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598-2920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K League Influx (KLI)’ which is the phenomenon a number of international footballers migrate to South Korea and its factors.
Qualitative case study was conducted with 10 footballers who have migrated to South Korea and 4 their Korean agents.
The KLI can be explained with four factors such as (1) Asian football dream and K league as a stop (not destination); (2) Brazilian footballer salary increase caused by Chinese football policy; (3) Financial crisis of European football market; and (4) The quantitative and qualitative changes in the agent market due to FIFA’s abolition of agent system and the development of new media.
These factors are close to the properties of external factor rather than internal factor. It requires various perspectives on sport labor migration (academic significance) and new management philosophy of K league and each club (practical discussion). Therefore, this study examined the possibility of 'selling-league' and suggested the follow-up study and policy direction related to it.
그 결과,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은 (1) 아시안 축구 드림과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서 한국 K리그; (2) 중국의 축구 정책이 초래한 브라질 선수 연봉 상승; (3) 유럽 축구 시장의 재정 위기; (4) FIFA의 에이전트 제도 폐지와 뉴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에이전트 시장의 양적·질적 변화 등 네 개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국내 프로축구리그(이하 K리그)는 선수단 구성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 국내 선수들의 아시아 국가로의 동시다발적 이주이다. 주로 유럽 국가 및 일본으로의 이주를 선택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2014년 이후 중국, 중동,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이주가 두드러지고 있다(Myung & Won, 2019). 다수의 언론 매체들은 이 현상을 ‘K리그 엑소더스(exodus)’로 표현하였으며, ‘엑소더스’, ‘유출’, ‘위기’, ‘블랙홀’ 등 비관적 프레임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Myung & Lee, 2018). 국내 선수들의 해외 이적을 ‘해외진출’, ‘스타탄생’, ‘성공’ 등 낙관적으로 해석했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음은 다국적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본 연구에서는 첫 번째 특징인 K리그 엑소더스와 상반된 개념으로 이 현상을 ‘K리그 인플럭스(influx)’로 명명하였다.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그동안 총 707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거쳐 간 것으로 확인된다(Pi, 2017, Jul 11). 그중 브라질 국적 선수가 368명으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50% 가량은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 주로 동유럽 국가들이 차지하였다. 지난 30년간 브라질과 동유럽 선수들이 K리그 외국인선수에 대한 쿼터를 대부분 점유해온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서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 선수들이 새롭게 유입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총 27개국에서 91명이 K리그 구단으로 이적하였으며, 이는 K리그 출범 이래 가장 많은 국적이 등록된 사례이다(KPFL, 2019). 대륙 및 국가별 분포를 살펴보면, 유럽 국가는 루마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스웨덴,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북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조지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포르투갈, 프랑스, 헝가리 총 15개국으로 가장 많은 선수가 K리그에 등록되었다. 그 다음으로 동티모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이란, 일본, 호주 등 아시아(6개국)가 뒤를 이었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남아메리카(3개국)와 기니비사우, 니제르,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3개국) 순이다. 2017년 국가별 외국인 선수 현황과 2010-2017년 외국인 선수 및 국적 수 추이는 <Table 1>, <Table 2>와 같다.
Item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2016 | 2017 | R(%) |
---|---|---|---|---|---|---|---|---|---|
N | 15 | 14 | 13 | 11 | 14 | 19 | 19 | 27 | 80.0 |
F | 57 | 66 | 66 | 64 | 72 | 75 | 87 | 91 | 59.6 |
실제로 2017년 시즌에 등록된 K리그 외국인 선수는 2010년 대비 59.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 눈에 띄는 점은 국적 수의 증가율이 80%라는 점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외국인 선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국적 역시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처럼 다수의 국내 선수들이 아시아 국가로 이주하는 반면, 다국적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으로 한국 프로축구 시장의 새로운 노동 이주 형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 시장의 커다란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K리그 엑소더스와 인플럭스를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 현상에 대한 이해와 사회구조적 요인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K리그 엑소더스 현상은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었기 때문에(Myung & Lee, 2018; Myung & Won, 2019), 본 연구에서는 다국적 외국인 선수들의 국내 이주 현상인 K리그 인플럭스에 주목하고자 한다.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국내 선행연구들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국내로 이주해 온 외국인 선수(Ahn & Kang, 2016; Jo, 2011; Jo, 2013; Kim, 2016; Lee, 2010; Lee, 2012; Park & Choi, 2012; Yang & Won, 2007), 둘째, 국내 선수들의 해외 이적(Jo et al., 2014), 셋째, 국내외 스포츠선수들의 이주와 관련된 언론 보도(Kim et al., 2014; Jo, 2014) 등이 있다. 이중 본 연구 주제와 관련 있는 첫 번째 범주의 연구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 연구의 특징은 외국인 선수의 한국 문화 및 리그 적응 과정,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국내 팬들의 수용 등 국내 이주 후 전반적인 생활양식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Ahn & Kang(2016:59)은 “국내 구단에서 제공하는 경험재가 외국인 선수들의 새로운 문화와 환경 적응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물질재는 적응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편의성에서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하였다. 여기서 경험재란 경험을 통해 소비하는 무형의 제품이며, 물질재는 소유가 가능하고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유형의 제품을 의미한다(Nicolao et al., 2009). 종목은 다르지만 국내 프로농구리그로 이주한 외국인 선수들은 유목민의 정체성을 지니고 과거 세계적 커리어보다도 한국형 외국인 선수로 거듭나는 데 충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문화 적응을 위해서는 가족 및 지역 사회의 지지가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Yang & Won, 2007). Lee(2010:172)는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선수 사례를 “문화적 접속과 교섭, 적응과 갈등, 수용과 배제 현상”을 반영하는 스포츠사회학 연구의 분석 틀로서 그 가치를 언급하였다. 특히, 스포츠의 대중적 영향력 아래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사회에서 유연한 시민권 발현과 대중 인식의 변환의 시발점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선행연구들은 서사적 접근을 통해 외국인 선수들의 경기장 안팎에서의 경험과 적응 과정을 심층적으로 기술하였으며(Ahn & Kang, 2016; Yang & Won, 2007), 외국인 선수들의 국내 이주를 다문화 수용과 관련된 분석 틀로서 논의했다(Lee, 2010). 본 연구는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 과정이나 대중 인식에 관한 탐색보다는 이주 배경과 그 요인을 밝힌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들과 차별성이 있다. 특히, 최근 대두되고 있는 K리그 인플럭스 현상에 국한하여 다국적 프로축구선수들이 한국을 선택하는 배경과 그 사회구조적 요인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은 외국인 선수들의 이주 후 삶에 주목한 기존 연구들과 달리, 국내 이주 요인으로부터 외국인 선수 고용 정책과 학술적 의의를 제공하는데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
다시 정리하면, 본 연구는 최근 다국적 프로축구선수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현상, 즉 K리그 인플럭스 현상과 그 요인을 살펴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질적 사례연구를 차용하여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의 구조 또는 행위주체 측면에서의 요인을 귀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앞서 다음 장에서는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지배 담론과 이주 요인에 관한 문헌 고찰을 선행하고자 한다. 이는 이론적 배경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분석 결과를 논의하는데 있어 중요한 절차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내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경험적 지식을 축적하고, K리그 및 각 구단의 대처 또는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스포츠 상업화와 그에 따른 노동 인력(선수, 지도자, 관계자)의 글로벌 이동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본 연구를 기점으로 스포츠 노동 이주에 관한 국내 체육학계의 관심을 기대해본다.
그동안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연구들의 주요 관심사는 ‘왜 선수들이 해외에서 고용 기회를 찾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Darby, 2007; Magee & Sugden, 2002; Molnar, 2006). 이에 사회과학자들은 스포츠 노동 이주의 본질, 패턴,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틀을 사용하였다. 근대 이론, 개발 이론, 제국주의 이론부터 선수들의 노동 이주를 자본주의 구조에 의한 착취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Agerggard, 2008; Bale, 1991).
스포츠 노동 이주의 초기 연구는 아프리카 축구선수들의 유럽 이주가 주요 관심사였으며, 주로 신식민주의적 착취의 관점으로 접근하였다. 마르크스주의 원칙을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축구선수들의 유럽 이주가 제국주의에 기초한 지속적인 착취라고 주장하였다(Lee, 2010). 과거 포르투갈 축구 클럽들이 모잠비크와 앙골라에 축구 아카데미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를 통해 포르투갈 프로축구리그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Darby et al., 2007). 이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스포츠 노동 이주의 주요 목적지는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와 같은 선진국 또는 높은 연봉 및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국가였으며, 이러한 이주 패턴은 스포츠 노동 이주를 착취의 한 형태로 바라본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뒷받침하였다.
그러나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아시아 국가로 이주한 야구선수들은 스포츠 노동 이주의 역방향 경로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Chiba 2004), 이러한 비정통적인 이주 경로는 연구 주제로부터 소외되어 왔다. Arbena(2013)은 역방향 이주 경로를 ‘인구유출(out migration)’로 명명하였다. 스포츠에서의 인구유출은 새로운 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인구유출의 대상이 주로 낮은 커리어를 지닌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높은 시장가치를 지닌 선수들이 인구유출의 주요 대상이 되면서 스포츠에서의 인구유출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인구유출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유지하는 입장이다. 젊은 아프리카 축구선수 또는 아시아 야구선수의 지속적인 유출로 인해 해당 리그는 관중 수, 중계 빈도, 리그 인기도가 하락하는 등 이주 국가 간 리그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유럽 축구리그와 미국 메이저리그와 같은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성과는 자국의 스포츠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스포츠 노동 이주는 자국의 인프라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수요를 더욱 극대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Lee(2010)는 후자의 관점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의 경제학적 측면에 주목하였다. 그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세 가지 하위 개념을 근거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설명하였다. 첫째, 비용 최소화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상당한 비용 효과를 거둔 일본 히로시마 프로야구팀(Chiba, 2004)과 과거 공산주의 국가로부터 자국리그 선수의 60%를 구성한 이스라엘 프로축구리그(Ben Porat & Ben Porat, 2004)가 그 예이다. 둘째, 품질 향상이다. 인적 자원이 취약한 특정 포지션을 외국인 선수로 대체하는 것으로 한국 프로농구리그가 대표적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자원 접근성이다. 메이저리그와 유럽 축구리그가 각각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설립한 아카데미를 통해 인적 자원의 접근성을 확보한 것이다(Darby et al., 2007; Klein, 2008). 그러나 자원 접근성에 대한 Lee(2010)의 설명은 불공평한 시장 구조로부터 시작된 신식민주의적 착취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 관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통적 이주 이론인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맥락에서, 스포츠 노동 이주 역시 소득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Maguire & Pearton(2000)은 선수들의 이주는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행동양식(pattern)을 반영하는 일련의 과정과 연결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선수들의 이주 결정에 높은 연봉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주 요인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Elliott, 2016). 잉글랜드 축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수들의 이주는 경제적 요인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Magee & Sugden, 2002; Maguire & Stead, 1998). 스포츠 이주는 ‘핵심 스포츠 경제’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Elliott & Harris, 2011).
Maguire(1996)에 의하면 스포츠 노동 이주는 이주 과정의 복잡한 관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범주에 의해 설명된다. 그는 선수들의 이주가 개척자, 용병, 유목민, 정착민, 귀환자로 특징지어진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Magee & Sugden(2002)은 야망론자, 망명자, 추방자를 추가함으로써 ‘Maguire(1996)의 노동 이주 유형’을 확장시켰다. 최근에 발표된 Elliott(2016)의 연구 역시 이주 요인의 복잡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 축구선수들의 잉글랜드로의 이적 동기를 연구한 결과, 자국 리그 제도에 관한 부정적 인식, 전문적인 경력 추구 및 자기 계발 욕망, 지리적 근접성, 이주 네트워크, 문화적 유사성 등을 이주 요인으로 보고하였다.
이주 요인의 복잡성은 선수들이 자국에서 경력 계발 기회가 부족한 것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과거 미국 프로축구리그의 열악한 환경은 북미 선수들이 자국을 떠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확인되었다(Elliott & Harris, 2011). 1984년 북미프로축구리그(NASL)가 해체된 후 1996년 메이저리그축구(MLS)가 출범할 때까지 미국에 프로축구리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재능 있는 축구선수들은 프로선수 경력을 계발 및 유지하기 위해 해외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6년 프로리그 출범 이후에도 리그의 구조적, 경제적, 경쟁적 조건은 여전히 재능 있는 축구선수들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미국 국가대표팀의 출전명단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축구의 세계화와 그에 따른 권력 분산은 일부 선수들이 경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Elliott, 2016). 스포츠에서의 노동 이주에 관한 일부 선행연구들은 선수들의 자기 계발과 모국보다 높은 수준의 경쟁을 이주 동기로 보고했으며, 이러한 주장은 축구 종목에서 분명히 나타난다(Darby, 2007; Magee & Sugden, 2002; Maguire & Stead, 1998; Molnar, 2006). 예를 들어,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선수들은 전문화된 리그 경험, 경기 몰입도, 그리고 세계 최고 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자하는 욕망에 강한 이주 동기를 보였다(Stead & Maguire, 2000). 이는 헝가리 선수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찾고, 자신을 계발하고, 더 나은 노동 환경을 확보하고자 이주를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olnar, 2006). 이들의 이주 사례를 단순하게 개인의 소득 격차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처럼 ‘전문적 스포츠 경험’이 일부 축구선수들의 이주 결정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특히 유럽 리그가 그 목적지로 주목받고 있다(Maguire & Stead, 1998; Stead & Maguire, 2000).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세계 정상급 대회에 출전하는 구단으로의 이주가 그 특징이다(Elliott, 2014). 이러한 사실은 프로축구선수들의 이주 요인을 탐색할 때 ‘개인적 욕망’이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Elliott, 2013).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단순히 개인 소득이라는 미시적 측면에서 노동 이주를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국가 차원에서 ‘노동 시장의 공급 및 수요 과정’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 Ravenstein(1885)의 ‘이주 법칙’에 의해 개발된 국가의 추진(push)-유인(pull) 모델은 노동의 공급과 수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Grigg, 1977). 여기서 추진 요인은 이주의 출발 국가, 유인 요인은 도착 국가와 관련된 이주 요인으로 개인 또는 집단의 이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Kline, 2003). Ravenstein(1885)은 1750년부터 1850년까지 잉글랜드 시골 지역의 인구 증가와 도시로의 이주의 상관관계를 증명하였다. 프로스포츠 시장은 이러한 노동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과 그로 인한 이주 발생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농구선수의 지속적인 노동력 공급과 과잉 생산으로 인해 고용 기회를 갖지 못한 일부 선수들은 추진-유인 과정을 통해 해외 리그로 이동하게 된다(Elliott & Maguire, 2008).
같은 맥락에서 축구선수들의 이주가 강제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한 Magee & Sugden(2002)의 연구는 노동의 공급과 수요 과정을 잘 보여준다. Miller et al.(2003)는 이러한 이주 형태를 ‘스포츠 노동의 과잉 생산’이라고 명명했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만이 출전 기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일부는 타국에서 그들의 능력에 상응하는 고용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Elliott & Harris, 2011). Roderick(2013) 역시 일부 선수들은 그들의 경력을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해외 이주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이주 형태는 비자발적 이주로서 앞서 살펴본 미국 축구선수들의 유럽 국가로의 이주와는 차이가 있다. 반면에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거나 보다 낮은 수준의 국가(리그)로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리그로 이주할 수 있는 “디딤돌(stepping stone)” 역할을 기대하며 이주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Elliott, 2013:745).
지금까지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다양한 문헌들을 살펴보았다.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세계화 흐름의 중심에 있는 축구 종목이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을 기반으로 소득 격차에 초점을 둔 일반 노동시장에서의 이주 연구들과는 달리 스포츠 노동 이주 연구는 사회학적 접근이 지배적이었다. 노동 이주를 자본주의 구조에 의한 착취로 간주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 관점이 그 특징이다. 이후 전통적 이주 경로를 벗어난 역방향 이주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스포츠 노동 이주를 이주 국가 간 이해관계로 바라보는 접근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이주 국가 간 양극화 심화를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은 여전히 유효한 실정이며, 연구자와 연구대상에 따라 스포츠 노동 이주에 관한 담론은 더욱 다양화될 것이다.
최근에는 스포츠 노동 이주 현상을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다각적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노력들이 시도되어왔다. ‘추진-유인 모델’을 통해 스포츠 노동의 과잉 생산을 설명했으며, 명시적 또는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인재 연결망’을 통해 이주의 영속성을 탐색하였다. 한편, 구조적 측면에서의 거시적 접근뿐만 아니라 행위주체 측면에서 이주 동기를 설명한 연구들도 있다. 이들 연구는 스포츠 노동 이주에서 ‘전문적 스포츠 경험’에 주목하였으며, 양 국가 간 연결되어 있는 역사적, 지리적, 사회문화적 맥락으로부터 이주 요인을 밝혀내고자 했다.
이상의 문헌들로부터 스포츠 노동 이주는 매우 다양하고 때로는 복잡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을 이해하는데 기초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하였다. 무엇보다도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의 축구선수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비정통적 이주 경로를 단면적 관점이 아닌 다각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K리그 인플럭스 현상과 그 요인을 탐색하기 위해 질적 사례연구를 방법론으로 채택하였다. 질적 사례연구는 세 가지 전제를 충족할 때 적절한 방법으로 첫째, 특정 사례(현상)가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 그 과정과 결정 요인을 살펴볼 때 적합하다(Yin, 2014). 즉 연구 문제가 특정 사건이나 현상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본 연구는 K리그 인플럭스 현상에 관한 이해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과 행위자 측면에서의 이주 동기를 규명하는데 주된 관심을 두고 있다. 둘째, 연구자는 분석 사례의 통제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본 연구는 다국적 외국인 축구선수들의 국내 이주 현상을 연구 사례로 주목하였으며, 이 현상에 대해 연구자의 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연구 사례와 연구 시점은 밀접한 연관이 있어야 한다. 이는 연구 사례(현상)가 과거 또는 미래에 예측 가능한 사례가 아닌 현 시점에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K리그 인플럭스 현상 역시 2017년 K리그 겨울 이적 시장을 기점으로 발생하였으며 본 연구 시점에도 유효하다.
본 연구는 해외 구단에서 K리그 구단으로의 이적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 및 그들의 국내 에이전트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국내 에이전트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한 배경에는 원활한 의사소통(통역)과 법적 대리인으로서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 절차 그리고 다각적 자료 수집을 위함이다. 이주 동기나 그 배경에 대한 자료(증거)를 선수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결과의 객관타당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주의 일련 과정을 자기중심적으로 진술(기술)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이주 과정에 직접 관여했던 에이전트들을 연구 참여자로 선정함으로써 자료의 객관타당성을 보완할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 선정을 위해 연구자(제1)는 국내 축구 에이전트 3명에게 연구 주제와 자료수집 방법에 대해 설명한 후 연구 참여의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이 과정에서 1명의 에이전트를 추가로 소개받았으며, 각 에이전트와 계약 관계에 있는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참여 동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자(제1)는 약 15년간 학생선수 및 프로축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이러한 연구자의 배경은 참여자 선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참여자는 외국인 선수 10명과 한국인 에이전트 4명이다. 에이전트들은 각 선수의 이주 과정과 계약 협상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다. 참여자들의 개인적 특성은 다음 <Table 3>과 같다.
No. | Name* | Age | Nationality | Position** | Role |
---|---|---|---|---|---|
1 | Aiden | 27 | Montenegro | FW | Footballer |
2 | Ethan | 27 | Australia | FW | |
3 | Lucas | 28 | Brazil | MF | |
4 | Jacob | 32 | Brazil | FW | |
5 | Michael | 28 | Montenegro | FW | |
6 | Matthew | 32 | Spain | MF | |
7 | Benjamin | 29 | Netherlands | DF | |
8 | William | 29 | Norway | MF | |
9 | Daniel | 31 | Belgium | MF | |
10 | Oliver | 28 | Serbia | FW | |
11 | KBJ | 40 | South Korea | 3, 4, 6 | Agent |
12 | YJH | 38 | South Korea | 1, 5, 10 | |
13 | KSY | 52 | South Korea | 2 | |
14 | LSH | 37 | South Korea | 8, 9, 10 |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연구에서 수집 및 분석되는 것을 자료(data)라고 표기한다. 그러나 질적 사례연구에서는 자료가 아닌 증거(evidence)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Yin, 2014). 본 연구는 증거 수집방법으로 심층면담과 문헌자료를 활용하였다. 첫째, 해외 구단에서 K리그 구단으로 이적한 외국인 선수 및 관련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심층면담은 반구조화된 면담으로 사전에 연구 목적과 관련된 질문을 개발하여 질문-답변 및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1차 면담은 공통 질문으로, 2차 면담은 1차 면담과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개발한 개별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모든 면담은 선수와 에이전트가 동반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면담은 에이전트가 제공한 동시통역을 통해 실시하였다. 면담시간은 최소 60분에서 최대 120분이다. 심층면담의 공통 질문 문항은 다음 <Table 4>와 같다.
Question items |
---|
- Personal and social situation before migration |
- Reason for considering migration |
- Reason for decision to migrate to South Korea |
- Story about migration process |
- Opinion about K League before migration |
- Opinion about Asian football league before migr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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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스포츠 노동 이주 및 축구 이적과 관련된 문헌들을 활용하였다. 주로 스포츠 노동 이주를 다룬 국내·외 선행연구를 증거로 수집하였다. 이 외에도 스포츠 선수 특히, 축구선수들의 이주와 관련된 언론 보도나 칼럼을 보조 자료로 활용하였다. FIFA, 아시아축구연맹(이하 AFC),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공식 기관에서 발행한 공문서 및 통계자료도 분석과정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한편 특정 문헌을 증거 자료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기준과 제한적인 접근성을 연구 기간 동안 유의하였다.
본 연구는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였다. 주제 분석은 비정형화된 텍스트로부터 참여자의 일상 세계를 귀납적으로 탐색하고, 연구 질문과 관련된 주제(범주화된 의미)를 도출하는데 유용하다(Guest, 2012; Hatch, 2002). Braun & Clarke (2006)는 ‘주제 분석의 6단계’를 제시하였으며, 본 연구 역시 이들의 지침을 준수하였다.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자료와 친숙해지기’이다. 본 연구는 심층면담과 관련 문헌으로부터 원자료를 생성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검토하였다. 외국인 선수의 진술 내용(외국어)은 면담 당시 에이전트가 제공한 동시통역(한국어)을 원자료로 활용하였으며, 외국어 녹취 내용은 전사 과정에서 제외하였다. 둘째, ‘초기 코드 생성하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비정형화된 텍스트로부터 연구 질문과 관련된 유의미한 단어, 문구, 문장, 문단을 1차 코드로 생성하였다. 셋째, ‘주제 탐색하기’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생성한 코드들을 나열하고, 코드 간 관계를 귀납적으로 분류한 후 추상적 주제를 생성하였다. 넷째, ‘주제 검토하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추상적 주제들 간, 각 주제를 구성한 코드들 간의 연관성을 재확인하였다. 다섯째, ‘주제 명명 및 정의하기’이다. 확정된 주제에 적절한 명칭을 부여하고 각 주제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마지막으로 ‘보고서 작성하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각 주제를 잘 묘사하는 예를 선택한 후 전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본 연구는 Lincoln & Guba(1985)가 제시한 질적 연구의 네 가지 평가 기준을 토대로 연구의 진실성을 확보하였다. 그들은 질적 연구를 평가하는 데 있어 사실적 가치,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을 강조하였다. 먼저, 사실적 가치는 연구 결과가 실제 현장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동일한 연구 문제에 대한 답변의 일관성 여부를 반복적으로 비교 및 검토하였다. 둘째, 적용성은 연구 상황뿐만 아니라 다른 맥락에서도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지를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적용성 확보를 위해 분석과정에서 이주 이론 및 관련 문헌들과의 지속적 비교 분석을 실시하였다. 셋째, 일관성은 유사한 연구 상황에서 나타나는 결과의 일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일관성 확보를 위해 동료 검증을 실시하였다. 동료 검증은 스포츠사회학 전공 교수 1인 및 박사 2인으로 구성하여 자료 분석의 오류를 최소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중립성은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과 해석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 분석 결과에 대한 연구 참여자들의 재검토를 실시하여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추가로 연구 설계 단계부터 연구자 반성 일지를 작성하였다.
본 연구는 자료 수집에 앞서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구 설명문을 숙지시킨 후 연구 참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본문에서 연구 참여자의 핵심적인 개인 정보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였으며, 수집 자료는 연구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또한, 수집된 자료는 연구 종료 후 3년 동안 익명 처리하여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할 것을 약속한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K리그가 자리도 잘 잡은 리그이고 그리고 K리그에서 성공을 하면 다음이 있어요. 중국이나 중동, 일본에서 많은 돈을 받고 이적할 수 있는 그 뒤에 기대감이 있어요. 일단 한국에서 많은 연봉을 받지 못하더라도 뒤에 목적지를 생각해서 오는 경우가 있죠. - Daniel
세계 프로축구 역사에서 아시아 축구 시장은 변방 리그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및 중동 국가들의 축구 투자와 비약적 발전은 전 세계 축구선수들의 아시아 리그에 대한 관심과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시아 각 국가들의 사회구조적 요인과 외국인 선수 채용 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Myung & Won, 2019).
본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K리그는 어느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왜 유독 K리그에 다국적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가이다. 앞서 언급한 아시아 축구 리그의 발전은 사실 K리그에는 해당되지 않은 내용이다. 오히려 K리그는 매년 지속되는 적자 운영과 예산 감축, 관중 감소, 선수 유출이라는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Kim, 2013). 실제로 다음과 같은 정량적 자료는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K리그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임을 보여준다.
영국의 데일리메일(Daily mail)은 2016년 시즌을 기준으로 세계 프로축구리그의 선수 평균 연봉을 발표했는데, 중국 슈퍼리그는 586,558파운드(약 8억 6,500만 원), 일본 J리그(J-League)는 160,515파운드(약 2억 3,700만 원)로 한국 K리그(1억 4천만 원)보다 약 1.5배에서 8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Harris, 2016, Nov 13). 선수 연봉뿐만 아니라 프로스포츠 시장의 가치를 반영하는 중계권료에서도 K리그는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Kim(2014, Apr 28)에 따르면, “태국 프리미어리그의 한 시즌 중계권료(약 200억 원)는 K리그 중계권료 수익(약 65억 원)의 3배 이상”으로 K리그보다 높은 시장 가치를 보이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역시 2015년 세계적인 스포츠 중계권 기업인 MP&Silva와 15년간 약 3,300억 원의 조건으로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였다(Lee, 2015, Feb 4).
그러나 열악한 인프라 조건에도 불구하고 K리그 구단 및 선수들은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 왔다. 아시아 국가 간 클럽대항전인 AFC챔피언스리그의 역대 성적을 살펴보면, K리그는 총 11회 우승으로 일본(6회), 사우디아리비아(4회), 이란, 중국(3회) 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see www.worldfootball.net). 이처럼 K리그는 경기력 측면에서 아시아 축구 리그의 선두자인 반면, 인프라와 시장성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리그로 평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국적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를 찾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K리그는 쇼케이스(showcase)로서 매력(또는 효과)적인 장소이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K리그는 그들의 재능을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및 중동아시아 축구 시장에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공개 장소로 기능한다. K리그 구단들이 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AFC챔피언스리그의 대회 출전권을 다수 보유할 뿐만 아니라 매년 상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FC챔피언스리그는 AFC클럽랭킹과 FIFA랭킹에 의해 국가별 출전권 수가 결정되는데 한국은 총 4장(조별리그3+플레이오프1)으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출전권을 보유하고 있다(AFC, 2018).
실제로 K리그 구단에서의 활약을 통해 거액 연봉과 이적료를 기록하고 중국, 일본, 동남 및 중동아시아 리그로 재이주한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에두(전북→중국), 레오나르도(전북→UAE), 데얀(서울→중국), 아드리아노(서울→중국), 에스쿠데로(서울→중국), 조나탄(수원→중국), 티아고(성남→사우디), 마르셀로(제주→일본), 멘디(제주→태국), 페드로(제주→일본), 말컹(경남→중국) 등이 있다.
K리그가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경기력 수준이 높고, ACL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속해요. 그렇다보니까 K리그 선수들이 아시아 시장에 노출이 많이 되고 실제로 (중국, 일본, 중동리그)스카우터들이 K리그 경기를 유심히 봐요. 그런 부분이 중요했어요. - Ethan
ACL에서 한국 구단이 성적이 좋잖아요. ‘아 내가 지금은 (연봉을) 많이 못 받아도 저기(K리그)서 성공하면 중국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많잖아요. - Jacob
둘째, 아시아 축구 시장에서 K리그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 최근 아시아 주변 국가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자국의 축구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K리그와 달리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 쿼터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Franco & Fryer(2016, Jan 28)에 따르면, 2016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중국 슈퍼리그는 1억 3,625만 유로(1,794억 원)를 선수 영입에 지출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억 1,600만 유로), 이탈리아 세리에A(5,731만 유로), 독일 분데스리가(3,600만 유로) 보다 많은 지출이다. 또한, Pereira(2017, Feb 13)에 의하면, 중국 상하이선화FC의 테베즈가 3,750만 유로(약 491억 원)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상하이상강FC의 오스카(2,440만 유로), 헐크(2,000만 유로), 기안(1,480만 유로), 텐진의 비첼(1,600만 유로), 산둥루넝의 펠레(1,500만 유로), 허베이포춘의 라베치(1,400만 유로), 장쑤수닝의 하미레즈(1,300만 유로), 테세이라(1,200만 유로), 광저우헝다의 마르티네즈(1,250만 유로) 등 중국 리그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 10명이 세계 축구선수 연봉 20위 안에 포함되어있다.
세계 정상급 경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 아시아 축구 리그에서 활동하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중국, 일본, 중동 등 아시아 국가로 이주를 희망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보다 넉넉한 예산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 대비 높은 기량의 선수, 다시 말해 인건비 대비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는 K리그 구단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중국, 일본, 중동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명문 구단으로 직접 이주가 어려운 외국인 선수들은 차선책으로서 K리그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리그는 아시아 주변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 쿼터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원인 모두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를 이주 목적지보다는 경유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일본, 동남 및 중동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리그 발전, 그에 따른 외국인 선수들의 아시아 리그에 대한 선호도 증가, 그리고 K리그의 높은 경기력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 조건의 결합이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을 야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축구를 통한 아시안 드림이 세계 축구 시장에서 새로운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경유지)으로서 많은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K리그를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이 활성화된 이후 K리그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쿼터는 주로 브라질 선수들이 차지해왔다. 앞서 서론에서도 확인했듯이, 그동안 K리그에서 활동한 외국인 선수 중 절반 이상은 브라질 국적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인 선수들의 국적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는 본 연구 주제인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의 특징이자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최근 브라질 선수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과거처럼 유입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최근 브라질 선수들의 급격한 연봉 상승을 그 배경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무리하게 (브라질) 선수들 몸값을 다 올려놨어요. 브라질리그 수비수 한 명이 중국리그로 갔는데 이적료가 400억 나왔어요. 이제 브라질 1부 리그는 그 정도 금액이 책정이 된 거에요. 비정상적이죠. - YJH
엄청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한국으로) 들어왔잖아요. 예전에는 브라질이었는데. 지금 브라질 시장이 중국 때문에 모든 선수들의 몸값이 엄청 올라갔어요. 국제 시장에서나 브라질 리그에서도. 왜? 중국에서 좋은 선수들을 8-900억으로 다 데리고 갔잖아요. - KSY
브라질 선수들 몸값이 너무 올라가서 그래요. 이제 브라질 3-4부 리그 선수들을 찾아야 해요. K리그 구단들은 만족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유럽에 보스니아, 덴마크 그런 선수들을 영입하는 거에요. 중국에서 지불하는 이적료 수준을 우리나라는 절대 못 맞춰주니까. - LSH
국가주도 하에 시작된 중국의 축구 정책과 그에 따른 중국 기업들의 축구 투자는 세계 축구 시장의 변화를 초래하였다(Connell, 2018).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전인 2011년부터 중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하였다(Shin, 2016, Apr 13). 이후 축구 개혁안을 보다 구체화하였는데 2014년 ‘중국 스포츠산업 촉진방안’, 2015년 ‘중국 축구개혁발전 총체방안’에 이어 2016년에는 ‘중국 축구 육성계획’을 발표하였다. 무엇보다도 중국 프로축구리그의 비약적 발전과 가시적 성과를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였다.
시진핑의 축구 정책은 중국 기업과 자본가들의 축구 투자 현상으로 이어졌으며, 그 수혜의 중심에는 중국 프로축구리그와 각 구단들이 있다. 특히, 리그의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영입이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중국의 축구 정책은 외국인 스타 선수 영입으로 귀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Nauright, 2015). 그리고 중국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브라질 선수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 구단들은 세계 축구 시장 내 치열한 선수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웠다. 기존에 책정되어 있던 선수 연봉과 이적료 기록을 수차례 갱신하면서 무분별한 영입이 가열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축구 구단들이 브라질 축구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브라질 선수들의 연봉과 이적료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중국 구단들의 무차별적인 연봉 및 이적료 지출은 세계 축구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최근 중국축구협회가 ‘재정적 페어플레이’를 도입한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Park, 2018, May 4).
이는 주변국인 K리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K리그 구단에게 브라질 선수는 인건비 대비 경기력이 뛰어난 인적 자원이었다. 따라서 비시즌 기간에 구단 직원과 지도자들이 선수 영입을 위해 직접 브라질로 향하는 일은 K리그에서 흔한 풍경이었다(Kim, 2014, Jan 8; Shin, 2011, Dec 8).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연구 참여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기존에 거래되었던 브라질 선수 연봉과 이적료 수준이 크게 증가하면서 K리그 구단들의 운영 예산으로는 영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K리그 외국인 선수 쿼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던 브라질 선수들의 영입이 어려워지면서 K리그는 이제 다양한 국가의 선수를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시즌에는 27개국에서 91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K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국적으로 기록되었다(KPFL, 2019). 결국 중국의 축구 굴기와 그에 따른 프로축구리그의 발전은 앞서 첫 번째 요인으로 분류한 ‘아시안 드림의 경유지로서 K리그’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브라질 선수 연봉 상승’을 촉진함으로써 K리그 인플럭스 현상에 상당 부분 기여하였다.
전통적으로 세계 프로축구 시장은 서유럽 국가들이 주도해왔다. 국제 학계와 언론 보도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5대 빅리그’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를 가리킨다(Poli et al., 2016; Sarmento et al., 2018; Zhang et al., 2018). 스포츠 노동 이주와 관련된 다수 연구들은 축구선수들의 이주 요인으로 ‘전문적 스포츠 경험’과 그 목적지로서 ‘유럽 축구리그’의 상관관계를 보고하기도 했다(Elliott, 2014; Maguire & Stead, 1998; Molnar, 2006; Stead & Maguire, 2000).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세계 축구선수들이 유럽 국가로의 이주를 선호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아시아 또는 중남미 국가로의 이주를 기피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최근 유럽 국가 선수들이 아시아 국가로의 이주를 선호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유럽 구단의 재정 위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선수와 구단이 시장을 독점하는, 즉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다수의 구단들이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국 리그를 떠나게 되는 근본적 원인은 임금 체불에 있었다. 실제로 동유럽 국가들에서 축구선수들의 임금 체불이 현실화 되었으며(Homewood, 2016, Sep 26), 그리스 축구선수들은 임금 체불을 이유로 단체 시위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Smith, 2018, Apr 10).
스페인 리그도 임금체불이 빈번해요. 유럽 대부분 중하위 팀들은 재정 위기에요. 사실 상위 팀들도 거의 적자로 운영하고 있어요. 실제로 유럽 리그도 재정난이 매우 심각해요. 임금 체불되고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에요. - Aiden
유럽 축구리그의 재정 악화는 큰 틀에서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와 그 맥을 함께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거시 경제 흐름은 특정 지역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스포츠산업 역시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그리스 채무 위기와 GIIPS(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 해체 또는 축소 계획은 유럽 재정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추가로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가 국민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유럽 경제의 어두운 전망이 가시화되었다. 경제지표와 스포츠산업의 연관성을 분석한 Jang & Kim(2012)은 “경제지표 변화는 스포츠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일정 부분에서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Yu et al.(2014) 역시 특정 국가의 경제 흐름과 프로스포츠 산업의 상호 연관성을 증명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은 유럽의 재정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단, 유럽 재정 위기가 유럽 축구선수들의 비유럽 국가로의 이주에 영향을 미치는 추진 요인(push factor)이 될 수 있으나 그들이 한국으로 이주하는 결정적 유인 요인(pull factor)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에 본 연구는 앞서 언급한 ‘아시안 드림의 경유지로서 K리그’, ‘브라질 선수 연봉 상승’과 함께 ‘유럽 축구 시장의 재정 위기’를 K리그의 외부 요인으로 분류 및 규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럽 축구리그의 재정 위기는 유럽 선수들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촉진했으며, 비약적 성장을 이룬 아시아 축구 시장은 그 개척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과거 외국인 선수 쿼터를 주로 브라질 선수들로 활용했던 K리그는 브라질 선수 연봉 상승으로 인해 다른 국가로 영입 대상을 확대하게 되었고, 아시아 무대를 개척하고자 했던 유럽 중하위권 구단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K리그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반복하는 바, 이들은 중국,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 등 막강한 자본을 갖춘 타 아시아 국가로의 재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스포츠선수 특히, 축구선수들의 해외 이주는 그들의 법정대리인인 에이전트에 의해 시작과 끝을 맺는다. 어느 누구도 이주 과정에서 에이전트로부터 자유로운 선수는 없다. 선수뿐만 아니라 에이전트 역시 본 연구 참여자로 선정한 배경이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그리고 앞서 제시한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의 세 가지 요인들은 에이전트의 존재와 이주 과정에서의 개입을 전제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노동 이주를 논의할 때 에이전트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본 연구는 국내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이 최근 다국적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으로의 이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하였다. 여기서 언급한 에이전트 시장은 축구 에이전트 시장에 국한된 것이다. 먼저, 양적 팽창은 FIFA의 에이전트 제도 폐지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FIFA(2014)는 1991년부터 시행한 ‘선수 에이전트 자격제도’를 2015년 4월 1일부로 전면 폐지하였다. 기존에 취득한 자격증은 그 효력이 상실되고 ‘중개인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는 그동안 축구계에 만연했던 제3자 계약, 이면계약, 비현실적인 중개 수수료, 미성년 선수의 국제 이주 등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한축구협회 역시 2015년 4월 1일, 새로운 중개인 규정을 발표했다. 기존의 에이전트 제도가 사라지고 FIFA에서 규정한 ‘중개인 제도’을 전면적으로 시행하였다(Han, 2015, Apr 1).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존 FIFA의 선수 에이전트 제도와 달리 현행 중개인 제도는 별도의 자격시험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각국 축구협회에서 요구하는 제반 서류와 등록비, 중개인 보험 가입만으로도 선수 대리인으로서 활동이 가능해졌다. 특히, 과거에 FIFA 에이전트 시험을 외국어(영어)로 응시해야했던 한국인들에게는 자격 취득 과정이 상당 부분 간소화 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에 의하면 FIFA의 에이전트 자격시험 폐지 및 중개인 제도 도입은 한국인 에이전트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더욱이 자격 제도가 폐지된 탓에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의 수는 통계적으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한국인 에이전트의 양적 팽창은 다양한 국가로의 또는 국가 간 이주 네트워크 확장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K리그 외국인 선수 영입이 기존 브라질 및 동유럽에서 서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로 그 활동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다국적 선수들의 한국으로의 이주, 즉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을 촉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 에이전트 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그게 또 하나의 (K리그 인플럭스)원인이 될 수 있어요. 중개인 제도로 바뀌면서요. 과거와 달리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새로운 한국 에이전트가 유럽 시장에도 있는 거에요. - YJH
지금 세계적으로 에이전트 제도가 없어지고 중개인 제도로 바뀌면서 유럽에서도 에이전트 일을 하는 친구들이 확 늘어났고요. 한국에서도 많아졌어요. 기존 에이전트들은 브라질 시장에서 계속 일하는 반면, 영어로 할 수 있는 에이전트들은 유럽 시장으로 간 거죠. 그러다 보니까 새로운 국가들이 연결되는 거에요. - LSH
다음으로 인터넷과 뉴 미디어 발달은 에이전트 시장의 질적 성장에 기여하였다. 과거에는 에이전트가 현지에 직접 방문하여 외국인 선수의 경기 수행 능력을 관찰하거나 비디오테이프 및 CD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언급한 선수는 기존의 전통 미디어에 노출이 쉽지 않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선수에 해당한다. 이들은 에이전트가 직접 방문하거나 선수 측에서 제공한 영상을 통해서만 경기 수행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에 해당되는 선수들이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의 주요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동영상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정보 교류의 속도와 질이 향상되었다. 전통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즉 K리그 구단의 영입 대상인 전 세계 선수들의 경기 영상과 정보를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에이전트 시장의 근무환경과 업무 효율성이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이다.
옛날에는 비디오테이프 가져와서 직접 소개하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요즘에는 유튜브에 올리고 요청하면 바로 받아요. 보고 싶은 선수 바로 확인가능해요.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쪽(축구 에이전트)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 KBJ
저도 일하면서 느꼈지만 기술적으로 참 많이 발전했어요. 예를 들어 2011년에는 유럽에서 괜찮은 선수 좀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메일로 10메가 보내기도 어렵고. 그래서 CD로 구워서 며칠 걸려서 우편으로 주고받았는데 다 파손되어 있기도 하고. 실제로 봤는데 (그 선수가) 별로 마음에 안 들기도 해요. 근데 요즘에는 유튜브 링크 하나 보내면 확인 가능하고. 그러다보니까 선수에 대한 평가가 잘 되고 중개인끼리 교류가 엄청 빠르고 (이적이)쉽게 이루어져요. - KSY
인터넷 및 뉴 미디어 발달을 통한 축구 에이전트 시장의 질적 성장은 ‘SNS와 문화 콘텐츠의 확산’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한류의 핵심 역할인 한국 드라마와 K-pop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같은 SNS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 범위를 넓히고 있다(Jo & Jo, 2013). 최근에는 한국의 뷰티 제품을 의미하는 K-beuty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핵심 채널은 유튜브를 포함한 소셜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성에 있다(Lee & Lee, 2018; Lee & Yoo, 2017; Nam & Park, 2017). 이처럼 전통 미디어가 특정 기업과 자본에 의해 주류 문화에만 주목했던 과거와 달리 SNS와 같은 뉴 미디어는 ‘이용자 주도’ 형태로 변화하면서 비주류 문화와 그 콘텐츠의 초국가적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
같은 맥락에서 특정 프로스포츠리그와 구단 및 선수 역시 문화 콘텐츠의 속성으로서 SNS를 통한 확산이 가능해졌다. 주요 리그 및 선수에 집중했던 전통 미디어와 달리 SNS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리그나 선수의 경기 영상을 이용자 주도로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에이전트 시장을 여러 형태의 이용자 중 하나로 간주함으로써 비주류 축구선수들의 콘텐츠 확산에 주목하였다.
즉 인터넷 및 뉴 미디어 발달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비주류 문화 콘텐츠(여기서는 비주류 축구선수)를 대중과 소비의 장으로 노출시키는데 효율적인 매개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콘텐츠의 초국가적 확산을 촉진하였다. 이는 그동안 전통 미디어와 글로벌 축구 시장에서 소외되어온 비주류 선수들이 에이전트라는 이용자를 통해 보다 쉽고 빠르게 전 세계 시장으로 확산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터넷 및 뉴 미디어 발달은 K리그 인플럭스 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앞서 언급한 에이전트 시장의 양적 팽창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한편, 스포츠의 산업화, 세계화와 더불어 에이전트 회사의 증가와 규모 확대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기도 한다(Lee, 2010). 그러나 본 연구는 선수 에이전트를 스포츠 노동 이주의 관점으로 제한하여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의 요인 중 하나로 논의했음을 밝힌다. 이에 선수 에이전트에 관한 법제도적 및 윤리적 문제는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인정하고, 후속 연구의 새로운 논제로 남기고자 한다.
본 연구는 최근 다국적 외국인 축구선수들의 한국으로의 이주 현상, 즉 K리그 인플럭스 현상과 그 요인을 탐색하였다. 그 결과, 큰 틀에서 네 개 요인을 도출하였으며, 이들 요인은 상호 보완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1)아시안 축구 드림과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서 한국 K리그, (2)중국의 축구 정책이 초래한 브라질 선수 연봉 상승, (3)유럽 축구리그의 재정 위기, (4)FIFA의 에이전트 제도 폐지와 뉴 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한국 에이전트 시장의 양적·질적 변화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들 요인은 아시아 및 국제 축구 시장의 변화, 즉 외부 요인에 근접하다는 것이 본 연구의 결론이다.
본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이들 요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학술적 또는 실용적 의의이다. 국제 축구 시장의 새로운 이주 흐름(from west to east)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통해 K리그 및 각 구단의 대처 또는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가치 있는 연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 주목한 K리그 인플럭스 현상과 그 요인들은 K리그 연맹 및 구단들에게 새로운 경영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셀링리그(selling league)’로의 전환과 그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 및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셀링리그란 구단 수익의 상당 부분을 소속 선수의 이적료 수익으로 충당하는 모델로서 유럽의 중소리그인 네덜란드 축구리그가 대표적인 예이다. 네덜란드 축구리그는 스타 선수 영입보다는 유소년 시스템과 외국인 선수 발굴에 전념함으로써 유럽 빅5리그에 선수 화수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소속 선수의 이적료 수익은 구단의 운영 예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유소년 시스템과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재투자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그리고 셀링리그는 상대적으로 중소리그인 동시에 주변 국가(리그)의 경제 자본이 전제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K리그는 네덜란드 리그와 유사한 점이 있다. 중국,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 축구 시장의 경제 자본과 비약적 발전, 그에 따른 유럽, 남미 등 주류 선수들의 아시아 리그 선호 현상은 빅5리그의 경유지를 담당하는 네덜란드 리그와 비슷한 조건이다. 이러한 흐름은 본 연구에서 밝혀진 K리그 인플럭스의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이 아시아 주변국으로 재이주하면서 기록한 이적료 수익은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재이주 사례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경남FC 말컹과 수원삼성 조나탄은 각각 이적료 600만 달러(약 67억 원)에 중국으로 재이주하였다(Jo, 2018, Jan 13; Yoo, 2019, Feb 21). 이는 K리그 출범 이래 외국인 선수가 기록한 최고 수준이다. 2017년 FC서울 아드리아노는 중국으로 재이주하면서 약 48억 원, 2015년 전북현대 에두는 약 55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였다(Cha, 2017, Jan 16). 성남FC 티아고는 약 45억 원의 이적료에 사우디로(Kim, 2016, Aug 3), 전북현대 레오나르도는 약 40억 원에 UAE로 재이주하였다(Lee, 2017, Jan 2). 이처럼 외국인 선수들이 아시아 주변 국가로의 재이주를 통해 기록한 이적료는 약 40-70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는 K리그 구단의 연간 선수 인건비 총액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한 명의 외국인 선수가 아시아 주변 국가로 재이주하면서 한 구단의 선수 연봉 총액을 수익으로 창출한 것이다.
K리그 구단들은 1983년 출범 이후 모기업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구단 운영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왔다. 사실상 자생적 구조가 아닌 위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형태이다. 실제로 K리그 구단들은 매년 적자 운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며, 최근 모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Myung, 2018). 지원 감소는 곧 재정 위기를 의미하며, 이는 리그 경쟁력 악화와 더 나아가 존폐 여부라는 악순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본 연구는 K리그 인플럭스 현상과 그 사회구조적 요인으로부터 새로운 경영(수익) 모델로서 셀링리그를 논의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연맹의 외국인 선수 고용 정책 변화, 구단의 유소년 투자 체계 및 해외 리그와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외부 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그만큼 외부 요인으로부터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는 자생적 수익 모델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동시에 셀링리그로의 전환은 외부 모델 중 하나로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는 프로스포츠라는 시장의 논리에서 필연적이며 특히, 자생적 운영에 취약한 K리그와 각 구단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학계에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스포츠 노동 이주의 패러다임과 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양한 학술적, 실용적 의의를 발견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컨대, K리그 인플럭스 현상이 K리그를 비롯한 국제 축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인종 등 다각적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앞서 결과에서 언급했듯이, 국내 스포츠 노동 이주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에이전트의 역할과 윤리적 문제, 관련 규정 및 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2018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8S1A5B5A0102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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