동행 엑소더스, 언제까지 이어질까(Kim, 2015, Jul 11)’, ‘최강희 “엑소더스, 그렇게 경고했는데”(Yoon, 2015, Jul 11)’, ‘별 수 없는 K리그 엑소더스, 해답도 없어 암울(Lee, 2105, Jul 14)’, ‘K리그 엑소더스, 네 탓 아닌 내 탓이다(Kim, 2015, Jul 15)’, ‘중국 2부에도 선수 유출되는 K리그 현실(Lim, 2015, Jul 16)’, ‘다시 시작된 K리그 엑소더스, 탈출구는 없나(Lee, 2015, Dec 8)’, ‘골키퍼 엑소더스 개봉박두(Kim, 2015, Dec 30)’ 등이 있다.
서두에 전술했듯이 엑소더스라는 용어가 ‘집단이동현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K리그 엑소더스는 K리그 선수들의 ‘집단이적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엑소더스라는 용어가 단순히 많은 선수들의 해외 이주 현상을 의미하는 데 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의 이적을 해외 진출, 성공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했던 과거와 달리 엑소더스, 선수 유출과 같은 용어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K리그 선수들의 이주 경로가 과거 유럽에서 최근 중국, 중동 등 아시아 국가로 변경된 것을 부정적 해석의 주요 원인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스포츠 노동 이주의 패러다임 변화를 연구한 Myung & Lee(2018)에 따르면, 최근 국내 프로축구선수들의 중국 및 중동 국가로의 이주에서 비관적 프레임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앞서 열거한 기사들의 제목을 통해서도 해외 이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최근 K리그가 직면한 이슈이자 시기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동안 국외 스포츠사회학 분야와 달리 국내 스포츠사회학에서는 운동선수들의 국제 노동 이주와 관련된 연구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다. 운동선수들의 해외 이적과 관련된 국내 연구는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선수에 관한 연구(Ahn & Kang, 2016; Lee, 2010; Lee, 2012; Yang & Won, 2007), 국내 선수의 해외 이주에 관한 팬들의 인식 연구(Jo, Maeng, Lee, 2014), 국내외 선수들의 해외 이주에 관한 언론 보도 연구(Jo, 2014; Kim, Moon & Kim, 2014) 등이 있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 스포츠 팬 그리고 언론 보도가 연구대상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외 이주 요인과 그 경험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반면에 국외 학계에서는 연구 주제로서 스포츠 노동 이주가 많은 관심을 받아왔으며, 특히 스포츠사회학의 관점에서 다수의 연구들이 수행되었다(Lee, 2010). 1980년대 후반부터 야구, 농구, 럭비, 크리켓 등 다양한 종목(Chiba, 2004; Maguire, 1988; Schieder & Presterudstuen, 2014; Stead & Maguire, 2000)을 대상으로 조사되었다. 그중 축구 종목은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으며 주로 선수들의 이주 동기와 경험에 대한 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Darby, 2007; Elliott, 2016; Lanfranchi & Taylor, 2001; Magee & Sugden, 2002; Maguire & Pearton, 2000; McGovern, 2002; Weedon, 2012). 이들 연구는 선수들의 이주 동기를 개인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간 존재하는 역사, 지리, 사회문화적 맥락을 발견함으로써 경제사회학 이론을 적용 및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져온 스포츠 노동 이주의 패러다임은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식민주의적 착취’와 글로벌 아웃소싱 관점에서 바라본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스포츠 노동 이주는 특정 시대 및 국가에 따른 상이한 이주 요인과 이론적 관점에 따른 다양한 이주 유형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스포츠 노동 이주는 다차원적이고 역동적임과 동시에 다양한 요인의 복잡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Elliott & Harris, 2011; Magee & Sugden, 2002; Maguire, 1996).
그러나 최근 K리그 선수들의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에 대한 사회적(또는 언론의) 관심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 해석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노동 이주는 국내 스포츠사회학의 연구 주제로부터 배제되어왔다. 더욱이 본 연구 주제인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은 기존의 이주 경로 및 패턴과 달리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본 연구의 시의 적절성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연구 절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중요한 조건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주 경험은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인 일련의 과정이며 정치, 역사, 경제, 지리, 문화 모두 선수들의 이주 동기와 전반적인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Maguire & Pearton, 2000). 따라서 특정 단일 요인만으로 이주 현상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Elliott & Harris, 2011), 단일 요인을 초월한 기초적인 틀(framework)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Maguire, 1996). 이에 본 연구는 이주 관련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추진-유인 이론(push-pull theory)’을 분석 틀로 차용하고자 한다.
Ravenstein(1889)의 이주 법칙에 의해 개발된 국가의 추진-유인 모델은 노동의 공급과 수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추진 요인은 이주의 출발 국가에 존재하며, 유인 요인은 도착 국가와 관련이 있다(Kline, 2003). Ravenstein(1889)에 따르면 노동 이주는 현재 또는 미래의 불리한 시장 상황에 의해 시작되며, 이주자를 외부로 밀어 내고 원래 시장에서 끌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추진-유인 모델은 국가 간 노동력 이동을 일방적 단일 요인으로 바라본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 및 이주 국가 간 존재하는 사회구조적 맥락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실제로 추진-유인 모델은 국제 사회의 노동력 이동뿐만 아니라 스포츠 선수들의 이주 요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미국 농구선수의 해외 이주 요인(Elliott & Maguire, 2008), 유럽 축구선수들의 이주 과정(Maguire & Stead, 1998; Molnar & Maguire, 2008; Stead & Maguire, 2000), 태평양 지역 럭비선수들의 이주 현상(Horton, 2012), 태국리그 내 외국인 축구선수들의 이주 요인(Siriwat & Brill, 2015), 독일 엘리트 스포츠 코치들의 이주 요인(Orlowski, Wicker & Breuer, 2016) 등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연구는 스포츠 이주를 단일 요인(특히, 경제)에 의한 결과로 규정하지 않고 개인, 집단, 국가 간 존재하는 잠재적 요인을 균형 있게 분석하였다.
본 연구 역시 이러한 분석 틀을 기반으로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사회구조적 요인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제도, 정책, 환경, 사회문화적 특수성 등 출발 및 도착 국가 간 존재하는 다양한 추진-유인 요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론을 다시 정리하면, 본 연구는 그동안 연구 주제로부터 소외되어온 한국 스포츠 선수, 특히 프로축구선수들의 노동 이주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사회구조적 요인을 규명함으로써 기존 이론 및 선행연구와의 비교 분석(학술적 논의)과 정책 및 제도 측면에서 보다 실용적인 논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유인 요인은 무엇인가? 둘째,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추진 요인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질적 사례연구를 통해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사회구조적 요인을 귀납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질적 사례연구에서 주로 인용되고 있는 Yin(2014)은 사례연구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에 해당될 때 적절하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연구 문제가 실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설정된 경우(예를 들어, 특정 사회현상이 “어떻게” 또는 “왜” 일어나는지 살펴볼 때)에 사례연구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연구자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특정 현상 또는 사건을 통제하기 힘든 경우에 사례 연구가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시대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특정 현상 또는 사건을 다루고자 할 때 사례 연구가 선호된다. 특히, 사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유의할 점은 “경계(boundary)가 있는 사건이나 현상을 사례로 선정해야 한다는 점(Stake, 2006)”이다.
이처럼 Yin(2014)이 주장하는 사례 연구의 세 가지 조건들은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K리그 엑소더스 현상과 연구 목적 및 문제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은 2014년 K리그 여름 이적 시장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으며, 본 연구를 실시하는 현 시점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욱이 이 현상(사례)은 연구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또한, 본 연구의 목적은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이해뿐만 아니라 그 현상이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그 원인을 살펴보는데 있기 때문에 사례 선정의 적합성을 충족한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는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국내에서 중국, 중동 국가로의 이주 경험이 있는 선수 및 관련 에이전트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선수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적 동기 및 과정에 대한 자료는 경험 중심적 분석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구의 객관타당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적 사례를 선수 측면에서 스스로 해석 및 전달하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사고와 왜곡된 사실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에이전트를 연구 참여자로 추가 선정하였다. 그들은 선수 대리인 신분으로서 이적 시 양수 및 양도 구단과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이적 과정에서 많은 부분에 관여하기 때문에 다각적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 참여자 선정 방법은 눈덩이표집법(snowball sampling)을 이용하여 순차적으로 연구 참여자를 소개받아 진행하였다. 눈덩이표집법은 질적 연구에서 연구 참여자를 선정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며, 연구 목적과 가장 적합한 사람을 소개 받아 나가는 방식이다(Lee, 2013). 최종적으로 선수 9명 및 에이전트 7명 총 16명이 연구 참여자로 선정되었다. 참여자들의 이름, 나이, 소속구단, 경력, 연봉, 포지션 등 개인적 특성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였다.
사례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Yin(2014)은 증거 수집을 위한 여섯 가지 자원으로 면담, 직접 관찰, 참여 관찰, 문서, 기록물, 물리적인 인공물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여섯 가지 자료원은 모두 잠재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Yin(2014)이 제시한 증거 수집 자원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이 자료를 수집하였다.
첫째, K리그에서 중국과 중동 리그로 이적한 선수 및 담당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심층면담은 반구조화된 면담으로 연구 문제에 따른 세부적인 질문을 사전에 준비하여 질문과 답변, 자유토론 등으로 진행하였다. 면담은 1:1(연구자:선수) 또는 1:2(연구자:선수, 에이전트) 형태로 최소 60분에서 최대 120분간 진행하였다. 심층면담의 장점은 사례연구 주제에 직접적으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 목적의 적합성이 보장 된다(Yin, 2014). 반면에 잘못된 질문 구성으로 인한 오류와 연구 참여자의 왜곡된 기억 및 응답의 부정확성을 연구 기간 동안 유의하였다.
둘째, K리그와 관련된 문헌 자료를 수집하였다. 주로 언론 보도 자료를 증거로 활용하였다. 추가적으로 K리그 연맹 및 각 구단에서 보고한 공식 문서와 관련 선행연구들을 활용하였다. 문서 자료의 장점은 정확한 출처, 특정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으며, 반복적인 검토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성과 안정성이 확보된다.
셋째, 연구 참여자들에게 개별 서술형 질문지를 SNS로 배포 및 수집하였다. 개별 서술형 질문지는 심층면담 이후 개별적인 질문이 필요한 상황이거나 심층면담에서 놓친 내용을 추가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한 방법이다. 이는 심층면담과 달리 연구 참여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 초기부터 작성한 연구일지를 결과 분석에 활용하였다. 연구자는 연구 초기부터 자료 수집 및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연구 과정에서 느낀 감정이나 특이 사항을 연구자 반성 일지로 기록 및 보관하였다. 연구일지는 연구 참여자와의 심층면담과 문헌 자료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자료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자의 판단 오류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본 연구에서 수집된 증거들은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통해 분석하였다. 주제 분석은 질적 연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분석 기법 중 하나이다(Guest, 2012). 이 기법은 귀납적 방식을 통해 일상 세계를 분석하며, 복잡한 자료로부터 범주화된 의미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Hatch, 2002). 본 연구에서는 Braun & Clarke(2006)가 제시한 ‘주제 분석의 6단계’를 준수함으로써 K리그 엑소더스 현상에 대한 공통적인 주제와 그 의미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었다.
첫째, 원자료와 친숙해지는 단계다. 심층면담의 녹취파일을 포함한 수집된 모든 원자료를 컴퓨터에 전사 및 입력하고 반복적으로 읽음으로써 아이디어를 생성하였다. 둘째, 초기 부호를 생성하는 단계이다. 원자료에서 의미 있는 단어나 문장을 체계적으로 부호화하고, 각각의 부호들을 대조 및 조합하였다. 셋째, 주제를 찾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생성된 부호들을 추상적인 주제로 각각 분류하였다. 넷째, 주제를 점검 및 평가하는 단계이다. 생성된 주제와 각 주제를 이루는 부호와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주제 지도(map)를 생성하였다. 다섯째, 주제를 명명 및 정의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각 주제로부터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체화하였다. 마지막으로 결과보고서 작성이며, 각 주제를 잘 설명하는 예(sample)를 선택하고 연구 질문과의 관련성을 검토하였다.
“사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아시아쿼터제도가 없으면 일하기 힘들어요. 외국인 선수 3명 보유할 수 있으면 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를 쓰니까. 근데 아시아쿼터제도가 있으면 어쨌든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을 따라올 만한 선수가 없거든요.” - 에이전트 A
“아시아쿼터제도는 처음에 한국 선수를 위해서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근데 결국 이 제도가 한국선수들한테 아시아 국가로 이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 (중략) 아시아쿼터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나한테도 그런 좋은 기회가 왔었던 거고. 아시아쿼터제가 만약 없다고 가정하면 지금처럼 많이 나가지 못할 거야.” - 선수 C
2009년 아시아축구연맹(이하 AFC)은 아시아 국가 간 활발한 선수 교류 및 상생 발전을 위해 ‘아시아쿼터제도(Asian quota rule)’를 도입하였다. AFC(2018)에 따르면, 아시아쿼터제도란 아시아 국적 선수 한 명은 외국인 선수에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구단별로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와 상관없이 아시아 국적 선수 한 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는 제도(K리그의 경우, 외국인 선수 3명+아시아 선수 1명)이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쿼터제도가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주된 구조적 요인으로 발견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제도의 도입이 아시아 프로축구시장에서 한국 선수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Seo(2016, Jan 7)는 “아시아쿼터제도에서 가장 선호되는 국가는 한국이며, 국내 선수들의 수준급 기술과 체력, 현지 적응력과 투지, 팀에 대한 높은 헌신이 주요 원인”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아시아 각국 1부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통계를 보고했는데, 그중 한국 선수는 총 106명으로 브라질(437명)과 나이지리아(12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으며, 아시아 국가 중에는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Poli, Ravenel & Besson, 2015). 결국 아시아쿼터제도는 아시아 각국 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호 현상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한국선수들의 아시아 프로축구리그 점유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이 아시아쿼터제도의 수혜를 독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아시아 축구클럽들은 한국 선수를 선호하는 것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자료 분석을 통해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분류되었다.
첫째, 한국 선수들의 경기력과 헌신적 태도이다. 이는 선수들보다 계약 과정에 깊이 관여했던 에이전트들의 진술 내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 축구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FIFA 랭킹과 역대 월드컵 및 올림픽, 그리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같은 국가 간 클럽 대항전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 선수들의 객관적인 경기력뿐만 아니라 운동장 안팎에서의 성실함과 훈련 및 경기 상황에서의 헌신적 자세가 다른 아시아 축구 구단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K리그 시장의 열악한 재정 상태 또는 한국 선수들의 가격(인건비) 대비 성능(경기수행능력)이다. 아시아쿼터제도 아래 아시아 축구 클럽들이 유독 한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이유를 경기력과 헌신적 태도만으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프로스포츠시장에서는 각 구단의 가용 예산이 영입할 선수를 결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Lee(2010)는 스포츠 선수들의 노동 이주 현상을 글로벌 아웃소싱 개념을 차용해 설명하였으며, 그중 비용 최소화의 맥락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K리그 선수들의 임금은 다른 아시아 축구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세계 프로축구리그의 선수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중국슈퍼리그는 약 8억 6,500만 원, J리그는 약 2억 3,700만 원으로 K리그(약 1억 4천만 원)보다 1.5배에서 8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Harris, 2016, Nov 13). 이처럼 객관적인 경기력 차이에 비해 주요 아시아 축구리그 간 임금 차이가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주변국 또는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인 요인이다. 먼저 주변국의 경제적 요인(리그 인프라)이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황이 좋은 리그의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자국 또는 유럽 리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자국 리그에서 경기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선수들이 타 아시아 국가로 이주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시아쿼터제도가 적용된 경우는 드물다. 대표적으로 재정 상황이 좋은 아시아 축구리그는 중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이 있다. 실제로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들 국가의 선수들은 자국 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K리그의 열악한 재정 상태(Kim, 2013)’는 한국 선수들의 중국, 중동 등 아시아 국가로의 일방적인 이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음은 주변국가 간 정치적 관계이다. K리그 엑소더스의 주요 목적지이자 세계 각국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국 축구 리그는 유독 아시아쿼터제도를 한국 선수로 활용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객관적인 경기력이 검증된 일본 선수들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중국 축구 리그로 가지 않았다. 이는 K리그 선수들과는 매우 상반된 현상이다. 이에 대한 핵심적인 원인으로 본 연구 참여자들은 정치·외교적 요인을 언급하였다. 1937년 일본의 중국 침략으로 인해 발생한 항일전쟁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영토 분쟁 및 역사 왜곡 등은 양 국가 간의 외교 관계를 긴장 상태로 이끌어왔다(Kwak, 2014). 최근까지도 양 국가 간 갈등 요소는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민간수준까지 마찰이 확대되고 있다(Lee, 2010). 결국 이러한 국가 간 갈등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의 교류뿐만 아니라 스포츠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주변국의 부유한 재정적 상태, 주변국 간의 정치·외교적 갈등 관계는 한국 선수들이 아시아쿼터제도 아래 주요 영입 대상으로 주목받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정리하면, 아시아축구연맹이 도입한 아시아쿼터제도 아래 한국 선수는 더 이상 아시아 국가들에게 외국인 선수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에서 자유로워졌다. 또한 한국 선수들의 검증된 경기력과 경기장 안팎에서의 헌신적 태도로 인한 한국 선수 선호 현상, 한국 선수의 인건비 대비 경기수행능력, 그리고 아시아 국가 또는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 요인은 아시아쿼터제도와 결부되어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결정적 유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아시아쿼터제도 도입과 함께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유인 요인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시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국가 지도자의 축구 정책 아래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Shin(2016, Apr 13)에 따르면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은 2011년 국가부주석 시절부터 월드컵 자력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중국 축구의 세 가지 꿈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4년 스포츠 산업 촉진 방안과 2015년 중국 축구 개혁발전 총체 방안, 2016년 중국 축구 육성 계획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축구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또한 “중국 축구 클럽의 지분구조와 경영방식에 현대식 기업시스템을 접목시켜 세계 일류 축구 클럽을 육성해 상장도 지원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대해 Nauright(2015)은 “중국은 국가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민족적 의지가 조직 구조로 변환되기 때문에, 시진핑의 축구 정책은 한 국가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광란(frenzy)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하였다. 실제로 중국 축구는 개인적 차원보다는 조직(행정)적 차원에서 여러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 ‘교육 시스템의 변화’이다. 2015년 기준, 약 4만 명에 불과한 유소년 선수를 2025년까지 5천만 명으로 늘리고, 이를 위해 2020년까지 5만 개의 축구클럽을 설립하는 것이 그 예이다.
둘째, ‘개방적 투자의 변화’이다. 첫 번째 변화가 하드웨어에 초점을 뒀다면, 개방적 투자는 소프트웨어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외부(특히, 유럽 및 남미와 같은 축구 강국)로부터 유소년 지도자, 프로그램 개발자 등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축구의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국제 축구 브랜드 및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프로축구시장의 변화’이다. 위로부터 시작된 축구 정책은 중국 거대 기업들의 프로축구팀 투자 현상으로 이어졌으며,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슈퍼리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축구시장으로 발돋움하였다. Franco & Fryer(2016, Jan 28)에 따르면 2016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중국슈퍼리그는 1억 3,625만 유로(1,794억 원)를 선수 영입에 지출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억 1,600만 유로), 이탈리아 세리에A(5,731만 유로), 독일 분데스리가(3,600만 유로) 보다 많은 금액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 2부 리그가 4,325만 유로로 분데스리가 보다 더 많이 지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슈퍼리그의 선수 영입 지출은 2010년 대비 약 75배, 2부 리그는 2012년 대비 약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see Transfermarkt web-site).
추가로 ‘2017 세계 축구선수 연봉 상위 20인’에는 테베즈(543억 원), 오스카(353억 원), 헐크(290억 원), 기안(214억 원), 비첼(231억 원), 펠레(217억 원), 라베찌(203억 원), 하미레즈(188억 원), 테세이라(174억 원), 마르티네즈(180억 원) 등 중국 리그 선수 10명이 포함되어있다(Pereira, 2017, Feb 13). 이처럼 국가 지도자의 축구 정책 아래 거대 기업들의 프로축구 투자 현상은 세계정상급 축구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이웃 국가인 한국 프로축구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축구를 하면서 벌었던 금액보다 현재 1년 동안 받은 금액이 더 커요. (중략) 한국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금액이라서 제가 무조건 가라고 했거든요.” - 에이전트 G
“유럽에 가서 하기에는 아직 부족한데 중국을 가면 충분히 금전적인 보상을 받으면서 선수로서 특급 대우도 받을 수 있어요. 중국이 축구 쪽에 돈을 많이 썼잖아요. 국가적으로 축구에 대한 투자가 많았죠.” - 에이전트 B
K리그 선수들의 중국으로의 이주가 활성화된 시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축구 개혁 발전을 발표한 2014년부터이다(Myung & Lee, 2018). 국가 지도자의 축구 정책 아래 중국 축구 클럽은 K리그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과거와 달리 상당한 금액을 지출하였으며, 그 대상은 K리그의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및 지도자까지 확대되었다. 한 언론 매체는 K리그 이적 시장이 열리면 중국 축구 클럽들의 “K리그 선수 쇼핑(Kim, 2015, Jul 10)”이 시작된다고 언급하였다. 중국 축구 클럽이 K리그 선수 및 구단에게 제시한 금액은 그동안 K리그가 유럽이나 다른 국가 리그로부터 한 번도 제안 받은 적이 없는 상당한 수준이다.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중국 축구 리그의 경쟁력과 관계없이 선수나 구단 입장에서는 거액 연봉 및 이적료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이다.
“유럽 같은 경우, 연봉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되는데 중동 국가들은 연봉이 높고 나라 자체에 세금이 아예 없어. 세금 면제도 있고 여러 가지 고려해보면 다른 나라보다 금전적으로 훨씬 이득이지.” - 선수 A
“다른 팀들이랑 연봉을 비교해보고 결국 세전, 세후로 계산을 해보면 유럽은 45%, 50% 가까이 세금으로 떼어 가니까 중동이 세후에는 훨씬 많이 남았지. 그런 것들도 선수들한테 중동으로 가고 싶은 이유도 되지. 중동 같은 경우는 세금이 없으니까.” - 선수 F
중국 거대 기업들의 축구 투자 현상과 마찬가지로 중동 국가들의 자본력 또한 K리그 선수들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K리그 선수들의 이주 요인에 있어서 중동과 중국의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럽 국가로 이주한 대부분의 국내 선수들은 수입의 최대 40-50%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각 국가들의 상이한 소득세법은 국내 선수들이 해외 이주 과정에서 신중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은 노동 시장의 특성상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특징이 있으며, 이는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스포츠선수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역 간 소득 세율의 차이가 개인의 이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수의 선행연구들에 의해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Kirchgassner & Pommerehne(1996)와 Feld & Kirchgassner(2001)는 주정부와 도시 간 지방세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스위스의 고소득층 사람들은 그들이 내야하는 소득세 금액에 따라 거주지를 선택한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Egger & Radulescu(2009)는 개인 소득 세율이 숙련된 근로자의 OECD 국가 간 이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은 스포츠 선수들의 노동 이주 과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국가는 외국인 세금 공제를 제공함으로써 외국 선수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Kleven, Landais, & Saez, 2013). 골프 선수들의 이주 결정 요인을 분석한 Driessen & Sheffrin(2017)은 낮은 세율과 기후 환경에 의해서도 그들의 이주 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Kopkin(2012)는 고소득 NBA FA선수들의 이주 결정에 주정부 및 지방 소득 세율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였으며 그 결과, 상대적 소득 세율이 증가하면 특정 팀이 영입할 수 있는 FA선수의 평균 경기력이 저하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소득세 혜택은 일반 노동자뿐만 아니라 스포츠 선수의 이주 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고려된다. 앞서 언급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양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소득 세율과 이주 결정 요인 간의 관계를 밝혀냈다. 이러한 사실은 귀납적 분석을 활용한 본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었으며 특히, 한국 선수들의 중동 국가로의 이주 사례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단순히 소득세 감면뿐만 아니라 중국 축구 클럽 못지않은 중동 석유 회사들의 축구팀 투자도 K리그 선수들의 발걸음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에 잘 알려진 국제석유투자회사의 대표이자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인 만수르와 파리생제르망의 구단주인 타밈은 중동 기업인들의 축구 클럽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일랜드 프로축구선수들의 엑소더스 현상에 대해 연구한 Elliott(2016)은 잉글랜드로의 이주를 경험한 1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이적 동기에 대해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아일랜드 리그의 열악한 환경, 경력 계발의 욕구, 지리적 가까움, 인적 네트워크, 문화적 유사성 등 크게 다섯 가지의 주요 원인이 발견되었다. 각 요인들의 상대적 중요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 연구의 결과는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아일랜드 프로축구 시장은 잉글랜드를 포함한 주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적 조건은 아일랜드 선수들로 하여금 이주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발견되었다. K리그의 적은 관중, 낮은 연봉, 리그 인프라 등 리그의 열악한 환경은 연구 참여자들의 해외 이주 과정에서 추진 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리그 자체(인프라)가 약하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K리그가 강했으면 아무리 아시아쿼터제가 있다고 해도 일본 선수들처럼 안 나가요. 자국 리그가 약하니까 선수들이 나가려고 해요.” - 에이전트 C
“(사우디는) 훈련시설이 한국보다 훨씬 좋아. 그리고 일단 관중이 정말 많다는 거. 사우디에서 더비 매치하면 한 8만 석 경기장인데 거기가 꽉 차. K리그 선수들은 그런 걸 느껴보는 게 꿈이지.” - 선수 B
실제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프로축구리그의 평균 관중, 평균 연봉, 중계권료, 우승 상금, 리그 규모 등을 나타내는 각종 통계지표들은 K리그의 열악한 인프라 조건과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 <Table 1>은 아시아 주요 축구리그의 인프라를 비교한 것이다.
Items | Korea | China | Japan | |
---|---|---|---|---|
Average attendances per a game | 7,905 | 19,077 | 17,240 | |
Average salary per a player** | 140 m | 865 m | 237 m | |
Broadcasting rights per a year** | 6.5 bn | 280 bn | 200 bn | |
Prize money per a season** | 500 m | 32 bn | 23.3 bn | |
League system*** | Div. 1 | 11 clubs | 16 clubs | 18 clubs |
Div. 2 | 9 clubs | 16 clubs | 22 clubs | |
Div. 3 | - | 22 clubs | 16 clubs |
이처럼 스포츠 노동 이주는 자국에서의 경력 개발 기회의 부족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Elliott & Harris(2011)에 의하면 과거 미국 프로축구리그의 구조적인 취약점은 북미 선수들이 미국을 떠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마찬가지로 헝가리, 북유럽 및 스칸디나비아 축구선수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발견되었다(Molnar & Maguire, 2008; Stead & Maguire, 2000). 이는 자국 리그의 열악한 인프라 조건 역시 선수들의 노동 이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들의 경력 개발 즉, “전문적 스포츠 경험(Maguire & Stead, 1998)”을 위해서도 이주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통계지표를 통해 K리그는 아시아 주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연봉, 평균 관중, 중계권료 수입 그리고 리그 규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 내용과 선행연구들에서도 확인했듯이 자국 리그 및 각 구단들의 인프라 조건과 환경 또한 선수들에게 이주 조건 중 하나로 고려되는 사항이다. 이러한 사실은 Elliott(2016)와 Elliott & Harris(2011)의 연구에서 나타난 ‘자국리그의 열악한 환경’이 국내 프로축구선수들의 중국 및 중동 국가로의 이주에서도 추진 요인으로 동일하게 발견되었다.
스포츠사회학자 Mcpherson(1978)은 “운동선수들의 은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주를 이루며, 일반 노동시장에서의 정상적인 은퇴(55-65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일어난다”고 하였다. 또한 운동선수들의 은퇴는 갑작스러운 부상, 소속팀으로부터의 방출과 같이 비자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Myung, Won & Koo, 2015).
더욱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은 병역의무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선수로서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복무 기간에는 프로선수로서 소득이 중단된다. 하지만 그 마저도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에 국군체육부대로의 입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제대 후 소속팀으로의 복귀도 보장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 프로축구선수들은 한정된 선수 수명, 비자발적 은퇴, 병역의무 등으로 인해 직업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사회·심리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 수명에 대한 사회·심리적 제한은 선수들의 은퇴에 대한 인식 및 준비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직 K리그 선수들의 은퇴 준비 행동을 연구한 Myung, Won & Koo(2015)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선수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팀 내에서의 입지, 적은 경기 출전 수, 재계약 불투명 등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였으며, 이는 곧 은퇴에 대한 불안감과 은퇴 준비 행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 및 중동 축구클럽들의 고액 연봉은 K리그 선수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문제는 군대야. 군대를 안가도 되면 유럽으로 도전하는 선수들이 두 배 이상은 많아질 거야. 만약에 유럽 구단에서 한국 선수를 이적료 주고 데리고 가도 몇 년 있으면 군대 가야되는데 유럽 구단에서는 못 사간다고. A선수도 군대문제 때문에 유럽을 쉽게 못가잖아. 근데 그 선수를 500만 불에 사간다는 중국, 중동 구단은 많아. 군대문제 때문에 그런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 에이전트 E
“어떻게 보면 군대가 모든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거 같아. 군대를 못 빼고 어차피 가야되면 차라리 최대한 연기하고 그동안 돈이나 벌자 이거야. 군대 갔다 오면 선수 생활 거의 은퇴 단계인데.” - 에이전트 D
실제로 선수들의 이적 및 계약을 담당했던 C에이전트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선수에게 고액을 제시한 아시아 팀과 아시아 팀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적은 유럽 팀을 선택사항으로 주면 대부분 돈을 많이 주는 아시아 팀을 선택한다”고 진술하였다(Lee, 2015, Jul 19). 이처럼 운동선수들의 직업 환경(한정된 선수 수명)과 한국 사회의 특수한 상황(병역 의무)은 본 연구 참여자들의 측면에서 K리그 엑소더스는 불가피한 선택 또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병역의무’로 인한 제한된 선수 수명은 K리그 선수들이 리그의 경쟁력과 상관없이 최근 중국이나 중동으로 이주하는 주요 동기 중 하나로 발견됐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병역특례’ 수혜를 받은 K리그 선수들의 해외 이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주제인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 특히, 중국이나 중동으로 이적한 국가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카타르로 이주한 김기희, 중국으로 이주한 김영권, 정우영, 박종우, 장현수 등이 있으며, 2014 인천아시아게임 이후 임창우가 UAE로, 김승대가 중국으로 이주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병역의무가 해외 이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병역특례 또한 해외 이주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병역의무라는 특수한 조건은 기존에 보고되었던 ‘운동선수들의 한정된 선수 수명(Coakley, 1983; Mcpherson, 1978)’보다 국내 선수들에게 더욱 더 제한적인 직업 환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인터넷 뉴스와 그 뉴스에 달린 댓글을 통해 ‘도전(유럽)보다는 안정(아시아)’을 선택하는 K리그 엑소더스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 특히, 중국과 중동으로 이주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축구선수로서 짧은 수명, 비자발적인 은퇴, 병역의무 등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회·심리적 제한 가운데 반작용으로 드러난 안정된 선택을 우리는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또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스포츠 노동 이주에 관한 연구는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신식민주의적 착취’가 지배적 담론을 형성하였다(Armstrong, 2004; Bale, 1991, 2004; Darby, 2007; Darby et al., 2007). 물론 이들 연구는 주로 아프리카 및 중남미에서 유럽 및 북미로의 이주 사례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세계 스포츠 시장의 자본주의 구조를 밝히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에는 이론적 한계가 발생한다. 예컨대, 본 연구에서 도출한 추진 및 유인 요인들은 개인과 이주 국가(또는 구단) 간의 이해관계에 보다 밀접한 연관을 보였으며, 더 나아가 제도 및 환경적 영향(local context)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국가 간 노동력 이동을 개인과 국가(또는 기업) 간의 상호이해관계로 설명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개념을 차용하여 K리그 엑소더스 현상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글로벌 아웃소싱은 1990년대 이후 여러 산업 분야에서 가장 일반적인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이다(Palvia, 2003). 기업들은 아웃소싱을 통해 고정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유지 또는 향상시킴으로써 그들이 직면한 글로벌 경쟁을 극복하고 있다. 상업화된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도 글로벌 아웃소싱의 활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선수들의 노동 이주 현상은 글로벌 아웃소싱의 한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Lee, 2010). Lee(2010)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개념을 차용하여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하였는데, 이는 본 연구에서 살펴본 K리그 엑소더스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체적으로 본 절에서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하위 속성인 비용 최소화와 품질 향상을 근거로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추진 및 유인 요인을 이해하고자 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 영입은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이며, 많은 스포츠 구단들은 해외로부터 저렴한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Lee, 2010). Chiba(2004)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야구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당한 비용 효과를 거둔 일본 히로시마 프로야구팀의 사례를, Ben Porat & Ben Porat(2004)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로부터 자국리그 선수의 60%를 구성한 이스라엘 프로축구리그의 사례를 통해 비용 최소화의 맥락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했다.
K리그 선수들의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 현상 역시 비용 최소화의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중국,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투자와 성장 아래 K리그 선수들의 고용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K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중국과 일본 리그에 비해 약 1.5배에서 8배가량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K리그 선수들의 임금 수준은 동남아시아 축구 리그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독일 Transfermarkt에 따르면 2016년 태국 프리미어리그(TPL)에 등록된 선수들 중 최고 연봉은 150만 달러(약 17억 원)로 K리그의 최고 연봉인 14억 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국가(리그)별 또는 구단별 선수 인건비의 차이는 비용 최소화의 맥락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 특히 K리그 선수들의 이주 요인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아웃소싱의 개념에서 비용 최소화는 단순히 기업(여기서는 구단)의 입장에서만 고려되는데, 이를 선수(여기서는 K리그 선수)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주 발생 요인은 더욱 명확해진다. 본 연구는 K리그 엑소더스의 원인을 구조적 측면뿐만 아니라 행위주체 측면에서도 살펴보았으며, 연구 결과, ‘고액 연봉의 유혹’이 추진 요인 중 하나로 발견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연구 참여자들이 언급한 고액 연봉이 다른 아시아 국가(리그)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아시아 축구 리그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 비율에서 찾아볼 수 있다. Poli, Ravenel & Besson(2015)은 아시아 각국 1부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통계를 보고했는데, 그중 한국 선수는 총 106명으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본 연구 역시 중국, 일본, 중동 국가의 선수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는 자국 리그 또는 유럽 리그를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그 배경은 리그 인프라의 상대적 우위에 있다.
결국 스포츠 노동 이주는 구단의 비용 최소화의 맥락에서 그 설명이 가능함과 동시에, 국제 노동 이주는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의 격차에 의해서만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논리를 지지하고 있다(Ehrenberg & Smith, 2003; Kim, 2006; Na, 2015; Schlottman & Herzog, 1981; Tunali, 2000). 같은 맥락에서 K리그 선수들의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 현상은 아시아 축구 리그 또는 구단의 재정적 상태(비용 최소화)와 선수 개인의 근로 소득의 격차(신고전주의 경제학)로 인해 발생됨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비용 최소화의 측면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비용 최소화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자원의 품질이 보장되어야만 이론적으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Lee, 2010). 아웃소싱은 기업의 생산성 저하 또는 특정 자원의 품질 저하에 따른 극복 방법으로서도 고려된다(Baldwin et al., 2001; Elmuti & Kathawala 2000; Lacity & Wilcocks 1998). 다시 말해, 프로스포츠 구단의 경기력 저하와 특정 포지션의 취약에 따라 아웃소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Lee(2010)는 외국인 선수가 경기 결과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품질 향상의 맥락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하였다. 대표적으로 한국프로농구리그가 그 예이다. 한국 프로농구 구단들이 취약한 특정 포지션(포워드 또는 센터)에 외국인 선수를 고용함으로써 경기수행능력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본 연구의 사례도 품질 향상의 맥락에서 그 설명이 가능하다.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국가(리그)별로 한국 선수를 고용할 때 선호하는 포지션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로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일본은 골키퍼, 중동 국가들은 미드필더를 선호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중국슈퍼리그로 이적한 한국 선수 12명 중 9명(김영권 외 8명)은 모두 중앙수비수였다. J리그는 한국 전현직 국가대표팀 골키퍼(정성룡 외 5명)를 모두 고용하였다. 중동 리그로의 이주 경험이 있는 한국 선수들의 대부분은 미드필더(정우영 외 12명)이다. 이처럼 각 국가(리그) 및 구단은 공급이 제한적이거나 자국 선수들이 취약한 특정 포지션에 글로벌 아웃소싱을 활용하여 품질(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아시아쿼터제도와 결부되어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의 결정적 유인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국제 노동 이주의 대표적인 이론인 세계체계이론(Wallerstein, 1980)과 노동시장 분절론(Piore, 1979)은 현대 사회에서 국가 간 노동력 이동을 설명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세계체계이론은 세계 경제 구조로부터, 노동시장 분절론은 유입국의 노동시장의 구조적 속성으로부터 이주 현상을 설명하였다. Wallerstein은 세계체계 이론을 통해 자본주의적 세계경제를 중심부, 반주변부, 주변부 등 세 지역으로 구조화 하였다. 여기서 중심부 국가는 생산체계를 발전시킴으로써 반주변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에 높은 수익 가치의 상품을 공급하고, 주변부 국가는 낮은 임금의 노동과 원자재를 중심부 국가와 반주변부 국가로 공급하는 순환적 체계를 지니고 있다.
Piore는 국제 노동 이주의 원인을 노동시장의 분절된 형태에서 찾고 있다. 높은 숙련 및 임금 노동자들이 속하는 자본집약적 1차 노동시장과 낮은 숙련 및 임금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집약적 2차 노동시장으로 구분된다. 1차 노동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저임금 직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결국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2차 노동시장의 노동인력으로 채우게 된다. 이는 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들에게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결국 근로소득과 사회적 지위는 정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러한 논리적 근거는 노동시장의 분절된 형태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본 항에서 살펴본 품질 향상의 관점에서 이 두 가지 이론은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스포츠 노동 이주는 단순히 세계경제 구조의 불균형과 낮은 숙련 및 임금 노동인력의 수요 측면에서만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 그리고 국내 선수들과의 소득 수준의 차이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Frick, 2007). 실제로 Pereira(2017, Feb 13)가 보고한 ‘2017 세계 축구선수 연봉 상위 20인’에 따르면, 잉글랜드 웨인 루니(W. Rooney)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자국이 아닌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다. 두 이론이 주장한 국제 노동 이주의 메커니즘과는 전혀 다른 양상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품질 향상의 맥락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이해하는 것은 구조주의 관점(세계 경제 구조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속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을 이해하는 데 보다 유용하다.
결론적으로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은 경제(개인소득, 구단수익), 제도(외국인채용, 병역의무·특례), 환경(국내외시장)이라는 세 가지 추진 및 유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제적 요인으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구단에게 고액 연봉 및 이적료를 지불하는 환경적 요인(국외 시장)이 마련되어야 함과 동시에 국내 시장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전제해야 한다. 이는 소득 격차에 의해서만 노동 이주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뒷받침한다. 추가로 본 연구는 아시아쿼터제도와 국내 징병제도 및 병역특례법을 제도적 요인으로 분류함으로써 경제 및 환경 요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일부 극복하고, 국내 스포츠 노동 이주의 특수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는 특정 단일 요인만으로 스포츠 노동 이주 특히, 국내 스포츠선수들의 노동 이주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개한 이론적 논의에서는 스포츠 노동 이주가 신고전주의 경제학과 그 맥을 함께 하면서도, 대표적인 이주 이론인 세계체계이론 및 노동시장 분절론과는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 연구는 이러한 구조주의 관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의 하위 속성인 비용 최소화와 품질 향상을 해석 틀로 차용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본 연구에서 발견한 추진 및 유인 요인과 그 요인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틀을 제공하였다.
반면에 본 연구는 스포츠 노동 이주가 발생한 양 국가 간 ‘사회문화적 배경’과 ‘비자발적 이주 사례’를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예컨대, 경제, 제도, 환경 요인을 규명한 반면, 이주 국가 간 지리·문화·정치·역사적 관계를 설명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또한, 국내 프로축구선수들이 더 낮은 임금과 약소국(리그)으로 이주한 사례를 다루지 못했다. 물론 이에 대한 탐구는 본 연구와 별개인 또 다른 연구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새로운 연구 대상과 접근 방법을 고민해서 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주 국가 간 사회문화적 배경(관계)과 비자발적 이주 사례에 관한 연구는 후속 연구의 과제로 남기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국내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첫 번째 경험적 연구로서 그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후속 연구의 기초 자료로서 그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서두로 돌아가서 고민해볼 문제가 있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K리그 선수들의 중국 및 중동 국가로의 이주 현상은 언론 매체를 통해 부정적인 담론(프레임)을 형성하였다. 이에 대해 Myung & Lee(2018)는 스포츠 노동 이주를 획득(gain), 교환(exchange), 순환(circulation)으로 바라보는 노동 이주의 낙관론자들과 달리, 국내 언론 매체들은 일방적인 유출(drain)로 간주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스포츠 노동 이주가 국가 간 축구클럽 및 선수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제도, 환경 요인들을 통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중국 및 중동 국가로의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이적료 수익은 매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는 K리그 구단과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본 국내 여론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Maguire(2011)는 스포츠 노동 이주의 가치 판단은 (1) 구단의 상업적 성공을 촉진하는 사람들과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2) 단기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가들과 장기적 발전을 추구하는 관계자들; (3) 미디어 상품을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지역 정체성 및 선수 개발을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의 논쟁 즉, 누가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결국 국내 축구선수들의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 현상은 상업적 성공(개인소득, 구단의 이적료 수익)과 국가경쟁력(국내리그 침체, 국가대표팀 경기력 저하)이라는 각기 다른 기준에 따라 가치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의 언급과 더불어 본 연구에서 도출한 이주 요인들은 국내 스포츠 노동 이주에 대한 가치 판단과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 그리고 여론 형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 매체에 중요한 잣대를 제공하고 있다.
본 논문은 명왕성의 2018년도 박사학위논문에서 발췌 정리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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